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안) 열국지 201∼300 회

제 235 화. 중이, 또 장가를 가는가.

서 휴 2022. 10. 9. 15:23

235 . 중이, 또 장가를 가는가.

 

초성왕楚成王은 공손지公孫枝의 겸손한 태도와 솔직한 말이

마음에 들어, 호탕하게 웃으면서 대답하여 준다.

 

      중원中原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서라.

      좋소. 공자를 진백秦伯에게 맡기겠소.

 

      진백秦伯은 어진 사람으로 소문 나 있소.

      공자 또한 어지니 천하가 조용해지겠소이다.

 

      천하가 태평해지면 얼마나 좋은 일이 겠소.

      앞으로 우리 초와 진과 그리고 진

      서로 좋은 관계를 이루며 잘 지내봅시다.

 

초성왕楚成王이 진나라로 가도 좋다는 통보를 하여 주자,

중이重耳 일행은 진나라는 진나라와 이웃하고 있으므로,

너무나 좋다며 모두 기쁨의 함성을 지르면서 반가워하였다.

 

      중이重耳 공자, 이제 헤어질 때가 되었소.

      이제 진백秦伯이 도와준다고 하니,

      공자는 반드시 소원 성취를 하기바라오.

 

      왕께서 베풀어주신 은혜는 잊지 않겠나이다.

      공자, 좋은 일로 다시 만나길 바라오.

 

초성왕楚成王 중이重耳가 떠나는 걸 쾌히 승낙하였으며,  

중이重耳와 공손지公孫枝는 초성왕楚成王에게 큰절을 올리자,

초성왕楚成王은 진나라에 잘 갈 수 있도록 많은 선물을 주었다.

 

      나라 영성郢城을 떠나

      나라 옹성雍城으로 가는 길은,

      옛날처럼 그렇게 고달픈 유랑길이 아니었다.

 

      이들은 고국 가까이 간다는 희망에 부풀었으며

      오랫동안의 꿈이 현실로 다가오는 것 같았다.

 

      한수漢水를 따라 북쪽으로 가다가

      옛날 신나라 땅이었던 완성宛城을 지나며

      또 서북쪽으로 꺾어 올라가면 위수渭水에 이른다.

 

      위수渭水를 따라 올라가면, 지금의 서안西安 이며,

      서주西周 때의 도성이었던 호경鎬京 인 것이다.

 

      호경鎬京에서 다시 위수渭水를 건너 서쪽으로 올라가면

      드디어 진나라의 도성인 옹성雍城이 나오게 된다.

 

나라 공손지公孫枝가 중이重耳 일행을 안내하며, 한 달여의

긴 여정 속에서 진나라에 관한 이야기를 하여 주게 되며,

서로는 문답을 주고 받는 듯 화기애애하게 먼 길을 가고 있었다.

 

      공자님, 진혜공晉惠公이 위독하여지자,

      세자 어가 성문 지기를 죽이면서까지

      나라로 도망쳤습니다.

 

      공손지公孫枝 , 저 난진欒軫 이옵니다.

      아니 언제 이렇게 빨리 왔는가.

 

      옹성雍城에 도착한 지 하루가 지났으나

      더는 궁금해서 참지 못하고 쫓아왔습니다.

      으음, 허허, 고맙네.

 

난진欒軫은 이들을 도우면서, 중이重耳 일행이 진나라에 도착하자,

진목공秦穆公은 극진한 예우로써 영접하여 주었으며, 다음날이 되자

성대한 환영연을 베풀어주었다.

 

      이제 아무 걱정 없이 편안히 있으시오.

      불편하지 않도록 모든 편의를 제공할 것이오.

 

진목공秦穆公의 부인 목희穆姬는 진나라 세자였던 신생申生

친누이 동생이었으므로, 비록 중이重耳가 이복 남매이긴 하지만,

어릴 때부터 형제 중에서도 오누이로 유별나게 가까이 지냈었다.

 

      오라버니, 너무 반가워요.

      , 백희伯姬 , 너무 반갑구나.

      오라버니, 지금부터는 아무 걱정 마세요.

 

백희白姬는 목희穆姬가 진나라로 시집오기 전의 이름이며,

더구나 진혜공晉惠公과 그 아들 어에게 크게 배신 당한

있었기에, 믿을 수 있는 중이重耳가 오자 더욱 반가워하였다.

 

      목희穆姬는 중이重耳를 극진히 대접하며

      공관에 들어가 편히 살 수 있도록

      여러 편의를 제공하면서 보살펴주었다.

