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안) 열국지 201∼300 회

제 220 화. 한 가지 목표만 생각하다니

서 휴 2022. 9. 29. 17:05

220 . 한 가지 목표만 생각하다니

 

송양공宋襄公은 다음 해가 시작되자 신년 제사를 올리고, 곧바로

녹상鹿上의 땅에 당도하여 회맹 준비에 관한 사항을 하나씩

점검하면서 제와 초, 두 나라의 군주를 20여 일간 기다렸다.

 

       제공齊公, 어서 오시 오.

       송후宋侯께서는 준비하시느라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먼곳에서 오느라 늦었습니다.

 

제양공齊孝公은 녹상鹿上 땅의 주인인 자기에게 아무런 승낙도 없이

사용하는 송양공宋襄公에 대하여 옛날의 은혜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양해하였으나,

 

송양공의 말투는 하루가 틀리게 아랫사람을 대하 듯이 무시하는

말을 하며 건방진 태도를 보이자 마음속으로 분개하게 된다.

20여 일이 지났는데도 초성왕은 오지 않고 있었다.

 

       허허, 초성왕楚成王은 왜 오지 않는 것인가.

       주공, 내일 도착한다고 파발이 왔습니다.

 

       제공齊公, 초왕이 오면 왕실의 작위 순서로 섭시다.

       송후宋侯께선 괜찮다고 생각하십니까.

       뭐 어떻소. 관례가 그렇지 않소.

 

       그래도 초성왕의 양해를 구해야지요.

       초나라 왕이란 자기들끼리만 부르는 왕이지

       왕실의 작위는 자작이잖소.

 

회맹의 날짜를 정하여 그날 아침이 밝아오자. 일찍 일어나 다 같이

제단에 올라가게 되었다.

 

       공작인 송양공이 맨 앞에 서면서

       다음으로 후작인 제효공을 서게 하였으며,

       초나라는 자작이기에 마지막으로 서게 하였다.

 

송양공은 당당히 회맹을 주재하고 자기가 먼저 소머리의 귀를

잡고는 삽혈 의식을 시작하며 전혀 겸양한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

 

​       허허, 나 초성왕楚成王을 아주 무시하는구나.

       어쩔 수 없구나. 일단 삽혈 의식이나 치르고 보자.

 

초성왕楚成王은 매우 불쾌하게 생각하였으나, 어쩔 수 없이 희생의

피를 얼굴과 입술에 바르고 삽혈 의식을 치르기 시작하였다.

 

       왕실을 향하여 맹세를 말하겠소이다.

       두 군주는 과인의 손을 맞잡고 하늘 높이 올립시다.

 

       주 왕실의 손님 임으로서

       황공하게도 과분한 예우禮遇를 받아

       높은 작위에 봉해진 후예이옵니다.

 

       비록 공작이오나 베푼 덕은 적고 신의 힘이 미약하여!

       앞으로 왕실을 공경하며 받들고자 하는 뜻으로

       천하를 위하여 맹회를 크게 열고자 하나이다.

       하늘의 신이여 굽어 살펴 주시옵소서.

 

송양공은 3개국 회맹 의식이 끝나자, 곧바로 두 군주를 연회장에

안내하여 가슴속에 품고 있던 말을 하게 된다.

 

​       우리 선조께서 세우신 은나라가 망한 이후로,

       주무왕으로부터 제후에 봉해지는 은혜를 입은 것은

       어찌 과인의 송宋 나라에만 해당하는 일이겠소이까

 

       패공이시었던 제환공이 아쉽게 떠나신 바이나

       변함없이 천하의 안녕을 위해야 하오.

       이에 제후들을 불러 성대한 회맹을 갖고자 하오.

 

       천하의 제후들을 올가을 8월에

       우리 송宋 나라의 우땅에 부르겠소이다.

 

       두 분 군주께서는 앞장서서 제후들을 이끌어

       우땅의 회맹에 참여시켜 주신다면

       과인과 돈독한 우호 관계를 맺게 되는 것이오.

 

       자, 이제부터 우리는 의형제가 됩시다.

       제공齊公은 어찌 생각하시오

       아닙니다. 먼저 초왕께 말씀하십시오.

 

       허허, 아니요.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 초楚 나라는 자작밖에 안 되는바

       후작인 제공齊公께서 먼저 하여야 하오.

 

초성왕과 제효공이 서로 사양하자, 성질 급한 송양공은 못내 참지

못하고, 준비하여 두었던 다른 제안을 하게 된다.

 

       좋습니다. 두 분 군주께서 사양만 하시니

       만약 저의 뜻을 저버리지 않으신다면

       청컨대 미리 준비한 목간에 서명토록 합시다.

 

       여봐라. 어서 목간을 가져오도록 하라.

       자, 이 목간을 초楚 군주께서

       먼저 읽어 보시고 먼저 서명해주시오.

