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안) 열국지 201∼300 회

제 221 화. 꾀가 없으면 고지식하다고 하나.

서 휴 2022. 9. 30. 08:11

221 . 꾀가 없으면 고지식하다고 하나.

  

초성왕楚成王은 우땅에서 회맹을 갖자는 통지를 받게 되자

다 읽어보고는 흐뭇한 웃음을 짓는다.

 

       우땅은 지금의 하남성 수현睢縣 서쪽으로

       약 50키로 정도 되는 곳에 있다.

 

성득신成得臣은 투발鬪勃에게 날쌘 군사 500여 명을 선발하여

단기간에 훈련 시키고, 회맹 장소에 숨겨놓기로 계획을 짰다.

 

      주공, 나라는 전혀 믿을 수가 없사오니

      병거兵車 200승을 대동하고 가시어야 합니다.

 

      과인은 평화 회담을 열겠다고 제의하였소.

      엣날의 제환공도 군사를 동원치 않았소이다.

 

      과인이 평화 회담을 무시하고,

      병거兵車를 몰고 가 대기시킨다면,

      과인 스스로 신의를 지키지 않는 것이지요.

 

      신의를 잃고서 어찌 천하 제후들을 부릴 수 있겠소.

      목이目夷, 그대는 너무 과한 생각을 하지 마시오.

 

      주공, 그렇다면 회담 장소 주변에

      병거兵車 2백 승을 몰래 숨겨두십시오.

      여차할 경우에 유용하게 쓰일 것입니다.

 

      병거兵車를 거느리고 가는 것이나,

      병거兵車를 숨겨두는 것이나 무에 다르오.

 

      그대는 아예 그런 말을 하지 마시오.

      초성왕楚成王은 과인을 신의로 대하였소.

 

      어찌 나를 속일 수 있다고만 생각하시오.   

      목이目夷, 그대는 너무 걱정하지 마시오.

 

      참가하는 나라들도 군사를 대동하지 못하도록

      하면 될 것이 아니겠소.

 

      여봐라, 이번 회맹에 참석하는 나라는 모두

      병거兵車를 몰고 와선 절대로 안 된다고 연락하여라.

 

송양공宋襄公은 끝내 목이目夷의 충언을 듣지 않았으며, 그저 수십

명의 수행원만을 거느리고 우땅으로 출발하자, 이를 본 상경

목이目夷는 하늘을 우러러 길게 탄식하고 있었다.

 

       아아, 우리 주공에게 큰 화가 미칠 것이로다.

       주공의 욕심이 너무나 저리도 과하니,

       제후들이 어찌 참으며 어찌 우리를 도와주겠는가.

 

그해 8월에 회맹 일이 다가오자, 회담의 소집자인 송양공宋襄公

비롯하여, , , , , , 나라 등 일곱 나라

군후君侯 들이 차례로 송나라 우땅에 모여들었다.

   

      제효공齊孝公은 끝내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아마도 올해 봄에 있었던 녹상鹿常 회담에서

      송양공宋襄公에게 멸시당해서 서운한 마음이었다.

 

      나라 노희공魯僖公도 참석하지 않았다.

      주공周公 의 후손이므로 송나라 따위에

      고개 숙일 수 없다는 자존심이 작용했다.

 

송양공宋襄公은 제효공齊孝公과 노희공魯僖公이 불참하여 마음이

상했으나, 조금도 내색하지 않으면서, 초성왕楚成王을 비롯한 여러

나라 제후들을 기쁜 마음으로 반갑게 환영하였다.

 

      제후 여러분, 이 모임은 평화 회맹이 오.

      앞서 모두에게 통지하였던 바대로

      병거兵車 들을 몰고 오지 않아 너무나 고맙소.

 

송양공宋襄公은 제후들이 빈 몸으로 온 것을 매우 기뻐하였으며

회맹 일이 되자, 동녘이 밝아오기도 전에 일찍 일어나, 대회장에

제일 먼저 나가 제후들이 들기를 기다렸다.

 

      밝은 해가 떠오르자, 진목공陳穆公, 채장공蔡莊公,

      정문공鄭文公, 허희공許僖公, 조공공曹共公

      대회장으로 입장하였으며, 맨 나중에 느릿하게

      초성왕楚成王이 걸어오고 있었다.

 

송양공宋襄公은 주인의 예를 갖추면서, 그들 여섯 제후를 맞이하여,

미소지으며 정중히 고개 숙이면서 읍을 하였다.

 

       맹단盟壇으로 오를 차례였다.

       맹단盟壇으로 오르는 계단은 두 개다.

       오른쪽 계단은 손님용이고, 왼쪽 계단은 주인용이다.

 

송양공宋襄公이 제후들에게 맹단에 오르라며 손짓하자, 각 나라

제후들은 약속이나 한 듯 양옆으로 비켜서며 초성왕楚成王에게

길을 내주고 있었다.

