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안) 열국지 201∼300 회

제 247 화. 과거는 정리하기가 쉬운가.

서 휴 2022. 10. 17. 16:20

247 . 과거는 정리하기가 쉬운가.

 

그러던 어느 이른 아침에 진문공晉文公이 일찍 일어나 머리를

감고 있는데 내관이 들어와 두수頭須가 뵙기를 원한다고 아뢴다.

 

      두수頭須, 그놈이 무슨 낯짝으로 찾아왔다는 거냐.

      그놈 때문에 모두 굶주림 속에 떠돌며,

      조와 위나라에서 얼마나 괄시를 받았느냐.

      죽지 않으려거든 썩 물러가라 하여라.

 

내관은 궁 밖으로 나가 두수頭須에게 진문공晉文公의 말을 전했다.

이에 두수頭須는 잠시 그 자리에 서 있다가 내관에게 물었다.

 

      주공께서는 지금 머리를 감고 계시는 게 아니오.

      아니 그걸 어떻게 아시오.

 

      대저 머리를 감으려면 허리를 굽혀야 하오.

      그러기에 마음도 자연 거꾸로 되게 마련이지요.

 

      마음이 거꾸로 되면 말도 두서가 바뀌게 됩니다.

      주공께서 나를 만나지 않겠다고 말씀하신 것도

      다 그러한 연유 때문일 것이오.

 

      우리 주공께선 능히 암살자 발제勃醍 도 용납하시고,

      반역 무리에게도 대사령大赦令을 내리셨는데,

 

      어찌하여 이 두수頭須에게 만 굳이

      용서의 마음을 베풀지 않으시는 것이오.

 

      우리 진나라를 안정시킬 계책을 가지고 찾아왔소.

      주공께서 끝까지 이 두수頭須를 만나주지 않으시면

 

      나는 어쩔 수 없이 달아나는 수밖에 없다고

      마지막 말을 전해주시오.

  

내관은 궁으로 들어가 두수頭須가 한 말을 진문공晉文公에게

하나도 빠짐없이 전하여 주게 되었다.

 

      주공께서는 암살자 발제勃鞮 도 용납하시고

      반역자들에게도 대사령을 내리셨는데

      두수頭須 만 용서를 베풀지 않는다고 하오며

      민심을 수습할 방안이 있다고 말합니다.

 

이때 머리 감기를 마치고 수건으로 물기를 닦던 진문공晉文公

두수頭須가 한 말에 퍼뜩 깨달아지는 바가 있어 급히 명하였다.

 

      그래. 그렇게 말했단 말이냐.

      그의 말이 맞도다. 내가 옹졸했도다.

      어서 두수頭須를 빨리 불러 보아라.

 

두수頭須가 궁으로 들어왔을 때 진문공晉文公은 이미 정갈하게

의관을 갖춰 입고 있으면서, 두수頭須를 맞이하였다.

 

두수頭須는 진문공晉文公의 즉위를 축하하면서 절을 올리게 되자,

벅찬 감격에 엎드려 눈물을 쏟아내며, 지난날을 사죄하게 된다.

 

      주공. 이 두수頭須가 죽을죄를 지었나이다.

      용서하여 주시면 주공을 위해 몸을 바치겠나이다.

 

      너도 마음고생이 많았었구나.

      네가 보내준 무기는 요긴하게 잘 사용하였도다.

 

      주공, 주공께서는 도성 안에 반역에 가담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아시는지요.

 

      그렇지 않아도 그것 때문에 고민이 많도다.

      도무지 민심이 수습되질 않는구나.

 

      반역에 가담하였던 자들은 자기들의 죄가

      무겁다는 걸 잘 알고 있는바

 

      대사령大赦令을 내렸음에도

      주공의 본마음을 의심하고 있나이다.

 

      주공, 그들을 안심시킬 방법이 있사옵니다.

      주공, 주공께서는 한번 시험해보시겠습니까.

 

      그래, 좋은 방법이 있다는 말이냐.

      그래 어떤 방법이 있다는 것이냐.

      민심을 가라앉히기만 한다면 얼마나 좋겠냐.

 

      지난날 신이 주공의 재물을 훔쳐 달아났기에

      주공과 가신들께서는 입에 담을 수 없는 심한 고생을

      하였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없습니다.

 

      그리하여 이 두수頭須가 만일 주공께

      붙잡히기만 하면 목이 잘릴 것으로

      모든 백성이 다 알고 있사옵니다.

