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안) 열국지 201∼300 회

제 240 화. 덕으로 제압하려 하는가.

서 휴 2022. 10. 13. 08:25

240 . 덕으로 제압하려 하는가

 

      구씨 舅氏는 외숙이며 중이重耳를 가리킨다.

      로거 路車는 군주가 타는 수레를 말한다.

      승황 乘黃은 노거路車를 끄는 네 마리의 말이다.

      유유 悠悠는 한없이 길다는 뜻이 된다.

      경괴 瓊瑰는 옥보다 조금 질이 떨어지는 돌이고,

      옥패 玉佩란 옥으로 만든 패물을 말한다.

 

세자 앵은 사람들 앞에서는 매형이라 불렀으나, 이 노래에선

어머니 목희穆姬의 형제라는 뜻으로, 구씨舅氏 즉 외숙이라 부르며

 

차마 헤어지지! 못하고, 이제는 옹성雍城 으로 돌아가야 하겠지만,

만약 건너편의 진군晉軍 과의 싸움에서 불리해지기라도 한다면,

자신도 위양渭陽을 건너가 같이 싸워주겠다는 세자 앵따스한

마음이 잘 들어있는 노래라 하겠다.

 

      이때가 진회공晉懷公 원년으로

      기원전 635년 정월의 일이었다.

 

이때 무려 19년만에 고국인 진晉 나라로 들어가는 중이重耳의

모습을 그린 시가 있다.

 

       猛將精兵似虎狼(맹장정병사호랑)

       호랑이 같은 맹장과 이리와 같은 정예병들이

 

       共扶公子立邊疆(공부공자입변강)

       모두가 공자를 도와 국경밖에 섰도다.

 

       懷公空自誅狐突(회고공자주호돌)

       회공이 호돌을 죽여 스스로 허물어졌으니

 

       只手安能掩太陽(지수안능엄태양)

       어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있겠는가?

 

중이重耳와 가신 일행은 오매불망寤寐不忘 그리워하던 조국인

나라로 가게 되자, 지난날의 온갖 감회가 한 순간에 스쳐

지나가면서 황하黃河의 한 줄기인 하수河水를 바라보게 된다.

 

      이제 하수河水를 건너야 한다.

      망설이지 말고 어서 배에 오르라.

 

모든 일행이 늘어서 배에 오르고 있을 때,  호숙壺叔이 손때 묻은

자질구레하고 닳아빠진 물건들과 중이重耳가 즐겨 앉아 헤져버린

돗자리까지, 버려도 될 것을 하나도 버리지 않고, 혼자서 땀을

뻘뻘 흘리며 모두 챙겨 배 안으로 옮겨 싣고 있었다.

 

      호숙 壺叔. 모두 버려라.

      강성 絳城에 가면 더 좋은 게 많이 있다.

 

      공자님, 아니 되옵니다.

      그동안 너무나 정들었던 물건들이라

      도저히 버릴 수가 없사옵니다.

 

      호숙壺叔 . 다 낡아 빠진 걸 뭐에 쓰겠어.

      이제 새것들이 많이 기다린단다

      옛것은 아까워하지 말고 다 버려야 된다.

 

호숙 壺叔이 망설이다가 할 수 없이 버리기 시작하자, 이때 갑자기

호언狐偃이 무릎을 꿇고 큰절하며, 떠나겠다고 하직 인사를 올린다.

 

      공자, 신이 제대로 모시지 못한 불충으로 공자께

      긴 세월 동안 너무나 많은 모욕을 당하게 하였습니다.

 

      그동안 죄를 청하지 않은 것은 오로지

      공자를 고국으로 들여보내야 한다는 일념이었습니다.

 

      이젠 강만 건너면 그렇게 그리던 고국 땅입니다.

      안으로는 국내에서 공자를 기다리는 신하가 있을 것이며,

 

      밖으로는 진나라의 진군秦軍이 돕고 있습니다.

      신은 이제부터 공자에게 아무런 도움을 줄 수 없습니다.

 

      부서진 그릇은 다시 상 위에 올려놓을 수 없으며,

      찢어진 돗자리는 다시 펼 수 없나이다.

 

      세월이 지나면 옛일은 모두 잊히게 돼 오니

      공자, 이제 옛것은 다 버리시고 새로운 일과

      새로운 사람을 만나 새롭게 가시옵소서.

 

      옛사람은 여기서 작별을 고하고자 합니다.

      공자, 이제 안녕히 가시옵소서.

 

호언狐偃은 옛 물건은 아까워하지 말고 과감히 버리라는 중이重耳

말을 듣는 순간, 타국으로 떠돌던 망명파인 가신들의 장래 모습이

떠올랐으며, 이때 가신들의 처지를 각인시켜 두려고 하였다.

 

강성絳城에 들어가면, 국내파와 망명 파의 주도권 싸움이 벌어질

수도 있는바, 미리 중이重耳의 약조를 받아두려는 의도였을 것이다.

 

      작별이라니 무슨 말을 하는 거요.

      아아. 내가 미처 알지 못 했도다

 

중이重耳는 비로소 호언狐偃이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를 깨달았기

때문에 호언狐偃을 붙들고 비명을 지르듯 고함을 질렀다.

