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안) 열국지 201∼300 회

제 246 화. 희망인가, 헛꿈인가.

서 휴 2022. 10. 17. 16:17

246 . 희망인가, 헛꿈인가.

 

       이제 진후秦侯를 만날 수 있어 천만다행이오.

       진나라에서 한 달은 걸려야 할 겁니다.

 

       많은 가병은 군량미 등으로 어려워져 있소.

       가병 중에 무술이 뛰어난 다섯 명씩을 고르고

       열 명 외 나머지는 문중으로 돌려보냅시다.

 

공손지公孫枝는 편지를 써서 발제勃醍에게 주었다. 극예郤芮

여이생呂飴生은 공손지公孫枝의 편지를 보고는 크게 안심하였다.

 

       안녕하십니까. 어서 오십시오.

       발제 勃醍로부터 이야길 잘 들었소이다.

 

       귀국의 진문공晉文公인 중이重耳가 불에 타 죽었다니

       우리 주공을 대신하여 심심한 조의를 표합니다.

 

       이제 두 대부께서 다음 군주로 공자 옹

       세우려 하신다니, 이는 우리 주공께서도

       원하시던 바가 될 것이오.

 

공손지公孫枝는 극예郤芮와 여이생呂飴甥과 발제勃醍를 맞이하여

이들을 따뜻하게 대접하여 주면서 안심시켜 주었다.

 

      진후秦侯을 뵙고 앞일을 의논드리고 싶소.

      염려하지 마시오.

 

      때마침 공손公孫 께서 주공을 모시고

      왕성王城 에서 사냥하고 계십니다.

 

      원하신다면 왕성王城으로 갈 수 있습니다.

      지금이라도 안내해 주시면 고맙겠소이다.

 

      좋소이다. 잘 모시고 가겠소이다.

      난진欒軫은 어서 빨리 왕성王城에 고하도록 하라.

     

공손지公孫枝 장수 난진欒軫을 먼저 출발시키고 나자, 

요세繇勢와 함께 이들을 안내하여 왕성王城에 도착하였.

 

      주공, 신 공손지公孫枝 이옵니다.

      나라에 긴급한 일이 생기어 함께 왔습니다.

 

      외신外臣 극예郤芮와 여이생呂飴生

      진후秦候께 인사 올리나이다.

 

      어떤 일이 생겼단 말이오.

      나라 궁중에 큰불이 일어나 진후晉候

      중이重耳가 불에 타 죽는 참변이 일어났습니다.

 

      나라에 하루라도 군주가 없어서는 아니 되므로

      외신 극예와 여이생은 진후秦候의 도움을 받아

      나라 공실을 안정시키고자 하옵니다.

 

      나라 공실에 참변이 일어났다니

      참으로 안 된 일이오.

      과인이 어떻게 도와주면 되겠소.

 

      우리 진나라의 옹공자께서

      옹성雍城 밖에 살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진후秦候께서 허락하신다면, 저희는

      하루속히 옹공자를 모실까 하옵니다.

 

      공자 옹은 궁중 생활을 해보지 않아

      중신들이 잘 모셔야 하는데 괜찮겠소이까.

 

      충심으로 잘 모시겠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염려되어 옹공자를

      급히 불러와 우리와 함께 있소이다.

 

      외신은 지금 당장 옹공자를 뵙고 싶습니다.

      좋소. 공자는 어서 앞으로 나오시오.

 

진목공秦穆公이 옹공자를 부르자, 동시에 병풍屛風이 옆으로

젖혀지며 옹공자가 걸어 나오자, 그 순간에 극예郤芮

여이생呂飴生의 눈이 왕방울만큼 커지며 몹시도 놀라고 말았다.

 

      아니, 공자가 아니라

      아니, 진문공晉文公이 아니오.

 

극예郤芮와 여이생呂飴生은 자신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으며,

눈앞이 캄캄해지며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듯이 정신이 아찔했다.

 

      극예郤芮와 여이생呂飴生은 들어라.

      나는 너희를 버리지 않았는데

      너희는 어찌하여 나를 배반하는가.

 

발제勃鞮가 반가워하며 진문공晉文公에게 정중하게 절을 올리자,

극예郤芮와 여이생呂飴甥은 깜짝 놀라 격렬한 배신감을 느꼈다.

 

      이 더러운 놈아.

      입에 피까지 발라가며 맹세하였건만

      어찌 이렇게 철저하게 배신한단 말이냐.

      . 이놈아. 죽어라.

 

극예郤芮가 품속의 단도를 꺼내 찌르려 하였으나, 발제勃鞮

당하지 못하며, 요세繇勢와 난진欒軫이 달려들어 결박시켰다.

 

      뭣들 하는가.

      저 두 놈을 황하黃河에 던져버려라.

