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안) 열국지 201∼300 회

제 254 화. 천자는 왜 떠도는가.

서 휴 2022. 10. 30. 21:59

254 . 천자는 왜 떠도는가.

 

적적赤狄의 적군狄軍이 낙양성을 에워싸자 다급해진 왕실의 조정은

대책을 세우느라 회의를 열게 되며 각자 한가지씩 안을 내놓았다.

 

       주상, 소공召公 입니다.

       적군狄軍의 세가 흉맹하여 싸우기 어렵습니다.

 

       왕께서는 잠시 가까운 제후국에 몸을 피하신 후

       제후들의 도움을 받아 적군을 물리쳐야 합니다.

       주상, 주공周公 이옵니다.

       우리의 군사가 비록 패하였으나?

 

       성안의 백성과 문무백관이 가솔을 동원하여

       성을 의지하고 싸우면서 막아내야 합니다.

 

       어찌하여 가볍게 사직을 버리고

       제후들에게 목숨을 맡기려 하십니까?

 

       주상, 소공召公 입니다.

       부족한 군사로 싸우자는 것은 매우 위태롭습니다.

 

       주상, 이번의 화는 모두 외후로 인해 생긴 일입니다.

       먼저 외후를 죽여 정의를 밝히신 후에

       성을 굳게 지키면서 제후들의 구원군들이

       오기를 기다리며 버티시면 어떠시겠는지요.

       짐이 불명하여 스스로 화를 불러들였도다.

       태숙의 일로 태후께서 병이 나셨도다.

 

       내가 잠시 이 자리를 피하여

       태후의 마음을 위로하고자 하노라!

 

       만약 백성들이 짐을 잊지 않고 있다면

       천하의 제후들이 군사를 일으켜 짐을 도울 것이다!

 

       과인의 말을 주공과 소공은 들으시오.

       적군狄軍 쳐들어온 것은 외후隗后 때문이오.

 

       태숙太叔이 만약 외후隗后를 취하더라도

       나라 안의 사대부들로부터 비난이 쏟아진다면

       무서워 왕성 안에 거주하지는 못할 것이오.

 

       과인이 제후의 도움 받아 다시 돌아올 때까지

       두 분 경들께서는 낙양성을 잘 지켜 주시 오.

       주상, 명심하고 기다리겠나이다.

       과인이 대부 부신富辰에게 묻겠소.

       우리 왕실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제후국은

       오로지 정, , 세 나라인데

       어느 나라로 몸을 피하는 것이 좋겠소?

 

       주상, 나라는 국세가 너무 약하옵고,

       진나라는 이제 겨우 군주가 세워진지라

       우리를 돌볼 여유가 없을 것입니다.

 

       정나라로 가시는 편이 좋겠나이다.

       정鄭 나라는 짐이 일찍이 ​​적적赤狄

       원병을 청하여 정鄭 나라를 치게 하였도다.

 

       정나라가 원한을 품고 있지 않겠는가?

       신이 정鄭 나라로 가시라고 권하는 바는

       정鄭 나라에 가는 것이 옳기 때문입니다.

 

       정鄭 나라의 선조는 주 왕실에 많은 공을 세웠습니다.

       후손들도 그 일을 지금까지 잊지 않고 있습니다.

 

       옛날 적적赤狄 시켜 정나라를 토벌하게 하였는데

       그 일로 해서 정鄭 나라는 불평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그 후로는 정나라는 적나라가 왕실을 배반하여

       그 순리가 자명해지기를 기다렸다고 할 수 있나이다.

 

       일이 이리된 지금 정나라로 몸을 피하신다면,

       정나라는 필시 기뻐하며 맞이할 것입니다.

       결코, 원한을 품고 주상을 거절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주양왕周襄王은 딴 마음을 품고 있는 서모인 해후에게 효성을

지극히 다 하고 있었으며, 이때 부신富辰의 말을 곰곰히 따지다가

옳다고 이해하면서 나라로 몸을 피하기로 결정 했다.

 

       주상, 부신富辰이 다시 주청을 드리옵니다.

       왕께서 무사히 탈출하지 못할까 심히 걱정됩니다.

 

       왕께서 적군의 예봉을 뚫고 성 밖으로 나가시려면

       적군狄軍은 온 힘을 다해 앞을 막을 것입니다.

 

       신이 가솔을 이끌고 적군狄軍과 결전을 벌이겠으니

       왕께서는 그 틈을 이용해 성 밖으로 탈출하십시오.

부신富辰은 즉시 그의 형제와 자식들과 가문의 종족들을 전부 불러

모아, 가까스로 겨우 5백여 명을 모을 수 있었다.

 

       우리 종족들은 왕실에 충성과 의리를 다해왔소.

       이제 왕께서 위험에 처하게 된바, 우리는

       목숨 바쳐 왕을 구해야 할 것이 아니겠소.

