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안) 열국지 201∼300 회

제 241 화. 살기 위해 충성심을 버린다.

서 휴 2022. 10. 13. 22:38

241 . 살기 위해 충성심을 버린다.

 

      공자님, 한 말씀 여쭙겠습니다.

      공손 칩縶은 어서 말해보시오.

 

      공자께서 강성絳城에 들어가게 되시면

      진혜공晉惠公과 진희공晉懷公을 섬기던 자들을

      모두 가려내 처형하실 겁니까.

 

      아니요. 처형하지 않을 것이오.

      어쩔 수 없이 그렇게 살았던 사람들이 아니겠소.

 

      , 용서하여 예전처럼 다 같이

      우리 진나라를 위해 일하도록 만들 것이오.

 

      극예郤芮와 여이생呂飴甥도 살려주실 겁니까.

      그렇소. 죽이지 않을 것이오.

 

      공자, 그렇다면 무혈입성을 할 수 있습니다.

      공자, 제가 책임지고 협상에 나서겠습니다.

 

      공자님, 저에게 맡겨주십시오.

      좋소, 뜻대로 해보시오.

 

공손 칩은 중이重耳의 호쾌한 대답에 얼굴이 밝아졌으며, 곧이어

서슴없이 진군晉軍의 진채陣寨를 찾아간다.

 

극예郤芮와 여이생呂飴甥은 공격할 생각을 하지 못하며, 막아낼

방어진지를 구축하고 있는데, 갑자기 진의 공손 칩이 찾아오자,

몹시 당황하여 망설이다가 찾아온 뜻을 알아보기 위해 맞이하였다.

 

      정말 오래간만이오.

      어서 오시 오. 무슨 일러 오셨소.

 

      필요 없이 싸우지 말고 항복하시오.

      아니, 무슨 그런 말을 다 하는 것이오.

 

      우선, 우리 진후秦侯의 편지를 읽어보시오.

      잠시 나가 있겠소. 곧 연락 주시 오.

 

이때 극예郤芮와 여이생呂飴甥10여 년 전 맞붙은 용문산龍門山

전투에서 자신들과 진혜공晉惠公까지 진군秦軍의 포로가 되어

호되게 곤욕을 치른 바가 있었으며,

 

또한 파악해본바 진군秦軍용맹에 크게 겁을 내게 되었으며,

이에 앞으로 나가 공격하려는 생각은 갖지 못하고,

그저 진채陣寨 만을 굳게 지키고 있었다.

 

        진군晉軍 장수들은 읽어보라.

        과인이 진에게 베푼 은혜는 가히 지극하였다.

 

        부자가 대를 이어 은혜를 저버리고

        우리 진나라를 마치 원수 대하듯이 했도다.

 

        과인이 그 부친 되는 자에게는 참았으나

        그 아들 되는 자에게는 참을 수 없도다.

 

        공자 중이는 그 사람됨이 어질고

        은혜로운 사람이라 천하가 인정하며

        많은 재사가 그를 보좌하고 있노라.

 

        하늘과 백성들이 번갈아 가며 돕는바

        천하의 민심이 그에게 쏠려있도다.

 

        과인이 친히 대군을 이끌고 위양에 주둔하고 있노라.

        먼저 공자 칩에게 명하여, 중이 공자를 호송하여

        귀국시켜 진의 사직을 이어 주려 하노라.

 

        만약 진대부들이 어진 것과 어리석은 것을

        분별할 수 있는 식견을 가지고 있다면

 

        창을 돌려 잡고 중이 공자를 영접하여

        이 한 번의 거사로 화를 복으로 만들어야!

        하는 일이 마땅하지 않겠는가?

 

        진군晉軍 장수는 잘 생각하여야 한다.

        과인이 진군晉軍을 전멸시켜야 하겠는가.

 

극예郤芮와 여이생呂飴甥은 진목공秦穆公의 편지 읽기를 마치고

나서도, 반 시각이 지나도록 아무 연락을 주지 못하고 있다.

 

나가 싸우려니 진군秦軍의 용맹함을 아는지라 싸울 수도 없었고,

다른 한편으로 항복하자니, 중이重耳가 원한을 품고 원수를 갚지나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들었기 때문이다.

 

      두 분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소이다.

      필요 없이 싸우지 말고 항복하시오.

 

      우리 진의 군사가 훨씬 더 많고

      훨씬 더 강한데 어찌 당하겠소이까.

 

      우리를 너무 얕보는 것이 아니요.

      그대들은 이번 전쟁에 이기기 어렵소.

 

      아니, 그게 무슨 말이오.

      아직도 모르고 있었소이까.

 

      진군晉軍은 안으로부터 무너지고 있소이다.

      의 대부들이 공자를 만나고 갔소이다.

 

      지금 강성絳城 안에는 당신들의 반대파가

      강성絳城과 진군晉軍을 장악하고 있을 것이오.

