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안) 열국지 201∼300 회

제 239 화. 그리운 고국으로 돌아가는가.

서 휴 2022. 10. 12. 17:10

239 . 그리운 고국으로 돌아가는가.

 

진목공秦穆公이 조쇠趙衰의 말에 동의하고 출정 날짜를 정하기로

하였다. 이에 중이重耳는 가신들과 감사의 뜻을 표하고, 공관에

돌아와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문을 지키는 관리가 들어와 고했다.

 

북풍이 몰아치며 폭설마저 쏟아지는 몹시 추운 겨울날이라, 눈이

덮인 하얀 삿갓을 눌러쓴 두 사나이가 중이重耳가 있는 공관에

찾아와 문을 두드리자, 대문을 열어주던 선진先軫이 깜짝 놀란다.

 

        아니. 난순欒盾이 아닌가.

        선진先軫, 오랜만에 만나는구먼. 반갑네.

 

        아니, 옛날 이오夷吾의 가신이었을 텐데

        그렇지 지금은 진회공晉懷公의 신하가 아닌가.

        웬일로 여기까지 찾아온 것인가.

 

진헌공晉獻公 해제奚齊를 새로운 세자로 만들기 위하여, 실제

세자였던 신생申生을 비롯한 나머지 공자들을 모두 강성絳城

밖으로 쫓아내 버리자, 모든 가문이 혼돈에 빠지게 되었다.

 

이에 신료들이나 백성들이나, 가문의 장래를 위하여, 여러 공자

, 한 사람을 선택해야 하는 어려운 처지에 빠졌을 때이었다.

 

        이때 난씨欒氏의 당주堂主 인 난지欒枝

        이오夷吾를 선택하여 아들인 난순欒盾을 보냈지만,

     

        가문의 선우先于는 중이重耳를 선택하여

        아들 선진先軫을 중이重耳의 가신으로 들여보냈다.

 

이때 죽마고우였던 선진先軫과 난순欒盾은 헤어졌으며, 두 사람은

그로부터 20년 가까운 세월이 흘러 중년이 되어서 만나게 되었다.

 

        중이重耳 공자를 꼭 뵙고자 찾아왔네.

        그대들은 이오夷吾의 신하가 아닌가.

        지금은 진희공晉懷公의 신하지 않는 가.

 

        그렇긴 하나, 이제는 아니네.

        자네 곁의 사람은 누군가.

        이쪽은 극곡郤穀으로 극씨郤氏 일문의 사람이지.

 

        그렇다면. 극예郤芮와 인척간이 아닌가.

        혼자 오지 않고 어찌 같이 왔는가.

 

        자네는 강성絳城을 떠난 지 오래되어

        이 사람 극곡郤穀을 잘 모를 걸세.

 

        어떻게 믿을 수가 있겠는가.

        그렇다네. 그러나 경계하지 말게나.

        발제勃鞮 같은 일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걸세.

 

        강성絳城의 소식을 전하고자 하니

        공자를 꼭 만나게 해주게.

        왜 중이重耳 공자를 만나려 하는가.

 

        선진先軫, 우리는 믿을 수 있는 죽마고우가 아닌가.

        선진先軫, 믿어주게. 공자께 직접 말씀드릴 게 있네.

 

        공자임. 선진先軫 이옵니다.

        강성絳城 에서 두 사람이 찾아왔습니다.

 

        중요한 일이라며 꼭 뵙기를 청하고 있습니다.

        그러한가. 어서 들라 하라.

 

        난순欒盾 극곡郤穀과 함께 공자께 아뢰오.

        이 추운 날씨에 무슨 일이 있는가.

 

        새로 즉위한 군주는 시기하는 마음이 너무 많아

        사람을 죽이는 것으로 위엄을 세우고 있습니다.

 

        모두가 원한을 품고, 군신뿐만 아니라 백성들도

        마음속으로 복종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극보양郤步揚과 한간韓簡 등의 원로대신들과도

        사이가 소원하여 조정 출입을 잘 하지 않고 있습니다.

        만일 공자께서 귀국하신다 해도

        그들의 저항을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진희공晉懷公의 공포정치恐怖政治

        이제는 모두 따르지 않고 완전히 돌아섰습니다.

 

        제 아비인 극진郤溱은 주지교舟之僑 등과

        이미 비밀결사 秘密結社를 하고 있으므로

        공자께서 오시기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진회공晉懷公을 제거하려는 극진郤溱과 주지교舟之僑 등이

비밀 결사하여, 이미 강성絳城 내에 조직이 되어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기 위해 목숨을 걸고 먼 옹성雍城 까지 달려온 것이다.

 

        극씨郤氏 일가까지도 등을 돌렸단 말인가.

        공자, 확실하게 그러하옵니다.

