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안) 열국지 201∼300 회

제 222 화. 과욕이 천하의 웃음거리가 되는가.

서 휴 2022. 10. 1. 00:58

222 . 과욕이 천하의 웃음거리가 되는가.

 

겨우 도망쳐온 상경 목이目夷는 무사히 상구성商丘城에 당도하자,

제일 먼저 병권을 쥐고 있는 사마司馬 공손 고를 불러 들이고

나라 우땅의 회맹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들려주었다.

 

      초군楚軍은 반드시 쳐들어올 것이오.

      사마司馬는 속히 군사를 정돈하여 방비를 세워야 하오.

 

      공자, 엉뚱한 말인지 모르나, 이 공손 고

      상경 목이目夷께 한 말씀 올리겠습니다.

 

      뭔 말이오. 어서 이야기해보시오.

      나라에 하루라도 임금이 없어서는 아니됩니다.

 

      공자께서 잠시 군위를 맡아 주십시오,

      그래야, 군사들이 안심하고 싸울 수 있습니다.

 

이 말을 듣고 난 목이目夷는 정색하며 화를 내려다가 한 계책이

생각났는지, 공손 고의 귀에다 대고 무슨 말인가를 속삭여 주었다.

 

      그렇습니다. 상경의 말씀대로 한다면, 초성왕楚成王

      반드시 우리 주공을 살려 돌려보낼 것으로 보입니다.

      좋습니다. 그렇게 해보겠습니다.

 

그 길로 공손 고는 모든 대부를 모두 조당朝堂으로 불러 모으자

모든 신료가 모여들었으며, 무슨 일인가? 하고 웅성거리자,

그때 공손 고가 앞으로 나서며 큰 소리로 말했다.

 

      우리 주공은 초나라의 포로가 되었소.

      짐작건대, 주공은 돌아오지 못할 것 같소.

 

      이제부터 우리는 목이目夷 공자를 군위에 올려

      이 어려운 시국을 넘어가야 할 것이오.

 

대부들은 진작부터 목이目夷가 어질고 현명한 사람임을 잘 알고

있었기에, 별다른 이견 없이 목이目夷를 송후宋侯로 추대하였다.

 

목이目夷와 공손 고가 상구성商丘城의 방비를 빈틈없이 갖추고

나자, 초군楚軍은 남쪽 교외에 이르러 진채陣寨를 세웠다.

 

      나는 초나라 장수 투발鬪勃 이오.

      우리 초성왕楚成王의 말을 전하겠소.

 

      너희 군주인 송양공宋襄公

      우리에게 잡혀 욕을 보고 있소.

 

      송양공宋襄公을 죽이고 살리는 것은

      우리 손에 달려 있다는 걸 알아야 할 것이오.

 

      너희가 도성都城을 바치면서 항복한다면

      우리는 송양공宋襄公을 살려 보낼 것이다.

 

      너희 군주의 목숨을 살려낼 것인지

      아니면 죽일 것인지 어서 결정하라.

 

      나는 송나라 사마司馬 공손 고.

      우리는 이미 새로이 군주를 모셨소.

 

      죽이든 살리든 너희들 마음대로 하시오.

      우리는 절대 항복하지 않을 것이오.

 

      너희의 군주가 지금 버젓이 살아 있는데,

      어찌 새로운 군주를 세울 수 있더란 말이냐.

 

      군위君位 , 사직社稷을 보존하는 자리요.

      군주가 자리를 비우고 없는데,

      어찌 새 군주를 세우지 못하겠소.

 

      우리가 너희 군주를 돌려보내 준다면

      너희는 우리에게 무엇으로 보답하겠는가.

 

      전 군주는 너희의 포로가 됨으로써

      우리 송나라의 사직社稷을 욕되게 하였소.

 

      설사 돌아온다고 하여도 어찌 다시

      우리 군주로 모실 수 있겠는가.

 

      돌려주고 안 돌려주고는 너희 맘대로 하여라.

      우리는 상관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 초군楚軍은 대군大軍 이다.

      우리 대군大軍이 공격해도 막을 수 있겠는가.

 

      너희 초군楚軍은 쳐들어올 테면 쳐들어와 봐라.

      우리는 어떤 대군大軍 이라도 맞서 싸울 것이다.

 

나라 장수 투발鬪勃은 예상치 못한 송나라의 사마司馬

공손 의 강경한 답변에 크게 당황하였으며, 진채陣寨

돌아가자마자 초성왕楚成王에게 그대로 보고하였다.

 

      우리 말을 하나도 듣지 않는구먼.