 

       우리는 모두 성문을 열고 나가 적군狄軍

       진채를 향해 공격하여 그들의 시선을 끌어

       왕이 달아나도록 목숨을 바쳐야 하오.

 

부신富辰이 싸우는 사이에 주양왕은 간사보簡師父와 좌언보左鄢父

10여 신하들의 호위를 받으며 왕성을 탈출하여 달려나갔다.

 

       적정赤丁이 이끄는 적군의 본대에 포위당한

       부신富辰과 그의 일족은 용기백배하여 싸웠으나

       수많은 적군狄軍에게 살상당하고 있었다.

 

부신과 일행들은 이윽고 적병의 칼에 맞아 쓰러져 죽고 있었으며

부신도 부상하자, 태숙太叔과 도자桃子 두 사람이 다가왔다.

 

       그대의 충성심은 천하가 다 아는 바이오.

       빨리 항복하여 우리와 함께 나라를 이끕시다!

       나 부신이 누차 왕에게 간했으나,

       왕이 듣지 않아 일이 여기에 이르렀도다.

 

       내가 이곳에서 싸우다가 죽지 않는다면

       왕과 백성은 필시 나를 원망할 것이다.

부신富辰이 다시 온 힘을 다하여 싸움을 시작하여 더 싸우다가

힘이 다하여 죽었다. 그와 함께 죽은 종족들은 300여 인에 달했다.

이에 한 사관이 시를 지어 이를 노래했다.

 

       用夷凌夏豈良謀 (용이능하개량모)

       오랑캐를 불러 중원을 쳤으니 좋은 계책이라 하겠는가?

 

       納女宣淫禍自求 (납녀선음화자구)

       적녀를 불러와 음행했으니 스스로 화를 불러들인다고

 

       驟諫不從仍死戰 (취간부종냉사전)

       아무리 간해도 듣지 않아 종내에는 싸움에 나가 죽으니

 

       富辰忠義播春秋 (부신충의파춘추)

       부신의 충성과 의리는 춘추에 빛나는도다!

부신富辰이 처참하게 죽는 사이에 주양왕 일행이 낙양성을 빠져나간

사실을 알게 된 태숙은 손쉽게 성문을 향해 열라고 외쳐대었다.

 

​       다 죽기 전에 성문을 여시오?

      우리 주공과 소공은 성문을 못 열겠소.

 

       우리는 성문을 열어 태숙을 맞이하고 싶지만

       적군이 백성을 노략질하지 않을까 걱정되오.

       감히 명을 받들지 못하겠으니 알아서 하시오.

 

       적정赤丁 장수, 어찌하면 좋겠소?

       적정赤丁 장수, 성밖에만 주둔해 주시오.

 

       ​그리하면 부고에서 재물을 꺼내 사례하겠소.

       좋소. 그리하도록 하시오.

 

적정赤丁이 이를 허락하자, 태숙이 성안으로 들어가 먼저 냉궁에

갇혀있던 외후를 구해내고, 두 사람은 병상에 누워 있는 태후를

급히 찾아가 위로했다.

 

       어마마마, 일어나셔야 하옵니다.

       오호, 기쁜지고. 내 아들이 주상이 되다니

       이제야 내 소원이 이뤄졌구나.

 

뜻밖에 태숙을 보게 된 태후는 어쩔 줄 몰라 하면서 너무나

기뻐하면서 크게 한번 웃더니 그만 숨이 넘어가 죽고 말았다.

 

       소동이 어디 있느냐, 어서 당장 잡아 오너라.

       소동은 이미 우물에 빠져 죽었나이다.

 

태숙은 거짓으로 태후의 유명이라 선포하고, 스스로 왕위에 오른

후에 외후를 왕후로 삼아 조당을 열어 군신들의 하례를 받았다.

 

태숙은 주나라의 부고를 열어 적군에게 많은 예물을 주고, 적정과

약속을 지켰으므로 주군은 물러가게 되었다. 그후에 태후의 상을

치렀다. 이에 나라 안의 사대부들이 노래를 지어 비난하였다.

 

       ​暮喪母旦娶婦 (모상모단취부)

       저녁에 모친이 죽었는데 아침에 아내를 취하는구나.

 

       婦得嫂臣娶后 (부득수신취후)

       아내는 형수이며 임금의 부인을 취한 것이로다.

 

       爲不慚言可醜 (위불참언가추)

       부끄러움을 모르니 가히 짐승이라 부르리라.

 

       我與爾左右 (아여이좌우)

       누가 쫓아내리 우리가 쫓아내야 하리라?

 

태숙은 성안에 퍼지고 있는 노래를 전해 듣고 사대부들과 백성이

복종하지 않으면서 혹시 변란이라도 일어날까 몹시 두려워했다.

 

       외후隗后, 아무래도 낙양성은 불안하오.

       왕성 안의 국사는 주공과 소공에게 맡기고

       우리는 온땅으로 거처를 옮깁시다.

