(초안) 열국지 201∼300 회

제 261 화. 어린 위가의 혜안은 어떠한가.

서 휴 2022. 11. 9. 15:53

261 . 어린 위가의 혜안은 어떠한가.

 

성득신成得臣은 온종일 땀을 흘리며 사열이 끝날 무렵이 되자,

소리를 높이라고 큰소리로 명령하였다. 이때 종과 북소리는 천지를

진동시키면서 정기旌旗를 더욱 힘차게 펄럭이도록 만들었다.

       과연 성득신成得臣은 천하제일의 명장이로구나!

​       성득신成得臣을 총대장으로 삼을 만하도다!

 

이에 초성왕楚成王이 대단히 만족하며 성득신成得臣믿는 모습을 

보이자. 이때 기다렸다는 듯  투곡어토鬪穀於莵가 다시 주청하였다.

 

       왕이시여, 어떠시나이까?

       성득신成得臣은 능히 큰일을 감당할 수 있나이다.

       신의 청을 수락해 주시옵소서!

 

투곡어토鬪穀於莵가 다시 청하여 정사政事를 성득신成得臣에게

넘기겠다고 하자, 초성왕楚成王은 마침내 그의 청을 받아들였으며,

성득신成得臣은 바라던대로 영윤令尹 겸 총대장으로 임명됬다.

 

       군신들 모두가 투곡어토鬪穀於莵의 집으로 몰려가

       뛰어난 성득신成得臣 장수를 영윤令尹으로 천거하고

       명예롭게 은퇴한 한 일을 두고 축하한다.

 

투곡어토鬪穀於莵는 술과 음식을 충분히 장만하여 찾아온

내빈에게 홀가분하고 즐겁게 연회를 열어 대접하고 있었다.

 

       영윤令尹께선 그동안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이제 유능한 인재를 천거하시고

       명예롭게 은퇴하심을 축하하옵니다.

 

       모두 이렇게 축하해주시어 고맙소.

       허 어, 대부 위여신蔿呂臣이 안 보이는구려.

       같이 오려 했으나 몸이 아파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좋아하는 신료들 모두가 연회에 참석하여 즐겁게 술잔이 몇 순

배 돌며, 모두가 거나하게 술에 취해 즐겁게 환담을 하고 있었다.

 

       나리, 문밖에 어린 청년이 들어오길 청하옵니다.

​       그런가, 어서 들라 하여라.

 

어린 청년은 두 손을 높이 들었다가 허리를 굽혀 말없이 인사를

올리자, 투곡어토鬪穀於莵는 준수하며 듬직하게 보이는 어린

청년을 가까이 오라며 불러다 앉혀놓고는 훑어보았다.

 

       어린 청년은 십 오륙 세로 보이나 덩치가 컸다.

       어린 청년은 이어서 술을 마시며 음식을 먹고

       고기를 마음껏 힘차게 뜯어 먹는데, 마치 자기 앞에

       아무도 없는 듯이 방약무인하게 굴었다.

 

사람 중에 그 아이를 알아보는 사람이 있었는데 곧 위여신蔿呂臣

아들로 이름이 위가蔿賈 라고 하였다. 투곡어토鬪穀於莵는 어린

청년의 행동이 범상치 않아 보였으나, 괘씸하기도 하여 물어보았다.

       오늘 나라에서 뛰어난 장수를 얻었고 내가 은퇴한바

       모두 나에게 경하의 말을 하지 않는 사람이 없는데

       그대 청년만은 유독 인사말을 올리지 않고 있으니

       혹시 무슨 연유가 있어 여기에 온 것인가?

 

       ​소생은 위여신蔿呂臣의 아들 위가蔿賈라 합니다.

       아비를 대신해 이곳에 왔습니다만

       굳이 한마디 하라 하시오니

       부득이 한 말씀을 올리겠습니다.

 

       여러 대신께서 경하慶賀의 말씀을 올리고 계시지만

       어리석은 저는 조상弔喪을 올릴까 하나이다.

 

어린 청년 위가蔿賈가 일어나 엉뚱하게 그렇게 말하자, 좌중은 금방

찬물을 끼얹은 듯이 조용해지면서 모두가 술잔을 놓게 되었고, 모두 

투곡어토鬪穀於莵와 위가蔿賈의 얼굴을 번갈아 쳐다보게 되었다.

       허 어, 괘씸한지고 놀랄 말을 하는구나.

       모두 축하하는 장소에 뒤늦게 온 자가

       조상弔喪을 운운하다니 그 이유가 무엇이냐?

       어리석은 소견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성득신成得臣 장수께서는 매사에 용력勇力 만을

       믿으므로, 능히 앞으로 나갈 수 있지마는

       뒤로 물러설 줄 모릅니다.

 

       그는 중요하고 큰일에 임해서는 일의 결단을

       내리는 데 어두우며 밝지를 못할 것입니다.