 

목간에는 여기 참석한 세 군주가 여러 제후를 규합하여 회맹을

열기로 하고, 그 방법은 제환공이 하였던 바와 같이 일체 군사를

동원하지 않고 문관들만 대동하는 의상지회衣裳之會로 치르자고

촘촘히 적혀 있었다.

 

       초楚 군주께선 무얼 망설이시오

       송후宋侯께서 직접 제후들을 부르면 될 일을

       왜 과인 보고 서명을 먼저 하라는 것이오?  

 

       정과 허두 나라는 초楚 군주의 휘하에

       있게 된 지 오래되지 않았소이까.

 

       그리고 진과 채두 나라는 근자에 이르러

       다시 제齊 나라와 동맹을 맺은 바이오.

 

       이에 두 분 군주의 보살핌을 받지 않고는

       천하의 제후들이 회맹의 자리에 임하지 않을까

       걱정되어 이렇게 도움을 청하는 것이오

 

       사정이 그러하다면 후작인 제후齊侯 께서

       먼저 서명을 하여야 할 것입니다.

       그렇게 한다면 과인도 서명토록 하겠소이다

 

제효공은 송양공이 순서를 지키지 않고 초왕에게 먼저 내민 처사에

또다시 매우 불쾌한 마음을 갖게 되었다.  

 

       과인도 송후宋侯의 휘하에 있는 바이므로

       다른 제후들과 그 처지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회맹에 참석하는 일을 달갑지 않아 하는

       제후들은 공작의 송후宋侯의 위엄만으로도

       영을 세울 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구태여 과인의 서명이 무에 필요하겠습니까

 

초성왕이 웃으면서 붓을 건네받아 먼저 서명하고 나서, 그 붓을

제효공에게 건네려 하자 제효공이 한사코 사양하며 또 말했다.  

 

       초楚 나라 서명만으로 끝내셔도 되겠습니다.

       과인은 많은 풍파 속에도 죽지 않고 살아남아서

       사직을 끊어지게 하지 않고 지킬 수 있어서

       참으로 다행이라 생각만 하고 있습니다.

 

       과인은 이 자리에 참석한 것만으로도

       무한한 영광으로 생각하고 있는바,

       어찌 목간을 더럽힐 수 있겠습니까?

 

제효공은 송양공이 자꾸 순서를 어겨가며 목간을 내밀자, 이는

제齊 나라를 가볍게 보는 것이라며 끝내 서명하지 않았다.

세월이 흐른후에 염선髥仙이 이 일을 두고 시를 지어 한탄했다.  

 

        諸侯原自屬中華 (제후원자속중화

        제후들은 원래 중화에 속한 같은 나라들이거늘   

 

        何用紛紛乞楚家 (하용분분걸초가

        어찌하여 달려가 초나라에 머리를 숙였는가?

 

        錯認同根成一樹(착인동근성일수)

        오해한 초나라가 같은 한 뿌리라고 생각하겠나!

  

        誰知各者有丫叉(수지각자유아차)

        후에 편을 나누어 싸우게 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

 

이때가 기원전 639년 봄이며. 송양공宋襄公 12년으로, 제효공齊孝公

4년이 되며, 초성왕楚成王 33년에 해당하는 해이기도 하였다.

 

       내 덕에 제나라 군주가 되었으니

       내 앞에 겸양할 만도 하겠구려.

 

송양공宋襄公은 제효공齊孝公이 자기가 베푼 바 있는 은혜에 그져

감사하여 겸양하는 것으로 단순하게 좋게 생각하였으며, 자신이 마치

맹주가 다 된 것처럼 거만하게 굴었.

 

녹상鹿常의 회담이 끝나고 모두 헤어지자, 송양공宋襄公은 희색이

만면해졌으며 도성인 상구商丘 성에 돌아와 신료들에게 자랑하였다.

 

      초성왕楚成王은 과인을 맹주로 천거해줄 것이오.

      이제부터 과인이 천하를 호령하게 될 것이오.

      주공, 축하드리옵니다.

 

      주공, 상경 목이目夷 이옵니다.

      주공, 나라는 믿어선 안 되는 나라입니다.

 

      오죽하면 날카롭게 가시가 돋친 오랑캐라며

      형만荆蠻 이라 부르겠습니까.

 

      초성왕楚成王은 분명 딴생각을 품고 있을 겁니다.

      그러니 쉽게 서명에 응했습니다.

 

      반면에 제효공齊孝公은 자신을 무시한다며

      불쾌히 여겨 끝까지 서명하지 않은 것입니다.

 

송양공宋襄公은 상경 목이目夷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목이目夷 

말 뜻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면서, 다음이 있을 회맹에서 자신이 마치

제환공의 뒤를 이어 중원中原의 맹주가 다 된 거나 마찬가지라고

섣불리 판단하였으며, 자신감을 갖고 행동하였다.

