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안) 열국지 201∼300 회

제 249 화. 자기 공을 스스로 말해야 하나.

서 휴 2022. 10. 18. 15:02

249 . 자기 공을 스스로 말해야 하나.

 

진문공晉文公은 경정慶鄭과 칠여대부七閭大夫 등과 억울하게

죽은 충신들의 무덤을 개장하여 모두 비를 세워 위로하였다.

 

      주공. 호언狐偃이 아뢰오.

      순식荀息은 지난날 선군과의 약속을 지키려

      해제奚齊 탁자卓子의 난에 죽긴 하였으나

      그의 충절은 가상하옵니다.

 

      옳은 말이오. 순식荀息의 아들 순림보荀林父에게

      대부 벼슬을 주도록 하시오.

      그리고 원로대신 호돌狐突의 묘를 개장하시오.

 

진문공晉文公은 너무나 원통하게 죽은 외할아버지인 호돌狐突의

묘를 개장하며 너무나 슬퍼하였으며, 호모狐毛와 호언狐偃 형제

또한, 눈물을 흩뿌리면서 큰소리를 내며 슬프게도 우니, 이에 모든

대부가 함께 모여 고개 숙여 절을 하며 눈물 흘리었다.

 

     진양 땅 마안산 馬鞍山에 사당을 세우라.

     이제 마안산馬鞍山을 호돌산狐突山으로 부르라.

 

진문공晉文公은 민심이 수습되면서 나라의 기강이 확립되자,

그동안 공적을 쌓은 유공자들에게 포상을 시행하기로 공표한다.

   

      논공행상 論功行賞의 기준은 다음과 같도다.

      1등 공신: 19년간 함께 망명한 신하

      2등 공신: 국내에서 귀국을 힘써준 신하

      3등 공신: 귀국 시 항복하고 영접한 신하

 

진문공晉文公은 또 1, 2, 3등 공신功臣 중에서도 공로의 경중을

가려냈으며, 다시 상을 상하로 나누어 포상을 시행하였다.

이때 포상을 받은 공신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등 공신

      상급 : 조쇠趙衰, 호언

      차급 : 호모狐毛, 서신胥臣, 위주魏犨, 선진先進,

      호사고狐射姑, 전힐顚頡 외 다수

 

      2등 공신

      상급 : 난지欒枝, 극진郤溱, 난순欒盾, 극곡郤穀

      차급 : 주지교舟之僑, 기만祁滿 외 다수

 

      3등 공신

      상급 : 극보양郤步揚, 한간韓簡

      차급 : 양유미梁繇糜, 가복도家僕徒, 도격屠擊,

      극걸郤乞, 선멸先篾, 외 다수

 

논공행상의 내용을 살펴보면, 진문공晉文公을 따라 함께 고생하며

유랑했던 가신들의 입지가 크게 강화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제 진나라의 권력 핵심은 모두

      망명파인 가신단이 차지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포상은 원만하게 진행되었으며, 명단에 빠진 사람을

염려하여, 강성絳城의 성루城樓에 조서調書를 내어 걸었으며

누구나 보게 하여 자진 신고하고 찾아오기를 바랐다.

 

      공로가 있는 자로서 상을 받지 못한 자가

      있다면 자진하여 신고하도록 하라.

      빠진 자는 별도로 포상을 시행하겠노라.

 

19년의 유랑생활과 망명 생활을 끝내고 돌아와 진문공晉文公

되자마자, 또 극예郤芮와 여이생呂飴生의 난을 겪으며, 많은

회생이 따르고 살아남은 자는 그 공이 컸으므로 혹여 명단에

빠진 자를 찾기 위해서였다.

 

      내가 주공을 19년 동안이나 곁을 지키며

      궂은일을 도맡아 하지 않았는가.

 

      나는 당연히 큰 상을 받아야 하지 않겠는가.

      내가 포상에서 빠진 건 뭔가 크게 잘못되었도다.

 

강성絳城의 성루에 걸린 조서를 보고 맨 먼저 쫓아온 사람은

바로 진문공晉文公의 가노家奴 인 호숙壺叔 이었다.

 

호숙壺叔은 공신 명단에 넣어주지 않은 것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어 너무나 억울하다며, 진문공晉文公을 찾아가 호소하였다

      주공께선 유랑할 때의 노고에 보상하는 상을

      다른 사람에게 내리시면서

 

      유독 저에게만 내리지 않으신 이유는

      혹시 신에게 무슨 다른 죄가 있어서입니까?

