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안) 열국지 201∼300 회

제 244 화. 심복은 어떨 때 나타나는가.

서 휴 2022. 10. 15. 13:32

244 . 심복은 어떨 때 나타나는가

 

그때 진문공晉文公은 호언狐偃을 믿고 있는바 발제勃醍가 주장하는

바도 믿기로 하였으므로, 좌우를 둘러보며 모두 물러가게 하였다.

 

      침방에 근무하는 너희들도 물러가라.

      이제 아무도 없노라.

      과인에게 하고자 하는 말이 무엇인가.

 

      주공, 반역을 꾀하며 반란을 일으키려 합니다.

      발제勃醍, 지금 뭐라고 하였느냐.

 

      주공, 반란이라고 하였습니다.

      누가 반란을 일으킨단 말이냐.

 

      주공, 반란은 가깝고 믿는 곳에서 일어납니다.

      주공, 극예郤芮와 여이생呂飴甥 일당이

      사람들을 끌어모아 반란을 일으키려 합니다.

 

      그럴 리가 없을 것이다.

      이미 다 용서하여 주었는데 웬 반란이란 말인가.

 

      주공, 동조세력을 많이 모아 놔 만만치 않습니다.

      여러 대부의 문중마다 가병家兵상당히 모아놔,

      수습하기가 대단히 어려울 수 있습니다.

 

      반란을 일으켜도 강성絳城에는 근위병 近衛兵

      상비군常備軍 1만여 명이나 있지 않은가.

 

      언제 반란을 일으키려 한단 말이냐.

      거사 일은 바로 내일 밤인 2월 그믐날 밤이옵니다.

      궁중에 큰불이 여러 곳에서 일어날 것입니다.

 

      그럴 리가 없을 것이다.

      강성絳城은 이미 방비를 튼튼히 하고있다.

 

      주공, 신 호언狐偃 이옵니다.

      15년간이나 나쁜 뿌리가 깊이 박혀있을 것으로

      근본적인 뿌리를 뽑은 바 없사옵니다.

      이에 짐작 못 하는 반란도 일어날 수 있사옵니다.

 

      주공, 누가 누구인지 파악하기 어렵사오며

      잘못하면 회생 자가 너무 많이 생길 수 있사오니

      이참에 모두 정리할 좋은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주공, 근위병과 상비군이 있어, 반란이

      일어나더라도 수습할 수 있으므로, 이참에

      반란자들을 발본색원拔本塞源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기회에 발제勃鞮가 알아서 처리하도록

      믿고 맡겨보시면 어떠시겠는지요.

 

      발제勃鞮. 그대가 알아서 할 수 있겠는가.

      주공,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목숨을 걸겠습니다.

 

진문공晉文公이 발제勃醍의 말을 완전히 믿지 못하는 듯 표정을

짓자, 발제勃醍는 얼른 눈치를 채고 다시 간곡히 말했다.

 

      신은 목숨을 걸고 주공을 찾아온 것입니다.

      신을 믿지 못하신다면 크게 후회하는 일이 생깁니다.

 

      주공께선 신을 믿어주셔야만 합니다.

       발제勃鞮는 주공께 이 한 몸 바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모두 정리하여 놓겠습니다.

 

발제勃醍는 놀라는 진문공晉文公을 쳐다보았으며 그동안 있었던

일을 하나도 빠짐없이 소상히 알려주며 수습책까지 말하여 주었다.

 

      주공, 저들은 군부 내부에도 손을 쓰고 있으며,

      그들 문중의 가병 숫자가 만만치도 않습니다.

 

      강성絳城 안의 상비군만으로 내란을 수습하기가

      매우 어려우며 실패할 수도 있습니다.

 

      나라의 진목공秦穆公에게 군사 원조받아야만

      안전하게 진압할 수 있습니다.

 

      주공께서는 지금 곧 미복微服으로 갈아입으시고

      성을 빠져나가 진나라에 도움을 청하십시오.

 

      신은 이곳에 남아 극예郤芮와 여이생呂飴甥

      안심시켜 놓고, 반란이 성공하지 못하도록 막겠습니다.

 

진문공晉文公은 발제勃醍의 말을 다 들어보니 군위에 오르자마자,

가장 어려운 순간을 맞이한 것이었으며, 이일은 운명적인 판단으로

빨리 결정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대, 발제勃醍는 어려움을 잘 해결해보라.

      나는. 그대의 말을 믿겠노라.

      주공, 믿어주시어 고맙사옵니다.

 

      주공반역의 일은 발제勃醍에게 맡기셔도 되겠사오며

      주공, 이 호언狐偃이 모시고 진나라로 가겠습니다.

 

      발제勃醍, 나는 지금 진나라로 가겠노라.

      나머지 일은 발제勃醍, 그대가 알아서 처리하라.

      주공, 믿어주셔서 정말로 감사하나이다.