 

       주상, 온 이 어디에요.

       낙양洛陽에서 동쪽 약 60km 떨어져 있소.

       이제부터 그곳을 왕성으로 정합시다.

 

태숙은 온 땅의 작은 궁실을 크게 수리하고 더 지으면서 매일

외후隗后항상 붙어있으면서 음락을 즐겼다. 

 

또한 국사는 주공과 소공 두 사람에게 모두 맡겼으므로, 비록

왕이라고는 하나 명색뿐으로 백성들이나 신하들과는 한 번도

접견하지 않는 이상한 왕이 되어 있었다.

 

       주상, 경사卿士 원백관原伯貫이 옥을 탈출했사옵니다.

       뭐라고, 어서 빨리 잡아들이라고 전하라.

 

경사卿士 원백관原伯貫은 감시가 허술한 틈을 타서 감옥을 탈출하여

자기의 영지인 원성原城으로 도망쳤으나 잡으러 오는 사람은 없었다.

원성原城은 지금의 하남성 제원현濟源縣 북쪽 약 10km 지점이다.

 

한편 주양왕周襄王10여 명의 신료 일행은, 부신富辰과 그 일족은

물론이며 그의 문중 사람들까지 처참하게 죽어가며 적군狄軍

싸워주는 사이에 겨우 낙양성을 탈출하여 정신없이 달려갔다.


       유달리 대나무가 많은 곳이로구나.

       공관이라고는 없는 곳이겠구나.


       여기가 어디인가.

       저 지나가는 사람에게 물어보아라.

 

       여보시오. 이곳이 어디요.

       이곳은 정鄭 나라 영토인 범땅이옵니다.

 

       범땅은 어디쯤 되오.

       대나무가 많아 죽천竹川 이라 불리는 곳이며

       정나라의 신정新鄭 보다도 훨씬 남쪽에 있습니다.

 

       허 어, 아니 신정新鄭으로 간다는 것이

       허 어, 이곳 범땅까지 왔단 말인가.

 

주양왕周襄王은 얼마나 정신없이 달아났었는가를 알게 되었으며,

나라 신정新鄭으로 간다는 것이 엉뚱한 범 땅에 온 것이다.

땅은 지금의 하남성 양성현襄城縣 안에 있는 곳이다.

 

       왜 초楚  나라로 가시려 합니까.

       이곳은 초楚  나라와 가깝습니다.

 

       아니 오, 우리는 정 나라의 수도인

       신정으로 가려다 길을 잘못 들었소.

 

       소인은 봉씨封氏 라는 농부입니다.

       머물 곳이 없으시면 저의 집 초당을 빌려 드리겠소.

       그렇소이까, 정말 고맙소.

 

주양왕周襄王 일행은 수레를 멈추게 하고 봉씨封氏 라는 농민의

초당을 빌려 임시로 그곳에 머물기로 하였다.

       잠시 물어보겠소.

       보아하니 높은 관직에 계신 것 같은데

       혹시 무슨 벼슬을 하고 계시는지요?

       우리는 주나라 천자를 모시고 있소.

       나라 안에서 반란이 일어나 잠시

       몸을 피하여 이곳까지 오게 되었소!

       참말로 정말이시옵니까?

       아이쿠, 소인의 죄를 용서하시옵소서.

 

       허허, 괜찮도다. 무릎 꿇지 말고 일어나도록 하라.

       선선하게 거처를 마련해주니 고맙기도 하도다.

 

봉씨封氏가 매우 놀라면서 머리를 땅에 조아리고 자기가 몰라본

죄를 용서해 달라고 빌면서 다음 말을 이어나갔다.

 

       저희 동생이 어젯밤 꿈속에 붉은 해가

       초당을 비추는 꿈을 꾸었다고 저에게 말했는데

       지존하신 천자께서 우리 집을 방문하셨나이다.

 

       동생아, 어서 쫓아와 인사 올리어라.

       지엄하신 천자를 뵙게 되어 영광이옵니다.

       허 어, 괜찮도다. 오히려 과인이 고맙도다.

 

봉씨封氏가 즉시 동생을 불러 알현시키고는 집에 있는 염소를 잡아

성심껏 저녁을 준비하게 했다.

 

       그대의 동생은 어떤 사람인가?

       소인의 계모가 데려온 동생이 되옵니다.

 

       소인과 이 집에 같이 살면서 한솥밥을 먹으며

       사이좋게 농사도 지으면서

       우리 형제는 계모님을 봉양하고 있습니다.

       허허, 그러하구나.

       그대 농부 형제도 이렇듯 화목하게 지내는데

       짐은 귀한 천자의 몸이 되었으면서도

 

       오히려 어머니와 동생으로부터 해를 입어

       도망 다니는 처지가 되었으니

       아, 진실로 그대 형제에게 부끄럽게 보이는 구나!

255 . 진문공, 패업을 도모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