 

        정말로 그렇단 말인가. 확실한가.

        의심되시면 저희를 인질로 잡으셔도 됩니다.

        , 의심될 만한 사람들은 아닌 것 같구나.

 

        공자, 믿어주시어 고맙습니다.

        공자, 언제쯤 귀국 길에 오르시겠나이까.

 

        이제 머지않았네. 이 추운 겨울이 문제네.

        추위만 걷히면 출전일이 잡히지 않겠는가.

 

        오시기만 하면 즉시 강성絳城에서 내통하여

        폭군을 몰아내는 일에 앞장서겠으며

 

        이 난순欒盾과 극곡郤穀은 부족한 점이 많사오나?

        공자께 몸을 바쳐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선진先軫의 어릴 적 죽마고우였던 난순欒盾이 찾아와, 요즘의

나라 내부사정을 자세히 알려주고 극곡郤穀과 함께 돌아가자,

이에 호언狐偃과 조쇠趙衰가 가신들과 더불어 대책을 세우게 된다.

 

        강성絳城에 민심이 뭉쳐졌다니

        이제 때가 온 것이 아니겠소.

 

        세상의 폭군은 오래가지 못하는 법이오.

        이제 진희공晉懷公 도 끝날 것 같소이다.

 

        공자, 제 말을 들어보십시오.

        진목공秦穆公이 적극적으로 밀어주려 할 때

        확실한 장치를 하여놓으면 어떻겠습니까.

 

        그래요, 어떤 방법이 있겠소.

        , 그래요, 그리해봅시다.

 

과 진. 두 나라가 오래도록 좋은 관계를 유지하도록 하자는

호언狐偃과 조쇠趙衰의 제안에, 백리해百里奚는 중신들과 깊이

의논한 결과 두 나라 사이에 조약을 체결하기로 하였다.

 

        과 진은 두 나라 중에 어느 한 나라가

        싸울 일이 생기어 군사를 동원하게 되면

        같이 동원하여 서로를 돕는다.

 

중이重耳는 조약을 체결하고 나자, 한결 마음이 고요해지면서

강성絳城에 도착하기만 하면 성문이 열린다는 생각을 믿게 된다.

 

         이제 할 수 있는 일은 다 하였도다.

         하늘은 나에게 어떤 뜻을 보여줄까.

         모처럼 시초蓍草 이나 한번 쳐보자.

 

         태괘泰卦, 육효六爻, 안정安靜 이로구나.

         아니 이렇게 좋은 괘가 다 나오다니.

         어서 호언狐偃을 모셔 오너라.

 

태괘泰卦는 주역 64괘 중 11번째로 상하가 화합하고 태평해진다는

지천태地天泰의 괘로서 건하乾下와 곤상坤上 이다.

이에 각 효사爻辭는 가장 좋은 여섯 가지가 따른다.

 

이때 호언狐偃은 난순欒盾과 극곡郤穀이 다녀간 후에 가신들과

모든 출정준비를 완료시키고자 의논을 끝내고 있었다.

 

        공자, 호언狐偃께서 오셨습니다.

        어서 들게 하여라.

 

        공자, 무얼 하고 계십니까.

        이 점괘를 한번 풀어보시오.

 

호언狐偃은 탁자 위에 놓인 점괘를 보자마자 눈빛이 강렬하게

빛나며, 별안간 무릎을 꿇더니 중이重耳에게 큰절을 올리었다.

 

        공자, 이 점괘는 대길 중에 대길大吉 이옵니다.

        이제 하늘과 땅이 서로 화합하니

        작은 것은 가고, 큰 것이 온다는 뜻입니다.

 

        공자, 이번에 가시면 진나라를 얻을 뿐만 아니라

        천하를 호령하는 맹주盟主가 되실 것입니다.

 

호언狐偃은 중이重耳 보다 가슴이 더 큰 모양이다. 중이重耳

천하의 패공霸公으로 만들 생각을 진작부터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공자, 뜻밖의 소식이 왔습니다.

        두수 頭須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그놈, 두수頭須 라고 하였느냐.

        그 나쁜 놈이 뭔 일로 찾아왔단 말이냐.

 

        나라를 떠날 때 그놈이 황금과 비단을

        모두 훔쳐 가 얼마나 고생하였었는가.

 

        무슨 염치로 찾아왔다고 하느냐.

        공자, 찾아온 것이 아니오라.

 

        그동안 공자의 재물로 무기를 사뒀다가고 하며

        이번 전장 戰場에 쓸 무기를 많이 보내겠다며

        두수 頭須가 연락을 해 온 것입니다.

 

두수頭須 라면, 내시 발제勃鞮가 자객을 이끌고 중이重耳

죽이러 오자, 나라에 있지 못하고 급히 도망가게 되었으며,

떠날 순간에 중이重耳의 모든 재산을 훔쳐 달아난 자였다.

