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안) 열국지 201∼300 회

제 211 화. 내 꿈을 향해 어떻게 살아야 할까.

서 휴 2022. 9. 23. 06:18

211 . 내 꿈을 향해 어떻게 살아야 할까.

 

      뭔 저런 거지 떼들이 다 있어!

      뭐하러 왔는지 물어봐라.

 

      어휴, 뭔 냄새가 뭐 이리 지독해!

      당신들은 씻지도 않고 돌아다니는 거지들이요.

 

      당신들은 뭐하러 이곳에 온 것이오.

      당신들은 어서 빨리 돌아들 가시오.

 

      나는 호언狐偃 이라는 사람이오.

      나는 수문장을 만나고 싶소.

 

이때 중이重耳 일행의 행색을 살펴보자면, 얼굴은 쌓인 때로

얼룩져 있었으며, 머리카락은 먼지를 뒤집어써 엉겨 붙어있고,

옷에는 고약한 냄새가 풍겨나고, 신발은 해어져 맨발 같았으며

굶주림에 지친 얼굴은 가련함을 넘어서 섬뜩하기까지 하였다.

 

그러나 호언狐偃의 굵으면서 위엄서린 음성과 선비처럼 정중한

태도는 상대를 제압하기에 충분하였다. 문지기 군사는 자신도

모르게 주춤하더니 돌아서서 수문장에게 뛰어가 보고하였다.

 

      무슨 일이오. 제가 수문장입니다.

      반갑습니다.

 

      우리는 진나라 공자 중이重耳와 그 가신들이오.

      제후齊侯를 알현하고 자 만릿길을 달려왔소이다.

 

      그렇습니까. 곧바로 궁에 보고하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나라는 위나라와 달리 관리들의 행동이 절서정연秩序整然

하였고, 제환공齊桓公은 천하의 패공다운 태도를 보이며,예전에

진혜공晉惠公즉위하는 자리에 있었으며, 그 후에도 서방의

나라에서 일어난 작은 일까지 소상히 파악하고 있었다.

 

      나라 공자 중이重耳 라고 하였느냐.

      주공. 틀림없이 그러하옵니다.

 

      그는 군위에 오를 수 있음에도 욕심을 내지 않았도다.

      공자 중이重耳는 현자로다.

      어서, 모두 성안에 들게 하여 영빈관에 모셔라.

 

중이重耳 일행은 영빈관迎賓館에 들어오게 되었으며, 오랜만에

목욕도 하게 되면서, 더구나 새 옷으로 갈아입게 되었으므로

그들의 행색은 삽시간에 바뀌어 어엿한 면모를 갖추게 되었다.

 

      서방 진나라의 현자여, 어서 오시 오.

      그대와는 비록 초면이긴 하지만,

      그대의 명성을 들은 지 오래되었소.

      오랜 친구를 만난 듯 매우 기쁜 마음이오.

 

      그동안 얼마나 고생이 많았소이까.

      이제 마음 놓고 이곳에 머무르시구려.

      집들과 양식도 넉넉히 줄 것이오.

 

      가족들은 다 데려왔소.

      피해 다니는 사람들이 어찌 가족을

      대동帶同 할 여유가 있었겠나이까.

 

      그러면, 중이重耳 공자가 홀몸이란 말이오.

      허 허. 많이 불편하겠소이다.

 

      종중宗中에서 참한 처자를 고를 것이오.

      조금 쉬면서 기다려 보시 오.

 

제환공齊桓公은 초라한 망명객들에게 머무를 집과 많은 말

양식까지 마련하여 주면서, 더욱이 중이重耳가 홀몸임을 알게 되자,

종중宗中에서 어여쁜 제강齊姜을 뽑아 같이 살게 하여주었다.

 

      중이重耳 일행이 제나라 임치성臨淄城

      정착하게 된 것은 기원전 644년이었으며,

      관중管仲이 병석에 누워있을 때이기도 하였다.

 

      중이重耳는 제환공齊桓公이 패업을 성취하여

      천하를 통솔하는 놀라운 모습을 보면서

      제환공齊桓公의 인품에 깊은 감명을 받게 된다.

 

5년 전인 기원전 649년이며, 주양왕周襄王 재위 3년 차였을 때.

이복異腹 동생인 왕자 대가 왕위를 찬탈하려는 사건이 있었다.

 

      이때 관중管仲은 공손습봉恭遜襲封을 앞세워 정리해주며

      또한 적인이 또 침범하지 못하도록 단속하여 주었고,

      이에 주양왕周襄王은 그 고마움에 융숭한 대접을 하였다.

 

      관중管仲은 왕실에 대한 출정을 마치고 임치臨淄로 돌아오자,

      곧바로 병석에 누워 일어나지 못하게 되었다.

    

모두 세월의 탓이리라. 세월이 지나가자 제환공齊桓公과 함께

하였던 공신들도 늙어갔으며, 영척寧戚과 빈수무賓須无 등도

이미 떠나고, 이제는 천하의 관중管仲 도 병석에 눕게 되었다.

