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안) 열국지 201∼300 회

제 255 화. 진문공, 패업을 도모하는가.

서 휴 2022. 11. 1. 14:58

255 . 진문공, 패업을 도모하는가.

 

주양왕周襄王은 봉씨封氏 형제의 서로 아끼는 모습을 보며, 부럽고

처연한 마음이 되어 자기 처지를 한탄하면서 눈물을 흘리었다.

 

       주상, 신 대부 좌언보左鄢父 이옵니다.

       주상 너무 슬퍼하지, 마시옵소서.

 

       저희 선조이진 주공 단은 성인이셨지만

       살아 계실 때 골육의 난을 당하시어

       그 친동생 관숙을 죽이기도 하셨나이다.

 

       주상, 먼저 해야 할 일이 너무나 많습니다.

       이 어려움을 천하의 제후들에게 알려

       제후들이 헤아려 돕도록 만드는 일입니다.

 

       으흠, 그래, 그렇도다.

       어서 칙서를 만들도록 하라.

주양왕周襄王이 즉시 다음과 같은 칙서를 써서 제, , ,

, , , 나라 등에 밀사를 보내기로 하였다.

 

       짐이 부덕하여 모후가 총애하는 동생 대에게

       죄를 얻어, 왕도를 떠나 정나라 범땅에

       나와 있음을 천하의 제후들에게 알리노라!

       제후들은 하루속히 짐을 구하라!

 

칙서勅書를 가지고 사자가 출발하려 하자, 대부 간사보簡師父

주양왕周襄王에게 다음과 같이 간하게 된다.

 

       주상, 어느 제후가 도울 것으로 생각하시나이까?

       대부 간사보簡師父의 생각은 어떠한가?

 

       주상, 지금 제후 중에서 방백에 뜻을 둔 사람은

       오로지 진백秦伯과 진후晉侯 뿐일 것입니다.

 

       어찌하여 그리 보는가?

       진나라는 건숙, 백리해, 공손지 등

       여러 어진 신하들이 정사를 돌보고 있어.

       국세가 날로 번성해 나가고 있습니다.

 

       또한, 나라도 호언, 조쇠, 서신 등의

       어진 신하들이 정사를 맡고 있사옵니다.

 

       두 나라의 현신들은 필시 군주에게 천자를

       잘 모셔야 한다며 권할 것으로 볼 수 있사오나?

       다른 나라는 아마도 기대하기가 어려울 것입니다.

 

​       허 어, 옳은 말이로다.

       두 나라는 두 대부가 직접 가도록 하라.

 

주양왕周襄王은 즉시 옳다고 판단하고, 간사보를 진나리에

그리고 좌언보를 진나라로 직접 찾아가 구원을 청하게 했다.

 

       허 허, 천자가 쫓겨나 범땅에 있다는 말인가.

       허 어, 천자가 적적赤狄이 우리 정보다

       못하다는 걸 이제야 깨달은 모양이로구나!

이때 정문공鄭文公은 그날로 천자가 있는 범땅으로 공사工師

보내어 임시거처를 짓게 하고, 주양왕을 우선으로 옮겨 살게 했다.

 

       아니다. 내 친히 범땅에 찾아가 기거하면서,

       천자에게 필요한 일체를 보살펴 주도록 하겠노라.

 

       또한, 관리들은 천자가 지내는데 부족함이 없도록

       거마車馬와 양식 등을 후하게 주도록 하리라.

 

주양왕周襄王은 정문공鄭文公의 사려 깊은 도움을 받게 되자,

정문공鄭文公의 얼굴을 볼 때마다 무참한 기색이 되곤 하였다.

 

또한, 와 송등의 여러 제후도 역시 문안 사절과 함께

음식을 준비하여 바쳤다. 그러나 위나라 위문공衛文公 만은

천자에게 아무런 사절을 보내지 않았다.

       위후衛侯가 머지않아 죽겠구나!

       제후에게 왕이란 마치 나무의 뿌리와 같고

       강물에는 그 근원과 같다고 하리라.

 

       그 뿌리가 없는 나무는 말라 죽을 것이며

       물의 근원이 없으면 강은 반드시 마르게 되니,

       위후衛侯가 어찌 죽지 않을 수 있겠는가?

자가 문중文仲 인 노나라 대부 장손신臧孫辰은 위문공衛文公

천자를 위문하는 사절을 보내지 않았다는 소식을 듣게 되자, 몹시

놀랐고 한탄하면서 말한 것이다.

 

장손신臧孫辰의 말처럼, 주양왕 역시체면을 몹시 손상당하는

일이었으며, 그리고 또한 주양왕周襄王을 위해 돕겠다면서

스스로 움직여주는 제후의 소식은 하나도 없었다.

 

       그때가 주양왕周襄王 재위 16년이며

       진목공秦穆公 24년이고, 진문공晉文公이 군위에 오른

       해로써, 기원전 636년의 겨울인 10월의 일이었다.

