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안) 열국지 201∼300 회

제 260 화. 학문이 깊어야 용병을 잘할 수 있다.

서 휴 2022. 11. 8. 12:35

260 . 학문이 깊어야 용병을 잘할 수 있다

 

전희展喜가 노나라로 돌아와 보고하자, 노희공魯僖公

몹시 만족하였으며, 전희展喜를 즉시 대부로 승진시켰다.

이때 장손신臧孫辰이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주공, 이번에 어이없는 일을 당한 것입니다.

       제나라의 군사들이 비록 물러갔다고 하나?

       그것은 우리 노나라를 가볍게 여긴 짓입니다.

 

       주공, 청컨대 신이 중수仲遂 공자와 함께

       초나라에 다녀오도록 허락해 주십시오.

 

       가서 초군을 청해, 제효공齊孝公으로 하여금

       우리 노魯 나라를 감히 엿보지 못하도록

       제나라를 정벌토록 만들겠습니다.

 

​       좋소, 틀림없이 그렇게 하시오.

       세자 중수仲遂는 초나라에 다녀오도록 하라.

 

노희공魯僖公은 그의 말에 쫓아 즉시 세자 중수仲遂를 정사로

정하고, 장손신臧孫辰을 부사로 하여 초나라에 사절로 보냈다.

 

장손신은 초의 성득신成得臣 장수와는 녹상鹿上 땅의 회맹에서

서로 안면이 있었기 때문에, 그를 먼저 설득해 나가기로 하였다.

 

       성득신成得臣 장수, 안녕하십니까?

       하, 오랜만이오. 어서 오시 오.

 

       성득신成得臣 장수의 형님이 되시는

       투곡어토鬪穀於菟 영윤께서 많이 연로하신데,

       어찌 영윤令尹 자리를 이어받지 않는 것이오?

 

초나라의 영윤令尹 자리는 다른 나라의 제일 높은 재상 벼슬이었다.

공족 대부인 성득신成得臣 장수는 초나라 제일의 명장이라 불리는

인재로써, 영윤令尹 자리를 이어받을 재목으로 꼽히고 있었다.


       내 공이 크지 않는데 어찌 영윤令尹을 꿈꾸겠소?
       허 어, 공이야 세우면 되지 않겠소이까?

       허, 그게 어찌 마음대로 되는 일이오?

       대관절 초나라에 어찌 온 것이오?
       장군께 큰 공을 세워드리고자 찾아온 것이오!


       큰 공이라면 무얼 말하는 것이오?
       중원에서 초나라를 섬기지 않는 나라는

       제와 송나라가 아니겠소.

 

       성득신成得臣 장수께선 어찌 가만히 보고만 있으시오?

       만일 제와 송나라 중 한 나라만 굴복시켜도

       초왕楚王께서는 영윤令尹으로 삼으실 것이오

       그렇소만, 어디 말처럼 그리 쉬운 일이겠소?
       성득신成得臣 장수께서 만일 제나라를 공격하겠다면,

       온 힘을 다해 군량軍糧 물자를 보급해드리겠소.

       방금 하신 말이 정말이오?

       사실 선뜻 제나라를 공략할 수 없었던 것은

       가장 큰 원인이 군사들의 군량軍糧 문제였소!

 

       우리 초는 제나라와 멀리 떨어져 있어, 수많은

       군사의 군량軍糧이 많이 들어가 쉬운 일이 아니오.

 

       좋소. 우리 노나라가 군량軍糧을 책임지겠소이다.

       아니, 장손신臧孫辰 대부께선 책임질 말을 하는 것이오?


       좋소. 우리 노魯 나라 세자 중수仲遂께서 직접

       성득신成得臣 장수께 보증을 서면 믿겠소?

 

다음날 성득신成得臣은 노나라 장손신臧孫辰과 세자 중수仲遂

초성왕楚成王에게 인도하자, 장손신臧孫辰은 제효공齊孝公

나라를 침공하였던 사실을 자세히 고했다.

 

       제나라는 녹상鹿上의 맹세를 어겼으며,

       송나라는 홍수泓水에서 대항하였으므로

       두 나라는 모두 초나라의 원수가 됩니다.

 

       대왕께서 만약 제​齊 나라에 죄를 물으시겠다면

       우리 노후魯侯 께서는 나라의 온 힘을 기울여

       대왕의 향도嚮導가 되어 돕겠다고 하셨습니다.

 

       어찌 그 먼 곳을 공략할 수 있단 말이오?

       왕이시여, 신 성득신成得臣 이옵니다.

 

       모든 군량軍糧 문제는 노나라가 책임지겠다고

       여기 있는 세자 중수仲遂가 신에게 맹세하였나이다.

 

       왕이시여, 만일 제齊 나라를 굴복시키지 못한다면

       신은 목숨을 바치도록 맹세하겠나이다.