      왕성王城까지 따라온 종자들도 모두 목을 베어 버려라.

 

      진후秦候께선 잠시만 참으시옵소서.

      외신 발제勃鞮, 진후秦侯께 청을 드리나이다.

 

      저희를 따라온 종자 열 명은 아무 잘못이 없사오며

      돌아가 반란자들을 색출해야 합니다.

 

      신과 함께 돌아가게 해주십시오.

      , 그러한가. 이는 진후晉候가 결정하시오.

 

악착같이 권세를 누리며 영원히 살려고 애쓰며 많은 사람에게 해를

끼치던 극예郤芮와 여이생呂飴生은 이렇게 생을 마감하고 만다.

 

      발제勃鞮의 변심이 반란군을 철저히 색출하여

      한 번에 정리하게 만들 줄을 누가 알았으랴.

 

발제勃鞮는 극예郤芮와 여이생呂飴을 따라왔던 가병家兵 열 명을

살려내자, 이들은 발제勃鞮 에게 충성을 맹세하게 되면서, 함께

나라로 돌아가 반란자들을 색출하는 큰 역할을 하게 된다.

 

      이제 반란은 진압된 거 나 같소이다.

      이제 진나라로 돌아가도 되겠소.

      이제 공손 칩은 귀국시킬 준비를 하시오.

 

진목공秦穆公이 진문공晉文公을 위로하자, 진문공晉文公은 깊이 허리

숙여 감사의 예를 올리면서, 친영례親迎禮를 하겠다고 하였다.

 

      회영懷嬴과 함께 귀국하여 정실로 삼겠습니다.

      회영懷嬴을 데려간다니 정말 고맙소이다.

 

      의 종묘에 욕이 안 되도록 하여 주시 오.

      나라는 아직 안전하지 않을 것이오.

 

      반역자의 무리가 아직 많이 남아있을 것이니

      우리 정예병精銳兵 3,000명과 함께 귀국하며

      안전을 도모하도록 하시오.

 

      나라의 기강을 확립할 임무를 지녔다는 뜻으로

      기강지복紀綱之僕 이란 깃발을 흔들고 들어갈 것이오.

      진문공晉文公을 끝까지 잘 지켜줄 것이오.

 

친영례親迎禮는 육례六禮의 하나로써 신랑이 친히 신부의 집에

가서 신부를 맞이해 오는 예이다. 기강지복紀綱之僕 이란, 훈련이

잘 된 능력 있는 병사와 노복들이 깍듯이 잘 모시겠다는 뜻이다.

 

       크게 기뻐한 진목공이 즉시 진문공을 데리고

       옹성으로 돌아가 혼례식을 성대하게 행했다.

 

       그리고 화려하게 장식한 치병輜輧을 준비하여

       회영懷嬴과 잉첩媵妾들을 태워 진晉 나라로 가게 했다.

       치병輜輧은 사방에 휘장을 두른 화려한 부인용 수레이다.

 

       진목공이 친히 하수까지 전송하였고

        3천 명의 정예군인 기마병을 딸려 보냈으며

       진문공과 회영의 일행을 무사히 호송한 후에도

       계속 진晉 나라에 머물면서 호위하도록 했다.

 

황하黃河를 건너가자 발제勃鞮에게 연락받은 진의 조쇠趙衰

비롯한 대부들이 법가法駕를 준비하여 기다리고 있었다.

 

      진군秦軍 정예군 3,000여 명이 기강지복紀綱之僕

      깃발을 힘차게 흔들며 강성絳城을 향하였다.

 

      진문공晉文公의 법가法駕 뒤로 희영懷嬴이 탄

      화려한 수레와 잉첩들의 아름다운 꽃가마가 따라가며,

 

      진나라의 각종 폐백幣帛 물품을 실은 

      많은 수레가 줄을 이어 뒤를 따라가고 있다

 

      이 뒤로 진의 문무백관들이 진군晉軍

      호위를 받으며 강성絳城으로 향하여 나아간다.

 

그 뒤를 따라 진나라의 취주吹奏 악단이 뿔피리. 소라 나발.

호적 등의 관악기들을 불어대며, 징과 북소리를 따라, 라와

바라를 치며 흥겹게 풍악을 울리며 나아가니, 진晉 나라의

모든 백성이 뛰어나와 열렬히 환영하였다.

 

      강성絳城에 도착하자, 태복 곽언郭偃

      모든 예절을 갖추어 국혼식國婚式을 열었다.

 

      회영懷嬴이 정실부인正室夫人 자리에 앉으니

      백성들이 몰려들어 기뻐서 만세를 불렀다.

 

진헌공晉獻公의 딸 백희伯姬가 진목공秦穆公에 시집가 목희穆姬

되고, 목희穆姬의 딸 희영懷嬴이 진문공晉文公에게 시집간 것이다.

