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안) 열국지 201∼300 회

​제 253 화. 자기만 안 죽으면 되는가.

서 휴 2022. 10. 29. 16:47

253 . 자기만 안 죽으면 되는가.

 

       공자, 적주를 만나면 반드시 상의한 대로 합시다.

       아무렴요, 도자桃子, 걱정하지 마시오.

 

태숙太叔 와 도자桃子는 적나라에 당도하자, 도자桃子

만이 성안으로 들어가 적적赤狄의 적주狄主를 만나게 되었다.

 

       적주께선 그동안 안녕하셨습니까?

       반갑구려 어서 오시 오.

 

       태숙은 잘 지내고 있소이까?

       지금 도성 밖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허 어, 왜 들어오지 않고 밖에 머무는 것이오?

       주양왕周襄王이 적주狄主의 약속을 파기했소.

 

       지금 그대의 딸 외후隗后가 냉궁에 갇혀있소.

       내 딸이 감옥에 갇혀있다니 무슨 일이오.

       주왕이 괜한 일로 오해하여 변덕을 부린 것이오.

 

       형제간의 우의도 망각하고 태숙도 나라 밖으로

       추방했으며, 또한 적주은혜를 저버렸으니

       이는 의리도 은혜도 없는 짓을 한 것이오.

 

       허 어, 어찌하면 좋겠소.

       주양왕을 죽이고 태숙이 왕이 되면 됩니다.

 

       태숙은 주양왕의 동생이 되시오.

       능히 왕위에 오를 자격이 있소이다.

 

       우리와 손을 잡고 왕을 죽이면 그대의 딸은

       계속 왕후의 자리를 유지할 수 있소이다.


       주양왕을 죽여도 내 딸이 왕후가 된단 말이오?

       그렇소, 태숙太叔은 그대의 딸을 사랑하고 계시오.

 

       주왕을 쫓아내고 태숙을 왕으로 모신 후

       외후를 구출하여 예전처럼 국모로 받들겠습니다.

 

       이것은 진실로 적적赤狄의 적주狄主 께서

       천하에 의로운 일을 세우는 것이 되오.

 

적주狄主주양왕을 죽이고 태숙太叔 가 왕위를 차지하면

자기 딸 외후隗后는 저절로 왕후가 된다는 말에 안심하면서

천하의 의를 세운다는 말에 도자桃子의 제안을 수락하게 되었다.


       좋소, 태숙을 성안로 들어오라 하시오.

       내가 태숙에게 다짐을 받아야 하겠소.!

 

       호오, 태숙 어서 오시 오.

       자, 태숙은 이쪽 자리에 앉으시오.

 

       적주께선 저의 장인이 되시옵니다.

       사위가 장인에게 큰절을 올리나이다.


이에 적적赤狄의 수장인 적주狄主는 크게 기뻐했으며, 적군狄軍

즉시 일으켜, 기병 5천을 뽑아 적정赤丁을 대장으로 삼았고, 태숙

일행과 함께 출병하여 왕성이 있는 낙양성을 향해 진격해나갔다.

 

이런 급보에 주양왕周襄王은 매우 놀랐으며, 이때가 기원전 636

이면서 주양왕 16년이며, 진문공晉文公이 즉위한 그해의 가을이다.

 

       적적赤狄이 쳐들어오다니 어찌하면 좋겠소.

       주상. 신 대부 담백譚伯 이옵니다.

       적적赤狄이 쳐들어온 건 저 태숙의 농간이옵니다.

 

       신이 나가 적주를 만나 이야기하겠습니다.

       태숙이 외후와 불륜을 저지르다 도망갔다고

       사실대로 알려주고 물러가게 하겠나이다.

대부 담백譚伯은 사자가 되어 적군狄軍에게 갔으나, 적군 장수

적정赤丁은 잠시 이야기를 듣다가 담백을 죽이고는 시신을 돌려

보내면서, 적군狄軍을 휘몰아 낙양성까지 진격하여 진채를 세웠다.

 

       사자를 죽이다니 예의에 없는 짓을 하는구나.

       역시 오랑캐는 오랑캐로다.

 

       경사卿士 원백관原伯貫을 대장으로 삼고

       모위毛衛를 부장으로 임명하노라.

       병거 300승으로 적군을 물리치도록 하라.

 

군사를 이끌고 성 밖으로 나간 원백관은 왕사군은 보잘 것 없으며,

반면에 적군狄軍 용감하게 잘 싸운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돈거軘車를 서로 연결하여 견고하게 진채를 세워라.

       저들은 멀리서 왔기에 곧 돌아갈 것이다.

       지키기만 할 뿐 결코 나가 싸우지 마라.

 

적정赤丁이 여러 번 돌격하며 매일 싸움을 걸었지만 돈거軘車

서로 연결하고 지키기만 하는 왕사군의 진채를 돌파할 수 없었다.