 

      이토록 신랄하게 꾸짖는 것이 마땅하오.

      나의 잘못이오. 모든 게 나의 잘못이오.

      내 어찌 지난날의 고난을 잊을 수 있겠소.

 

      호숙 아, 저 백사장에 내버린 물건들을

      도로 배 안으로 들여놓아라.

 

중이重耳는 호숙壺叔에게 그렇게 명하고서는 도도하게 흐르는

하수河水의 물결을 굽어보며, 손을 움켜쥐고 높이 쳐들며 외쳤다.

 

      고생한 우리는 다 같이 가야 하오.

      옛 고생을 잊지 않고 끝까지 같이할 것이오.

 

      하수河水의 하백河伯 이시어.

      나의 맹서 盟誓를 지켜보시옵소서.

      옛일과 옛사람을 절대로 버리지 않을 것이오.

 

중이重耳는 손을 높이 들어 하수河水에 맹세한다. 호숙壺叔

내렸던 것들을 빠짐없이 싣자, 호언狐偃도 일어나 배에 오른다.

 

      호언狐偃은 속 보이는 저런 행동을 왜 하는가.

      호언狐偃은 왜 자신의 공으로 돌리려 하는가.

 

      , 개자추介子推는 허벅지 살을 떼어내

      몹시 허기져 있는 중이重耳에게 바쳤었노라.

 

      중이가 가신들과 같이 고국으로 돌아가는 것이

      과연 누구의 공이란 말인가.

 

      그대는 지금까지 어떤 대가를 바라며

      이렇게까지 고생하며 왔다는 말인가.

 

      허 어, 이는 모두 하늘의 뜻일 진데

      어찌 저리 가소로운 짓을 하고 있는가.

 

개자추介子推는 호언狐偃 마음을 꿰뚫어 보는 듯 뚫어지게 쳐다본다.

또한, 혼자서 보이지 않게 비웃으며 바라보다가 되돌아서는 것이다.

 

      개자추介子推는 결벽 증세가 있는 사람일까.

      또는 숭고하고 고결한 인격의 소유자일까.

      아니면 현실의 이권엔 초연한 성품이었을까.

 

      내가 어찌 저런 사람과 어울려 살아왔단 말인가.

      이제 나야말로 물러날 때가 된 것이 아니겠는가.

 

과묵한 개자추介子推는 자기의 허벅지 살까지 떼어주며, 그렇게

아꼈던 중이重耳가 호언狐偃과 타협하는 걸 바라보면서, 몹시

실망하게 되었다,

 

       개자추介子推는 이때부터 깨끗한 자신이 먼저

       혼탁한 세상을 떠나 초야에 묻히려는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배들이 천천히  하수河水를 건너가기 시작하자, 중이重耳

가신들은 갑판에서 고국을 바라보며 감개무량하여 눈물을 흘린다.

 

      19년간의 기나긴 망명 생활로 세상을 떠돌았지만,

      예나 지금이나 강물은 변함없이 도도히 흘러가기만 한다.

 

진목공秦穆公과 백리해百里奚와 세자 앵은 잘 가라며, 손을

흔들었고, 공손 칩과 공손지公孫枝가 인솔하는 진나라

군사들이 앞장서서 위양渭陽을 건너가게 되었다.

 

중이重耳와 가신 일행들은 드디어, 그렇게 그리던 고국인

나라 땅에 돌아와 발을 내디디게 되었다.

 

      아아. 이게 얼마 만이겠는가.

      너무나 긴, 19년 만의 귀국길이 아닌가.

      아아, 감격의 눈물이 절로 흘러나오는구나.

 

중이重耳 가신 일행들이 고국에 돌아온 벅찬 감격에 못 이겨

웅성거리고 있자, 선진先軫이 지도를 펼쳐 들고 말하기 시작한다.

 

       모두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

       이제 첫 관문을 통과해야 합니다. 

 

       국경에서 제일 큰 영호성令狐城 빨리 점령하여,

       우리의 첫 근거지를 만들어놔야 합니다.

 

영호성令狐城은 지금의 산서성 의씨현 서쪽 땅으로, 다소

북쪽에 치우쳐 있기는 하나, 주변 일대에서는 가장 요충지였다.

 

      영호성令狐城을 함락시켜 놓지 않고 지나가면

      뒤에서 공격을 받을 수가 있습니다.

 

      영호성令狐城의 성장인 등혼鄧惛

      극예郤芮의 심복이며 지혜로운 장수입니다.

      항복을 권유하여도 말을 듣지 않을 겁니다.

 

      첫 전투라 단숨에 점령하였다는 좋은 소문이

      빨리 퍼져나가야, 다른 성장 들이 스스로

      성문을 열고 우리를 맞이할 것입니다.

 

선진先軫은 평소에 많은 것을 연구해두었으므로, 그는 지도 위에

공격 방향을 가리키며, 나아가야 할 진로를 정확하게 설명했다.

 

      공자님, 여기서 시간을 끌면 곤란해집니다.

      총공격하여 빨리 점령하여야 합니다.

