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안) 열국지 201∼300 회

제 236 화. 권토중래가 어떤 뜻인가.

서 휴 2022. 10. 9. 22:44

236 . 권토중래가 어떤 뜻인가.

 

중이重耳는 조쇠趙衰의 권유를 다 듣고도 마음이 풀리지 않자,

호언狐偃을 불러 이를 어찌하면 좋은지, 그의 의견을 묻는다.

 

      ​호언狐偃 외숙부께서는 회영懷嬴 공주와의

      혼인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공자, 지난 과거를 정리하시고

      이제는 반드시 군위에 오르셔야 합니다.

 

      공자께서 이 진나라에 오신 것은

      진의 힘을 빌리기 위해서가 아닙니까?

 

      그것이 아니라면 진후晉侯의 자리에

      다른 사람이 앉는 걸 보려 하십니까?

 

      공자, 소문을 들은바 공주 회영懷嬴

      재색을 겸비하였으며, 성격도 쾌활하다 합니다.

 

      또한, 진후秦侯가 가장 아끼는 공주이며

      성격도 원만하여 우리와 잘 화합할 수 있답니다.

 

      앞으로 진후秦侯의 도움을 많이 받아야 하니

      우리가 필요할 때 들어온 좋은 제안이 되옵니다.

 

중이重耳가 계속하여 마음을 정하지 못하면서 망서리는 듯 하,

호언狐偃은 이제 더 강렬하게 설명하기 시작한다.

 

      공자, 장차 의 군위가 어에 전해지고

      만일 회영懷嬴이 절개를 지켜 어를 받든다면

      그녀는 쫓아가, 우리 진의 국모가 될 것입니다.

 

      만일 그렇게 되어버리고 만다면, 장차 공자께서

      어를 쫓아내고 진후晉侯에 오르게 되었을 땐

      그때는 회영懷嬴 공주와 원수의 처지가 되고 맙니다.

 

      공자, 앞으로 한을 풀어야 할 일이 많이 남이 있습니다

      큰일을 하려는 사람이 작은 도덕에 얽매여,

 

      좋은 기회를 놓치고 나서, 후회만 하며

      사시려 하여서는 아니 될 것입니다.

 

      작은 일로 진후秦侯의 기분을 상하게 해서는

      나라로 돌아가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고국을 회복시키고자 하는 중차대한 이때, 더욱이

      처가의 도움이 있다면 결코 나쁜 일은 아닐 것입니다.

 

      큰일을 위해서는 작은 일에 구애받지 말아야 합니다.

      나중에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공자, 남녀관계는 옛날부터 이제까지도

      나이를 초월하여 사랑할 수 있다, 하였습니다.

 

      공자, 부부가 어떻게 행복을 만드느냐, 이지요.

      공자, 깊은 생각을 하시옵소서.

      공자, 우리 가신들도 같은 뜻으로 모여 있습니다.

 

호언狐偃과 조쇠趙衰은 회영懷嬴과의 혼사를 성사시키기로 뜻을

모아 설득시키자, 이에 중이重耳는 어렵게 승낙을 하게 되었다.

 

      진목공秦穆公과 목희穆姬가 매우 기뻐하였다.

      나라 조정의 신료들도 함께 기뻐하였으며,

      중이重耳와 가신들을 초청하여 연회를 베풀게 된다.

 

목희穆姬는 큰 딸 회영懷嬴을 데리고 가서, 나라의 중신들과

중이重耳와 가신들이 모두 즐거워하는 연회장을 숨어 들여다본다.

 

      저분이 중이重耳 공자란다.

      성품도 어질고 몸집도 크며 잘 생겼구나.

 

      가신들 모두 걸출한 호걸들이란다.

      저자들 모두가 떠돌이 생활을 하며

      권토중래捲土重來를 하려는 것이 아니겠느냐.

 

      오랫동안 모진 고생을 하며, 다시 일어서려

      다 함께 노력하고 있는 것일 것이다.

 

      회영懷嬴 . 너도 용기를 내어보아라.

      너도 다시 한번 일어나 보려무나.

 

회영 懷嬴은 눈가에 이슬이 맺히며 울음을 참지 못하면서 어머니

목희穆姬가슴에 파고들며 어깨를 들먹이면서 흐느껴 울었다.

 

      나라 궁중에 큰 잔치가 벌어졌다.

      공주 회영懷嬴과 공자 중이重耳의 결혼식이다.

 

중이重耳는 길일을 택해 폐백을 보내고, 공관을 빌려 혼례를 올렸다.

진목공秦穆公은 회영懷嬴과 더불어 어여쁜 잉첩媵妾4명이나

골라서 보내주었다.

 

처음에 주저하던 중이重耳는 뜻밖에도 정성 어린 회영懷嬴

사랑에 빠지게 되었으며, 이에 마음과 생활이 안정을 찾게 되었다.

어느 세월 후에 한 사관이 이들을 꼬집는 시를 지어 논했다.

 

        一女如何有二天(일녀여하유이천)

       한 여인에게 어찌 하늘 같은 지아비가 둘이던가?