그 때문에 중이 일행은 너무나 많은 고생과 수모를 당했었다.

 

        그렇게 성실하게 믿게 해놓고선

        하루아침에 송두리째 배신하다니

        아주 교활하고 나쁜 놈이로다.

 

중이重耳는 두수頭須 라는 이름만 들어도 화가 치밀어 올라

분노를 삭이지 못하자, 호언狐偃이 얼른 다른 이야기를 꺼낸다.

 

        공자, 출정 일은 정해 졌습니까.

        아직 정하지 못하였소.

 

        공자, 이제 때가 너무 무르익었습니다.

        내일이라도 진군秦君을 찾아뵈시지요.

        그렇지 않아도 그럴 작정이었소.

 

그럴 때 건숙蹇叔과 백리해百里奚와 공손 칩이 중이重耳

갑자기 찾아왔으며, 이들은 중이重耳와 가신 일행이 패기와

자신감이 가득해 넘치는 걸 보게 된다.

 

가신들이 하나둘씩 모여들어 자리를 메우며, 이들의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올까를 몹시 궁금해하며 둘러서서 쳐다보게 되었다.

 

        여러분, 그동안 많이 기다렸습니다.

        이제 떠날 때가 되었습니다.

        12월 초사흘 날 출정키로 정하였소.

 

        2군으로 병거 400승과 3만의 군사가 출동하며

        공손 칩과 공손지公孫枝가 선진부대를 이끌며

        망명 대부 비표邳豹가 선봉장이 될 것이오.

 

        세자 앵과 상경 건숙蹇叔과 요여繇余

        옹성雍城을 지키게 될 것이며

 

        진후秦侯께선 상경 백리해百里奚와 함께

        중군을 이끌고 국경까지 배웅할 것이외다.

 

중이重耳와 가신들은 이에 너무 감격하여, 큰소리로 환호歡呼

하면서 서로를 얼싸안았고,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만세를 부른다.

 

        , 얼마나 기다렸던 일이겠소.

        힘들게 1만여 리를 돌아온 기나긴 여정이었소.

        19년 만의 찾아가는 귀국 길이 아니겠소.

 

진군秦軍12월 초사흘 날 옹성雍城에서 출정하여, 한 달 만에

위수渭水와 황하黃河가 합쳐지는 위양渭陽에 도착하여 진을 치며

도강 준비를 서두르게 된다.

 

진목공秦穆公은 일단 위양渭陽에서 진군을 멈추자마자, 간소하게

연회를 베풀며, 의 장수들과 중이重耳 공자를 비롯한 가신들을

불러 모이게 하며, 모두에게 술잔을 권하며 용기를 북돋아 준다.

 

        이제 강을 건너면 진나라요.

        나는 이곳 하서河西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여의찮으면 황하黃河를 건너갈 것이오.

 

        . 여기에서 이제 작별을 합시다.

        중이重耳와 가신 일행은 진나라로 돌아가더라도

        우리를 잊지 마라. 주시 오.

 

        모두가 진후秦侯의 덕분이옵니다,

        이 감격스러운 일을 어찌 잊을 수가 있겠사옵니까.

        이 모두 백골난망 白骨難忘이옵니다.

 

        매형. 옥구슬이 많이 들어있는

        경괴함瓊瑰函과 귀한 옥패玉佩 이옵니다.

 

        매형. 이 앵이 드리는 선물을 받으시어

        언제나 이 처남을 잊지 말아 주소서.

 

        이 귀한 선물을 나에게 주다니.

        세자 처남. 고맙소이다.

 

        매형, 매형과의 이별을 슬퍼하여,

        솜씨는 없으나 노래를 불러올릴까 합니다.

 

헤어지려 할 때 진목공秦穆公의 아들 세자 앵이 중이重耳 와의

이별을 아쉬워하며 길게 목청을 뽑아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我送舅氏 (아송구씨) 나는 외숙부를 전송하려고

        曰至渭陽 (왈지위양) 위수의 위양에 이르렀노라.

 

        何以贈之 (하이증지) 무엇을 더 드릴까?

        路車乘黃 (로거승황) 수레와 누런 말을 드리리라

 

        我送舅氏 (아송구씨) 나는 외숙부를 전송하려니

        悠悠我思 (유유아사) 나는 온갖 생각 다 떠오르네.

 

        何以贈之 (하이증지) 무엇을 더 드릴까.

        瓊瑰玉佩 (경괴옥패) 옥돌과 패옥을 드리리라.

 

위양渭陽 이라는 이 시는 시경詩經의 국풍國風 편인 제11 진풍秦風,

第十一 권의 134에 수록되어 있다.

 

240 . 덕으로 제압하려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