 

한편 이제 막 군위에 올라 새로이 안정을 찾아가던 진나라에

찾아간 왕실의 대부 간사보簡師父가 주양왕의 명을 전하며

구원을 요청했다. 그러나 진문공晉文公은 이때 진晉나라가

처한 사정을 잘 아는바 도울 자신이 없었다.

 

       ​천자가 어려워 구원을 청하는바

       어찌하여야 하는지 의견을 말해 보시 오.

 

       주공, 이제까지 중원 일에 관여한 적이 없었나이다.

       진헌공 때 증강 시켜놓은 군사력도

       진혜공 대를 거치면서 많이 약화 되었사옵니다.

 

       우리는 오랜 내란이 이제 겨우 종식되었을 뿐,

       중원의 일에 신경을 쓸 여유가 없습니다.

 

       또한, 중원으로 가는 길목도 여러 적족狄族

       융족戎族들이 가로막고 있사옵니다.

 

       더욱이 이번 일은 단순히 왕실 문제보다도

       적적赤狄과 일전을 벌여야 합니다.

 

       지금 우리 진나라 군사력으로 과연

       적적赤狄을 이길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그렇소, 옳은 말이라고 보오.

       더욱 나라를 안정시키고 국력을 더욱 키워

       차제에 나서는 것이 좋을 것으로 보이오.

 

       주공, 신 호언狐偃 이옵니다.

       옛날에 제환공이 능히 제후들을 거느릴 수 있었던

       일은 오로지 왕실을 잘 받들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지금 우리 진晉은 근자에 군주가 자주 바뀌자

       백성들은 그 일을 당연하다고 여기고 있으며

       군신 간에 지켜야 할 대의도 모르고 있습니다.

 

       주군께서 태숙 대를 토벌하고 주왕을 복위시켜

       백성에게 군주는 절대 둘이 아니라는 것을

       사실로 인정하도록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저희 선조이신 문후文侯께서 주왕을 보좌한 공훈과

       진무공晉武公께서 진의 공적을 천하에 빛내신 위업을

       이번에 한 번의 의거로 이룰 수 있습니다.

 

호언狐偃은 기원전 679년에 진무공晉武公이 다시 진나라를

통일시키며 주리왕周釐王에게 군주로 인정받은 일을 말하였다.

 

그 후에 진무공晉武公은 주변을 정벌하여 국토를 넓혔으며

또한 열국의 대열에 서게 된 빛나는 공적을 이루었다.

 

       주공, 우리가 왕실의 구원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진나라가 필시 이를 받아들일 것이며

       방백方伯은 자연히 진백秦伯이 차지할 것입니다.

 

       주공, 세상은 어려울 때일수록

       좋은 일과 어려운 일이 함께 찾아오나이다.

 

       ​허 어, 참 어려운 일이로다.

       태복太卜 곽언郭偃은 구복龜卜점을 쳐보시오.

 

       주공, 신 태복太卜 곽언郭偃이 아뢰나이다.

       이는 크게 길할 징조입니다.

 

       이것은 황제黃帝가 판천阪泉에서 치우蚩尤

       싸워 크게 이기는 괘입니다.

 

여기에서 이해를 돕기 위하여 황제黃帝와 치우蚩尤가 판천阪泉

에서 크게 싸웠던 내용을 잠시 알아보고 가도록 하자.

 

       삼황오제三皇五帝 때 농사짓는 법을 가르친 임금은

       염제炎帝 인 신농씨神農氏 였다.

 

       신농씨神農氏에게는 두 신하가 있었다.

       황제黃帝 헌원씨軒轅氏 와 치우蚩尤를 말한다.

 

       황제黃帝는 최초로 달력을 만들어 사시四時 사철의

       절기를 알고 오곡의 씨앗을 만들어 나누어 주었다.

 

       이를 반대한 치우蚩尤는 그 생김새가 뱀의 몸에

       황소의 머리를 하고 있으면서 인류 최초로

       병장기를 만들어 사용하는 전쟁의 신이었었다.

 

       치우蚩尤는 공상空桑 나무를 베어 태양을 가려

       세상을 암흑세계로 만들었으며

 

       풍백風伯과 우사雨師 라는 두 부하를 거느리고

       바람과 폭우를 내려 황제黃帝와 싸웠다.

       황제黃帝는 맹수 부대로 치우蚩尤를 토벌하려 했으나

       풍백과 우사 때문에 이길 수가 없었다.

 

       이에 황제黃帝는 익룡翼龍의 딸인 여신 발

       하늘로부터 불러 내렸으며, 이에 여신 발

       비가 오지 않는 가뭄을 일으켜 치우蚩尤와 싸웠다.

