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안) 열국지 201∼300 회

제 248 화. 가정의 화목은 여자가 가져온다.

서 휴 2022. 10. 18. 14:47

248 . 가정의 화목은 여자가 가져온다.

 

      자업자득 自業自得이란 말이 있다.

      스스로 자, 생계 업, 스스로 자, 얻을 득

 

      자기가 쌓은 업은 자기 스스로

      되돌려 받는다는 뜻이리라.

 

      자기가 저지른 일은 그 결과가 반드시

      따라온다는 뜻으로 인과응보 因果應報

 

      무슨 일이든 결국 옳은 이치대로 돌아간다는

      사필귀정事必歸正의 뜻이 담겨있다는 뜻이다.

      불경佛經의 정법염경 正法念經에 나오는 이야기다.

 

진문공晉文公이 환국하여 다시 군위에 올랐다는 소식이 퍼져나가자

관계있는 나라에서 축하 서신이 연이어 들어오게 되며, 이에 그

사정과 내용을 파악한 희영懷嬴진문공晉文公에게 조용히 말했다.

 

      주공, 여자들에게 한이 맺히도록 하실 겁니까.

      한이라니, 무슨 말을 하는 것이오.

      외방에 있는 여자들입니다.

 

      거기까지 생각해주어 고맙소.

      허 나희영懷嬴 보다 나이 많은 여자도 있소.

 

      나이보다는 주공을 섬겼던 여자들이옵니다.

      희영懷嬴, 그렇게 이해해주어 고맙소.

 

진문공晉文公은 희영懷嬴의 어진 마음에 따라, 나라의 왕인

책반翟班과 장고여廧咎如 족장에게도 많은 황금과 보물을 선물로

보내고, 그곳에 남아있던 계외季隗를 진나라로 불러들였다.

 

      계외季隗, 그동안 고생이 많았소.

      에 있을 때는 꽃처럼 아름다웠었소.

      나이가 올해로 몇이나 되었소.

 

      군후께서 책땅을 떠나신 지 8년이니,

      첩의 나이 이제 서른세 살입니다.

 

      25년 기다리다가 안 오거든.

      딴 데로 시집가라고 했던 말이 기억나오.

 

      그럼요, 기억나고말고요.

      하오나 보고 싶은 마음은 하루가 25년 같았지요.

 

날이 저물자 계외季隗는 오랜만에 진문공晉文公과 같이 밥을 먹으며

밤새 이야기 나누다가 흐뭇한 잠을 자며 맘껏 행복을 느끼게 되었다.

 

      제강齊姜이 강성絳城에 도착하였단 말이냐.

      제강齊姜, 오랜만에 만나는구려.

 

      군후를 뵈니 눈물이 나옵니다.

      이제 함께 있게 되니 얼마나 좋소.

 

      그대를 원망한 적도 있었소.

      첩인들 어찌 부부간의 즐거움을 모르겠사옵니까.

 

      술을 많이 권하여 취중에 떠나보낸 것은

      오늘이 있기를 간절히 바라던 마음이었습니다.

 

      제강齊姜 고개를 숙이지 마시오.

      지나고 보니 모두 고마운 일이었소.

 

진문공晉文公은 계외季隗와 제강齊姜에 대한 얘기를 들려주었으며,

듣고 있는 회영懷瀛은 당차기도 하지만 넓은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오늘의 군후가 있기까지는 두 부인의 공이 크오니,

      결코, 잊어서는 아니 됩니다.

      첩은 정실 자리를 양보할까 하나이다.

 

진문공晉文公은 회영懷瀛의 말에 깜짝 놀랐으나 고집을 꺾지 않자,

조정의 대부들과 의논하여 나이순으로 내궁의 지위를 다시 정했다.

 

      1 부인에 제강齊姜

      2 부인에 회영懷瀛

      3 부인에 계외季隗

 

희영懷嬴은 책땅에서 계외季隗와 제의 제강齊姜도 불러오며,

진문공晉文公의 과거 여자를 모두 수습하여 준 것이다.

 

      진문공晉文公은 책의 계외季隗가 외로운 망명객을 잘

      보살펴 준 점과 제강齊姜이 술을 잔뜩 먹여 수레에 실어

      를 떠나게 한 지난 일을 희영懷嬴에게 들려주며

      희영懷嬴의 너그러운 마음에 감사하다고 말을 한다.

 

나라에서 진문공晉文公이 계외季隗를 데리고 오자, 조쇠趙衰

역시 책땅에 있는 숙외叔隗와 아들 조순趙盾에 대한 그리움이

간절해졌다.

 

      진문공晉文公이 자기 딸인 백희伯姬를 조쇠趙衰에게

      시집보내 줬으므로, 조쇠趙衰는 진문공의 배려를 저버리고,

      본부인인 숙외叔隗와 아들 조순趙盾을 강성絳城으로

      데려오겠다는 말을 꺼낼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주공의 사위가 되었으므로 장인이 된 진문공晉文公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며, 혼자 고민하고 있는데, 예상치 않게 조쇠趙衰에게 시집

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조희趙姬가 먼저 이야기를 꺼내 든 것이다.