 

여러 날이 지나자, 목희穆姬는 딸 회영懷嬴을 불러, 여러 이야길

나누다가 주위를 물리치고 나서, 다시 이야기를 시작한다.

 

      세자 어가 군위에 오르면 너를 찾겠느냐.

      아닙니다. 안 찾습니다.

 

      왜 그리 생각하느냐?

      그는 생각이 좁은 사람입니다.

 

      우리를 원수로 생각하여 사사건건 부딪쳤으며

      첫날부터 부부의 인연도 없는 사이가 되어

      그렇게 지내 온 지가 오래되었습니다.

 

      . 그래서 아이가 없었느냐.

      . 진작 이야기를 하지 않았느냐.

 

      너는 이제 세자 어御를 어떻게 생각하느냐.

      어마마마, 소녀는 그를 지웠습니다.

      어마마마, 그를 가슴속에서 모두 지워냈습니다.

 

희영懷嬴이 눈물을 뚝뚝 떨어트리며, 지난 이야기를 솔직히 말하자,

목희穆姬는 한숨을 내리 쉬며 진목공秦穆公에게 이야기한다.

 

      희영懷嬴 이가 불쌍해 어쩌지요.

      왜 무슨 일이 있었소.

 

      마음속에 세자 어御를 지우고 지금까지

      혼자서 냉가슴 앓으며 살아왔다고 하는군요.

 

      어질고 영특한 우리 회영懷嬴 이가 불쌍해요.

      자식 중에 제일 똑똑한 맏딸인데 요.

 

      내 참. 어떡하면 좋겠소. 

      그놈을 잘못 믿은 나의 잘못이 아니겠소.

      배은망덕한 어를 그냥 놔두지는 않을 것이오.

 

      . 좋은 방법이 있어야 하겠는데, 부인은

      회영懷嬴을 어떡하면 좋은지 잘 생각해보시오.

 

목희穆姬는 진목공秦穆公과 의논하고 나서, 딸 희영懷嬴을 부르고

주위를 물리치고는, 단둘이 마음을 털어놓고 이야기를 시작한다.

 

      희영懷嬴 .

      사람은 고난을 겪으며 사는 거란다.

      과거의 일이란 다 지나간 것이란다.

 

      희영懷嬴 .

      사람은 과거를 지난날의 거울로 삼으며

      다시 딛고 일어서야 하는 것이란다.

 

      이번엔 이 어미 말을 잘 듣도록 하여라.

      너도 소문을 들어 알고 있겠지만,

      중이重耳 공자는 어질고 좋은 사람이다.

 

      중이重耳의 가신들도 기상이 뛰어나니

      반드시 진나라를 평정하고 말 것이다.

 

      희영懷嬴 . 중이重耳 공자를 어떻게 생각하느냐.

      어머니. 소녀는 세자 어에 시집간 몸이옵니다.

      안다, 도 이제는 지나간 날의 사람이 되었다.

 

      희영懷嬴 . 네가 마음만 고쳐먹으면

      중이重耳 공자를 모시고, 두 나라 사이를

      돈독하게 만들 수도 있지 않겠느냐.

 

      희영懷嬴 . 선택은 한순간에 오고 간단다.

      어, 그놈이 다시 돌아오겠느냐?

      희영懷嬴 . 잘 생각해 결정하여라.

 

      어마마마의 마음이 진실로 그러하시다면

      어마마마, 어찌 이 한 몸을 아끼겠나이까.

      희영懷嬴 . 울지마라. 잘 결심하였다.

 

어찌 보면 정략결혼이긴 하나, 달리 생각하면 과부寡婦가 된 딸을

위한, 목희穆姬가 한 수 높은 모정을 이행하는 것이기도 하였다.

 

목희穆姬의 시녀인 백소아 百素蛾가 백리해百里奚를 찾아갔으며

목희穆姬와 딸 희영懷嬴, 사이에 있었던 이야기를 전하게 된다.

 

      공손지公孫枝 장수, 어서 오시 오.

      상경님, 무슨 일로 부르셨습니까.

 

      군부인께서 큰 따님인 희영懷嬴

      몹시 걱정하고 있는 모양이오.

 

      세자 어가 부르지 않는 답니까.

      둘 사이가 깨진 지 이미 오래되었다, 하오.

 

      상경님,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중이重耳 공자와 연을 맺어주면 어떻겠소.

      예 에, 중이重耳 공자 와요.

 

      , 놀라는 것이오.

      쉬운 일은 아니나 해보면 어떻겠소.

 

      무슨 뜻인지 알겠습니다.

      좋습니다. 적극적으로 추진해 보겠습니다.

