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안) 열국지 201∼300 회

제 259 화. 제효공, 겁도 없이 덤비는가.

서 휴 2022. 11. 6. 22:36

259 . 제효공, 겁도 없이 덤비는가.

 

제효공齊孝公은 군신들을 조당에 소집하고, 나라가 처한

현실에 한숨지으며 앞으로의 나갈 방향을 이야기하게 된다.

       선군께서는 제후들과 회맹을 자주 열었으며

       수시로 정벌을 해 전투하지 않던 날이 별로 없었소.

 

       과인은 마치 단단한 껍질 안에 갇혀 사는

       달팽이 신세 같아, 바깥세상 일에는

       아무것도 아는 바가 없어 부끄럽게 생각하오.

 

       옛날 노후魯侯가 무휴無虧를 구원하기 위해

       군사를 이끌고 쳐들어왔었소.

 

       그때 과인을 심히 어렵게 만든 적이 있었소.

       이번에 또 노희공魯僖公이 문제를 일으켰소.

 

       노후魯侯가 위, 나라와 동맹을 맺고

       초나라에 충성을 맹세하였다 하오.

 

       노희공魯僖公에 대한 조치는 늦기는 했지만,

       과인은 이제 그 죄를 물으려 겠소.

 

제효공齊孝公은 제환공齊桓公 시절의 영광을 되찾으려 고민하던

판에, 이웃 나라 노희공魯僖公에 대한 분개할 정보가 들어왔다.

 

       노희공魯僖公은 정말 괘씸한 사람이오!       

       어찌 우리 제나라를 계속 따돌린단말이오.

 

       만약 노나라가 이 세 나라와 힘을 합쳐

       우리 나라를 쳐들어온다면 어떻게 감당하겠소?

 

       내가 들으니 요사이 노나라에 기근이

       심히게 들었다 하는데, 이 기회를 틈타

       군사를 일으켜 버르장머리를 고쳐놓아야 겠소

 

       어떻소? 아직 우리 제나라의 위용은 죽지 않았소!

       노희공魯僖公의 계획을 미리 막고자 하는데

       경들의 생각은 어떠한지 의견을 말해 보시 오.

 

       주공, 상경 고호高虎가 상주하나이다.

       노나라는 여러 제후로부터 도움을 받고 있어,

 

       비록 우리가 군사를 출동시켜 정벌한다 해도

       어려움만 겪을 뿐으로 큰 이득이 없을 것입니다.

 

       상경! 비록 성과를 이루지 못한다 하더라도

       일단 한번 시도해 보면 세 나라 제후들이

       모이고 흩어지는 모습을 볼 수 있지 않겠소?

제효공齊孝公은 상경 고호高虎가 말렸으나 즉시 200승의 병거와

제군齊軍을 친히 인솔하고 노나라의 북쪽을 향해 진격해 갔다.

 

그 때가 기원전 634년의 여름이었다. 이때 제효공齊孝公은 재위

9년이며, 노희공魯僖公26년으로, 진문공晉文公은 재위 3

차였으며, 초성왕楚成王은 재위 38년 차인 해였다.

 

       그때 노나라는 심하게 기근이 들어

       백성들이 싸울 수 없는 아주 어려운 형편에 있었다.

       제효공齊孝公은 이런 약점을 알고 침공한 것이다.

 

노나라의 변방을 지키는 수장이 깜짝 놀라, 급히 파발을 보내면서

제군齊軍의 진격 소식을 알리자, 노희공魯僖公은 몹시 당황하였다.

 

       제나라가 갑자기 쳐들어온다는데

       어찌하면 좋겠는지 어서들 말해보시오.

 

       주공, 대부 장손신臧孫辰 이옵니다.

       우리가 기근으로 고생하는데 이런 사정을 알면서

       갑자기 쳐들어오는 것은 도리에 어긋나는 짓입니다.

 

장손신臧孫辰은 종법宗法과 행정에 밝아 노년에 노나라의 중신이

되었으며, 대외적으로는 제후국들이 서로 연대하며 서로 도와야!

한다고 하는 연합론을 주장하는 인물이다.

 

       주공, 옛날 제의 공자 무휴를 돕기 위해

       군사를 동원한 일이 있지 않습니까?

 

       제효공齊孝公 아마도 그 일에 원한을 품고

       쳐들어오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저러나 이거 큰일이 아닌가?

       우리는 기근이 심하여 싸울 의지도 없으며

       또한, 싸울 힘도 없는데 어찌 대적할 수 있겠는가!

 

       허 어, 이를 어찌하면 좋겠는가?

       주공, 힘으로 싸울 수 없으니 청컨대

       임기응변에 능한 자를 제효공齊孝公에게 보내

       말로써 사죄하여 제군을 물러가게 하옵소서.

 

       그만큼 임기응변에 능한 사람이 있겠소?

