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안) 열국지 201∼300 회

제 250 화. 한식 날은 어떻게 생겨났을까.

서 휴 2022. 10. 19. 14:29

250 . 한식 날은 어떤 날인가.

 

       아들아, 너는 상을 받을 자격이 충분하구나.

       이놈아. 네 살점까지 때어주며

       19년간이나 그렇게 고생하였는데

       . 상을 받지 않고 가만히 있느냐.

 

       아들아, 네가 벼슬을 꼭 해야만 한다!

       너는 개씨介氏 가문을 꼭 일으켜야 한다.

 

       언제까지 지질히 고생만 하고 살 것이냐.

       나도 고생을 면해야 하지 않겠느냐.

 

       어머님. 부귀공명富貴功名 을 바라고

       한 일이 아니지 않습니까.

 

       다시 생각해보아라.

       이 어미 가슴이 미어터지는구나.

 

똑똑한 아들인 개자추介子推19년 만에 집에 돌아와 개씨介氏

가문을 일으켜 세울 것으로 크게 바라던 홀어머니는 가장 중요한

순간에 아들이 출사를 거부하고 있자 가슴이 무너지고 있었다.

 

      조정엔 너를 알아주는 사람이 있지 않겠느냐.

      같이 고생한 사람과 의논해봐라.

 

      용기를 내어 주공을 직접 만나서라도

      네 생각을 전하는 것이 어떻겠냐.

 

      어머니, 저는 이미 저들의 잘못을

      책하는 말을 여러 번 한 적이 있습니다.

 

      공신들의 잘못을 여러 번 지적해놓고

      인제 와서 안 한 척하며 공을 말하는 것은

      제 마음의 죄가 너무나 크게 되옵니다.

 

      중이重耳 공자가 잘된 것만으로 만족할 뿐

      어머니, 이제는 더 바랄 게 없습니다.

 

개자추介子推는 처연한 눈길로 어머니를 여러 번 바라보다가

결연한 어조로 입을 열어 끝내 결심하고만 말을 하게 된다.

 

       어머니, 세상의 먼지 속을 떠나 어머님만을 모시고

       조용한 곳에서 오래오래 살고 싶습니다.

 

       어머님. 저와 같이 조용한 곳에 들어가

       마음 편히 사시면 어떠시겠는지요.

 

       너는 정말로 청렴한 선비로다.

       그래, 청렴한 선비의 어미가 어쩌겠느냐.

 

       오냐. 네 마음이 꼭 그렇다면

       네 마음대로 그렇게 하려무나.

 

누구보다 개자추介子推의 마음을 잘 아는 어미지만, 고생만 하고

살아온 한이 가슴속에 맺혀있었으나, 아들을 따라 나서기로하였다.

 

       , 개자추介子推는 세상에 나아가

       높은 지위를 차지하거나,

       나 자신의 이름을 드날리려는

       현달顯達은 추구하지 않으리라.

 

개자추介子推는 마지막 말을 하면서 밤이 되자, 홀어머니를 등에

업고 아무도 모르게 강성絳城을 떠나 고향인 면상綿上으로 갔다.

면상綿上은 지금의 산서성 개휴현 남쪽에 있는 마을이다.

 

      면상綿上 에는 골짜기가 깊으면서

      높게 솟아 있는 커다란 면산綿山이 있다.

 

      개자추는 면산綿山의 깊은 골짜기로 들어가

      양지바른 곳에 초라하지만 작은 초려草廬를 짓고

      작은 텃밭을 일구며 나물과 열매를 먹으며 살려 하였다.

 

      홀어머니에게 효성이 지극한 개자추介子推

      사람들의 관심에서 영영 떠나려 하였던 것이다.

 

해장解張은 범부凡夫에 불과하지만 의를 존중할 줄 아는 자로

개자추介子推의 고결한 생각에 깊이 감복하는 친구였으며, 말없이

떠나버린 것을 가장 먼저 알게 되고는 너무나 안타까워하였다.

 

      주공부터 공신들 모두가 개자추介子推를 잊고 있다니.

      이러면 안 되는 거 아닌가.

 

다음 날 아침이 되어 조례가 열리자, 입궁한 한 신하가 조정의

조문朝門에 걸린 목찰木札을 발견하고 진문공晉文公에게 바쳤다.

 

       주공, 조정의 조문에 목찰이 걸려 있었나이다.

       목찰木札 이라니, 이리 가져와 보시오.

 

       有龍矯矯 悲失其所 (유룡교교 비실기소)

       힘찬 용이 집을 잃고 몹시 슬퍼하고 있구나

 

       數蛇從之 周流天下 (수타종지 주유천하)

       여러 뱀이 용을 따라 천하를 유랑하였도다.

 

       龍飢乏食 一蛇割股 (일기핍식 일사할고)

       용이 허기지자, 한 마리 뱀이 허벅지살을 먹였구나.

