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안) 열국지 201∼300 회

제 224 화. 망설이는 자가 이길 수 있는가.

서 휴 2022. 10. 3. 20:34

224 . 망설이는 자가 이길 수 있는가. 

 

      주공, 신 목이目夷 이옵니다.

      우리의 치중輜重은 초보다 못하고,

      우리 군사軍士 수효도 초보다 무척 적으며,

      우리의 영악靈惡 함도 초군楚軍에 미치지 못합니다.

 

      주공, 이제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나라를 치지 않기로 약속하고 돌아가십시오.

 

      우리가 상구商丘로 돌아가게 되면

      초군楚軍도 우리를 추격해 오지 않을 것입니다.

 

      주공, , 공손 고이옵니다.

      나라는 정나라를 돕기 위해 왔사오니

      사과하시면 초군楚軍은 돌아갈 것입니다.

 

      무슨 말을 그리 하는가. 지난날

      제환공齊桓公이 초나라를 쳐서 이겼잖은가.

 

      인제 와서 과인이 초를 무서워한다면

      과인이 어떻게 패공이 될 수 있겠는가.

 

      주공. 나라의 군사軍士가 우리보다

      월등히 많사온데 어찌 이길 수 있겠습니까.

 

      허허, 염려치 마시오.

      나라는 군사의 수효가 많을지 모르나,

      나라는 인의仁義가 부족한 나라요.

 

      옛날. 주무왕周武王은 군사軍士 3,000명으로

      인의 仁義를 앞세워 상나라를 멸망시켰소.

 

      전쟁은 군사의 수효로 싸우는 것이 아니오.

      내 반드시 정식으로 대결해 이겨 보이겠소.

 

송양공宋襄公은 자신이 타는 융로戎輅에 인과 의라는 두 자를

쓴 커다란 깃발을 높다랗게 앞에 세우고 바람에 휘날리게 하였다

 

      이제 홍수泓水를 건너가 송군宋軍을 격파하라.

      초군楚軍은 서슴없이 홍수泓水를 도하渡河 하라.

 

      장수님, 강 너머에 송군宋軍이 진을 치고 있습니다.

      도하渡河 도중에 습격을 받을 수 있습니다.

 

      송양공宋襄公은 싸움을 전혀 모르는 사람이다.

      저런 사람에게는 과감하게 쳐들어가야 한다.

 

      우리 초군楚軍은 수효도 많고 강력하다.

      자, 모두 다 자신감을 가지고 쳐들어가라,

 

초군楚軍의 배가 홍수泓水를 건너기 시작하자, 송군宋軍에게는

초군楚軍을 격파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주공, 공손 고이옵니다

      지금, 초군楚軍이 홍수泓水를 건너오기 시작합니다.

 

      주공, 우리가 보는데도 유유히 강을 건너는 것은

      초군이 우리 송군을 아주 무시하기 때문입니다.

 

      초군楚軍이 홍수泓水를 반쯤 건너올 때

      우리 송군宋軍이 맹렬하게 공격한다면

      저놈들, 초군楚軍을 무찌를 수 있습니다.

 

      주공, 공격할 절호의 기회입니다.

      주공, 이 기회를 절대로 놓쳐선 아니 됩니다.

 

      만약 초군이 강을 다 건너온다면 초군의 수가

      우리의 두 배가 넘어 대적지 못하게 됩니다.

 

      허허, 그대는 인과 의라는 깃발이 보이지 않는가.

      아니 된다. 우리는 인의 仁義를 중시하는 나라다.

 

      적이 싸울 준비가 안 되었을 때

      쳐들어가는 건 군자의 도리가 아니로다.

 

      초군楚軍이 강을 건너올 때까지 기다려라.

      건너오거든 과인도 진을 펼쳐

      정정당당하게 맞서 싸우리라.

 

송양공宋襄公의 말을 들은 목이目夷는 기가 막혔다. 그때야 비로써

초군楚軍은 모두 도하를 완료하였으며, 이제 막 강변에 도착한 터라,

부대별로 전열을 갖추느라 혼란한 지경이었다.

 

      주공, 초군楚軍이 아직 전열을 가다듬지 못했습니다.

      주공, 이때 기습적으로 공격하면

      초군楚軍을 혼란에 빠트릴 수 있습니다.

 

      허허, 상경 목이目夷는 좀 참으시오.

      어찌 일시적인 이익만으로 적을 칠 수 있겠소.

      그대는 인의仁義를 모른단 말이오.

 

      인의仁義 로써 천하의 맹주가 되려는 과인이

      어떻게 진도 안 갖춘 적을 공격할 수 있겠소.

 

      주공, 아아, 정말 안타깝소이다.

      우리가 이렇게 망설이고만 있다가 닥칠

      장차 이 화를 어찌 면할 수 있겠소이까.