 

      초성왕楚成王이 가장 먼저 맹단盟壇의 계단을

      오르기 시작하자, 그 뒤로 성득신成得臣

      투발鬪勃 장수가 바싹 붙어 따라 올랐다.

 

      이에 따라 다른 제후들도 각기 수행원

      두 사람씩을 거느리고 맹단으로 올라갔으며

 

      가장 늦게 송양공宋襄公이 목이目夷를 대동하고

      왼쪽 계단을 통해 맹단盟壇 위로 올라갔다.

 

이제부터 회맹이 시작되게 되었으므로, 회맹을 시작하려면 반드시

주재자主宰者가 있어야 하였으므로, 주재자主宰者가 되는 것은 곧

암묵적暗默的으로 맹주로 인정받는 것이었다.

 

      송양공宋襄公은 아까부터 계속 초성왕楚成王 만을

      바라보며, 그가 송양공宋襄公을 맹주로 추대하자는

      말이 나오길 기다렸다.

 

그러나 초성왕楚成王은 여전히 눈길을 딴 곳으로 돌린 채 입을

열 생각을 하지 않았으므로 무거운 침묵만이 단상에 가득해졌다.

 

각국 제후들도 난처한 듯 서로 얼굴만 쳐다볼 뿐 먼저 입을 열려는

사람은 아무도 없자, 송양공宋襄公이 참다못해 먼저 말한다.

 

      오늘 이처럼 회맹을 갖게 된 것은 과인이

      방백方伯 인 제환공齊桓公의 업적을 계승하여

 

      나라왕실의 권위를 높여주며,

      천하를 두루 태평하게 하기 위함이오.

      이에 여러 제후의 의견을 듣고 싶소.

 

      송후宋侯께서 좋은 말씀을 하셨소이다.

      , 초성왕楚成王이 물어보겠소.

 

      본 회맹을 주재할 맹주를 누구로 정하는 것이 좋겠소

      좋습니다. 본 송양공宋襄公이 먼저 말하겠소이다.

 

      관례상 공이 있으면 공이 큰 사람이

      맹주가 되는 것이겠지만,

 

      공로가 없으면 관작으로서

      그 순서를 정하는 것이 정례라 하겠소이다.

 

      그 점엔 나, 초성왕楚成王 도 찬성하오.

      군주께서 이해해주시어 고맙습니다.

 

송양공宋襄公은 자기는 공작이며, 나머지 제후들은 후작이거나

자작이므로, 공작인 자기가 맹주 자리에 오르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하면서, 맹주가 되겠다는 의도로 말했다.

 

그런데 초성왕楚成王이 청천벽력靑天霹靂 과도 같은 말을 꺼내며

송양공宋襄公의 의도를 완전히 뒤엎는 것이다.

 

      과인은 왕으로 칭한 지 오래되었소.

      송공宋公께선 관작이 공작이 아니겠소.

      어찌 감히 왕을 앞서려 하는 것이오.

 

      지금부터는 과인이 맹주의 자격으로

      이번 우땅의 회맹을 주재해나가겠소이다.

 

초성왕楚成王은 말을 마치자마자, 유유히 중앙의 맹주 자리에

가더니 힘차게 털썩 주저앉는 것이다.

 

      송양공宋襄公은 당연히 자신이 맹주가 된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가, 가장 중요한 순간에 초성왕楚成王

      돌발적인 행동에 깜짝 놀라게 되었다.

 

      믿었던 자에게 뒤통수를 맞은 듯이 모든 게 뒤틀려 버리자,

      치솟는 분노를 억제하기 힘들어 안색이 돌변했다.

 

돌변사태를 판단한 상경 목이目夷가 곁에 있는 송양공宋襄公에게

재빨리 옷 소맷자락을 잡아당겼으나, 그러나 기어이 참지 못하였다.

 

      초성왕楚成王은 주 왕실의 관작官爵

      고작 자작子爵 이라는 걸 알고 있소이까.

 

      군주는 제멋대로 왕호를 칭하고 있는 것이오.

      어찌 가짜 왕이 진짜 공작公爵 보다 상석이란 말이오.

 

      허허, 그대 말처럼 과인이 가짜 왕이라면

      그대는 무엇 때문에 과인을 이곳까지 청하였는가,

      이 모두 과인의 도움을 받으려는 생각이 아니었던가.

 

      그대가 청하여 만난 녹상鹿常 회담에서

      그대가 말한 바를 존중해서 여기 온 것이오

 

송양공宋襄公의 얼굴빛이 붉으락푸르락 변하며, 급기야 목청을

높여 외쳐대자, 그때 초성왕楚成王 곁에 서 있던 성득신成得臣

험악한 표정을 지으며, 긴말할 것 없다는 듯이 소리치는 것이다.

 

      이 일은 여기 제후들에게 물어보면 알 수 있소.

      제후들께서는 우리 초나라를 위해 오셨소.

      아니면 송나라를 위해 오셨소.