 

      소나무와 잣나무가 서로 이웃하고 있으니

      대대로 혼인하게 될 것이며

      세 번이나 우리 주공을 정하여주시니

      혼인하면 이롭고, 싸우면 좋지 않으리라.

 

      허 어, 나의 거북점(거복龜卜)이 이렇게도

      신통하게 정확히 맞출 수가 있을까.

 

태복 곽언郭偃은 국혼식國婚式을 호화롭게 거행하며, 옛날에 쳤던 

자기 점괘를 회상하며 흐뭇하게 혼자서 감탄하게 되었다.

 

진목공秦穆公 또한, 꿈속에 보부인寶夫人을 만나 천궁에 가게

되었으며 상제上帝가 자기의 이름을 부르면서 전하는 말을 들었었다.

 

       임호야! 내 말을 들어라.

       너는 진晉 나라의 난리를 세 번 평정할 것이다.

 

이는 이오夷吾인 진혜공晉惠公과 그의 아들 어인 진희공晉懷公

그리고 이번엔 중이重耳인 진문공晉文公으로 세워주었으며,

 

특히극예郤芮와 여이생呂飴生이 일으킨 반역을 평정해줌으로써,

이는 진나라의 군주를 세 번 세운 바가 아니겠는가?

 

이런 내용은 꿈과 점괘가 모두 들어맞았다며 몹시기뻐 하였다.

이를 두고 후세의 한 사가가 노래부른 시가 있다.

 

       萬物榮枯皆有定 (만물영곳개유정)

       세상 만물의 영고성쇠는 정해진 명이 있으렸다.

 

       浮生碌碌空奔忙 (부생록록공분망)

       부평초같은 짧은 인생을 헛된 일에 분주히 보냈구나

 

       笑彼愚人不安命 (소피우인불안명)

       가소롭도다, 분수를 모르는 어리석은 자들이여!

 

       强覓冬雷和夏霜 (강멱동뢰화하상)

       겨울에 우뢰가 치고 여름에 서리 내리는 걸 바라는가?

 

이후로 진문공晉文公은 반역의 첫 시련을 잘 넘기게 되자, 한결

마음이 더 깊어졌으며 국정을 보는 눈도 더욱 맑아졌다.

 

      주공, 위주魏犨 이옵니다.

      반역反逆 일당이 아직도 많습니다.

 

      모조리 잡아내 뿌리를 뽑아야 한다고

      저를 비롯한 소장파들이 주장하나이다.

 

      좋도다, 위주魏犨는 발제勃鞮와 함께

      역적 놈들을 모조리 색출하여 잡아내라.

 

      주공, 아니 되옵니다.

      주공, 피는 피를 부르옵니다.

 

      극예郤芮와 여이생呂飴을 죽인 것으로

      본보기가 되었사옵니다.

 

      만약 색출하여 엄한 벌을 내린다면

      가문마다 수많은 피바람이 불 것이며

      자칫하면 민심만 크게 잃게 될 뿐이 옵니다.

 

      주공, 신 조쇠趙衰 이옵니다.

      호언狐偃의 말과 같이 이제는 너그러운 마음으로

      백성들의 마음을 감싸 안아줘야 할 때입니다.

 

      주공, 신 호언狐偃 이옵니다.

      이제 지난 과거를 묻지 않는다는 대사령을 내리시어

      모두 마음놓고 생업에 종사하도록 하여야!

      민심이 조용히 가라앉을 것이옵니다.

 

진문공晉文公은 호언狐偃과 조쇠趙衰의 간청으로 중신 회의를

다시 열게 되었으며, 지난 죄를 모두 사면한다는 대사령을 발표한다.

 

               대사령大赦令

      오늘부터 지나간 과오를 일절 묻지 않는바

      모두 마음을 가벼이 하여, 생업에 열심히

      종사하며, 나라에 보탬이 되게 할지어다.

 

진혜공晉惠公에서 진희공晉懷公까지 15년 동안의 공포정치는

공실과 가문과 혈족간의 의심과 불신을 팽배하게 만들어놓은바,

그렇게 시간이 지나도 민심이 가라앉지를 않고 있었다.

 

      아무도 속지 마라.

      후환을 없애려는 계략에 불과하다.

      섣불리 나서면 계략에 빠져 죽을 수도있다.

 

진문공晉文公이 대사령까지 내리며 민심을 수습하려 노력하나

아무리 애써도 유언비어가 난무하며 줄지를 않았다.

 

진문공이 이 일로 노심초사하던 중이었는데, 어느 날 이른 아침에

머리를 감고 있는 시각에 내시가 가까이 와서 아뢴다.

 

      주공, 두수頭須 라는 자를 아시는지요.

      주공. 전날부터 두수頭須가 뵙기를 원합니다.

 

247 . 과거는 정리하기가 쉬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