 

       지키기만 할 뿐 결코 싸움에 응하지 않는구나.

       큰일이로다 어찌하면 돌파할 수 있는가.

       적정赤丁 장수, 나 도자桃子 .

 

       취운산翠雲山 정상의 잘 보이는 곳에

       높은 정자를 만들어 보이게 하며

       그 위에 천자를 표시하는 정기를 세우시오.

 

       용모가 비슷한 사람을 뽑아 태숙으로 분장시켜

       정자에서 술 마시며 노래와 춤을 추게 하시오.

 

       그리하면 틀림없이 왕사군이 공격할 것이오.

       적군狄軍을 취운산翠雲山에 매복시켜놓고

 

       주나라 왕사군이 공격해 가까이 다가오면

       정자에서 꽝과리와 북을 울리시오.

 

       좋소, 부장은 1000명을 거느리고

       취운산에 매복하고 대기하도록 하라.

 

​       아들 적풍자赤風子 . 5백 기의 기병으로

       너희는 주군 진영 앞에 가서 욕설을 퍼부어

       주군의 군사들을 격분시켜라.

 

       주군이 진영을 열고 싸우려고 달려 나오면

       너희는 일부러 못 이기는 척하고 도망치면서

       그들을 반드시 취운산 쪽으로 유인하라.

 

적정赤丁500여 명을 취운산翠雲山에 매복하도록 명령하고,

아들 적풍자赤風子를 시켜 왕사군 앞으로 가게 하였다.

 

       아들 적풍자赤風子 .

       어서 주군의 진채에 가서 화를 돋우어라.

 

       이놈들아, 취운산翠雲山에 주왕이 술 마시고 있다.

       너희 주왕더러 취운산에 올라가 술 마시자고 하여라.

 

       그럴 용기가 있느냐 없느냐.

       이놈들아 , 집강아지처럼 왜 나오지 않느냐.

 

망루에 올라가 적의 동태를 살펴보고 있던 원백관原伯貫은 진채

앞에서 떠드는 적군狄軍이 불과 500여 기 밖에 안 되는 걸 보았다.

 

부장 모위毛衛는 대장 원백관原伯貫이 나가 싸우려는 기색을

보이자, 급히 쫒아나가 안 된다면서 만류하고 나선다.

 

​       원백관原伯貫 대장님, 부장 모위毛衛 입니다.

       적인 들은 속임수가 많은 종족입니다.

       오로지 신중하게 지키고 있다가

       해이해진 다음에 나가 싸워야 합니다.

원백관原伯貫은 모위毛衛의 말에 출병하려는 생각을 거두었다.

자꾸만 시간이 흘러가자 적군의 병사들이 모두 말에서 내려

땅에 앉더니 주나라 진영을 향하여 모두 욕을 해대기 시작했다.

       주왕이라는 놈은 무도한 혼군 이라!

       저리 무능한 놈을 장수로 삼았구나!

 

       싸우지 않으려면 항복하던지

       항복하기 싫으면 나와 싸우기나 하던가?

       도대체 무얼 하자고 숨어만 있느냐?

 

       ​싸우지도 못하는 겁쟁이들

       아예 욕이나 실컷 하고 잠이나 자자,

 

적군狄軍은 아예 땅바닥에 드러누워 욕을 하는 군사들도 있었다.

원백관原伯貫이 더는 참지 못하고 진영의 문을 열라고 소리쳤다.

 

진채 문이 열리자 선두의 전차에는 금빛 투구에 비단 전포를 두르고,

자루가 긴 대도를 든 원백관原伯貫이 늠름하게 달려 나오고 있으며

그의 뒤를 따라 100여 승의 병거가 앞으로 돌진해 오고 있었다.

       빨리 말에 올라타서 적군을 막아라!

       한 사람도 물러서지 말라.

 

적정赤丁의 아들 적풍자赤風子가 황급히 말에 올라 장창을 꼬나 쥐고,

주군 대장 원백관原伯貫 앞을 막아서며 싸웠다.

 

       잘 나왔다, 이 겁쟁이 장수야.

       어린놈이 간땡이가 부었구나.

 

적풍자赤風子는 싸움을 시작한 지 10여 합이 지나자 못 당하는

척하며 돌아서더니 서쪽의 취운산翠雲山을 향해 달아난다.

 

       어린놈아 ,게 서지 않느냐.

       뭐 어린놈이라고 좋다 어서 덤벼라.

도망치던 적풍자가 말머리를 돌리며 원백관原伯貫과 또 싸우다가

몇 합을 교전하더니 다시 달아나곤 하면서 주나라 병사들을 점점

취운산 쪽으로 따라오게 하였다. 막상 가까이 쫒기게 되자, 다급히

말과 무기들을 무수히 버리고 취운산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적풍자를 반드시 찾아내라.

       이곳을 샅샅히 뒤지도록 하라.

 

       원백관原伯貫 장수님, 저길 보십시오.