 

      대부께서는 어찌하여 책땅에 있는

      본부인 숙외叔隗와 아들 조순趙盾

      데려올 생각을 하지 않으시옵니까?

 

      주공께서 당신의 딸을 내게 출가시켰는데,

      어찌 감히 옛날 살던 여자를 데리고 올 수 있겠소.

 

      나는 그 여자를 잊은 지 오래되었소.

      조희趙姬는 아무 염려하지 마시오.

 

      소첩의 말을 들어 보시옵소서.

      소첩은 버림받은 듯이 부정을 모르고

      오라비와 함께 외롭게 살았었습니다.

 

      세상을 떠난 어머니의 정은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살아있는 아버지에 대한 정은 그리운 것입니다.

 

      대부께선 참으로 박덕한 말씀을 하십니다.

      첩은 차갑고 정 없는 사람이 가장 원망스럽습니다.

 

      첩이 비록 군후의 딸이라고는 하지만,

      숙외叔隗는 첩보다 먼저 당신을 섬긴 사람이요,

      또한, 아들까지 두었습니다.

 

      어찌 새 사람을 아낀다는 명분으로

      옛사람을 버릴 수 있다는 말입니까.

 

      첩은 서방님에게 너무나 실망이 크옵니다.

      아니 오. 다 잊어버린 과거의 일이오.

      조희趙姬도 깊이 생각하지 말고 잊으시오.

 

조희趙姬는 조쇠趙衰가 말하는 얼굴빛을 보며, 속마음은 그렇지

않다는 걸 깨달았으며, 곧바로 아버지인 진문공晉文公을 찾아간다.

 

      아바마마, 제 서방인 조쇠趙衰를 혼을 좀 내주십시오.

      아니 갑자기 무슨 말이냐.

 

      소녀가 어질지 못하다는 누명을 쓰게 생겼습니다.

      허 어, 무슨 누명을 쓴다는 것이냐.

 

      제 서방님이 책땅에 있는 본부인 숙외叔隗

      아들 조순趙盾을 데려올 생각을 하지 않으십니다.

 

      남편 된 자로 옛 부인과 아들을 내 치려 하다니요.

      아바마마, 이는 소녀를 욕보이는 것이옵니다.

 

      아버님, 어찌하면 좋겠나이까.

      허 어, 조희趙姬 . 너는 나이 많은 본부인과

      다 큰 아들을 데리고 살 수 있겠느냐.

 

      아버님, 어찌 그런 말씀을 하시옵니까?

      아버님, 인간의 도리는 저버릴 수 없나이다.

 

      오호, 내 딸 백희伯姬가 참으로 기특하구나.

      내 알아서 해주마. 기다려 보도록 하라.

 

진문공晉文公은 조희趙姬의 청을 받아들여, 즉시 사자를 책땅에

보냈으며, 숙외叔隗와 그 아들 조순趙盾을 강성絳城으로 데려왔다.

 

      서방님, 숙외叔隗는 소첩의 형님이 되시옵니다.

      서방님은 내실의 순서를 다시 정하셔야 하옵니다.

 

      허 어, 조희趙姬는 무슨 말을 하려는 거요.

      서방님을 먼저 섬긴 사람은 숙외叔隗 이오니

      당연히 숙외叔隗가 첫째가 되어야 하고,

      저는 그다음에 만났으니 두 번째 자리에 서야 합니다.

 

      정실부인 자리를 숙외叔隗에게 넘겨주겠나이다.

      그건 곤란하오. 조희趙姬는 주공의 따님이오.

 

      곤란하다니요. 그건 그렇지 않나이다.

      숙외叔隗는 저보다 나이가 많을 뿐만 아니라

      아들 순은 이미 장성했으며 재능도 뛰어납니다.

 

      아들 순을 적자嫡子로 삼기 위해서도

      숙외叔隗에게 내실을 내주는 것이 옳습니다.

      소첩은 곁방으로 옮겨 지내겠나이다.

 

      만일 대부께서 저의 청을 들어주지 않는다면

      저는 궁으로 돌아가 다시는 나오지 않겠나이다.

 

이렇게 되자, 숙외叔隗도 정실부인은 당연히 조희趙姬가 그대로

있어야 한다며 완강하게 버티자, 이번에는 조쇠趙衰가 할 수 없이

궁으로 들어가 진문공晉文公에게 하소연하는 일이 생겼다.

 

      주공, 신의 집안에 이러한 일이 생겼나이다.

      주공께서 조희趙姬를 잘 타일러주십시오.

 

      내 딸이 그처럼 사양한다니 흐뭇한 일이오.