 

발제勃醍가 곧바로 돌아가게 되자, 호언狐偃은 비밀리에 심복

몇 명을 불러들여, 궁성 뒷문에다 수레를 마련하여 놓았다.

 

      진문공晉文公은 평상시와 다름없이 내시들을 불러

      잠자리에 들었다가 한밤 중이 되자, 어린 내시에게

      등불을 들려 측간으로 가는 척하다가, 아무도 몰래

      궁성의 뒷문으로 빠져나가 호언狐偃을 만난다.

 

      진문공晉文公 곁의 몇몇 시종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그의 탈출을 눈치채지 못하게 하였다.

 

      호언狐偃은 담당 내시에게 단단히 이야기하고,

      심복 호위무사 몇 명과 함께 출발하였다.

 

호언狐偃은 대기시킨 수레에 진문공晉文公을 모시고, 직접 말

고삐를 잡았으며, 또한 호위무사의 수레가 따라가고 있었.

 

      발제勃鞮는 아무도 몰래 궁에서 나왔으며,

      의심을 피하여 극예郤芮의 집에서 잠을 자며

      다음 날에도 실행계획을 함께 점검하였다.

 

호언狐偃과 진문공晉文公이 진나라로 떠나버린 날, 조정을

담당하는 내시가 중신들에게 큰 소리로 이야기하였다.

 

       주공께서 간밤에 한질寒疾을 얻어

       조례는 며칠 후에 하시겠답니다.

 

       며칠간은 푹 쉬시겠다. 하시오니

       아무도 찾지 말아 주십사. 말씀드립니다.

 

       즉위한 지 오래되지 않았잖소.

       아, 처리해야 할 일이 태산처럼 쌓였는데

 

       갑자기 병이 나셨다고 하시니 어쩌겠소.

       어쩌겠소. 며칠 기다려 봅시다.

 

       참으로 사람의 화복은 조석朝夕 사이에

       변한다고 하더니 그 말이 맞는 것 같구려!

 

조쇠趙衰의 탄식 소리를 전해 들은 극예와 여이생은 아주 좋은

소식이라며 몹시 기뻐하면서, 더욱 자신감을 느끼게 되었다.

 

      그래. 중이重耳도 벌써 60이 훌쩍 넘었지 않은가.

      늙은 나이에 너무 과로하셨구먼.

 

      이는 하늘이 우리를 돕는 것이 아니겠소.

      계획대로 아주 잘 되어 가고 있소이다.

      내일 밤에 거사를 꼭 단행합시다.

 

드디어 결행할 날이 되었다. 극예郤芮와 여이생呂飴生은 계획이

차질없이 잘 진행되자, 크게 만족하여 날이 저물기만을 기다렸다.

 

      벌써 오늘이 되었습니다.

      나 극예郤芮는 심복 내관으로부터

      중이重耳는 아직 차도를 보이지 않고

      지금도 침상에 누워있다는 보고를 받았소이다.

 

      군부는 나중에 연락하기로 하고 이번엔

      우리 양가의 가병 만으로 쳐들어가도 되겠습니다.

 

      , 이제 계획대로만 하면 됩니다.

      정말 천재일우千載一遇의 기회입니다.

 

      이 극예郤芮가 또 말하겠소이다.

      궁중의 불은 제 심복들이 차질 없이 일으킬 것이니,

 

      궁궐에 불이 나면 밖으로 궁인들이 뛰어나오게 됩니다.

      여이생呂飴生 대부께서는 앞문을 담당해 주시 오.

 

      나 극예郤芮는 뒷문을 장악하겠소이다.

      불이 나면 그것을 신호로 궁중 안으로 쳐들어갑시다.

 

      소인 발제勃鞮는 조문朝門 밖에 숨어 있다가

      불을 끄러 오는 사람들을 저지하겠소이다.

 

      좋소, 그리되면 중이重耳는 도망가지 못하고

      꼼짝없이 우리 손에 죽게 될 것이오.

 

극예郤芮와 여이생呂飴生은 계획대로 잘 되어가자, 크게 만족하여

날이 저물기만을 기다렸다가 해가 떨어지고 어둠이 깔리자, 심복

가병을 거느리고 각기 예정한 곳에 숨어 들어가 매복하게 된다.

 

       불이야. 불이야.

       아니. 여기저기서 불이 나다니.

       어떤 놈들이 저지른 불이야.

 

       나쁜 놈들이 기름을 부은 것이리라.

       기름을 뿌려도 많이 뿌린 것이다.

 

밤이 깊어 삼경三更이 끝날 무렵이 되었을 때, 별안간 궁 안의

이곳저곳에서 시뻘건 불기둥이 치솟기 시작하였다.

 

       궁인들은 깊은 잠에 빠져있다가, 난데없이

       갑자기 일어난 화재에 혼비백산魂飛魄散 하여

       제각기 떠들면서 우왕좌왕하게 되었다.