 

       況于叔姪分相懸(항우숙질분상현)

       더욱이 두 사람은 숙질간의 인척이 아닌가?

 

       只因要結秦歡好(지인요결진환호)

       오로지 섬진의 환심만을 얻고자 좋아하여

 

       不恤人言禮義愆(불휼인언예의연)

       인간이 지켜야 할 예의와 염치를 돌보지 않는구나.

 

중이重耳와 가신 일행은 다시 일어서기 위한 권토중래 捲土重來

결단을 일으켜, 기어코 秦의 중신들과 우호를 더 깊이 맺어 놨다.

 

      권토중래 捲土重來

      거둘 권, 흙 토, 거듭할 중, 올 래.

 

      땅을 말아 일으킬 기세로 다시 돌아오리라.

      실패하여도 그 실패를 극복하며, 기어코 힘을 길러

      다시 일어나 돌아온다는 뜻일 것이다.

 

      이 사자성어는 당나라 말기의 시인 두목杜牧

      지은 오강정시烏江亭詩 라는 유명한 시에 나오며

 

      천하를 지배하였다가 자기의 잘못으로 함께 쫓기면서,

      많은 부하를 죽여가며 막다른 오강烏江에 닿게 된다

 

      마지막 남은 부하들을 배에 실어 건너가게 하면서,

      사랑하던 부하들을 더는 죽이지 못하도록,

 

      무수한 화살을 막아내며 사투를 벌이는

      항우項羽의 마지막 모습을 그린 시 속에 나온다.

 

진목공秦穆公은 성대한 결혼식을 올려주고, 또 3일이 지나자,

중이重耳를 궁으로 불러들여 즐거운 잔치를 베풀었다. 그리고 또

닷새마다 중이重耳를 궁으로 불러들여 술과 음식을 대접하였다.

 

      여러분, 쉴 사이도 없이 향연이 열리고 있소.

      공자는 향연에 빠져 세월 가는 줄도 모르고 있소.

 

      이러다간 중이重耳 공자가 임치臨淄에 있을 때와

      똑같은 일이 벌어지는 것이 아닌지 정말로 걱정되오.

 

      에 머물 때 제환공齊桓公의 환대에 젖으며

      중이重耳 공자의 마음이 흐트러진 바 있었잖소.

 

      제강齊姜의 도움으로 임치臨淄에서 빠져나왔으나

      지금 돌아가는 모양새가 제나라에 있을 때와

      똑같은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 같소이다.

 

호언狐偃과 조쇠趙衰와 가신들은 연일 향락에 져져 들고 있는

중이重耳의 모습에 바싹 긴장하며 대책을 마련하려고 의논한다.

 

       정말 이대로 가다간 아니 되겠소이다.

       반드시 대책을 마련하여야 하겠소이다.

       공자께 일단 이야기해봅시다.

 

진목공秦穆公이 또 잔치를 연다고 하자, 가신들이 들썩이게 되며

이에 호언狐偃 대신에 조쇠趙衰가 함께 궁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조쇠趙衰는 예의범절을 잘 지키고 있으며

      전형적인 문사文士로 시문에 능하였다.

 

조쇠趙衰는 이미 호언狐偃과 의논을 마친 터라, 중이重耳함께

가자며 부르자, 사양하지 않고 함께 진궁秦宮으로 들어갔다.

 

      중이重耳 공자, 오늘따라 기분이 매우 좋소.

      이 흥겨운 자리에 노래()가 없어야 하겠소.

      공자께서 저번처럼 멋지게 또 읊어보시오.

 

      진공秦公 , 오늘은 노래를 부를 사람이 있습니다

      오 그래요. 그가 누구요.

      진공秦公 , 소신 조쇠趙衰를 말하시는 것 같습니다. 

 

      진공秦公 , 저보다도 조쇠趙衰가 시문에 능합니다.

      그렇소이까. 좋소이다.

      솜씨를 한번 발휘해보시오.

      변변찮사온데 어찌 소신을 시키시옵니까.

 

      괜찮습니다. 진공秦公에게 한번 보여주시오.

      부족한 솜씨나마 한번 들어보시옵소서.

      허허, 좋소. 한번 불러 보시 오.

 

향연의 분위기가 무르익어갈 때, 흥겨워진 진목공秦穆公이 크게

웃으며 권하자, 중이重耳 대신에 조쇠趙衰자리에서 일어나

낭랑하게 노래를 부르게 되었다.

 

      芃芃黍苗 (봉봉서묘) 우북 우북한 기장 쌀의 싹을

      陰雨膏之 (음우고지) 밤에 내린 비가 기름지게 하누나.

 

      悠悠南行 (유유남행) 아득히 먼 남쪽 길을 가려니

      召伯勞之 (소백로지) 소백召伯께서 위로하여 주시누나.