       아니, 태숙이 술을 마시고 있구나.

 

       저 역적놈의 목은 이제 내 손에 달려 있도다!

       자, 모두 산꼭대기 정자로 쳐들어 가자.

 

원백관은 달아난 적풍자赤風子를 찾으려 주위를 살피는데

취운산 정자에서 술을 마시고 있는 태숙을 발견했으며, 자세히

보니 용이 새겨진 천자의 붉은 깃발이 바람에 나부끼고 있었다.

 

       저 역적놈이 한가하게 술을 마시고 있다니

       저 역적놈 태숙을 잡아 끌고 가자.

 

원백관原伯貫이 주군을 이끌고 취운산을 한창 오르고 있을 때

갑자기 굵은 통나무와 바위들이 비 오듯이 밑으로 굴러 떨어졌다.

 

       요놈들 감히 어디를 오르려고 하느냐.

       요놈들을 모두 사로잡아라.

 

갑자기 함성이 울리더니 산등성이에서 매복하고 있던 한 떼의

적병들이 나타나 다가오며 빠져 나갈수 없도록 포위하고 있었다.

       포위당했다. 어서 빠져나가라.

       이놈들아, 어딜 도망가려 하느냐.

 

       원백관原伯貫 장수는 이리로 오시오!

       이 태숙이 살려주겠소.

 

       아니 산 꼭대기에서 언제 내려왔는가.

       원백관原伯貫 장수, 나는 여기서 기다리고 있었소.

 

       아니 그럼, 산꼭대기 퇴숙은 누구요.

       허허, 나중에 알으켜 주리다.

 

간담이 서늘해진 원백관原伯貫이 적의 계략에 빠진걸 알았을 때는

이미 군사들과 함께 포로가 되어 꽁꽁 묶여있었다.

 

       적풍자赤風子 장수님, 포로로 잡은 주군과

       노획한 병거와 말이 셀 수 없을 만큼 많습니다.

       좋다, 모두 다 본대로 끌고가라.

 

마침 적군의 포로가 되지 않고 도망쳐나온 주나라 군사가 있어

그가 영채로 돌아와 패전 소식을 부장 모위毛衛에게 알려주었다.

 

모위毛衛는 오로지 진영을 굳게 지키는 한편으로 사람을 주왕에게

보내어 패전의 소식을 전하고 증원군을 보내 달라고 요청했으나

주양왕은 지원군을 더 보내 줄 수 없어 안타까워 하였다.

       적주狄主 , 퇴숙이옵니다

       오늘 싸움에서 원백관이 사로잡혔으니

       모위는 필시 간담이 서늘해 졌을 것입니다.

 

       지금쯤은 많이 당황하고 있을 겁니다.

       오늘 깊은 밤에 기습하여 공격한다면

       모위毛衛도 사로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

 

       ​좋소, 그렇게 합시다.

       모두 밥을 일찍먹고 일찍부터 자도록 하라.

 

적정赤丁은 비밀리에 야습을 감행한다는 령을 내렸으며, 이윽고

자정이 넘게 되자 보군 천여 명을 직접 인솔하여 주군에 접근했다.

 

       모든 돈거軘車에다 불을 붙여라.

       굵은 밧줄과 쇠사슬을 끊고 진채로 공격하라.

 

준비해 간 많은 갈대를 돈거軘車에 쌓고 불을 붙였으며, 삽시간에

불길이 번져나가며 온 진영 안은 온통 아수라장이 되었다.

 

밖에서 기다리던 적군의 정예 기마병이 주나라 진채 안으로 쇄도해

들어오자 주나라의 군사들은 결코 당해내지 못하고 괘멸되었다. 

 

       모위 야, 나 태숙이 보이지 않느냐.

       모위는 빨리 수레에서 내려 항복하지 않고

       어디로 도망가려고 하느냐?

모위毛衛는 황망하게 다니다가 태숙이 휘두른 창에 찔려 병거에서

떨어졌으며, 순간적으로 적군이 달려들어 포박을 지웠다.

 

적군狄軍은 주나라 군사들과의 싸움에서 크게 이기고 여세를

몰아 함성을 지르며 진격하여 낙양성을 포위하였다.

       주상, 대부 부신富辰 이옵니다.

       주상, 고정하시옵소서.

       좋은 방도를 찾아야 하옵니다.

 

주양왕周襄王은 두 명의 장수가 적군에게 포로가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크게 불안에 하면서 부신富辰을 보며 말했다

 

       일찍이 그대의 말을 듣지 않아

       화가 여기까지 미치게 되었도다.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겠는가?

 

       주상, 이미 지나간 이야깁니다.

       주상, 빨리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이제 낙양성은 성을 지킬 군사도 부족하게 되자, 매우 어렵게 된

왕실의 조정은 대책을 세우느라 긴급하게 회의를 열게 되었다.

 

254 . 천자는 왜 떠도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