 

       따라서 싸우는 일에 앞장서면 좋겠지만

       군권軍權을 모두 맡기면 아니 됩니다.

 

       더구나 만약 그에게 군권軍權과 정권政權

       모두 맡긴다면 필시 큰일을 그르치게 될 것입니다.

 

       너무 강하면 부러진다.라는 옛말이 있습니다.

       이는 성득신成得臣 장수를 두고 하는 말입니다.

 

       이제 송나라 정벌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그가 패하면 그 책임은 천거한 사람에게 있습니다.

       어쩌시려 미리 축하를 받으시는 것입니까?

 

       여기 모이신 여러분께서는 잘못 천거하여

       나라를 그르칠 수 있다는 걸 왜 생각 안 하십니까?

       여러분께서는 어찌 앞서 경하를 올리는 것입니까?

 

       기다렸다가 송나라 싸움에서 승리하고 돌아왔을 때

       경하慶賀의 말을 올려도 늦지 않을 것입니다.

 

위가蔿賈는 말을 마치더니 크게 웃으며 연회장에서 물러 나와

밖으로 휑하니 나가버렸다.이에 군신들이 웅성거리며 말했다.

 

       철없는 어린아이가 당돌한 말을 지껄이다니

       어린놈이 아주 고얀 놈이옵니다.

       철없는 소리에 괘념치 마십시오.

 

그러나 투곡어토鬪穀於莵는 멍하니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서 그저

휑하니 나가버린 위가蔿賈의 앳된 얼굴을 다시 생각해볼 뿐이었다.

여러 대신도 모두 투곡어토鬪穀於莵의 집에서 나와 헤어져 졌다.

 

       뭐라 하였다고 하였느냐?

       그 어린 위가蔿賈 놈이 나에게 독설을 퍼부었다고?

 

       이 성득신成得臣이 그 자리에 있었다면

       그놈의 골통이 날아갔을 것이다.

 

       그 ​어린놈이 아주 괘씸하구나!

       좋다. 내 가만 놔두지 않으리라!

이틀 후 성득신成得臣을 대장으로 임명한 초성왕楚成王은 친히

초군楚軍을 이끌고 출정하였다. 이때가 기원전 633년 늦가을이었다.

 

       이윽고 초나라와 4개국 제후 군이 사방에서 몰려왔으며

       송나라의 경계를 넘어 민읍緡邑 땅에 모두 모였다.

 

       민읍緡邑 땅은 지금의 산동성 금향현金鄕縣 부근으로

       금향현은 미산호微山湖 중간에서 서쪽으로

       약 20되는 하남성 과의 접경지역에 있었다.

 

민읍緡邑 땅에 모인 초나라를 비롯한 진, , ,

나라는 5개국 연합군을 결성하였으며, 수많은 연합군의 깃발이

거대한 물결을 이루며, 나라 수도인 상구성商丘城을 향했다.


이때 송나라는 송양지인 宋襄之仁으로 유명하였던 송양공宋襄公

아들인 송성공宋成公 이었으며, 그는 까맣게 밀려오는 연합군의

깃발에 기가 질려 감히 맞서 싸울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어찌하면 좋겠소? 어서들 말해보시오!

       주공, 저 많은 연합군을 당할 수가 없습니다.

 

       항복해야 하겠소! 어찌하면 좋겠소?

       답답합니다. 어서들 말해보세요.

 

       주공, , 사마司馬 공손고公孫固 이옵니다.
       주공, 싸워보지도 않고 항복할 수는 없소이다.

       선군께서는 중이重耳 공자를 도우셨습니다.


       중이重耳 공자가 진나라의 진후晉侯가 된바

       이제 초와 맞설 나라는 진나라뿐입니다!

 

       신이 진나라에 가서 원군을 청하겠습니다.

       사마司馬는 어서 빨리 다녀오시오!


송성공宋成公의 아버지인 송양공宋襄公은 일찍이 중이重耳 공자의

인물됨을 높이 평가하였으며, 중이重耳가 가신들과 함께 유랑

다니던 시절에 마침 송나라에 들렸을 때였다.

 

사마 공손고公孫固의 협력으로 송양공宋襄公은 정성 어린 대접을

해주었으며, 또한 많은 지원을 아끼지 않고 베풀어 주었었다.


       마침내 송성공宋成公은 송나라의 위급함을 알리고자

       공손고公孫固를 사자에 임명하여 진나라에 보냈다.


공손고公孫固는 한겨울의 눈발을 해치며 한시도 급하게 달려갔으며

나라의 수도인 강성絳城에 도착하자마자, 전에부터 친분을

쌓아두었던 조쇠趙衰와 호언狐偃을 만났다.

 

       아니 한겨울에 여기까지 오다니 웬일이오?

       너무나 반갑소, 어서 들어오시오.

 

       여러분 송나라를 제발 살려주십시오.

       아니, 무슨 사연이 있으십니까?

       우선 몸을 녹이시고 천천히 말씀해 보시 오.

