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안) 열국지 201∼300 회

제 223 화. 나의 망상이 백성을 죽이는가.

서 휴 2022. 10. 2. 16:12

223 . 나의 망상이 백성을 죽이는가.

 

      그게 정말인가. 공자 목이目夷

      나 대신에 군위에 올랐다는 것이냐.

      주공, 그렇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나는 이제부터 송후宋侯가 아니로다.

      나는 상구商丘로 돌아갈 수 없게 되었구나.

 

      . 어찌하면 좋겠는가.

      주공, 나라로 망명을 가시옵소서.

 

마침내 초나라 군영에서 석방된 송양공宋襄公은 공자 목이目夷가

귀국하여 이미 군위에 올랐다는 소문을 듣게 되자, 할 수 없다는

생각으로 나라로 망명을 떠나게 되었다.

 

나라에 머문 지 얼마 안 되었을 때였다. 그때 본국에서 사자가

찾아와 눈물을 흘리면서, 상경 목이目夷의 말을 간곡히 전하였다.

 

      신이 그동안 군위에 올라 섭정한 것은 주공이 자리를

      비운 사이에 나라를 지키며 주공을 살리고자 함이었습니다.

 

      이제 안정이 된 바, 우리 송나라는 주공의 나라인데,

      어찌하여 돌아오지 않고 위나라에 머물고 계십니까.

 

      이에 법가法駕를 보내오니, 속히 환국하시어

      예전처럼 우리 송나라를 다스려주십시오.

 

송양공宋襄公은 너무나 감격하면서 상구성商丘城으로 돌아갔다.

이에 상경 목이目夷와 사마 공손 고가 문무백관을 거느리고

상구성商丘城에서 멀리까지 나와 뜨겁게 영접해주었다.

 

상구성商丘城에 입성한 송양공宋襄公이 다시 보위에 앉게 되자,

공자 목이目夷는 전과 다름없이 신하의 자리로 되돌아갔다.

이에 송양공宋襄公은 상경 목이目夷에게 감탄의 말을 하였다.

 

      고맙도다. 목이目夷 .

      공자 목이目夷의 어짊이

      나를 또다시 감격하게 만드는구나.

      여러 신료도 너무나 고맙소

     

후세의 사가史家 들은 공자 목이目夷가 현명하게 대처한 이 일을

그냥 지나칠 리 없었으며, 어느 한 사가는 다음과 같이 평했다.

 

      송양공宋襄公이 석방된 것은 오로지

      공자 목이目夷의 계책 덕분이다.

 

      정신이 맑으면 모든 일이 건실한 법이다.

      목이目夷가 만일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허둥대면서

      초성왕楚成王에게 송양공宋襄公을 돌려달라고

      애걸했다면 어찌 되었겠는가.

 

      초성왕楚成王은 송나라가 당황하는 것을

      이용해 무슨 짓을 저질렀을지 모른다.

      또한, 그리 쉽게 풀려나지도 못했을 것이다.

 

      송양공宋襄公의 어리석음은 이미 널리 알려진 바이다.

      그를 탓하기보다는 공자 목이目夷의 침착성과

      탁월한 지혜를 칭찬하는 것이 훨씬 더 나을 것이다.

 

이 일을 두고 호증胡曾 선생은 공자 목이目夷의 침착한 계책 덕분에

풀려났다며, 공자 목이目夷를 찬양하고자 시를 지었다.  

 

       金注何如瓦注奇(금주하여와주기)

       황금이 어떻게 돌로 바뀌는 기이한 일이 일어났는가?  

  

       新君能解舊君圍(신군능해구군위)

       신군이 능히 구군을 속박에서 풀어 나게 하였으니

  

       爲君守位仍推位(위군수위냉추위

       구군이 돌아오자 신군은 신하의 자리로 돌아갔도다.  

 

       千古賢名誦目夷(천구현명송목이)  

       천고에 빛날 어진 이름 목이를 노래하노라!  

 

호증胡曾 선생이 다시 시를 지어 여섯 나라의 제후가 초성왕에게

아부하여, 그를 맹주로 추대한 행위는 중원의 주도권을 초나라에

바친 격이 되었으므로 이후로 초나라가 중원의 여러 제후국을

몹시 무시하게 되었다고 탄식하였다.  

 

       從來免死自狐悲 (종래토사자호비

       원래 토끼가 죽으면 여우가 슬퍼한다고 했는가.  

 

       被劫何人劫是誰 (피겁하인겁시수)

       잡힌 사람은 누구이며 잡은 사람은 누구인가?