      말로 통하지 않으니 총공격하여 성을 쳐부숴라.

 

초성왕楚成王은 자기 뜻대로 진행되지 않자, 크게 화를 내었으며,

이에 초군楚軍은 일제히 상구성商丘城을 총공격하게 되었다.

 

      그러나 송군宋軍은 상구성商丘城의 방비를 철저히 하며

      초군楚軍이 성 아래로까지 접근하여 사다리를 놓고

      성벽을 용감하게 기어오르려고 하자,

 

      송군宋軍은 화살과 돌덩이를 빗발처럼 쏟아 내렸으며,

      이에 초군楚軍은 죽고 다치는 자들이 속출하게 되었다.

 

연 사흘간 밤낮으로 이어진 초군楚軍의 강력한 공격에도, 송군宋軍

끄떡도 하지 않으며 잘 막아내니, 오히려 초군楚軍은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서 피해만 커져갔다.

 

      송군宋軍이 저리 강할 줄은 몰랐구나.

      어찌하면 좋겠는가.

 

      왕이시여, 우리 피해가 이리 크다면

      송군宋軍의 피해도 클 것입니다.

      며칠 쉬었다가 다시 공격하면 어떻겠습니까.

 

      다시 공격해도 상구성商丘城의 점령은

      짧은 시일 내에 쉽지 않을 것 같도다.

 

      차라리 송양공宋襄公을 죽여 버리고

      돌아가는 것이 낫지 않겠는가.

 

      왕이시여, 신 성득신成得臣 이옵니다.

      나라 증공鄫公을 죽였다고 꾸짖었으니

      우리가 송양공宋襄公을 어찌 죽일 수 있겠습니까.

 

      주공, 송양공宋襄公은 한갓 필부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를 죽이고 돌아가면 송나라도 얻지 못하고

      나라 백성들의 원성만 커질 뿐입니다.

 

      차라리 석방하는 것만 못합니다.

      허허, 을 쳐서 이기지도 못한 판에,

      그 군주까지 살려 놓아준다면

      과인의 체면이 어찌 서겠는가.

 

      왕이시여, 신의 계책計策을 들어보시옵소서.

      좋도다. 어서 그대의 계책計策을 말해보라.

 

      우리가 이곳에서 장기전을 펴게 된다면

      중원中原 나라들의 결속만 가져올 수 있습니다.

 

      이번 회맹에 참여하지 않은 많은 제후가

      똘똘 뭉쳐서 우리를 공격하게 된다면      

      우리는 진퇴양난進退兩難의 처지가 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찌하는 게 좋겠는가.

      이번 회맹에 참석하지 않은 나라가 많사온데

      그중에 노와 제나라가 있습니다.

 

      나라는 우리 초나라 편이나

      나라만이 우리 뜻에 따르지 않습니다.

 

      나라는 제와 송과도 친하며, 규구葵邱 에서

      여러 나라와도 동맹을 맺은 사실도 있사옵니다.

 

      더욱이 노희공魯僖公은 어진 사람이며,

      이웃 나라의 두터운 신임도 받고 있으므로,

 

      그를 참여시켜 중재하게 한다면, 틀림없이

      송양공宋襄公의 석방을 요구할 것입니다.

 

      왕이시여, 나라를 앞세워 제후들 앞에서

      인심을 쓰시면서, 송양공宋襄公을 풀어준다면

      이참에 노도 송도 얻을 수 있겠습니다.

 

      왕께서는 예물을 보내 회견을 청하십시오.

      노희공魯僖公은 감격할 것이며, 또한 두려운

      마음도 있어, 반드시 회견에 응할 것입니다.

 

      허 어, 그대의 지혜는 귀신도 따르지 못하겠도다.

      좋도다, 대부 의신宜申은 노나라에 다녀오라.

 

초성왕楚成王은 성득신成得臣의 말에 크게 기뻐하면서, 많은 예물과

편지를 주면서, 대부 의신宜申에게 노희공魯僖公을 찾아가게 한다.

 

      나라 군후는 보시옵소서.

      송공宋公이 오만무례傲慢無禮 하여

      부득이 사로잡아 잠시 구금하고 있습니다.

 

      이번 일을 보다 공정하게 처리하기 위해

      번거롭더라도 잠시 박 땅에 오시 어,

      노후魯侯의 현명한 판단을 보여주십시오.

 

나라 노희공 魯僖公은 갑작스레 찾아온 초나라의 사자使者

대부 의신宜申 맞이하여, 초성왕楚成王의 서신을 읽어 보았다.

 

      나라가 나를 끌어들이려 하는구나.