 

       화광이 충천하면서 궁궐을 휩쓸자

       궁인들이 먼저 피해 달아나려고 하다가

       불기둥에 타죽는 참상이 벌어지기도 하였다.

 

매복하고 있던 극예郤芮와 여이생呂飴生은 불이 한창 치솟자,

얼굴을 가리고 복면을 한 채로 지체하지 않고, 즉시 가병家兵

거느리고 궁 안으로 뛰어들어갔으며, 발제勃鞮는 얼굴을 가린 체

궁 안으로 들어가 이곳저곳을 샅샅이 뒤지며 살피는 척하였다.

 

      이때 불에 타죽어 알 수 없는 시체를 몇 사람이

      들고 가다 침궁寢宮 뒤뜰에 놓고 가버리는 것이다.

 

      침궁을 지키던 한 내시는 얼른 가서 얼굴이 불에 타

      상한 걸 보고는 진문공晉文公의 겉옷을 덮어주었다.

 

불이 나자 궁인宮人들이 화급히 일어나 잠옷 차림으로 우왕좌왕하는

사이로 극예郤芮와 여이생呂飴甥극은 평소 내통하고 있던 내시를

앞세워 재빨리 진문공晉文公의 침궁寢宮으로 뛰어 들어갔다.

 

      아니, 침상에는 아무도 없다.

      아니, 침궁의 내시들도 아무도 없구나.

 

      다 어디로 간 것이냐.

      중이重耳가 눈치를 채고 도망친 건 아닌가.

 

      주공은 이곳에서만 주무시지 않습니다.

      그럼 어디에 있느냐.

 

      어느 후궁의 방에 있을지 모릅니다.

      빨리 뒤져 봐라. 그곳으로 가보자.

      이번에 꼭 죽여야 한다.

 

이들은 찾으러 쫓아가다가 뒤뜰에 엎드려 있는 진문공의 겉옷을

보고는 잠시 멈추어 겉옷을 걷어내면서 진문공晉文公 인가하고 

확인하고 있는데, 저편에서 발제勃鞮가 뛰어오며 고함을 지른다.

 

      빨리 피하십시오.

      근위병이 에워싸고 있습니다.

 

      비상군이 이곳으로 달려오고 있습니다.

      우물쭈물하다간 우리 모두 포위될 수 있소이다.

   

      중이重耳가 죽었는지 알아봐야 할 것 아니오.

      일단 돌아갔다, 다시 대책을 세우는 편이 좋겠소?

 

      시간이 없소이다. 빨리 나가야 해요.

      좀 이따가 날이 샌 후에 군을 동원합시다.

 

극예郤芮와 여이생呂飴生이 가병을 이끌고 불타는 궁을 재빨리

빠져나가자, 근위병이 에워싸며, 호씨狐氏, 조씨趙氏, 란씨欒氏,

위씨魏氏 등의 가병들이 몰려와 불을 끄기 위해 달려들었다.

이에 한 사관이 이일을 두고 시를 지어 노래하였다.

 

       毒火無情殺械成 (독화무정살계성)

       무정한 화마는 궁궐을 불태우는 데 성공했으나

 

       誰知車駕在王城 (수지거가재왕성)

       중이의 수레는 이미 왕성에 가 있음을 몰랐노라.

 

       晉侯若記留袂恨(진후약기유몌한)

       진문공이 옷소매 잘려나간 한만을 고집했더라면

 

       安得潛行會舅甥(안득잠행회구생)

       몰래 탈출하여 장인과 처남을 만날 수 있었겠는가?

 

사람들이 몰려들어 불을 끄고 있는 소란 중에 조정의 대부들이

모여들었으며, 조쇠趙衰가 헐레벌떡 쫓아오면서 상비군을 곳곳에

배치하고 나서는, 진문공晉文公을 찾으려 혈안이 되어 뛰어다닌다.

 

      주공은 어디 계시는가?

      큰일이다. 빨리 주공을 찾아라.

      이곳저곳 다 찾아보아라.

 

      누가 주공을 본 사람 있소?

      아직 아무도 뵙질 못했소이다.

 

조쇠趙衰가 진문공晉文公의 생사를 알고자 눈에 불을 켜고 설칠

그때, 침궁 담당의 한 내시가 조쇠趙衰에게 다가와 지난날 밤에

일어난 사실을 조용히 귓속말로 보고해 주고는 얼른 떠나갔다.

 

      조쇠趙衰 , 저는 침방의 내시입니다

      조쇠趙衰 , 잠깐 제 말을 들어보십시오.

 

      주공은 호언狐偃과 함께 몰래 나가셨고

      반란자들은 죽어 쓰러져있는 시체를

      주공으로 알고 있으면서도 의심하고 있습니다.

 

      반란자들을 아는가.

      모릅니다. 반란자들이 모두 복면을 하였습니다.

 

      반란자들을 얼굴을 모른단 말이군,

      조용히 하라. 절대. 입 밖에 내선 안 된다.

 

245 . 반란의 뿌리를 완전히 뽑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