 

      곧바로 모두 점거하였다는 통지가 올 것이며,

      통지받고 나면 협상이 안 되오.

      죽고 사는 문제이니 빨리 결정해야 하오.

 

그동안 혹시나 하던 예상을 공손 칩이 먼저 알고 있다니,

극예郤芮와 여이생呂飴甥은 깜짝 놀라며 당황하여 흙빛이 되었다.

 

      항복을 수용하면 어떤 조건을 주겠소이까.

      그대들이 항복하여 중이 공자를 영접하면

 

      살려줄 뿐만 아니라 그대들의 재산과

      현 지위를 그대로 유지해 줄 것이요.

 

      중이重耳 공자가 우리를 살려줄 것 같소이까.

      어림없는 소리를 하는 것이 아니요.

 

      한번 진군晉軍을 후퇴시켜 보시 오.

      내 목숨을 걸어 약속을 지켜 드리겠소.

      진후秦侯 와 나를 믿어보시오.

 

      우리가 의논할 터이니 잠시 나가 있으시오.

      알겠소. 오래 기다리게 하지 마시오.

 

극예郤芮와 여이생呂飴甥은 공손 칩이 나가자, 둘인 긴박하게

한참을 의논하고 난 후 공손 칩을 불러들인다.

 

       중이 공자님에게 죄를 지었다는 걸

       우리도 잘 알고 있소이다.

 

       우리는 진작부터 창칼을 던져버리고

       공자님을 추대하려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소.

 

       이제 중이重耳 공자를 영접하겠소이다.

       그러나 앞서 한 약속을 저버리지 마시오.

 

       알겠소. 두 분에게 한 약속은 반드시 지킬 것이오.

       두 분은 날 믿어 보시 오.

 

극예郤芮 와 여이생呂飴生은 공손 칩의 말에 따라 진군晉軍

여류蘆柳에서 순땅으로 물러났다. 은 지금의 산서성인

임진현의 동북쪽에 있는 작은 나라로, 나라의 속국이었다.

 

나라 장수 공손 칩이 배석한 가운데, 중이重耳의 대표로

호언狐偃이 나왔으며, 진군晉軍의 대표 극예郤芮는 짐승을 잡아

그 피를 입술에 바른 후 하늘에 대고 맹세한다.

 

      다 함께 중이重耳 공자를 받들어

      나라의 군주로 모시기로 하며

      다 같이 나라의 발전에 몸을 바치기로 한다.

 

      우리는 두 마음을 품지 않을 것이며

      현 대부들의 신분을 그대로 보장할지어다.

 

극예郤芮와 여이생呂飴甥은 항복하면서, 양 군사들이 보는 앞에서

무릎을 꿇고 충성을 맹세합니다. 하고 세 번을 복창하고 나서는,

진군晉軍의 총사령관의 장수기將帥旗를 중이重耳에게 바쳤다.

 

      그동안 다들 고생하였소.

      그대들의 지위는 변함이 없을 것이오.

      우리들의 진나라를 위하여 계속 힘을 써주시오.

 

      , 조쇠趙衰가 이야기하겠소이다.

      이제부터 우리 주군은 중이重耳 공자이십니다.

 

      , 모두 절을 올립시다.

      고맙소. 모두 다 같이 노력합시다.

 

      선진先軫 장수는 깃발을 인수하라.

      위주魏犨는 선진先軫과 함께 우리 진군晉軍 중에

      나이 많고 병약하며, 홀어머니를 모시는

      어려운 병사를 골라내어 귀향시키도록 하라.

 

      공자님, 이 와중에 군사들을 풀어주다니요.

      공자님, 가신들이 모두 깜짝 놀라고 있습니다.

 

      다들 들으시오. 나이 많은 사람이나,

      병약한 사람이나, 홀어머니를 모시는

      어려운 군사도 모두 우리의 백성들이오.

 

      건강한 젊은이가 나라를 지켜야!

      우리 진군晉軍이 강해지는 것이 아니겠소.

 

나라의 공손 칩과 공손지公孫枝도 깜짝 놀라면서, 그윽이

중이重耳의 폭넓은 모습을 바라보며 감동을 한다.

 

      공자님, 하루 만에 귀향할 병사를 선별하니

      2만 명 중에 3할이 넘는 많은 숫자가 나옵니다.

      이 많은 군사를 꼭 귀향시켜야 하겠습니까.

 

      그만한 일은 우리가 감수해야 하는 거 아니겠는가.

      위주魏犨는 모든 진군晉軍을 장악하고

      선진先軫은 남은 병사들로 정예병을 만들라.

 

      공자님, 선진先軫이 한 말씀 올리겠습니다.

      좋도다. 어서 말해보라.