 

      공자님, 이 비표邳豹가 선봉장이요.

      , 모두 나를 따르시오.

 

선봉장인 비표丕豹는 진혜공晉惠公과 그 일파에게 죽임을 당한

대부 비정보丕鄭父의 아들이다. 아버지의 원수를 갚고자 진으로

망명까지 하였으며, 복수를 위해서 십여 년을 기다려 왔다.

 

비표邳豹가 앞장선 진나라의 진군秦軍과 중이重耳의 가신들이

치열하게 공격하지만, 등혼鄧惛은 진군晉軍을 하나같이 독려하여

항복도 하지 않으면서, 용감하게 잘 버텨내며 저항하는 것이다.

 

      항복하라. 모두 죽기 전에 항복하라.

      , 끝까지 항복하지 않는구먼.

      안 되겠다. 다시 총공격하라.

 

공격하기 5일째 되는 날이 되어서야, 비표邳豹가 제일 먼저 성벽에

뛰어올랐으며, 공손 칩이 성문을 열고 들어가 성장 등혼鄧惛

붙잡아 목을 치게 되니, 드디어 영호성令狐城을 점령하게 된다.

 

      다들 싸움을 멈추어라.

      진군晉軍도 모두 우리의 백성들이다.

      진군晉軍과 백성을 다치게 하지 마라.

 

영호성令狐城이 점령됐다는 소문이 퍼지자. 상천桑泉구쇠臼衰

망풍望風 등의 성장이 스스로 성문을 열면서 환영하여 주었다.

 

진군秦軍이 물밀 듯이 쳐들어가자. 강성絳城은 큰 혼란에 빠지며

진회공晉懷公을 비롯한 신료들이 몹시 당혹스러워하였다

 

      진군秦軍이 영호성令狐城과 상천桑泉과 구쇠臼衰

      망풍望風 등을 점령하였다니 어찌하면 좋겠소.

 

소식을 들은 진희공晉懷公이 겁에 질려 떨면서 말하자, 극예郤芮

여이생呂飴甥은 진희공晉懷公의 얼굴을 올려보며 큰소리로 아뢴다.

 

      주공. 너무 염려치, 마시옵소서.

      신들이 당장 나가 물리치고 오겠나이다.

 

극예郤芮와 여이생呂飴甥2만의 군사를 이끌고 강성絳城

떠났으며, 얼마 후 영호성令狐城과 가까운 여류蘆柳 땅에

멈추고는 더 진격하지 않으며 방어진防禦陣을 구축하고 있다.

 

      여류蘆柳 땅은 산서성 의씨현 서북쪽 땅으로

      영호성令狐城과 몹시 가까운 곳이므로

      영호성令狐城의 진군秦軍의 본거지를 쳐부숨으로써

      일거에 전세를 만회하려는 전술인 것 같았다.

 

진군晉軍이 방어진을 구축했다는 소식은 중이와 진군에도 전해졌다.

이 보고를 받은 중이重耳는 선진先軫과 같이 웃는 것이다.

 

      공자님, 저자들은 공격할 마음이 없는 것입니다.

      공자님, 모든 것이 소신의 예상대로 되어갑니다.

 

후일 선진先軫은 진군晉軍을 총지휘하게 되는데, 바로 이때가

그의 능력을 중이重耳로부터 인정받게 된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선진先軫이 중이重耳에게 말하자, 이때 성질 급한 위주魏犨

앞으로 나서며 큰소리로 외치면서 주장을 한다.

 

      공자님, 신 위주魏犨 이옵니다.

      공자님, 진군秦軍은 많기도 하고 강합니다.

      공자님, 쉬지 말고 공격하여 단번에 쳐부숩시다.

      아니다. 위주魏犨는 잠시 기다리도록 하라.

 

중이重耳는 여류蘆柳 땅에 펼쳐 논 극예郤芮와 여이생呂飴甥

방어진防禦陣을 바라보면서 며칠이 지나도 말없이 가만히 있었다.

 

      공자, 의 공손 칩이옵니다

      공자께서는 협상하고자 하십니까.

 

      그렇소. 백성들에게 피해가 크지 않겠소.

      무혈입성 無血入城을 생각하십니까.

 

      그렇소. 모두 우리의 백성들이오.

      공자님, 항복을 받아내시면 되옵니다.

 

중이重耳는 진군晉軍이 지금은 적이라고 하겠지만, 모두 진

백성이므로 이긴다 한들 자기 백성을 죽이는 것이 아니겠는가. 

하는 확고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백성들을 죽여 원한까지 사서는 안 된다며, 싸우지 않고 진군晉軍

장악하려는 생각이었다.

 

       오매불망 寤寐不忘

       잠깰 오, 잠잘 매, 아니 불, 잊을 망.

       자나 깨나 잊지 못한다는 뜻이다.

 

       이는 시경詩經 주남周南의 관저關雎에 나온다.

       주남周南 이란, 주공周公이 모은 시를 말한다.

 

       관저關雎는 주남周南의 국풍國風, 첫 구절에 나오며,

       국풍國風은 그 나라의 풍속을 말한다.

 

241 . 살기 위해 충성심을 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