 

초군 대장 성득신成得臣이 긴 지휘봉인 채찍을 손에 들고 군사들을

지휘하여 포진시키고 있는 모습이 마치 하늘을 찌를 듯한 기세로

돗보였으며, 그 성득신成得臣의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는

듯이 건방지기 짝이 없었다.

 

       옥으로 치장한 투구를 머리에 쓰고 있었으며

       역시 옥으로 화려하게 수놓은 비단 전포 위에

       부드러운 천으로 겹겹이 누벼 만든 갑옷을 껴입고

       어깨에는 독수리 털로 장식한 조궁雕弓을 메고 있었다.

 

목이目夷가 안타까워하는 사이에 또한 공손 고固도 속으로 너무나

비통한 마음을 달랠 길 없어 약복이藥僕伊에게 불만을 토로하다가

어금니를 깨물며, 끝까지 나라를 지키겠다며 다짐을 하고 있다.

 

       전쟁이란 서로 죽이고 죽는 살벌한 싸움인데

       가당찮은 인의仁義만을 부르짖고 있으니

       주군의 인의仁義가 어디에 있는지 알지 못하겠소이다!

 

       하늘이 우리 주군의 혼백을 빼앗아 가버려

       우리는 정말로 위급한 상황에 빠질 것 같소!

 

       우리는 경계하고 조심하는 마음으로 전투에 임하여

       나라를 잃는 최악의 사태는 반드시 막아야 하오.

 

그 사이에 초군楚軍은 완전히 전열을 갖추고 진세陳勢를 이루며,

이제는 홍수泓水 북쪽 강변을 새까맣게 뒤덮고 진을 치고 있었다.

 

       이제야 적군이 진용을 제대로 갖췄구나.

       송군宋軍은 공격의 북을 우렁차게 울려라.

       송군宋軍은 저 초군楚軍을 쓸어버려라.

 

       초군楚軍이 많다고 겁내지 마라.

       , 문관門官 들은 일당백을 하라.

 

송양공宋襄公은 긴 창을 꼬나 들고 문관門官 들과 함께 초군楚軍

향해 돌진했다. 문관門官 이란, 군주를 호위하는 부대로써 모두가

용맹하고 충성스러운 군사軍士 들로 구성돼 있다.

 

      송군宋軍은 숫자가 적다.

      우리 초군楚軍은 진문陣門을 활짝 열어라.

      저 송군宋軍이 들어오면 완전히 포위하라.

 

      저 송군宋軍은 작전도 전술도 모르고 있다.

      초군楚軍은 완전하게 포위 작전을 써서

      반드시 송양공宋襄公을 사로잡도록 하여야 한다.

 

초군楚軍 진영에서도 북소리가 힘차게 울리게 되자, 송군宋軍

초군楚軍은 정면으로 맞부딪치며 치열하게 싸우게 되었다.

 

      사마司馬 공손 고는 뭘 하느냐.

      주공, 너무 빨리 가지 마십시오.

      허허, 무슨 소리냐.

      전쟁터에서는 용감하게 싸워야 한다.

 

초군楚軍 대장 성득신成得臣은 송양공宋襄公이 친히 문관門官

들과 함께 공격해오는 것을 보고는 장수들을 앞으로 내보낸다.

 

      어디를 가려 하느냐.

      나는 초군楚軍 장수 투발鬪勃 이다.

 

      건방진 놈, 네 맘대로 길을 막느냐.

      나는 송나라 사마司馬 공손 고.

 

      투발鬪勃 , 너는 내 창을 받을 수 있겠느냐.

      투발鬪勃 장수님, 소장에게 맡겨주십시오.

 

      공손 고는 큰소리치지 마라.

      도망가지 말고, 나 위여신蔿呂臣의 칼을 받아라.

 

      사마司馬 , 장수 약복이藥僕伊가 여기 있습니다.

      초군楚軍의 졸개들아, 나에게 덤벼라.

 

투발鬪勃과 공손 고가 한창 싸우고 있는데, 초군楚軍 장수인

위여신蔿呂臣까지 달려들자, 이때 송군宋軍의 약복이藥僕伊

쫓아 나왔으며, 4명의 장수가 서로 어우러져 싸우기 시작하자,

양 진영陣營의 싸움은 점점 더 격렬해지며 더욱 치열해졌다.

 

      나는 성득신成得臣 장수이다.

      송양공宋襄公이 함정에 빠졌다.

      초군楚軍은 송양공宋襄公을 포위해 사로잡아라.

 

양군이 이렇듯 치열하게 싸우는 사이, 송양공宋襄公은 자기도 모르게

어느덧 초군楚軍 진영으로 너무 깊이 들어갔으므로 초군楚軍에

둘러싸였으며, 절체절명絶體絶命위기를 맞고 있었다.