 

      주공, 은 포읍蒲邑 에서부터

      한시도 떨어지지 않고 따라다녔으며

      오늘날까지 주공을 모시고 있사옵니다.

 

      1만여 리가 넘는 길을 주공을 따라 유랑하며

      발바닥이 찢어지고 많이 굶기도 하였습니다.

 

      한시도 편안한 잠을 자지 못하며 주공을 모셨사온데

      주공께선 공신 명단에 신만을 빼놓으셨으니,

      신이 무슨 죄라도 지은 것이 있사옵니까.

 

      호숙壺叔 , 네가 고생한 것을 모두 알고 있노라.

      너를 위해 상세히 그 이유를 말해 주마.

 

      이번에 상을 내리면서 정한 기준이 무엇이며

      그 내용이 어떠한지 너는 아느냐.

 

      이번에 공을 논하면서 다음과 같이 하였노라.

      첫째 인과 의로써 나를 지도하여

      깨닫게 해준 사람에겐 상급의 상을 내렸다.

 

      묘책으로 나를 도와 여러 제후로부터 욕되지 않게

      해준 사람에게는 그다음 상을 내렸고,

 

      온갖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던져가면서

      나를 보호해준 사람에겐 차급의 상을 내렸다.

 

      간단히 줄여 말하자면,

      가장 으뜸 되는 상은 덕에 대해서 준 것이고,

 

      그다음은 재능에 대해 준 것이고,

      또 그다음은 공로에 대해 준 것이다.

 

      내 몸을 위해 백방으로 애써준 수고로움은

      중요하긴 하지만 필부의 힘이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위에서 말한 것에 비할 바가 아니노라.

 

      내 말을 알아듣겠느냐.

      나는 1, 2, 3등 공신에 대한 포상이 끝난 후

 

      너를 비롯한 많은 천신賤臣 들에게도 보답할 것이다

      상을 내려줄 것이니, 아무 염려치 마라.

 

진문공晉文公은 호숙壺叔에게 포상기준을 이해하기 쉽도록

상세히 설명하여 주었으며, 호숙壺叔을 비롯한 여러 천신賤臣

에게도 황금과 비단을 듬뿍 내려주며 위로가 되게 하였다.

 

      호숙壺叔은 자신의 공을 가신과 비교하였던 생각에

      부끄러움을 느끼면서 조용히 물러났다.

 

이 포상론을 보면 진문공晉文公이 어떠한 군주였는가를 알게

해주는 중요한 일화가 될 것이다.

 

      포상褒賞은 공평해야 한다.

      공을 세운 만큼의 상을 내려야 그 가치와 역할을

      다하는 것이며, 조금이라도 과하거나 부족하면

      서로 간에 불평과 불만이 일게 마련이다.

 

진문공晉文公은 이처럼 포상을 시행함에 혈연이나, 친분이나,

사사로운 감정에 얽매이지 않고, 오로지 그의 공만을 기준으로

하여 논공행상을 시행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면으로 보아, 진문공晉文公은 상의 의미와

      속성을 매우 잘 아는 군주였음이 분명하며,

 

      또한, 오늘날의 우리에게도 사뭇 상에 대한

      깊은 의미를 일깨워주는 것 같다.

 

그런데 어찌 알았으랴, 이처럼 치밀한 진문공晉文公도 망명파 가신

중에 중요한 개자추介子推를 포상 대상에서 빠뜨린 것이다.

 

      개자추介子推가 누구이던가.

      진문공과 함께 포읍을 탈출하여 함께 따라다니며,

      숱한 고생을 감내한 망명파 중의 한 사람이 아닌가.

 

      발제勃鞮가 검객과 함께 암살하러 온다고 하자

      엉겁결에 책 나라를 떠나며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유랑 길에 올랐었다.

 

      너무나 배가 고파 걸을 힘도 없을 때

      자신의 허벅지 살을 베어내 국을 끓여

      진문공에게 바쳤던 일이 있는 충신이었다.

 

      진문공이 고의로 빠트린 것은 아니었다.

      모두 들 자신들의 공적을 작성하여 올릴 때

      개자추는 자신의 공적 조서를 올리지 않았다.

 

      그렇다고 개자추介子推는 누구에게 자랑하거나

      궁에 들어가 자신의 공을 말하지 않았다.

 

      개자추介子推는 자신을 내세우기 싫어하는,

      과묵하고 청렴결백한 가신이었다.

 

이런 과정에서 진문공晉文公도 개자추介子推의 존재를 깜빡 잊었다.

이렇게 끝내 그 이름을 빠뜨리고 공신들의 명단을 발표한 것이다.