 

공손지公孫枝는 백리해百里奚의 모든 이야기를 다 듣고 나자,

중이重耳 공자의 좌장 격인 호언狐偃과 조쇠趙衰을 만나로 간다.

 

      무엇들 하고 계십니까.

      어서 오십시오. 무슨 좋은 일이 있으십니까.

 

      좋은 일이지요. 곧바로 이야기하겠소.

      중이重耳 공자와 우리 공주가 혼인을 맺으면 어떻겠소.

 

      공주중에 누굴 말함이오.

      재색을 겸비한 어여쁜 공주가 있지요.

 

      우리 공자께서는 나이가 많아

      어린 공주와는 마땅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제안하는 것이요.

      아니, 어느 공주를 말하는 것이오.

      답답하오. 어서 말씀해보시오.

 

      나이가 연만하고 영특한

      우리 회영懷嬴 공주가 어떻겠소.

 

      회영懷嬴 공주라면 세자 어와 혼인하였잖소.

      하긴 그렇소이다.

      허 어, 어려운 말을 꺼내시는군요.

 

      진작부터 세자 어와 관계없이 헤어져

      살아온 바라, 아이도 만들지 않았소이다.

 

그날부터 중이重耳와 가신들은 연일 회의를 열어가며, 찬반으로

갈리면서 열띤 논쟁을 벌이게 되었다.

 

      동성同姓 간의 혼인도 피하거늘,

      내가 어찌 조카 딸과 살 수 있겠는가.

 

      더구나 조카 어의 아내였던 여인이 아닌가.

      어떻게 데리고 살 수가 있더란 말이오

      일이 꼬여도 묘하게 꼬였구려.

 

중이重耳는 마음이 편치 않았는데, 진목공秦穆公으로 부터 연락이

오자, 찾아가 조용히 만나게 된다.

 

      조용히 만나 얘기를 나누고 싶었소.

      대답하지 못하여 송구스럽습니다.

 

      아니 오, 오히려 과인이 실수한 듯싶소.

      회영懷嬴은 내가 가장 아끼는 맏딸이오.

 

진목공秦穆公이 중이重耳를 만나 혼사를 포기하는 듯이 말하자,

이에 가신들도 포기하려고 하였다. 이때 좌장 격인 호언狐偃

조쇠趙衰가 적극적으로 나서며, 혼사를 이뤄내기로 결심하였다.

 

       공자, 옛날 말에 동성同姓 이란, 동덕同德을 말함이지

       공자, 동족同族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옛날 황제黃帝 헌원씨軒轅氏와 염제炎帝 신농씨神農氏

       모두 웅국熊國의 임금인 소전小典의 같은 자식으로서

 

       황제黃帝는 희수姬水를 낳고

       염제炎帝는 강수姜水를 낳았습니다.

 

       두 임금의 덕이 서로 달랐기 때문에,

       황제黃帝는 희성姬姓을 갖게 되었고,

       염제炎帝는 강씨姜氏를 취했습니다.

 

       후에 희족姬族과 강족姜族 들은 대대로

       서로 혼인하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25명에 달하는 황제黃帝의 아들 중에

       성씨姓氏얻은 자는 14명이나 되었습니다.

 

       그중 오로지 희와 기,

       두 성씨만이 동덕同德이 되었습니다.

 

       덕도 같고, 도 같다면 비록

       먼 종족 간이라 할지라도 혼인을 할 수 없습니다.

 

       덕도 다르고, 도 다르다면,

       비록 가까운 종족이라 할지라도

       서로 남녀의 혼인은 꺼리지 않았습니다.

 

       요임금은 제곡帝嚳 임금의 아들이고

       또한, 황제黃帝5대손입니다.

 

       그리고 순임금은 황제黃帝8대손이라

       요임금의 딸은 순임금께는 고모할머니가 됩니다.

 

       요임금이 자기의 딸을 순임금과 혼인을

       시키려고 하자, 임금은 사양하지 않았습니다.

 

       옛날 성인들이 행한 혼인의 도가 이러할 진데,

       세자 어의 덕이 어찌 공자님과

       같은 덕이라 할 수 있겠습니까?

 

       또한, 친척 간이라는 말은 진군주의 딸인데

       어찌 고모할머니와 비교할 수 있겠습니까?

 

       하물며 어가 아끼는 여인을 빼앗는 것도 아니며

       그가 버린 여인을 거두어들이는 일입니다.

       공자, 이를 어찌 윤리를 해친다고 하겠습니까?

 

236 . 권토중래가 어떤 뜻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