 

       이때 송양공宋襄公을 지켜주고 있던

       친위부대인 문관門官 들도 사력을 다해 싸우면서

       이미 중상을 입으면서 죽기까지 하면서도

       송양공宋襄公을 끝까지 지켜내고 있었다.

 

송양공은 평소에 밑에 있는 사람들에게 많은 은혜를 베풀었었다.

문관門官 들도 은혜에 보답하고자 죽기를 각오하고 싸운 것이다.

 

      주공, 너무 위험합니다.

      주공, 빨리 피하셔야 합니다.

 

      큰일이다. 이거 빠져나갈 수가 없구나.

      주공, 신 공자 탕이 앞장서겠습니다.

 

      아악, 허벅지에 화살이 박혔도다.

      큰일이다. 어서 뽑아라.

      주공, 피가 너무 많이 솟아 나옵니다.

 

      아니, 여기서 네가 죽는단 말이냐.

      , 초군의 포위망을 빠져나갈 수가 없겠구나.

     

송양공宋襄公이 절망감에 사로잡혀 탄식하고 있는데, 저편에서

이를 본 공손 고가 급하게 초군楚軍 장수 투발鬪勃을 따돌리고,

송양공宋襄公의 뒤를 쫓아 일부 군마軍馬를 거느리고 달려온다.

 

      주공, 어찌 된 것이옵니까.

      주공의 허벅지에서 화살을 빼냈으나

      피가 분수처럼 솟아나고 있습니다.

 

      어서 헝겊으로 꽁꽁 싸매고 주공을 말에 태워라.

      주공, 저를 따르십시오.

      , 사마司馬 공손 고가 앞장서겠습니다.

 

공손 고가 송양공宋襄公을 호위하면서 외쳐대자, 공자 탕

쫓아와 합세하였으며, 주변으로 몰려드는 초군楚軍을 헤쳐 나가자,

그때 마침 약복이藥僕伊와 화수로華秀老 등이 급히 달려와 칼을

휘두르면서 초군의 포위망을 뚫기 시작했다.

 

      겨우 포위망은 빠져나온 것인가.

      주공, 그렇사옵니다.

 

얼마를 그렇게 싸웠을까,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둘러보니, 문관門官

들의 모습은 거의 찾아볼 수가 없었으며, 공자 탕도 죽고 없었다.

 

      약복이藥僕伊와 화수로華秀老는 주공을 모셔라.

      주공, 조금 더 가야, 우리 지역입니다.

      , 사마司馬 공손 고가 호위하겠습니다.

 

송양공宋襄公 일행은 포위망을 빠져나와 전속력으로 달아났으며

승기를 잡은 성득신成得臣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송군을 추격했다.

 

      송군宋軍은 철저하게 대패했으며,

      수많은 병장기와 병거兵車 등을

      고스란히 모두 초군楚軍에게 빼앗기면서

      이리하여 홍수전투泓水戰鬪는 끝이 나게 되었다.

 

      초군은 이미 인의仁義의 큰 깃발은 탈취해

      크게 흔들며 전리품으로 가져갔다.

 

홍수전투泓水戰鬪로 인하여 성득신成得臣은 초의 명장으로 크게

소문나게 되었으며, 또한 초성왕의 두터운 신임을 받게 되었다.

 

       송양공宋襄公은 무모한 작전으로 크게 폐하게 되었으며,

       초성왕楚成王이 쏜 화살이 공교롭게도

       송양공宋襄公의 허벅지에 박히자,

       공손 고가 겨우 구출하여 돌아가게 된다.

  

이로써 송양공宋襄公은 송나라 대부들과 백성들로부터 무수한

책망과 질타와 원망을 듣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다.

 

      공자 목이目夷의 말을 듣지 않아 패했다.

      어째서 목이目夷의 말을 듣지 않았는가.

 

나라의 백성들은 가족을 잃은 통곡 소리와 하루아침에  재산을

잃은 원망 소리가 병상에 누워있는 송양공宋襄公의 귀를 때렸으나,

그런데도 또 인의론仁義論을 펴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군자는 두 번 다치지 않게 하는 것이며,

      이모二毛는 포로로 잡지 않는 법이다.

 

      옛 성인들의 싸움하는 방식을 보게 되면,

      적이 험지에 들었을 때는 괴롭히지 않았다.

 

      내가 비록 망국의 상商 나라 후손이라고는 하나,

      어찌 전열을 갖추지 않은 적에게

      진격의 북을 울릴 수 있게 한단 말이냐.

 

두 번 다치지 않게 한다 함은 부상자負傷者에게 다시 상처傷處

입히지 않는다는 뜻으로, 다친 사람에게 공격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모二毛 , 흰털과 검은 털을 가리키는 말로, 머리칼이

희끗희끗한 반백의 사람을 뜻하며. 즉 노병은 포로로 잡지 않는

그것이 군자의 도리라고 주장하는 말이다.

 

225 . 조카도 후궁을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