  

       用夏媚夷全不恥 (용하미이전부치)  

       중원 나라가 오랑캐에 아첨하고도 부끄러운 줄 모르니   

 

       還誇釋宋得便宜 (환과석송득편의)  

       송후를 석방한 공로가 적지 않다고 자랑하겠는가

 

송양공宋襄公은 우땅의 회맹會盟에서 맹주盟主가 되려다가,

오히려 초성왕楚成王에게 사로잡혀 온갖 수모와 곤욕을 치르다가,

노희공魯僖公의 지혜로운 용단으로 겨우 풀려났었다.

 

그때 정문공鄭文公이 앞장서서 초성왕楚成王을 맹주로 세우자고

주장하니, 이를 지켜보고 있던 송양공宋襄公은 끝내 분함을 참지

못하며, 정문공鄭文公을 원수로 생각하게 되었다.

 

      어휴 분해. 이 원한을 어떻게 갚아야 하겠는가.

      저 간악한 정문공鄭文公을 그냥 놔둘 수는 없도다.

      내 기어이 이 굴욕을 되돌려 주고 말리라.

 

송양공宋襄公은 위나라 망명 생활에서 귀국하여 안정을 취하게

되었으나, 사무친 원한에 대해 어떻게 복수할까만을 생각하였다.

 

      초성왕楚成王 보다 그를 맹주로

      추대한 제후들이 더 못된 놈들이로다.

 

      더욱이 초성왕楚成王을 맹주로 받들자며,

      계속 발의한 정문공鄭文公을 더 용서할 수 없도다.

 

      나는 정나라의 동태를 살펴보다가

      내 반드시 보복할 기회를 찾고 말리라.

 

주양왕 14년이며 기원전 637년의 봄 3월이었다. 송양공宋襄公

이때 정문공鄭文公이 초나라 수도인 영성郢城까지 찾아가

초성왕楚成王에게 조공을 올렸다는 소문을 듣게 되었다.

 

그 당시 형만荊蠻 이라는 나라는 야만족으로 취급하고

있었으며, 더구나 왕이라고 자처하는 초성왕楚成王에게

조례를 올린다는 것은, 왕실을 섬기는 중원中原

제후들에게는 감히 생각지도 못 할 몹시 치욕적인 행동이었다.

 

      허허, 정문공鄭文公이 중원中原까지 배신하는구나.

      이제 제후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명분이 뚜렷해졌도다.

 

      좋다. 이 간악한 놈을 그냥 둘 수 없도다.

      대군을 일으켜 정문공鄭文公을 응징하고 말리라.

 

      주공, 신 목이目夷는 하늘을 우러러 탄식하나이다.

      아직도 주공은 망상에서 벗어나지 못하셨나이까.

 

      주공, 패공霸公이 되겠다는 망상을 버리십시오.

      아니요. 정문공鄭文公 만큼은 혼을 내줘야 하오.

 

      주공, 우리는 군사력도 약하여 이길 힘이 없습니다.

      잘못하면 우리 송나라가 망할 수도 있습니다.

 

      주공이 옛 상나라를 부흥시키려 해도

      이제는 하늘이 허락하지 않을 것입니다.

 

      하늘이 상나라를 버린 지 오래되었습니다.

      주공, 이처럼 불가능한 일을 왜 또 벌이려 하십니까.

 

      나라는 초나라를 섬기는 나라입니다.

      을 치면 초는 반드시 정을 도울 겁니다.

 

      그리되면 우리는 정나라와 싸우다가

      결국, 나라와 싸우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나라는 대국이며 강국입니다.

      우리가 어찌 강국인 초를 이길 수 있겠습니까.

 

목이目夷는 필사적으로 간청했으나, 송양공宋襄公의 초楚 나라와

정문공鄭文公에 대한 사무친 원한과 복수심을 막을 수는 없었다.

 

      나는 정나라만 치고 곧바로 돌아올 것이오.

      , , 나라와 연합군을 만들 것이오.

 

      나라의 맹방이라고 자처하는

      , 나라를 쳐부숴 없애버리고 말 것이오.

 

      주공, 신 사마司馬 공손 고입니다.

      주공, 좀 더 실력을 갖추면서 때를 기다리다가

      기회를 봐서 정나라를 정벌하면 어떻겠나이까?

 

      사마司馬 도 짐과 같이 가기를 원치 않는다면

      과인 혼자라도 정나라를 꼭 정벌하고 말겠소!

 

그해 여름이 되자, 송양공宋襄公은 끝내 위, , 4개국

연합군을 결성하여, 스스로 중군장中軍將이 되었으며, 부장으로

사마司馬 공손 를 삼고, 대부 약보이藥僕伊 와 화수로華秀老,

공자 탕과 함께, 鄭 나라의 신정新鄭 성으로 출정했다.

 

      상경 목이目夷 역시 송양공宋襄公의 보좌역이 되었으며

      병거兵車를 몰고 상구성商丘城을 출발할 수밖에 없었다.