      이는 옛날 태임太任의 어짊을 보는 듯하구려.

 

태임太任은 주나라를 세운 주문왕周文王의 어머니이다.

나라 임씨의 둘째 딸인데, 왕계王季가 장가들어 비로 삼았다.

 

      태임太任의 성품은 단정하고 한결같았으며

      성실하고 엄숙해 오직 덕을 행하였으며,

 

      그녀는 주문왕周文王을 임신하고서 

      눈으로 사악邪惡 한 빛을 보지 않고,

      귀로 음란한 소리를 듣지 않고,

      입에서는 오만한 말을 내지 않았다.

 

주문왕周文王을 낳으매, 주문왕周文王은 총명하고 사물의 이치를

쉽게 이해하여, 하나를 가르치면 백 가지를 깨우쳤다.

 

      마침내 주문왕周文王은 주나라를 세운

      시조始祖가 되니 군자가 말하기를

      태임太任이 능히 태교胎敎를 했음이라 하였다.

 

중국에서 부덕婦德이 훌륭하였던 여자로 태임太任, 태강太姜,

태사太姒를 주나라 왕실의 삼모三母 라고 일컽는다.

 

      주공, 그러하오나. 어찌 그리 할 수 있겠나이까.

      아니요. 들어보니 내 딸의 말이

      그다지 틀린 것 같지 않은 말이오.

 

      그러니 숙외叔隗를 정실로 세우고

      내 딸을 두 번째 부인으로 삼아도

      크게 흠이 되지 않을 것이오.

 

이에 조쇠趙衰는 진문공晉文公의 말에 따라 숙외叔隗를 정실로

삼았으며, 조희趙姬를 둘째 부인으로 삼았다. 아울러 조순趙盾

적자가 되어 당주堂主로서의 일을 배워나가게 했다.

 

      이때 조순趙盾의 나이 17세로

      조순趙盾은 조쇠趙衰를 닮아 기상이 씩씩하고,

      활을 잘 쏘며, 출중한 무예를 갖추었으며,

      예의범절이 바르고, 시서詩書에도 능했다.

   

      조쇠趙衰는 그러한 조순趙盾을 매우 사랑했으며

      또한, 부인인 조희趙姬 에게서도 아들 셋을 봤다.

 

      큰아들의 이름은 동이라 했으며,

      둘째는 괄, 그리고 셋째는 영이라 이름 지었다.

 

후세의 한 사관이 조희趙姬의 어진 덕을 크게 칭송하였으며,

또한, 찬미하는 글을 아래와 같이 지었다.

 

​   1. 陰性好閉 不嫉則妬(음성호폐 부질즉투)

       여자의 성격은 원래 폐쇄적이라

       질시하지 않으면 투기를 하게 되며

 

       惑夫逞驕 纂嫡敢怒(찬적감노 혹부정교)

       부군의 사랑을 얻게 되면 교만해지게 되며

       적자의 자리를 빼앗기면 분노하는 것이라

 

       褒進申絀 服歡臼怖(포진신출 복환구포)

       옛날에 포사는 세자 의구를 신나라로 쫓아내고

       백복을 세워 즐거움을 누렸으나 의구를 두려워했다.

 

       理顯勢窮 誤人自誤(이현세궁 오인자오)

       그러므로 하늘의 이치가 바로 세워져 형세가

       궁해지자 사람들을 그르치게 하고 자신도 망쳤도다.

 

  2. 貴而自賤 高而自卑(귀이자천 고이자비)

      귀한 신분이면서 스스로 천하다 하였으며

      높은 자리에 있으면서 스스로 낮은 자리에 앉았고

 

      隗壓于姬 同括下盾(외압우희 동괄하돈)

      그가 낳은 조동과 조괄도 모두 조돈 밑에 두었으며

      스스로 몸을 낮추어 숙외의 뒤에 섰도다

 

      謙謙令德 君子所師(겸겸영덕 군자소사)

      양보하고 양보하여 아름다운 덕을 행하였으니

      무릇 군자들의 스승이 되리로다.

 

      文公之女 成季之妻(문공지녀 성계지처)

      조희는 진문공의 딸이었고 또한 조쇠의 처였다.

 

중이重耳가 귀국하여 진문공晉文公이 되었으나, 숨돌릴 시간도 없이

극예郤芮와 여이생呂飴甥이 일으킨 난을 수습하게 되었으며, 또한

국정도 안정이 되었으며, 조쇠趙衰를 비롯한 명명파 들의 집안도

안정을 찾게 되자, 지난 일들을 정상적으로 정리하기로 하였다.

 

      그동안 국정을 안정시키느라

      고생들이 너무나 많았소이다.

 

      이제 억울하게 죽은 충신들을 살펴봐야 하겠소.

      하나도 빠짐없이 알아보고 목록을 만드시오.

 

 249 . 자기 공을 스스로 말해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