 

      대가를 바라는 행동의 충

      진정한 마음의 충이 아니다.

 

      더욱이 만백성을 위하는 일에

      자기의 공을 내세워 보답을 바라는 것은

      하늘의 뜻에 떳떳지 못한 짓이다.

 

      어찌 세 치 혀로써 충을 말하는가.

      은 마음속 깊이 들어있어야 하거늘

      어찌 세 치 혀로 충을 끄집어내는 것인가.

 

      상을 받기 위해 다투듯 공적 조서를 올리는

      사람들의 모습이 여간 가소롭지 않구나.

 

더욱이 진나라를 떠나며 황하에서 배를 타고 귀국하려 할 때,

호숙壺叔이 쓰던 옛 물건들을 애써 배에 실으려 하자, 진문공이

낡은 옛 물건은 쓸모없다며 버리라고 하였었다.

 

이에 호언狐偃이 큰 공을 세우기라도 한 것처럼 옛 물건을 쓸모

없다고 버린다면, 옛사람도 쓸모없는 옛것이 되므로, 떠나겠다며

외쳐대던 말을 들은 그때부터 큰 실망을 느꼈던 것이다.

 

      그때 개자추介子推는 은퇴를 결심했다.

      호언과 같은 사람들과 같이 지낸다는 것이

      여간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귀국하여 진문공이 군위에 올랐을 때,

      그는 단 한 번 궁에 들어가 하례賀禮를 올렸을 뿐으로

      줄곧 병을 핑계 삼아 집 안에 칩거하여 책만 읽었다.

 

      그런 와중에 논공행상이 시행되었고

      포상자들의 명단이 발표되었다.

 

      개자추介子推는 어쩌면 자신의 이름이 빠진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였을 것인지 모른다.

 

      개자추介子推의 마음은 오히려 담담했다.

      오히려 잘된 일이라고 생각했다.

 

      권력 중심에 서 있지 않은 개자추介子推

      누구의 관심도 받지 못하여

 

      포상자褒賞者 명단에도 들어있지 않은 것이며

      그 또한, 더 이상의 미련이 남아 있지 않았다.

 

개자추介子推의 공신 탈락에 안타까움을 느낀 것은 오히려 이웃

사람들이었으며, 이웃들이 모두 한마디씩 하는 것이다.

 

      개자추介子推 친구, 집에 있는가.

      해장解張 친구, 어서 오게나.

 

      어찌 그럴 수가 있는가.

      무슨 말을 하는 것인가.

 

      이제라도 늦지 않았네. 나와 같이 가세나.

      어디를 가자는 건가.

      성루城樓에 걸린 조서調書를 보고 왔네.

 

      2차로 상을 내린다고 하네.

      이 기회에 궁에 들어가 공을 알려야 하지 않겠소.

 

      주공이 누구신가.

      자네는 허벅지 살까지 바쳤으니

      주공께서도 자네의 이름이 빠진 잘못을 알고

      큰 상을 내릴 것이 분명하네.

 

      내 어찌 호언狐偃을 본받아 하늘의 공적을 훔칠 것인가.

      아니 그게 무슨 말인가.

 

      하늘의 공적을 훔치다니 무슨 말인가.

      내 이야기를 들어보게나.

 

      돌아가신 진헌공晉獻公은 모두 아홉 공자를 두셨네.

      진헌공晉獻公이 후계 문제로 내분을 일으키게 되니

      지금은 오로지 주공만이 군위에 오르셨네.

 

      진혜공晉惠公과 진희공晉懷公은 비록 군위에 올랐었으나

      하늘의 버림을 받아 그 대를 잇지 못했네.

 

      이제 주공이 귀국하시어 군위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하늘의 공일 뿐, 그 누구의 공도 아니라네.

 

      그런데 호언狐偃과 조쇠趙衰 등은 어떠한가.

      마치 주공의 귀환이 자신들의 공인 양 떠들어대며

      앞다투어 상을 받고 있지 않은가.

 

      이는 하늘의 공을 가로챈 도적과 다름없는 행동이네.

      이런 자들과 함께 있을 까닭이 없네.

 

      그러한가. 말없이 사는 자네야말로

      우리 진나라의 진정한 충신이네.

 

      아 암, 자네가 진정한 충신이고 말고.

      그러나 몹시 아쉽기도 하네.

 

친구 해장解張은 감복하면서 개자추介子推를 보니, 그의 얼굴은

세상사에 초연한 비장함과 숙연함이 서려 있는걸 느끼게 되었다.

 

250 . 한식날이 어떻게 생겨났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