 

      남은 군사들로 근위병 3천 명과 상비군 7천 명을

      뽑아 정예병精銳兵을 만들고

      남어지 군사는 치중부대로 돌리겠습니다.

 

중이重耳의 과감한 조치로 인하여  7천여 명의 군사들이 환호성을

지르면서 만세를 부르기도 하며 고향으로 떠나가고 있다.

이 소문은 너무 빠르게도 백성들 사이에 퍼져나가고 있었다.

 

      공자님, 남은 군사들을 각자 가지고 있는 능력에 따라

      근위병과 상비군으로 재편성하니

      군사들의 사기가 오히려 높아졌사옵니다.

 

      수고하였도다. 모든 채비를 끝마쳐라.

      지금부터 곡옥성曲沃城으로 진군하자.

 

진희공晉懷公은 원래부터 유달리 겁이 많고 조급하였으므로,

날마다 극예郤芮의 소식을 목이 빠지게 기다렸으나, 좀처럼 승전

소식이 들려오지 않자, 견디다 못해 내시 발제勃醍를 불렀다.

 

      발제勃鞮는 급히 극예郤芮와 여이생呂飴甥에게 가보시오.

      빨리 이기고 돌아오라 하시오.

      . 중이重耳를 쳐 없애고 돌아와야 한다고 전하시오.

 

발제勃鞮는 강성絳城을 출발하여 여류蘆柳를 향해 가던 중인데

뿔뿔이 흩어져 돌아오는 군사들에게서 뜻밖의 소식을 듣게 된다.

 

      너희들은 왜 그냥 오고 있는가.

      7천이나 되는 군사를 풀어주었소.

 

      우리 진군은 어찌 되었는가.

      극예郤芮와 여이생呂飴生은 항복하였소.

 

      그러면 지금 강성絳城으로 오고 있는가.

      아닙니다. 곡옥성曲沃城으로 가고 있습니다.

 

발제勃鞮는 여이생呂飴甥이 항복하였다는 소문을 자세히 듣게 되자.

급히 강성絳城으로 되돌아가 진희공晉懷公에게 보고한다.

 

       주공, 큰일 났습니다.

       극예郤芮와 여이생呂飴生이 중이重耳를 영접했답니다.

 

       지금쯤 곡옥성曲沃城도 점령당하게 생겼습니다.

       이제 나라의 주인은 중이重耳 공자라는 소문입니다.

 

       극예郤芮와 여이생呂飴甥이 나를 배신하다니.

       아아, 나는 어쩌란 말인가.

 

       , 지난날 진나라에서 도망쳐 나왔기에

       진목공의 미움으로 이 지경이 되었구나.

 

       주공, 속히 대부들을 불러 성을 지켜야 하오나.

       주공, 입조령入朝令을 내려 아무리 불러도

       아무도 오지 않을 것이 분명합니다.

 

       주공, 모든 신하가 중이重耳를 맞이하려 합니다.

       주공, 이제 잠시 몸을 피하셔야 하겠습니다.

 

       주공. 이제 한탄만 마시고 급히 수레에 오르소서.

       주공, 제가 수레를 몰 터이니 빨리 오르십시오.

 

진희공晉懷公과 발제勃鞮는 어디론가 달아나버리고, 중이重耳

진군晉軍과 진군秦軍은 아무런 저항을 받지 않으며, 마침내 순

땅을 떠나? 이르는 곳마다 모두 성문을 열고 나와 환호성을 질렀다.

그로부터 닷새 후에 진의 옛 수도인 곡옥성曲沃城에 당도했다.

 

      주공, 이제 오시나이까.

      , 태복 곽언郭偃이 오랜만에 인사 올리나이다.

 

      그동안 잘 계셨소. 오랜만에 반갑소.

      주공, 오늘을 보기 위해 악착같이 살아있었습니다.

 

      그렇군요. 이미 나이 90이 넘으셨지요.

      곽언郭偃은 이제 눈물을 거두어 주시 오.

     

곽언郭偃 세자 신생申生의 죽음을 막기 위해 부단히 애를 썼으며

호돌狐突과 더불어 진의 버팀목 역할을 한 정신적 기둥이며,

원로대신으로 존경받고 있었다.

 

곽언郭偃은 중이重耳를 서슴없이 주공이라 불렀으며, 중이重耳

직접 진무공晉武公의 위패 앞으로 인도했다.

 

      진무공晉武公은 중이重耳를 어여뻐하던 할아버지며

      옛날 진나라가 곡옥曲沃과 포읍蒲邑으로,

      둘로 쪼개져 있을 때, 곡옥曲沃에서

      포읍蒲邑을 점령하여 하나로 통일한 분이다.

 

      그 이후로 이 곡옥성曲沃城에서 조상의 제사를 지내며

      군주의 즉위식도 이곳에서 올리게 된 것이다.

 

242 . 마음의 변화를 어찌 알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