 

공손고公孫固는 재회의 기쁨을 누릴 여가도 없이, 나라가

처한 현실을 눈물로 호소하며 진문공晉文公을 만나게 되었다.

 

       공손고公孫固 대부, 너무나 반갑소.

       진후晉侯를 만나, 신 또한, 반갑사오나

       다시 만난 기쁨을 누릴 여가가 없사옵니다.

 

       공손고公孫固는 진정하시오.

       이제야 송나라의 다급한 사정을 알게 되었소.

 

       오시느라 고생이 많았소.

       신료들과 대책을 논의하겠으니

       우선 공관에서 좀 쉬고 있도록 하시오.

 

진문공晉文公과 조정의 신료들은 공손고公孫固로 인하여 비로소

중원의 정세변화를 알게 되었으며, 긴급히 송나라에 대한 대책을

세우고자, 조례를 열게 되었다.

 

       주공, 신 호언狐偃 이옵니다.

       지난날 송양공宋襄公의 은혜에 보답하는 

       뜻으로 송나라 국난을 구해주면서,

 

       우리 진나라의 위세를 만천하에

       널리 알릴 좋은 기회가 온 것입니다.

 

       주공, 신 선진先軫 이옵니다.

       초나라가 자기들의 강대한 힘만을 믿고

       천하를 어지럽히고 있습니다.

 

       초는 제나라의 양곡 땅을 점령한 후에

       군사를 주둔시키며 중원에 혼란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나라의 신료들은 중원 천하의 질서를 무너트리고 있는

나라를 한결같이 규탄하면서 기다렸다는 듯이 천하의 평화를

위해 나라를 토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었다.

 

       그러나 초는 우리에게 은혜를 베푼 나라이다.

       우리가 초와 싸우게 된다면 어찌할 것인가?

 

       주공, 옛날 초나라에 몸을 의탁하며

       사사로이 받은 은혜가 있었다고 해서

       중원의 평화를 위해 내버려 둬서는 안 됩니다.

 

       이것은 하늘이 우리에게 중원의 재난을 구하고

       환난을 없애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주공, 이 한 번의 거사를 일으켜 반드시

       초나라를 정벌하여 천하에 위엄을 세운다면

       그때부터 백업을 이룰 수 있습니다.

 

기다리면 때가 올 것이라고 장담하던 호언狐偃의 말처럼 진문공이

중원으로 출정할 수 있는 두 번째 기회가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옳은 말이오. 병화를 당하고 있는 제와 송

       두 나라를 도우려면 어찌해야 하겠소?

 

       주공, 신 조쇠趙衰 이옵니다.

       초나라가 얼마 전에 조와 통호를 하고

       다시 새로이 위나라와 혼인을 하여

       서로 간에 인척 관계를 맺어 놨습니다.

 

       이 두 나라는 우리 모두의 원수입니다.

       우리가 군사를 일으켜 조와 위를 침공한다면

 

       초나라는 반드시 이 두 나라를 구하고자

       군사를 움직여 우리 쪽으로 올 것입니다.

 

       그리되면 제와 송나라는 초군楚軍

       압박에서 당연히 벗어나게 되옵니다.

 

       그 묘책은 좋으나 큰 문제가 있소.

       주공, 무엇을 염려하시나이까?

 

       초군楚軍이 송나라의 포위를 풀고

       우리 진군晉軍을 향해 이동해오면 어찌하겠소?

 

       주공, 천하 패업을 성취하기 위해서는

       초나라와 맞설 수밖에 없사오며

       피해서는 결코 천하 맹주로서 호령할 수 없나이다.

 

       그러나 주공, 초의 군사력이 우리보다 많습니다.

       주공, 이제 우리 진나라도 바야흐로

       3군을 두어야 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옛 제도에 제일 큰 나라에는 3군이 있었고

       그보다 못한 나라에는 2군이 있었으며,

       그리고 소국은 1군을 두게 되어있습니다.

 

       우리의 선조이신 곡옥曲沃의 무공武公깨서는

       주 왕실로부터 1군을 둘 수 있다는 명을 받았습니다.

 

       후에 진헌공晉獻公께서는 군사의 수를 좌우 양군으로

       나누는 식으로 늘려 , , , 등을

       멸하고 영지를 사방 천 리로 늘리셨습니다.

 

       따라서 지금의 2군으로 된 군제를 3군으로 늘려도

       별문제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조쇠趙衰를 비롯한 신료들 모두가 3군으로 편성하여 군사적으로도

강력한 진晉나라를 구축하자고 강력히 주청하는 것이다.

 

       주공, 우선 3군으로 편성하여 군사의 수를 늘리고

       각 군의 기능을 서로 다르게 차별을 두어야 합니다.

 

       3군으로 편성하자면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오.

      주공께서 즉위하신 4년 동안 줄곧 풍년이 들었습니다.

      주공, 그만한 일은 감당할 수 있나이다.

 

262 . 진문공, 중원으로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