 

초성왕楚成王은 녹상鹿常 회담을 마치고 영성郢城으로 돌아오자,

곧바로 조례를 열어 신료臣僚 들에게 회담 내용을 설명하였다.

 

      천하가 이제 겨우 안정되려 하니

      나라 송양공宋襄公이 설치는구려.

 

      신 영윤 투곡어토鬪穀於莵 이옵니다.

      송양공宋襄公은 자기 분수를 모르는 제후입니다.

 

      송양공宋襄公은 우리를 이용해 중원의 맹주 자리를

      차지하려는 속셈을 품고 있는 것이 분명합니다.

 

      어찌하여 왕께선 8월에 있을 우땅의 회맹會盟

      어찌 도와준다고 선선히 서명하셨습니까.

 

      하하, 송양공이 맹주가 되겠다며 약은 체하지만,

      어찌 과인이 그의 속셈을 알지 못하겠소.

 

      과인은 이번 기회에 중원의 제후들을

      꼼짝 못 하게 해볼 작정이오.

 

      왕이시여, 신 성득신成得臣 이옵니다

      송양공宋襄公은 실속 없이 명예名譽 만을 좋아하며

      남을 잘 믿고 어리석게도 꾀가 없는 사람입니다.

 

      왕이시여, 왕께서는 송나라 우땅에서

      송양공宋襄公을 사로잡으려 하십니까

 

      그대가 그걸 어찌 알았는가.

      허허허, 성득신成得臣 이야말로

      과인의 마음을 꿰뚫어 보고 있는 구나.

 

초성왕楚成王은 자기 마음을 꿰뚫어 보는 말에 깜짝 놀라고 있으니,

이에 성득신成得臣은 또다시 다음 말을 이어나갔다.

 

      왕이시여, 맹주가 되고 싶어 날뛰는

      송양공宋襄公을 회맹 자리에서 사로잡는다면,

 

      그걸 보는 제후 들은 매우 놀랄 것이며

      우리 왕을 두려워할 것입니다.

 

      왕이시여. 신 투곡오토鬪穀於菟 이옵니다.

      회맹에 모인 제후들 앞에서 사로잡는다면

      참석한 제후들이 우리를 신의가 없는 나라로 볼 것이며,

 

      신의를 잃으면 비록 맹주가 되어도

      천하를 복종시킬 수 없게 됩니다.

 

      그렇기도 합니다만, 송양공宋襄公이 거만을 떨면서

      정하지도 않은 맹주 역할을 스스로 한다면,

      다른 제후들이 아니꼽게 보게 될 것이오.

 

      왕이시여, 송양공宋襄公이 아주 거만을 떨 때

      사로잡아 위엄을 보이시면, 제후들은

      우리 왕께 감복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되면 우리 초나라의 이름이

      중원中原에 뚜렷이 세워지게 될 것입니다.

 

      왕이시여, 신 투곡어토鬪穀於莵 도 성득신成得臣

      계책이 신의 생각보다 훨씬 뛰어나다고 봅니다.

 

      왕이시여, 신 성득신成得臣은 영윤令尹의 칭찬을

      듣게 되니, 이제 몸 둘 바를 모르겠나이다.

 

      하하. 두 중신이 이렇듯 서로 겸양하는 모습을 보이니

      우리 초나라의 앞날이 매우 밝아질 것이오.

 

      좋소. 이번 기회에 송나라를 점령하여

      확실하게 중원中原의 발판을 마련해 봅시다.

 

      왕이시여, 나라를 점령하면, 중원中原

      반 토막을 낼 수 있으므로,

      이번 회맹의 좋은 기회를 놓쳐서는 아니됩니다. 

 

      모두의 생각이 그러하니, 이번 우땅의 회맹을

      우리의 의도대로 잘 끌고 가도록 해봅시다.

 

초성왕楚成王은 송양공宋襄公이 일방적으로 건방진 행동을 하자,

화가 크게 치밀어 올랐으며, 분풀이할 대책을 짜면서, 잘하면

이 기회에 중원中原에 진출할 수 있다며 은근한 꿈도 꾸게 된다.

 

      송양공宋襄公은 상경 목이의 만류를 듣지 않으면서,

      땅에 높은 맹단을 쌓고, 참가할 제후들의

      공관을 여유 있게 새로 많이 지었으며,

      창고에는 곡식과 술과 고기를 가득 체웠다.

 

송양공宋襄公은 열국列國의 제후들에게 맹주로써 인정받겠다며,

아낌없이 물자를 내놓으며, 만반의 준비를 시키는 것이다.

 

      8월에 우땅에서 천하 안녕을위한

      회맹을 갖고자 하오니,

      중원中原의 제후들은 빠짐없이

      우리 송宋 나라 우땅에 모여주시오.

 

221 . 꾀가 없으면 고지식하다고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