       ​주공, 신이 추천할 사람이 있습니다.

       어떤 사람이오, 어서 말해보시오.

 

       선공 때 사공司空 벼슬을 한 무해無駭의 아들인데

       성은 전이고 이름은 획이라 합니다.

 

       전획展獲 형법을 주관하는 사사士師의 벼슬을

       지냈는데, 외유내강의 성격에 아는 것이 많아

       세상사의 모든 일에 통달한 위인입니다.

 

       옛날에 그가 관직에 있을 때 법을 집행하다가

       윗사람의 뜻이 시세時世에 맞지 않는다며

       관직을 버리고 고향으로 내려갔다 합니다.

 

       만약 전획展獲을 불러 사자로 보낸다면,

       주군의 이름을 욕되게 하지 않고도

       제군齊軍을 물러가게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과인도 전획展獲을 잘 알고 있는 바이나

       지금 어디에서 무얼 하고 있소?

       주공, 자기 식읍인 유하柳下에 있을 것입니다.

 

전획展獲은 식읍食邑이 유하柳下 이고 시호諡號가 혜이다.

죽은 후에는 유하혜柳下惠라 불렀으며, 변설辯舌에 능하고

예절에 밝아 이름이 높았으므로 현자賢者 라는 칭송을 받았다.

 

       ​과인이 사람을 시켜 불러오게 했으나

       몸에 병이 있어 출사할 수 없다고 하오.

       이를 어찌하면 좋겠소?

 

       주공, 전획展獲의 종제從弟 중에 전희展喜가 있습니다.

       비록 벼슬은 낮으나 언변이 대단히 뛰어납니다.

 

       전희展喜에게 명하여 전획展獲을 찾아가

       가르침을 청하라 하신다면, 반드시

       좋은 방법을 알아 가지고 올 것입니다.

 

노희공이 장손신의 말을 따라 전희展喜가 유하柳下 땅에 당도하여

문중의 형인 전획展獲을 만나 노희공의 명을 간곡히 전했다.

 

       형님, 나라를 구하는 일입니다.

       꼭 좋은 방책을 알려 주십시오!

 

       전희展喜 , 네가 잘 할 수 있겠느냐?

       너는 내 말을 명심해서 듣도록 하여라.

 

       제효공齊孝公이 노나라를 정벌하려 하는 건

       제환공齊桓公의 패업을 계승하려는 뜻일 것이다.

 

       무릇 방백을 도모하려고 하는 자는

       주 왕실을 받드는 일을 근본으로 삼아야 한다.

 

       그래서 주周 나라의 개국 조이신 주무왕周武王

       약속한 말을 가지고 제齊 나라를 책한다면

       어찌 뒷일을 걱정할 필요가 있겠느냐?


총명한 전희展喜는 형인 전흭展獲의 말에 깨우침을 얻고 돌아오게

되었으며, 자신감을 가지고 노희공에게 전획의 말을 고했다.

 

       신은 형님으로부터 제나라 군사를 능히

       물리칠 수 있는 계책을 얻었나이다.

 

       신이 반드시 제나라 군사를 물리치겠나이다.

       좋도다. 제나라 군사들을 호군犒軍

       물품들을 준비해 놓고 있었노라.

 

       제군齊軍에 필요한 짐승과 술과 식량과 비단 등을

       여러 대의 수레에 싣고 제효공齊孝公에게 가도록 하라.

 

전희展喜는 제나라 군사들을 마중하기 위하여 노나라 북쪽 경계로

빨리 달려갔으나 그때까지 제군은 당도하지 않고 있었다.

 

전희展喜는 앞으로 더 나아가 문남汶南의 땅에 이르자, 그곳에서

제군齊軍의 선발대와 만날 수 있었다. 문남汶南 땅은 제

노魯 나라가 경계를 이루었던 문수汶水 남쪽 강안의 땅을 말한다.

 

       거기 서시 오. 왼 수레를 이리 많이 끌고 오는 거요.

       나는 노나라의 사신이오.

       중요한일이니 제효공齊孝公을 만나야 하오.

 

       누구시오. 내가 선봉장 최요崔夭 외다.

       ​나는 노나라 사신으로 온 전회展喜 .

       제후齊侯를 만나게 해주시오.

 

전희展喜는 제군의 선봉장 최요崔夭의 안내를 받아 본영에 가서

제효공을 알현하여 인사를 올리면서, 호군犒軍에 필요한 물품을

바치게 되자, 제효공齊孝公은 오만한 눈길로 내려다보았다.

       제후齊侯께서 제군齊軍 을 친히 이끌고

       노국에 오신다는 소식을 들으시고,

 

       우리 주공께서 신에게 상국의 군사를 영접하라는

       임무를 맡기시어 이렇게 오게 되었나이다.


       노나라는 우리 제군齊軍이 두려워

       이렇게 호군犒軍 할 물품을 가지고 왔는가?