      대부 중수仲遂는 이일을 어찌 생각하는가.

 

      나라는 두 가지 속셈이 있을 것입니다.

      첫째는 송양공宋襄公을 석방하고자 하는

      좋은 명분을 찾으려 하는 것입니다.

 

      둘째는 송양공宋襄公을 석방하는 대가로

      중원中原의 영향력을 높이려는 것이 틀림없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찌해야 하겠는가.

      주공, 일단 회담에 응하시어야 합니다.

 

      그리 하시면, 송양공宋襄公은 석방될 것입니다.

      그리되면 우리 노나라는 송나라에

      큰 은혜를 베풀게 되는 것이옵니다.

 

      나라는 이리 떼 같은 나라가 아닌가.

      우리가 초나라를 도와준다면,

 

      나라가 중원中原에 진출하는 빌미를 주게 되며

      그로 인하여 중원中原이 시끄러워지지 않겠는가.

 

      나라는 아주 강해졌습니다.

      그들은 이미 중원中原의 일원이 되어있습니다.

      공연히 그들과 마찰을 일으킬 필요는 없습니다.

 

나라 노희공 魯僖公은 대부 중수仲遂의 말에 따라, 회견에

응하기로 마음을 정하고, 땅으로 찾아가게 된다.

 

땅은 그 당시 송나라 땅으로 현 산동성 조현曹縣의 남쪽

20키로 지점이며 옛날 하왕조의 도읍지였다.  

      이제 노희공 魯僖公까지 이곳에 모였으니

      이 정문공鄭文公이 먼저 제안하겠소이다.

 

      초성왕楚成王을 맹주로 모시는 게 어떻겠소.

      나는 노나라 노희공魯僖公 이오

 

      맹주는 인과 의를 세상에 펼쳐야!

      모든 사람이 즐거이 따르게 되오.

      초성왕楚成王은 이를 갖추고 있는지 모르겠소이다.

 

      초성왕楚成王은 자기 군사들을 숨겨놨다가

      송후宋侯를 함부로 감금하였소이다.

      어찌 이런 일을 저지른단 말이오.

 

      비록 송공을 붙잡아 위엄을 보였으나

      초성왕楚成王은 덕을 베풀지 않아

      사람들이 의심하여 두렵게 생각하고 있소.

 

      우리와 송나라는 모두 동맹을 맺은 바 있음에도

      우리가 모두 초나라 위세에 눌려

 

      가만히 앉아서 강 건너 불구경하듯이   

      송후宋侯를 구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천하의 웃음거리가 되고 말 것이요.

 

      그러나 초성왕楚成王이 자기의 잘못을 깨닫고

      선선히 송후宋侯를 풀어주기만 한다면

      우리 다 같이 동맹을 맺어도 좋을 것이오.

 

      노후의 말씀이 심히 지당하십니다!

      세상은 위력으로만 다스릴 수 없지요.

 

      좋소. 맹주가 갖추어야 할 인과 의

      문제 삼아 나를 비난한다면

      나,  초성왕楚成王이 어찌 고치지 않을 수 있겠소?

 

      나 초성왕楚成王은 여러분과 동맹을 이루고자

      노희공 魯僖公의 말에 따르겠소이다.

 

      교외에 높은 맹단盟壇을 쌓고

      맹주로써의 의무를 다할 것이오.

 

초성왕은 박땅에 회맹 단을 급히 짓도록 하였다. 회맹 일자를

12월 계축일癸丑日로 정하고 천지신명을 향하여 삽혈의 의식을

행하기로 하였으며 그와 동시에 송후를 석방하기로 했다.  

 

       회맹을 행하기로 한 날 하루 전날에

       송후宋侯을 석방하여 여러 제후와 상견하게 했다.

 

       송양공은 부끄럽고 화가 나기도 하였으나

       겉으로는 여러 제후에게 감사의 말을 올리었다.

 

       이윽고 회맹 일이 되자 정문공이 여러 제후를 이끌고

       초성왕에게 단에 올라 맹회를 주관하도록 간청했다.

 

초성왕이 희생으로 붙들어 맨 소의 귀를 잡자, 송양공과 노희공의

뒤를 이어 제후들은 작위의 순서에 따라 차례로 소의 피를 입술에

발라 삽혈의 의식을 행하게 되었다.

 

       송양공은 가슴 속에 열화가 치밀어 올라왔으나

       감히 입 밖으로 말은 내지는 못했다.

 

       회맹을 끝낸 각국의 제후들은

       모두 흩어져 자기들 나라로 돌아갔다.  

 

223 . 나의 망상이 백성을 죽이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