 

초성왕楚成王은 이를 듣고 대단히 기뻐했다. 당시 초성왕楚成王

홍수泓水 전투에서 송나라를 격파한 이후로, 그의 위세는

중원中原 천하에서 당할 나라가 없을 만큼 성장하였다.

 

이제 정과 채는 물론이며, 와 위나라까지 초나라를

종주국으로 섬기게 되자, 초성왕楚成王은 자신이 중원의 실재적인

지배자라고 생각하는 자만심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좋다, 이제 제와 송나라만 제압한다면
       명실공히 천하의 패업을 이루는 것이 아니겠는가!

 

초성왕楚成王은 그해 가을이 되어 출정준비가 끝나고, 초군楚軍

질서정연하게 정렬하자, 제나라를 정벌토록 명령했다.

 

       성득신成得臣을 대장으로 삼고,

       투의신鬪宜申을 부장으로 삼으며

       신공申公 숙후叔侯를 사마司馬로 삼노라.

       그대들은 일치단결하여 제齊 나라를 정벌하고 돌아오라.

 

성득신은 총대장이 되어 제나라 원정길에 올랐으며, 이번 원정이

자신에게 매우 중요하다는 걸 잘 알고 있었으므로 굳게 다짐했다.


       이번 원정에 반드시 성공하여여 한다!

       초楚 나라 영윤令尹 자리에 오르고 말리라!

 

성득신은 재빠르게 계속 북상하여 노나라에 이르게 되자, 군량軍糧

도움을 받게 되었으며, 초군楚軍을 재정비하자마자, 제齊나라 국경을

재빠르게 돌파하여 제나라의 양곡陽谷 땅에 쳐들어가 점령 했다.

성득신成得臣의 기습 작전은 성공했으며, 느닷없는 초군楚軍

침공에 제나라 제효공齊孝公은 싸워보지도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당했으며, 초군楚軍의 강하고 억셈에 싸울 엄두를 내지 못하였다.

       성득신成得臣 장수님, 왜 더 진격하지 않습니까?

       양곡陽谷 땅 외에 더 무리할 필요가 있겠는가?

 

       양곡陽谷 땅만 점령해도 제齊 나라는 위축될 것이다.

       더 나아가는 건 왕명을 받고 움직이도록 해야 한다.

 

       신공申公 숙후叔侯는 사마司馬 로써

       빨리 옹공자를 데려오도록 하시오.

       이곳 양곡陽谷 땅의 영주로 삼을 것이오.

 

       투의신鬪宜申 부장은 옹무雍巫를 불러오라.

       이곳 양곡陽谷 땅의 읍재邑宰로 삼을 것이다.

 

제齊 나라의 공자 옹은 진에 망명해 있다가 진목공秦穆公

중이를 진문공으로 만들자, 실망하여 초나라로 망명해 있었다

 

       성득신이 제齊의 공자 옹을 양곡陽谷 땅의

       영주로 삼아 그곳을 다스리게 하였으며,

 

       다시 제효공이 즉위할 때 송宋 나라 군사들에게

       쫓겨 노魯 나라로 달아나 살고 있었던

       옹무雍巫를 불러다 읍재邑宰로 삼았다.

 

이것은 아주 뛰어난 정치적 술수로 형제끼리의 싸움을 유도한

것이었으며, 제효공齊孝公이 함부로 쉽게 침공하지 못하도록 한

아주 치밀한 작전이라 할 수 있었다.

 

       제효공齊孝公은 초나라에게 갑자기 양곡 땅을

       빼앗기는 수모를 당하자, 그만 울화병이 생겨

       피를 토하며, 끝내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죽었다.

 

       재위 10년 차인 제효공齊孝公에게 아들이 하나 있었다.

       그러나 위공자 개방開方이 그 아들을 살해하고

 

       제효공의 이복 동생이자 갈영의 소생인 공자 반

       군위에 올렸다. 그가 제소공齊昭公이 되었다.


공자 옹은 양곡陽谷 땅의 영주로 지내면서, 호시탐탐 제齊 나라

군위에 오를 기회만을 열심히 엿보게 되었다.

 

       성득신成得臣은 제나라의 양곡陽谷 땅을

       공격하여 쉽게 점령하고는 더는 진군하지 않았다.

 

       양곡陽谷은 지금의 산동성 동평현東平縣 북쪽에

       있었으며, 하남성 과의 경계에 있는

       동평호東平湖 동안의 고을이었다.

성득신成得臣은 투의신鬪宜申 장수가 갑사 1000여 명과 함께

양곡陽谷 땅을 지키도록 남겨 놓고, 만약 제군齊軍이 공격해 오면

노군의 지원을 받아 방어토록 하고, 초楚 나라로 돌아와 보고했다.

 

       과연 성득신成得臣 장수로구나!

       이제 남은 건 송나라뿐이로다!


초성왕楚成王은 이제야 지난날 제환공齊桓公에게 당했던 수모를

갚게 되었다며 몹시 기뻐했다.

 

       과인이 송宋 나라에 원한이 있다고는 하나,

       제齊 나라에 그보다 더한 원한이 있었다.