 

       소인배들은 두려워할지 모르겠으나

       저희 노나라에는 그런 소인배는 없사옵니다.

 

       소인배가 아니고 군자 된 사람이라면

       두려울 것이 무엇이 있겠습니까?

 

       너희 노나라는 시백施伯 만한 지혜로운 자도 없고

       조귀曹劌 처럼 용기 있는 무장도 없잖느냐?

 

       더욱이 기근이 들어 들판에는 풀잎도 하나 없는

       속이 텅 빈 껍데기 땅이 되어 있지 않으냐.

 

       백성들은 배고파 신음하며 죽어가는데

       무얼 믿고 두렵지 않다고 하는 것이냐?

 

       제후齊侯께서는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십니다.

       우리 노나라는 예로부터 믿는 것이 있습니다.

       다름 아닌 주무왕周武王을 생각해보셨는지요.

 

       주무왕周武王께서는 태공망이신 강태공에게

       제나라를 내리셨고, 그리고 동생 되시는

       주공 단에겐 노나라를 분봉했나이다.

 

       주무왕의 아드님이신 주성왕周成王께서는

       우리의 선조이신 주공 단但의 아들인 백금伯禽

       노의 군주로 봉하시었습니다.

 

       주성왕周成王께서는 희생犧牲을 잡아 하늘에 제사를

       올리면서, 강태공과 주공 단에게 손을 맞잡게

       하시고는 서로에게 맹세하게 하셨습니다.

 

       맹세에 이르기를 두 사람의 자손들은 왕실을 받들고

       서로 해치지 않겠노라! 라고 했습니다.

       이 맹세를 서약서로 만들어 맹부盟府에 보관하고

       지금도 태사에게 관장하게 하고 있습니다.

 

       제환공께서는 아홉 번이나 회맹을 열 때도

       그때마다 노나라를 가장 높이 대우했나이다.

 

       또한 가땅의 회맹에서 제환공께서는

       우리의 선군이신 노장공魯庄公과 함께

       왕실을 잘 받들어 나가기로 맹세하셨나이다.

 

땅에서 제환공齊桓公이 노장공魯庄公과 만나 회맹 할 때 장수

조말曺沫이 따라가 제환공을 단검으로 위협하여 제나라에 빼앗긴

땅을 다시 돌려받은 곳이며 그때 두 나라가 우호를 합의했었다.

 

       지금 제후齊侯께서는 제의 군주 자리를 물려받아

       군위에 오르신 지 이제 9년이나 되었나이다.

 

       지금도 우리 주공께서는 늘 말씀하십니다.

       제후齊侯께서는 제환공의 패업을 계승하여

       반드시 맹주의 지위에 오를 것이라 하시며

 

       이제는 제후들과 친목을 도모하시어 패공이

       될 때가 되었다.’라고 말해 왔습니다.

 

       노나라 백성들은 모두가 노후魯侯의 말을 믿는바

       어찌 제나라의 침공을 두려워하겠나이까?

 

       제후齊侯께서 우리 나라를 정벌하시려는 일은

       선왕의 간절한  명을 버리시고,

       선대의 맹세를 어길 뿐만 아니라

 

       제환공께서 이룩하신 백업을 무너뜨리고, 나라 사이의

       좋은 관계를 원수지간으로 만드는 일이 되옵니다.

 

       저의 어리석은 소견으로 제후齊侯 님의 마음을

       헤아려 보건데, 절대 그리하시리라고는 생각지 않나이다.


전희展喜는 거듭 강조하며 말하자, 제효공齊孝公은 한참 동안이나

전희展喜를 노려보다가 이윽고 입을 열어 말하였다.


       그대는 돌아가 노희공에게 전하라.

       나는 노나라와 친목을 원할 뿐

       다시는 군사를 내지 않겠다고 전하라.


제효공齊孝公이 말을 마치고 즉시 군사를 거두어 임치臨淄 성으로

돌아갔다.

 

이에 잠연潛淵 선생은 장손신臧孫辰이 유하柳下 땅에 전획展獲

이라는 훌륭한 현인을 잘 알고 있었으면서도, 그를 천거하여

조정에서 같이 일을 하지 않은 것을 비난했다.

 

       北望烽烟魯勢危 (북망봉연노세위)

       북변의 봉화를 보고 노나라가 위험에 빠진 줄 알았다.

 

       片言退敵奏功奇 (편언퇴적주공기)

       몇 마디 말로 적군을 물리친 공은 만고에 드문 일이었으나

 

       臧孫不肯開賢路 (장손불긍패현로)

       장손신은 그런 현자를 위해 앞 길을 열어주지 않아

 

       柳下仍淹展士師 (유하냉엄전사사)

       유하 읍의 전획은 초야에 묻혀 살다 죽게 했구나.

260 . 학문이 깊어야 용병을 잘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