 

      그래, 어떻게 하면 되겠냐.

      주공께서는 외출하실 때마다 신에게

      주공의 어가御駕를 몰게 하여 주십시오.

 

      이 주공의 어가御駕를 모는 모습을

      백성들이 직접 눈으로 보게 하여

 

      주공께서 지난날의 잘못에 대해

      대사령大赦令을 내린 것처럼

      용서하신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옵니다.

 

      반역의 잔당들 또한 어가御駕를 모는

      신의 모습을 보게 되면 모든 의심을 풀 것이며,

 

      주공께서는 술수를 부리지 않는다는 것을

      백성들 모두가 알게 될 것이옵니다.

 

      주공, 그때부터 의심을 풀게 될 것이며

      그때부터 민심이 돌아오게 될 것입니다.

 

      너를 용서하는 모습을 먼저 보여줘라.

      그런 말인가.

      주공, 그렇사옵니다.

      그거 좋은 방법이다. 그렇게 하여보자.

 

      , 빨리 순시할 채비를 갖추어라.

      어가御駕를 모는 어인圉人은 두수頭須 이다.

 

진문공晉文公은 어가御駕를 타고 강성絳城 안을 돌아다니자,

백성들은 어인圉人 두수頭須의 얼굴을 모두 보게 되었다.

 

      저놈은 그 옛날 주공의 재물을 몽땅 훔쳐 달아난

      두수頭須 라는 놈이 아닌가.

 

      저런 놈도 죽이지 않고 다시 불러 쓰는데

      우리가 의심하며 살 필요가 있겠는가.

 

      정말 맞네. 그렇다면 우리도 이제 의심하지 말고,

      마음 놓고 편안히 살아야 하겠네.

 

그로부터 강성絳城 거리에 나돌던 유언비어는 씻은 듯 사라지며

성안의 민심이 조용히 가라앉으면서 안정되어 가게 되었다.

 

진문공晉文公은 두수頭須에게 궁중의 재물을 관리하게 하였으며

두수頭須가 재물담당이 되면서 옛날처럼 좋은 사이가 되었다.

 

      휴 우. 사람 사는 게 다 그래.

      왼 한숨이야. 무슨 일이 있었나.

 

두수頭須는 어느 날 저녁에 친한 친구와 술을 마시다가 몹시 술에

취하게 되자, 자기도 모르게 옛날이야기를 꺼내게 되고 만다.

 

      발제勃鞮가 암살하러 온다니,

      갑자기 책땅을 떠날 때 참 암담하였었어.

 

      아무 희망이 보이지 않는 거야.

      갈 곳도 없는 하염없는 방랑길을 떠나게 생겼었어.

 

      엉겁결에 떠나야 한다니 책나라 왕인

      책반翟班에게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하고

      도망가야 하는 처지가 되어버렸었지

 

      조금 남아있는 비단과 금붙이로는 많은 일행을

      도저히 감당할 수가 없게 된 거야.

 

      그래서 어떻게 한 거야.

      인원이 좀 많아. 40여 명이나 되잖아.

 

      저 많은 인원의 수레와 말도 사야지

      삼시 세끼 먹을 것도 사 먹어야지

 

      얼마 못 가 황금과 비단을 다 쓰고 나면

      모두가 빈털터리가 되고 마는 거야.

 

      나는 그때 많은 고민을 하게 되었지.

      나는 그때 결심을 하였었어.

 

      저 많은 사람이 설마 굶어 죽기야 하겠어

      내가 없어도 알아서 살아 가겠지.

 

      나는 모든 걸 챙겨서 달아나고 말았지.

      챙겨간 돈을 키워, 보답하는 길을 찾기로 한 거야.

 

      포읍성 蒲邑城에는 누님이 살고 있었어.

      포읍성 蒲邑城이 제일 안전한 곳으로 생각한 거야.

 

      포읍성 蒲邑城은 내가 지금의 주공을 모시고 있다가

      발제勃鞮 때문에 책땅으로 도망가게 된 곳이지

 

      포읍성 蒲邑城에 찾아 들어가 살림을 불려 나갔지.

      솔솔이 재미를 많이 보고 있을 때이었어.

 

      어느 날 시장 거리를 지나다 어린 남매가 손을

      꼭 잡고 얻어먹으러 다니는 걸 보게 된 거야.

 

      어린 남매라니 누구 애들인데

      이야기를 더 좀 들어 보게

 

      아무리 봐도 맞는 거야

      나는 깜짝 놀랐지. 나는 뛰어갔어.