 

      중보仲父의 병이 이리 깊은 줄 몰랐소.

      주공, 아무래도 일어나지 못할 것 같습니다.

 

      허 어, 참으로 큰일이오.

      중보仲父가 일어나지 않으면

      이 나라 정사를 누구에게 맡겨야 한단 말이오.

 

      주공, 영척寧戚이 떠난 게 너무 아쉽습니다.

      이 넓은 제나라에 영척寧戚 만한 인물이 없단 말이오.

      주공, 너무 안타까운 일입니다.

 

      포숙아鮑叔牙가 있지 않소.

      포숙아鮑叔牙는 군자여서 정치를 못 합니다.

 

      성격이 너무 곧아, 불의를 보면 참지를 못하니

      포숙아鮑叔牙에게 정사를 맡기시려면, 그와 만든

      약속은 반드시 지켜줘야 오래갈 수 있사옵니다.

 

      공손恭遜 습봉襲封은 어떻겠소

      습봉襲封은 아래 사람에게 묻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으며, 언제나 공사公事 만을

      생각하오니, 지금 그만한 인물이 없사오나?

 

      하늘이 공손 습붕襲封을 세상에 내려, 신과 같이

      있을 때는 신의 혀역할을 하게 하였습니다.

 

      로써 자기 역할을 열심히 다함으로써

      모든 일이 원만하게 돌아갔으나,

 

      이제 신이 죽으면 혀만 홀로 남게 되오니

      어찌 오래 살 수 있겠습니까?

      공손 습붕襲封은 오래 살지 못할 것입니다.

 

      주공, 그에게 재상宰相 자리를 맡기시면

      한 달을 못 넘겨 세상을 떠나게 될 것입니다.

 

이때 제환공齊桓公을 수행하던 내시 한 명이 관중管仲이 했던 말을

역아易牙에게 쫓아가 일러바치자역아易牙 도 포숙아鮑叔牙에게

쫓아가 고하니, 포숙아鮑叔牙는 웃으면서 대답하여 주었다.

 

      관중管仲은 나리가 천거薦擧 해 재상이 되었는데

      은혜도 모르고 나리를 안 좋게 평가하며

      재상감이 아니라고 말하였습니다.

 

      내가 관중管仲을 재상으로 천거薦擧 한 건 맞다.

      그러나 관중管仲은 나라만을 위하여 충성할 뿐이다.

 

      나랏일을 잘못 판단하는 사람이 아니므로

      관중管仲은 당연한 말을 한 것이다.

 

포숙아鮑叔牙는 관중管仲을 언제나 인정하며, 좋은 관계를 유지

하였으므로, 관포지교管鮑之交 라는 말이 생겨났다. 제환공齊桓公

병석에 누운 관중管仲을 매우 애석해하며 또 묻는다.

 

      중보仲父, 과인이 앞으로 어떻게 처신하면 좋겠소.

      주공, 이제는 주변 정리를 하시어야 합니다.

 

      내 주변 사람을 멀리하라는 말이오.

      주공, 그렇사옵니다.

      여러 사람 중에 가까이하지 말아야 할 사람이 있습니다.

 

      역아易牙는 어떻소.

      주공, 역아易牙가 제일 위험하옵니다.

 

      아니오, 역아易牙는 과인이 입맛이 없을 때

      세 살 된 자기 아들을 삶아 받치는 충성을 하였소.

 

      자기 자식보다 과인을 더 사랑하는 사람인데,

      어찌 내 주변에 가까이 두지 말라는 말씀이오

 

      주공, 주공께서는 신의 말을 흘려듣지 마시옵소서.

      세상에 자식에 대한 사랑보다 너 큰 사랑은 없습니다.

 

      그런데 그자는 거리낌 없이 자기 자식을 죽였습니다.

      주공, 그런 자가 무슨 짓인들 못 하겠습니까.

 

      허허, 그렇소이까.

      시초寺貂는 어릴 때부터 나를 따라다니며 잘 아는바

      스스로 거세去勢 까지 하며 나를 섬기고 있는 자인데

 

      그자는 자기 몸보다 과인을 더 사랑한다고

      말하고 있으며 또한 그리하고 있소이다.

      어찌 가까이하지 말라는 것이오.

 

      주공, 사람은 자기 몸보다 귀중한 것이 없습니다.

      그자는 목적을 위하여 자기 몸을 천하게 취급하였으니

      믿으시고 그냥두시면 어떤 일을 저지를지 모릅니다.

 

      그렇다면 개방開方은 어떻소.

      공자 개방開方은 위나라 세자였으나,

      과인을 존경한다며 나의 신하로 있는 것을 영광으로

      생각하고 위나라로 돌아가지 않고 있소이다.

 

      또한, 부모가 돌아가셨을 때도 나만을 섬기겠다며

      돌아가지도 않으며, 부모 형제와 인연을 끊은 자이오.