       제환공은 우리 초나라를 침공하였었잖는가!

 

       성득신成得臣은 대단한 성과를 올렸도다.

       양곡陽谷 땅만 지키고 있어도

       제효공齊孝公은 위축되어 침공치 못하리라!

 

       성득신成得臣이 제齊 나라를 정벌하여

       나의 원한을 갚아 주었으니

 

       경은 정나라의 원수도 함께 갚아 주어야 하니

       이제부터 송나라를 정벌토록 하라!

 

초성왕은 제나라를 제압했다고 생각했으며, 이제 송나라만

정벌하면 명실공히 천하의 맹주가 된다고 흐뭇하게 생각했다.

       그런 결과로 성득신成得臣의 인기는

       정말 하늘을 찌를 듯이 높아졌다.

 

       관중管仲에 버금간다는 평가를 받는 투곡어토를

       능가할 정도라고 사람들은 칭찬하기 바빴다.

 

       이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파악하고 있었던 사람은

       투곡어토鬪穀於莵 이라 할 것이었다.

       그때 투곡어토鬪穀於莵의 나이는 이미

       70을 훨씬 넘어있어 은퇴를 생각하고 있었다.


투곡어토鬪穀於莵는 성득신成得臣 이라면, 자신의 뒤를 이을

재목감이라고 생각하고 초성왕楚成王을 찾아가 자기 뜻을 밝혔다.


       왕이시여, 이제 물러나 쉬고 싶나이다.

       신의 재주는 성득신成得臣을 따를 수 없나이다.

       성득신成得臣에게 나랏일을 맡기십시오.

   

       영윤令尹은 무슨 말을 하는 거요?

       경은 아직 일을 더 할 수 있소!

       경이 없으면 내 어찌 송을 칠 수 있겠소?

 

       송은 진나라와 매우 가깝게 지내고 있소.

       만약 우리 초나라가 송나라를 정벌한다면

 

       진은 반드시 송나라를 구원하기 위하여

       진군晉軍을 보내게 될 것이 분명하오.

 

       성득신成得臣이 비록 많은 공을 세웠지만,

       진과 송을 한꺼번에 당해내기는 힘들 것이오.

 

       영윤令尹 만이 그 두 나라를 동시에 대적할 수 있소.

       부디 이번 한 번만 과인을 위해 힘써주시오.

 

       경이 송나라를 치고 개선하여 돌아온 후에

       경의 뜻을 들어주면 어떻겠소?

 

       경은 사양하지 말고 이번 송의 정벌만

       과인을 위해 출정해 주기 바라오.

 

       신이 군사를 끌고 원정을 나갔다가는

       대왕의 기대를 그르치게 되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초성왕은 그 즉시 영윤令尹인 투곡어토鬪穀於莵자에게 명하여

땅에서 병거와 군사들을 사열하면서 군법을 밝히게 했다.


       투곡어토鬪穀於莵는 초성왕의 간곡한 청을

       도저히 물리칠 수가 없어 참여하게 되었다.

 

그는 총사령관의 자격으로 원정군의 모든 일을 사열했으나, 그러나

성득신의 능력을 돋보이게 하려는 마음에서 모든 일을 대충하여

오전 중에 모두 끝마치고 한 사람의 군사도 벌주지 않았다.


       투곡어토鬪穀於莵 영윤은 들으시오.

       군대의 생명은 기강과 위엄이오.

 

       그런데 경은 한 사람도 처벌하지 않고

       어찌하여 적당히 사열하고 마는 것이오?


       신의 재주와 기력은 마치 만든 지 오래되어

       늘어진 강노强弩와 같사옵니다.

 

      강노强弩는 위력이 있는 큰 활이나 여러 개의 화살을

      잇따라 힘차게 쏘힘이 떨어져 쓸모가 없어졌습니다.

 

       왕이시여, 군의 위엄을 세우려 하신다면

       성득신成得臣이 아니면 불가하나이다.
       이제 신은 무딘 칼이 되어 쓸모가 없나이다.

 

초성왕은 군사들을 위땅에 다시 모이게 하고 성득신을 불렀으며

그에게 군사들과 병거兵車와 모든 치중錙重 등을 사열하게 했다.

 

       초성왕은 형님인 투곡어토를 계속 붙잡고 있으려 하고

       형님은 영윤 자리를 사임하려 하는구나.

       이는 내가 영윤令尹에 오를 절호의 기회가 아니겠는가!

 

그러자 성득신成得臣은 모든 일에 대하여 치밀할 뿐만 아니라

군법도 엄히 세웠으며, 죄를 지은 자는 용서하지 않고 처벌하여

온종일이 걸려서야 겨우 사열을 끝낼 수가 있었다.

 

       채찍형에 해당하는 벌을 받은 병사의 수는 7명이며

       귀를 뚫는 형벌을 받은 자는 3명이나 되었다.

 

261 . 어린 위가의 혜안은 어떠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