 

      너희들 환과 백희伯姬가 맞지.

      정말 맞는 거였어. 맞는 거야.

      나는 눈물이 핑 돌고 말았어.

 

      남매가 누구 자식인데.

      그래. 놀라지 마라.

      우리 주공의 자식이란다.

 

      에 이. 설마 아.

      아니야. 맞아. 맞다니 까.

  

두수頭須는 술에 취하여 자기도 모르게 과거를 회상하는 듯이

친구에게 모두 털어놓고 마는 것이었다.

 

      우리 주공은 공자 시절 장가를 두 번 갔었어.

      첫째는 서나라 서영徐瑛으로 일찍 돌아가셨어.

 

      둘째는 핍길偪姞로 아들 하나와 딸 하나를 낳았는데

      아들은 환이며 딸이 백희伯姬 .

      핍길偪姞 도 어린 남매를 두고 돌아가셨어.

 

      포읍성 蒲邑城에서 발제勃鞮가 주공을 죽이려 할 때

      모두 달아나기 바빠 아무 경황이 없었어.

      어린 남매를 다들 까맣게 잊고 있었던 거야.

 

      그때 아들인 환과 딸인 백희伯姬를 지켜주던

      유모가 데리고 도망가 몰래 숨어 지내다가

 

      얼마 안 가, 유모마저 불행히 병들어 죽으니

      남매는 졸지에 거리를 떠도는 거지가 되어버린 거야.

 

      나는 어린 남매를 내 매형 수씨에게 맡겨

      나는 지금까지 생활비를 보태주고 있는 거야.

 

두수頭須는 진문공晉文公의 재물을 몽땅 훔쳐 갔으며, 포읍蒲邑

숨어들었다가 우연히 거리를 떠돌던 환과 백희伯姬를 만났다.

 

      어이. 두수頭須 . 너무 울지 마라. 

      친구야. 나는 한 푼도 착복해 먹은 게 없다.

 

      번 돈은 모두 무기를 사서 주공께 바쳤어.

      나는 한 푼도 나를 위해 쓴 게 없어.

 

두수頭須의 흐르는 눈물이 소문으로 퍼지며. 진문공晉文公

아들과 딸이 살아있다는 소문이 궁중 내에도 퍼져 들어가고 말았다.

 

      과 백희伯姬에 대한 소문이 사실인가.

      두수頭須는 자세히 말해보아라.

 

      두 분 자녀는 이제 다, 자라나

      지금 모두 성인이 되어있나이다.

 

      나는 그 어린 것들이 난리 통에 모두 죽은 줄 알았도다.

      너는 어찌하여 지금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느냐.

 

      이 살아오며 듣건대,

      어미만큼 자식을 귀여워하는 사람은 없고,

      자식 또한 어미를 가장 잘 따른다고 하였나이다.

 

      그런데 주공께선 19년 동안 두루 열국을 유랑하시면서

      이르는 곳마다 여자를 들이셨습니다.

      또 그 여자들에게서 많은 자식을 보기도 하셨습니다.

 

      비록 환공자가 살아 계시기는 합니다만,

      주공의 뜻이 어떤지를 몰라 감히 아뢰지 못하였습니다.

 

      그건 네가 과인을 잘못 안 것이다.

      어찌 난들 부정父情이 없을 수가 있겠느냐.

 

      이제라도 사실을 알게 되었으니 정말 다행이로다.

      자칫했으면 내가 몹쓸 아비란 말을 들을 뻔했구나.

 

이 소문을 듣고 있던 군부인君夫人인 희영懷嬴은 진문공晉文公에게

말하여 두수頭須를 불렀으며, 또한 자세히 물어보는 것이다.

 

      희영懷嬴은 두수頭須의 매형인 수씨에게

      황금으로 보답하고, 과 백희伯姬 남매를

      궁으로 데리고 와, 어머니가 되어 주면서 자기의

      친자식처럼 보살피며 환을 세자로 세워주었다.

 

      또한, 총신 조쇠趙衰가 혼자 외롭게 살고 있는바

      딸 백희伯姬를 시집보내 그의 아내가 되게 하였다.

      이때부터 백희伯姬는 조희趙姬라 불리게 된다.

 

진문공晉文公은 희영懷嬴에게 남매의 처리문제를 모두 맡겼으며

희영懷嬴이 친자식처럼 보살펴 주게 되자 너무나 고마워하였다.

 

 248 . 가정의 화목은 여자가 가져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