 

      주공, 사람은 자기 부모보다 더 가까운 것이 없습니다.

      자기 부모에게 불효하는 자가 온전한 마음이겠습니까.

 

      부모에게 불효한 사람이 어찌 충성하겠나이까.

      주공에게 앞으로 무슨 도움이 되겠습니까.

 

      또한, 사람으로서 군주가 되고 싶은 것은

      욕심 중에 가장 큰 욕심이 되겠습니다.

 

      그런데 그는 군주가 될 자기 나라를 버리고

      주공 밑에 들어와 있습니다.

      그는 군주 보다 더 큰 것을 노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주공은 결코 그를 가까이하지 마십시오.

      가까이하면 반드시 이 나라가 어지러워질 것입니다.

 

      중보仲父 여, 역아易牙, 시초寺貂, 개방開方

      과인을 가까이 섬긴 지 정말 오래되었소이다.

 

      중보仲父는 이렇게 자세히 알고 있으면서

      , 이제까지 한 번도 말하지 않은 것이오.

 

      주공, 신이 말하지 않은 것은 주공의 뜻을 맞추는 것이며

      조용히 흐르는 물과 같이 조정하였기 때문입니다.

 

      흐르는 물을 넘치지 못하도록 하는 둑이 있습니다.

      주공, 신이 떠나고 나면 그 둑이 무너질 수 있습니다.

 

      그들을 멀리하시어, 장차 물이 넘치는

      재앙이 일어나지 않도록 막으시어야 하옵니다.

 

      주공, 수족 처럼 말 잘 듣고 정도 들었다 하시오나?

      역아易牙시초寺貂개방開方은 주공께 반드시

      반역할 역신이 될 것이오니, 빨리 쫓아내야 합니다.

      허 어. 그렇다면 반드시 쫓아내겠소이다.

 

제환공齊桓公은 이날 밤에 관중管仲이 죽자, 음식을 전폐하고,

소리 내어 방성통곡放聲痛哭을 하며, 하늘에 크게 부르짖었다.

 

      아 슬프고 애달프도다. 중보仲父 .

      어찌하여 하늘은 나의 팔을 이리 자르는가.

      어찌하여 중보仲父를 빼앗아 가는 것이오.

 

관중管仲은 영상潁上 마을에서 불우한 환경에 태어났으나

죽마고우竹馬故友 인 포숙아鮑叔牙의 한결같은 우정과 믿음으로

제환공齊桓公과 함께 제나라를 부흥시켰으며 천하를 누볐다.

 

       상경 고호高虎가 장례 도감都監을 맡아

       관중管仲의 장사葬事를 극진히 모셨으며,

 

       장례葬禮가 끝나자, 제환공齊桓公은 관중管仲

       살아생전에 녹봉으로 받던 땅과 전답을

       그 아들에게 주었을 뿐만 아니라,

       그 자손 대대로 대부 벼슬을 하도록 명하였다.

 

관중管仲은 재상 시절에 백씨伯氏의 땅을 빼앗은 일이 있었기에,

이를 아는 역아易牙는 관중管仲이 죽자, 대부 백씨伯氏를 찾아가

백씨伯氏의 땅을 찾아주면서, 일부를 얻으려고 속삭였다.

 

      지난날 대부께서 가지고 있던 일부 땅을 주공께서

      빼앗아 관중管仲에게 준 일이 있지 않습니까.

      대부께서는 어찌 찾으려 하지 않으십니까.

 

      정 찾기 어려우시면 말씀 하십시요.

      이 역아易牙가 주공께 말씀드리겠습니다.

 

      아니요. 나는 원래 공이 없는 사람이오.

      그럼 억울한 점이 없다는 말입니까.

 

      중보仲父의 공은 영원히 남을 것이오.

      중보仲父가 비록 죽었다 한들  

      어찌 섭섭한 일을 저지르겠소이까.

 

      관중管仲이 죽었음에도 백씨伯氏께서 심복心服 하시니,

      이 역아易牙는 참으로 소인배小人輩가 된 듯 합니.

      참으로 부끄럽소이다.

 

      대부 백씨伯氏께옵선 넓은 마음으로

      소인小人을 용서하여 주십시오.

      괜찮소. 다 지나간 일이 아니겠소.

 

역아易牙는 대부 백씨伯氏의 말에 오히려 감명을 받고 돌아갔으며,

제환공齊桓公은 관중管仲의 예언에 설마 그리 되랴 하는 생각을

갖고 있었으므로, 모든 신료臣僚 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기어이

재상에 공손 습봉襲封임명하자, 한 달 만에 과로로 죽고 말았다.

 

      중보仲父는 공손 습봉襲封이 오래 살지 못할걸

      어찌 알았을꼬, 참으로 믿기 어렵도다.

 

      우리 중보仲父는 성인聖人 이었단 말인가.

      그렇구나, 중보仲父는 참으로 성인聖人 이었구나.

 

212 . 약속을 저버리면 어떻게 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