   

정문공鄭文公은 갑자기 송과 연합군이 쳐들어온다는 보고를

받게 되자, 기겁할 듯 놀랐으며, 긴급히 에 구원을 요청하게

되었다. 이에 초나라는 대책 회의를 열며 열띤 토론을 벌렸다.

 

      정문공鄭文公은 과인을 아비처럼 섬겨온 제후로다.

      누가 가서 정나라를 구원할 것인가.

 

      왕이시여, 신 성득신成得臣 이옵니다.

      나라를 구원하려면, 먼저

      나라의 상구성商丘城 쳐야 합니다.

 

      어째서 그런 생각을 하는가.

      지난날 송양공宋襄公을 사로잡아 욕보인 일로

      나라는 그 원한에 사무쳐 있습니다.

 

      송양공 宋襄公이 그 보복을 하겠다며

      연합군을 만들어 정鄭 나라를 침공하였습니다.

 

      그러나 큰 나라와 연합하지 못하고 작은 나라들과

      성급하게 어울려 경솔히 정나라를 쳐들어가다 보니,

      지금쯤 상구성商丘城은 텅텅 비어있을 겁니다.

 

      이 기회를 이용해 송나라를 급습하면

      송양공宋襄公은 질겁하여 군사를 돌릴 것이 분명합니다.

 

      그렇게 되면 그들은 먼 거리를 왔다 갔다 하는 사이

      지칠 대로 지치게 될 것이며, 그때 우리는

      지친 송군宋軍을 쉽게 격파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한가. 좋은 계책이다. 그대의 말대로

      초군楚軍을 이끌고 송나라를 쳐부숴 버려라.

 

성득신成得臣이 대장으로, 투발鬪勃이 부장이 되어, 초군楚軍

대군大軍이 송나라 상구성商丘城으로 쳐들어가게 되었다.

 

송양공宋襄公은 신정新鄭 성 앞에 진채陣寨를 세우고, 다음날

새벽에 공격할 준비를 다 마치고 막 잠이 들려고 하던 때였다.

 

      주공, 파발이옵니다.

      파발擺撥 이라니 무슨 일이 생겼느냐.

 

      초군楚軍이 지금 막 출발하였답니다.

      아니 초군楚軍이 그리 빨리 움직인단 말이냐.

 

      어디에서 출발하였다, 더냐.

      완성宛城 이라고 합니다.

 

      영성郢城 이라면 시간 여유가 있으나

      완성宛城은 아주 가까운 곳이다.

 

      다들 어찌하면 좋겠는가.

      주공, 어서 빨리 돌아가야 합니다.

 

      이 들판에서 초군楚軍과 부딪치면 아주 불리합니다.

      초군楚軍 보다 우리가 먼저 홍수泓水를 건너가야 합니다.

 

      홍수泓水를 건너가 북쪽에서 진을 치고 있다가

      홍수泓水를 건너오는 초군楚軍과 싸우면 유리합니다.

 

송양공宋襄公은 난데없이 날아든 급보에 회군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다행히 신속하게 움직여 떠났으므로, 초군楚軍 보다 먼저 홍수泓水

건널 수 있었으며 북쪽에 진을 칠 수 있었다. 홍수泓水는 지금의

하남성에 속한 강으로, 송宋 나라와 접경을 이루는 곳이기도 하다.

 

      여기서 주목할 일은 장강長江 연안에 있던

      초군楚軍이 훨씬 북쪽인 송나라 접경까지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고 북상했다는 점이다.

 

      이는 초나라가 중원中原의 접경지역인

      나라를 이미 점령하였으므로

      그곳에 완성宛城을 축성 築城하여 놓았다는 것이다.

 

      또한 초나라의 강한 힘이 이미 위력을 발휘하였으므로

      아무 저항도 받지 않으면서 진군할 수 있었으며

      쉽게 중원中原을 지나갈 수 있었다는 점이다.

 

이 소식을 접한 송양공宋襄公은 정나라에서 빨리 철수할 수

있었으며, 다행히 홍수泓水를 먼저 빨리 건너 북쪽에 진채陣寨

세우게 되어, 초군楚軍보다 유리하게 대치對峙 할 수 있었다.

 

      과 초나라는 홍수泓水에서

      첫 대전大戰을 치르게 되었다.

 

      이 홍수泓水 전투는 춘추시대春秋時代

      새로운 판도가 세워지는 의미도 있지만,

 

      역사상 유명한 싸움으로 이름나게 된 것은

      초군楚軍의 성득신成得臣이 잘 싸웠다기보다는

 

      송양공宋襄公이 혼자만의 무모한 생각으로

      엉뚱하게 패배를 헌납했다고 볼 수 있다.

 

홍수泓水를 가운데 두고 양군이 서로 대치하고 있을 때, 상경

목이目夷는 초군楚軍 대장 성득신成得臣의 도전장을 받게 된다.

 

224 . 망설이는 자가 이길 수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