 

      我任我輦 (아임아연) 우리 짐은 우리 수레에 실으며

      我車我牛 (아거아우) 우리 수레는 우리 소가 끄느니라

 

      我行旣集 (아행기집) 우리가 가서 일 다 마쳤으니

      蓋云歸哉 (개운귀재) 어이, 돌아가지 않을 수 있으리오

 

      我徒我御 (아도아어) 우리는 걷기도 하고 수레도 타니라

      我師我旅 (아사아려) 우리는 사단師團 이며 여단旅團 이니라

 

      我行旣集 (아행기집) 우리가 이미 일을 다 해나가니

      蓋云歸處 (개운귀처) 이제 돌아가 편히 살지 않으리오

 

      肅肅謝功 (숙숙사공) 힘을 다한 사읍謝邑의 역사役事

      召伯營之 (소백영지) 소백召伯께서 경영하사

 

      烈烈征師 (열열정사) 세차게 해치운 무리의 일들을

      召伯成之 (소백성지) 소백召伯께서 이루셨도다

 

      原隰旣平 (원습기평) 원래 습지濕地가 이제 평평해지고

      泉流旣淸 (천류기청) 흐르는 샘물이 이미 맑아졌도다.

 

      召伯有成 (소백유성) 소백召伯이 이루어 냈으니

      王心則寧 (왕심칙녕) 왕의 마음이 편안해졌노라.

 

기장 쌀의 새싹인 서묘黍苗 라는 제목의 이 시는 시경詩經

소아小雅 편에 나온다.

 

      이 시의 내용은 주려왕周厲王이 폭정을 행하여

      고통에 시달린 백성들이 폭동을 일으켜 죽이려 하자,

 

      주려왕周厲王은 지금의 산서성 곽현霍縣

      땅으로  달아나 소백召伯의 집에 숨어있었다.

 

      백성들이 소백召伯의 집으로 몰려와 죽이려 하자,

      소백召伯은 자기 아들을 대신 내보내 죽게 하고

      주려왕周厲王을 체 땅에 숨겨 살게 하였다.

     

      주려왕周厲王이 체 땅으로 달아나 살게 되자,

      태자 정은 너무 어렸으므로 왕의 자리가 비게 된다.

 

      소백召伯은 주정공定公과 함께 14년 동안

      사상 최초의 섭정인 공화정 시대를 열었다.

 

이윽고 체땅으로 피신한 주려왕周厲王이 늙어 죽자, 소백召伯

정공定公은 공화정을 폐하고 태자 정을 왕위에 올렸다.

이가 곧 주선왕周宣王 이었다.

  

주선왕周宣王이 태자 궁열宮涅의 장인인  申 나라 신후申侯에게

사읍謝邑을 봉지로 주고, 그곳을 사람이 거주할 수 있는 환경으로

만들어 주기 위한 토목공사를 소백召伯에게 시켰던 것이다.

 

      소백召伯은 명을 받아, 백성들을 이끌고

      사읍謝邑에 가서 공사를 진행하게 되었다.

 

      이 노래는 소백召伯을 따라가 노역에 참여한

      백성들이 지어 힘겹게 부른  노동요 노래이다.

 

조쇠趙衰가 일어나 진목공秦穆公과 중이重耳 앞에서, 이 서묘黍苗

라는 노래를 부른 것은 가신들의 절박한 심정을 읊은 것이었다.

 

      공자, 노래 부른 사람이 조쇠趙衰 라 하였소.

      진군秦君, 그렇사옵니다.

      조쇠趙衰는 원래부터 시문에 능하옵니다.

 

      허 어, 그런데 한참 무르익어 흥겨운 자리를

      어찌 흥이 깨지도록 비장한 노래를 부르는 것이오.

 

      신 조쇠趙衰, 죽을죄를 지었나이다.

      신들의 마음이 비장悲壯 하옵니다.

 

      20년의 세월 동안 처참한 마음으로 유랑한 것은

      오직 한 마음으로 큰 뜻을 이루기 위함이었나이다.

 

      진후秦侯께 죄송한 말씀이오나

      이제 그 큰 뜻을 이룰 때가 눈앞에 와있는데,

      어찌 향락으로 세월을 보낼 수 있겠사옵니까.

 

      진후秦侯께 말씀드리나이다.

      신들은 진정으로 고국에 돌아가고 싶나이다.

 

      매일 밤 절치부심切齒腐心 하는 신들의 마음을

      어찌하여 몰라주시나이까.

      진후秦侯 시여, 신들의 마음을 알아주시옵소서.

 

      그리고 우리 중이重耳 공자 여,

      고국으로 꼭 돌아가고 싶어하는

      우리 가신들의 마음을 잊으셨나이까.

 

조쇠趙衰향연에 젖어 들고 있는 중이重耳와 이런 분위기를

만들고 있는 진목공秦穆公일깨워주기 위한 노래를 목숨을

걸고 슬피 읊게 되었다.

 

      중이重耳는 조쇠趙衰의 노래를 듣자,

      정신이 번쩍 들었으며, 

      빨리 분위기를 바꿔기 위해

      자세를 가다듬고는 그에 화답하는 시를 읊는다.

 

237 . 고국의 소식은 항상 그리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