 

여러 제후가 서로 눈치를 보며 뭐라고 막 대답을 하려는데, 별안간

성득신成得臣과 투발鬪勃 장수가 예복을 벗어 던졌다.

 

      순간 제후들이 깜짝 놀라 쳐다보니 두 장수의

      예복 안에는 단단한 갑옷이 숨겨져 있었다.

 

      또한, 성득신成得臣이 붉은 기를 꺼내 흔들자마자

      수행원들이 모두 갑옷 차림이 되었다.

 

      이때 숨어있던 500여 군사들이 뛰어나오자마자,

      맹단盟壇 주변을 완전히 에워싸는 것이다.

 

모여 있던 군주들은 이 광경을 보고 혼비백산魂飛魄散 했으며,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겁에 질려 대답하는 것이다.

 

      우리는 초나라를 위해서 왔소이다.

      하하, 송양공宋襄公은 이 말을 들었소.

      송양공宋襄公 할 말이 있거든 어서 말해보오.

 

와 진의 군주가 초나라 편을 들자, 현장 분위기는 모두

송양공宋襄公에게 불리하게 돌아갔으며, 더 나아가 이곳을 무사히

빠져나가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닌 것으로 보였다.

 

       나는 약속대로 병거兵車를 이끌고 오지 않았소.

       오늘 회맹은 여기서 일단 끝냅시다.

 

송양공宋襄公은 재빨리 몸을 돌려 맹단 아래로 내려가려 했으나,

하지만 이미 철저한 준비하고 온 성득신成得臣이 성큼 한걸음에

앞으로 다가가 송양공宋襄公의 팔을 움켜잡았다.

 

       송후宋侯는 어딜 가려 하시오.

       , 송후宋侯를 잘 모시어라.

 

송양공宋襄公은 사색이 되어 안절부절못하다가, 얼른 곁에 있던

목이目夷를 돌아보며, 길게 탄식하며 말하였다.

 

      그대의 말을 듣지 않다가 이 꼴을 당하는구려.

      그대는 내 생각일랑 하지 말고

      어서 돌아가 나라를 지켜주오.

 

상경 목이目夷는 그 자리에 있어 봐야,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하고는 재빨리 빠져나와 상구성商丘城을 향해 수레를 몰았다.

 

      송양공宋襄公. 네 이놈.

      너는 제나라가 상중임에도 쳐들어가 멀쩡한 군주인

      무휴無虧를 몰아내고 새로 군주를 세웠으며

      회맹에 늦게 왔다고 등 나라 군주를 감금시켰다.

 

      또한, 나라 증공鄫公을 산 채로 가마솥에 삶아

      못된 귀신에게 제사를 지냈다.

 

      이웃 나라의 제후를 자기 마음대로 죽이다니

      저자를 붙잡아 감금시켜 버려라.

 

모였던 제후들이 모두 깜짝 놀랐으나, 초성왕楚成王은 태연히

송양공宋襄公이 잘 준비해놓은 창고에서 마음껏 술과 고기를 꺼내

제후들과 함께 10일간 풍성한 잔치를 벌이었다.

 

다음날부터 우땅에는 갑작스럽게 500이나 되는 초나라

병거兵車 들이 속속 몰려들었으며, 일제히 전열을 갖추는 것이다.

 

      지금 송나라는 군주도 없어 텅텅 비어있다.

      이번 기회에 완전히 점령해버려라.

      모두 상구성商丘城을 향해 진격하라.

 

초성왕楚成王의 명이 떨어지자, 송양공宋襄公은 결박 지어 수레에

태워져 실려갔으며, 성득신成得臣은 초군楚軍을 진두지휘하며,

나라 도성都城인 상구성商丘城을 향해 물밀듯 쳐들어갔다.

 

      다섯 군주는 땅에서 잠시 기다려주시오.

      , , , , 다섯 군주는

      초성왕楚成王의 위엄에 눌려,

      회담장인 우땅에 그대로 머물게 되었다.

 

다섯 나라 제후들은 감히 본국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명령대로 모두

땅에 머물러 초성왕楚成王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이에 대해 후세의 사관이 송양공을 비난하는 시를 지었다.  

 

       無端媚楚反遭殃 (무단미초반주앙

       까닭 없이 초나라에 아첨하더니 재앙만 불러들였구나!  

 

       引得誰睢做戰場 (인득수수주전장)

       누가 전쟁터에 군사를 불러들였는가!  

 

       昔日齊桓曾九合 (석일제환증구합)

       옛날 제환공은 아홉 번이나 모이게 하였어도   

  

       何嘗容楚近封疆 (하상용초근봉강

       한 번도 중원에 초나라를 들여놓지 않았도다

 

이는 송양공宋襄公이 상대의 마음을 살피지 못한 헛된 야망이

불러일으킨 화란禍亂이라 할 수 있다.

 

222 . 과욕이 천하의 웃음거리가 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