 

       龍返于淵 安其壤土 (용반우연 안기양토)

       마침내 용이 깊은 연못에 들어가 안정시켰도다.

 

       數蛇入穴 皆有寧宇 (수사입혈 개유영우)

       뱀들은 자기 굴로 들어가 모두 편히 지내는데

 

       一蛇無穴 号于中野 (일사무혈 호우중야)

       한 마리 뱀만이 들어갈 굴이 없어 들판에 울고 있구나!

 

진문공晉文公은 예사롭지 않은 목찰木札을 읽고는 싶은 생각에

잠기게 되었으며, 혼자서 풀 수 없어 가신들에게 물어보게 되었다.

 

      은 과인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겠는가.

      여러 마리 뱀은 누구를 말하는 것이며  

      한 마리 뱀은 누구를 가리키는 것인가.

 

      주공, 한 마리 뱀은 공신 반열에 오르지 못하고

      논공행상에서 상을 받지 못했다는 뜻이옵니다.

 

      그 한 사람이 빠졌다니 누구를 말하는 것인가.

      이번 논공행상에서 다 챙겼는데 빠진 사람이 있겠는가.

 

      그럴 리가 없도다.

      과인은 누구나 차별 없이 논공행상하였도다.

 

      주공, 호언狐偃은 향락에 빠진 주공을

      나라에서 벗어나게 해주었습니다.

      반드시 1등 공신에 오를 만합니다.

 

      주공, 조쇠趙衰는 자신도 배고파 쓰러질 지경이면서

      남겨둔 호찬壺饌(병에든 음식)을 손도 대지 않고

      주공께 바쳤습니다.

      이 역시 1등 공신의 상을 받을 자격이 있습니다.

 

      주공, 그보다 두 배의 상을 받을 한 사람이 있소이다. 

      위주魏犨 , 그 한 사람이 누구이더냐.

 

      주공, 호언狐偃과 조쇠趙衰, 두 어르신이

      아무리 충성심이 깊다고 하지만,

 

      자기의 허벅지 살을 베어내

      주공께 바칠 만큼 깊지는 않을 겁니다.

 

      만일 나보고 상을 내리라 한다면, 나는

      자기의 살을 베어 바친 사람을 일등으로 삼겠소이다.

 

      하 아, 그렇구나. 정말 그렇도다.

      아니, 어떻게 개자추介子推를 빠트렸단 말이냐.

 

      나라 땅을 지나갈 때, 그때 생긴 일이로다.

      어째서 개자추介子推를 까마득히 잊고 있었단 말이냐.

 

      이 목찰木札은 개자추介子推가 나를 원망한 것이다.

      아 아, 나의 이 잘못을 어찌하면 좋겠는가.

      오한惡寒이 들 정도로 몸이 벌벌 떨리는구나.

 

      아니. 내가 개자추介子推를 잊고 있었다니.

      될 말인가. 그러면 안 되지. 정말 안 된다.

      주공, 지금이라도 상을 내리시는 것이 좋겠나이다.

 

      개자추介子推를 당장 궁으로 들게 하라.

      아니다. 내 친히 개자추의 집으로 가리라.

 

진문공晉文公은 여러 신하의 안내를 받아, 개자추介子推의 집을

찾아갔으나, 집 안은 텅 비어 있었으며 개자추는 간 곳이 없었다.

 

       어디로 떠나갔단 말이냐.

       동네 사람 중에 아는 사람이 있는가.

       개자추介子推의 행방을 아는 사람에게 벼슬을 내리리라.

 

       주공, 촌부 해장 解張이라 하옵니다.

       조문 위에 걸린 목찰은 개자추가 지은 것이 아니옵고

       소인 해장解張이 지어 걸은 것입니다.

 

       개자추介子推는 상을 구하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고,

       그 홀어머니와 함께 속세를 떠났습니다.

 

       소인은 그의 공로가 이대로 잊힐까 염려하는 마음에서

       그 같은 글을 지어 조문에 내건 것입니다.

       소인의 무례함을 용서하여주시옵소서.

 

       아니다. 그 목찰을 내걸지 않았더라면

       과인은 개자추介子推를 영영 잊을 뻔하였도다.

 

       그대는 개자추介子推가 간 곳을 아는가.

       주공, 아마 면산緜山으로 갔을 것입니다.

 

       방금, 면산緜山 이라 하였느냐.

       그러하옵니다. 개자추介子推의 고향 산입니다.

       그대는 어서 개자추를 찾아오도록 하라.

 

뒤늦게 알게 된 진문공晉文公은 크게 후회하면서 개자추介子推

찾는데, 높은 상금까지 내걸었으나 아무도 데려오지를 못하였다.

 

      주공, 이 산이 면산緜山 이옵니다.