       그러나 여신 발은 머리 꼭대기에 눈이 달려 있는바

       자기가 어디로 가는지도 몰랐고

       사람들이 가뭄으로 죽어 가는지도 몰랐다.

 

       결국 치우蚩尤는 가뭄으로 말라 죽게 되었고

       여신 발은 벌을 받아 하늘로 돌아가지 못하고

       서북으로 추방당하자 그곳은 순식간에

       풀 한 포기 없는 사막이 되어 버리고 말았다.

 

위의 이런 내용에 대해 사마천의 사기史記에서는 누군가 꾸며낸

이야기라며 전혀 인정하지 않으면서 취급도 않했다.

 

호언狐偃이 주장하는 바에 따르면 이번 거사는 진무공晉武公

을 계승하는 것이며 진나라의 정통성을 정립하자는 뜻이다.

 

       주공,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주공께선 왕실의

       빈자리를 보충하고 천자의 환난을 극복해 주며

       천하 백성의 교화를 성취하는 것이 되옵니다.

 

       주공, 어찌 청사靑史에 빛날 일이 아니겠습니까.

       우리 진나라가 천하를 호령하느냐,

       못 하느냐는 이 한 번 거사에 달려 있사옵니다.

 

       주공께 의심하여 망설이지 마시고

       천하를 위하여 군사를 일으키십시오.

 

       우리 진나라는 이제 겨우 안정을 찾고 있소.

       과인이 어찌 이 큰일을 감당하겠는가?

 

       주공, 주나라 왕실이 이미 쇠하기는 했지만

       천명은 아직 바뀌지 않았나이다.

 

       오늘날의 왕은 옛날의 제에 해당합니다.

       출병한다면 태숙太叔 의 난은 평정할 수 있습니다.

 

호언狐偃의 설득에도 진문공晉文公은 이제 겨우 극예와 여이생의

반란을 진압했을 뿐으로 아직 진 나라 내부는 안정되었다고

볼 수 없다면서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병사를 모아 출전하였다가 또 다른 모반이 발생할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너무 앞섰기 때문이었다.

 

       어서 오시 오. 태복太卜 곽언郭偃께서는

       이번 일이 길한지 흉한지 점을 한번 쳐주시오.

 

       주공, 구복龜卜점 괘가 나타난 바로는

       크게 길한 것으로 나오고 있나이다.

 

       그래도 안심이 안 되는구나.

       어서 태사太卸 를 불러보라.

       주공, 태사太卸 는 이미 죽었사옵니다.

 

       허 어, 그렇소. 그렇다면 태복太卜 곽언郭偃께서

       시초점蓍草占을 한번 쳐보시오.

 

       주공, 신 곽언이 시초蓍草 점을 쳤사옵니다.

       어떻게 나왔는지 말해보시오.

 

       주공, 건하乾下, 리상離上

       대유大有의 를 얻었나이다.

 

대유大有는 주역 64괘 중 14번째인 건하乾下, 리상離上은 한낮의

태양을 가리키는 화천대유火天大有의 괘로, 구삼九三인 효

점사占辭는 공용형우천자公用亨于天子로 소인불극小人弗克 으로

제후가 천자에 조공을 드리니, 소인은 싸워도 이기지 못한다, 이다.

 

       다시 그 세 번째 효가 움직여 태하兌下

      리상離上의 규라는 변괘變卦를 얻었나이다.

 

는 주역 64괘 중 며느리와 시어머니를 가리키는 화택규火澤睽

의 괘는 불이 타서 위로 오르고, 연못은 흘러 아래로 내리니,

두 여인이 동거하면서도 그 생각은 서로 다른 것과 같다.

 

·하의 중효中爻가 바로 응해 있어서, 내면에서는 일치함을

나타내고 있으므로 규는 작은 일을 행하는 데 길한 것이다.

 

       허 어, 도무지 알 수 없는 말이로구나.

       신 곽언郭偃이 점괘를 풀이하겠나이다.

 

       대유大有는 구삼九三이며, 효사爻辭

       공용형우천자公用亨于天子의 효인데

       이는 싸워 이겨 천자와 같이 누리리라!’입니다.

 

       또한, 은 하늘이고 리는 태양을 가리키니

       이는 해가 하늘로 떠올라 온 세상의 만물을

       밝게 비춰준다, 라는 뜻이 되옵니다.

 

       건이 변하여 태가 되고

       태가 변하여 택이 되어

       규는 즉 화택규火澤睽 라는 변괘變卦가 되었습니다.

 

       즉 택이 밑에 있다는 것은 당연히 태양이

       비추는 빛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 되며

 

       이것은 천자의 은혜가 우리 진나라에

       다가와 있음을 알려주는 뜻이 되옵니다.

 

       주공, 어찌하여 더 의심할 수 있겠나이까?

       주공, 이보다 더 좋은 점괘는 없사옵니다.

 

256 . 진문공 수장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