      허허, 산은 높고 첩첩한데 수풀마져 우거져

      개자추 찾는 일이 몹시 어렵게 보이는구나.

 

      개자추를 찾아내는 사람에게 큰 벼슬을 주고

      1백만 묘의 땅을 내리리라.

 

      면상綿上의 모든 백성을 동원하여 찾도록 하라.

      주공, 몇 날 며칠을 산속을 뒤져 보아도

      개자추와 노모의 모습은 보이지 안 사 옵니다.

 

본 이야기의 내용은 사마천司馬遷의 사기史記에 수록된 내용과

여불위呂不韋의 여씨춘추呂氏春秋을 토대로 하여 엮은 것이다.

 

      전국시대 말기 때 위나라 복양濮陽 땅의 사람인

      여불위呂不韋가 빈객賓客 3,000여 명을 모아서

      편찬하였다는 여씨춘추呂氏春秋에, 이런 내용의

      한식寒食 날에 대한 유래담이 나온다.

 

진문공晉文公은 직접 면산緜山으로 찾아가 많은 군사를 풀어 샅샅이

뒤졌으나 발견하지 못하자, 면산 緜山에 불을 질러 내려오길 바랐다.

 

       아무리 찾아보고 기다려도 보이지 않더니

       끝내 어머니를 감싸며 끌어안고,

       버드나무 아래에서 불타 죽은

       모자의 유골遺骨 만을 발견하게 된다.

 

진문공晉文公은 개자추介子推가 홀어머니를 끌어안고 죽은

유골을 보며 눈물을 뚝뚝 떨어트리며 울면서 말하였다고 한다.

 

      하는 수 없구나. 이 면산緜山 일대의 땅을

      모두 개자추의 영지로 삼도록 전지를 내려라.

 

      면산緜山에 사당을 세워 해마다 제사를 지내드려라.

      면산緜山의 이름을 개산 介山이라 부르도록 하라.

      오늘부터 절대 불을 피우지 마라.

 

지금도 산서성 북쪽 지방 일대의 태원太原, 상당上黨, 서하西河,

응문應門 등에서는 매년 동지 이후 105일 동안 마른 음식을

냉수와 함께 먹고 있었으며, 이 기간에 불을 피우는 걸 금하다가

그리고 그 후에 너무 불편하다. 하여 3일로 줄여 행하고 있다.

 

      한식날에는 집 앞대문에다 버들가지를 꽂는다.

      버드나무 아래서 타 죽은 개자추介子推의 영혼을

      초혼招魂 하기 위해서라 한다.

 

      또 들에서 제사를 지내고 지전紙錢을 태운다.

      이 또한 개자추介子推를 추모하는 뜻에서다.

 

이때부터 진나라는 불에 타 죽은 개자추介子推를 사모하여

음력 3월 초닷새 날을 한식절 寒食節 이라 부르며, 불을 피우지

않고 찬 음식만을 먹는 풍습이 생겨났다.

이에 대해 호증 선생이 시를 지어 개자추의 고고함을 노래했다.

 

       羈紲從遊十九年 (기세종유십구년)

       말고삐와 재갈을 붙잡고 19년 동안 돌아다녔도다.

 

       天涯奔走備顚連 (천애분주비전련)

       의지할 데 없는 군주를 분주하게 쫓아다니며 모셨구나.

 

       食君刳股心何赤 (식군고고심하적)

       허벅지살을 허기진 군주에게 먹이다니 지극한 정성이로다!

 

       辭祿焚軀志甚堅 (사록분구지심견)

       녹봉도 마다하고 몸을 불태우며 그 의지를 지켰도다.

 

       綿上烟高標氣節(면상연고표기절)

       면산의 하늘 높이 나는 연기는 지고한 절개를 말하고

 

       介山祠壯表忠賢(개산사장표충현)

       장한 개산의 모습은 충성스러운 마음의 표시이리라!

 

       只今禁火悲寒食(지금금화비한식)

       지금도 불을 금하고 찬 음식을 먹으며 슬퍼하는 일은

 

       勝却年年掛紙錢(승각연년괘지전)

       해마다 지전을 태워 복을 비는 일보다 뜻있는 일임이라!

    

우리나라에서는 동지冬至 날로부터 105일 되는 날을 청명일淸明日

이라 하며, 그다음 날을 한식寒食 날이라고 한다.

 

       한식寒食 날은 바짝 마른 봄날이기에

       산에서 불을 피우면 아니 되므로,

 

       조상을 공경하기 위해 묘소에 찾아가서는

       차가운 한식寒食을 정성껏 차려 놓고,

 

       엎드려 가정의 복을 빌고는

       일 년 농사가 잘되게 하여달라며,

       참배를 올리는 풍습이 옛날부터 있었다.

 

251 . 집안 싸움에 이웃을 끌어들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