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안) 열국지 201∼300 회

제 208 화. 중이, 어디로 가야 하는가.

서 휴 2022. 9. 19. 16:18

208 . 중이, 어디로 가야 하는가.

 

봄이라지만 북풍의 차가운 바람이 부는 고원高原에서 사냥하다가

호언狐偃, 호진狐軫, 호사고狐射姑, 호국거狐鞫居, 조돈趙盾,

전힐顚頡, 위주魏犨, 선진先進 등이 중이重耳를 중심으로 가까이

모여드는데, 개자추介子推한 사람을 데리고 올라오고 있었다.

 

      아니, 가재家宰가 아닌가.

      호언狐偃 , 급한 전갈을 가지고 왔습니다.

 

가재家宰는 얼마나 쉬지 않고 달려왔는지, 온몸에 땀과 먼지가

수북이 쌓여 범벅되어 있었으며, 타고 온 말도 몹시 지쳐있었다.

 

      내 말을 잘 듣도록 하라.

      중이重耳 공자를 암살하려, 사흘 안에

      내시 발제勃鞮가 칼잡이들과 함께 몰래 가니,

      빨리. 공자를 모시고 타국으로 피신하여라.

 

      더는 머뭇거릴 시간이 없도다.

      매우 위급한 처지가 되어있노라.

 

호모狐毛와 호언狐偃 형제는 아버지이신 호돌狐突의 편지를 읽고는

깜짝 놀랐으며, 중이重耳 공자에게 알리면서 가신들을 소집한다.

 

       진헌공晉獻公이 공자를 죽이려 하였던 일은

       여희驪姬 때문이었기에 조금 이해가 갔다.

 

그러나 이오夷吾 마저 진나라에서 돌아오자마자, 발제勃鞮

자객들까지 보내어, 중이重耳를 죽이려 한다는 것은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던 일로 모두가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공자, 아버님은 원래 편지를 잘 안 쓰는데

      어지간히 급했던 것 같습니다.

      빨리 짐을 챙겨 떠나야 하겠습니다.

 

      이오夷吾가 형인 나를 죽이려 자객을 보내다니

      거참, 참으로 이해할 수가 없는 일이로다.

 

      이오夷吾가 어째서 그렇게 변하였을까.

      정말, 알 수가 없는 일이로다.

 

      발제勃鞮는 나와 원수진 일이 하나도 없는데

      자객을 모아, 나를 왜 죽이려고만 하는가.

 

이곳 책땅은 중이重耳의 외가로, 호돌狐突은 외할아버지가 되며,

어머니 호녀狐女와 같은 형제인 호모狐毛와 호언狐偃도 외삼촌이

되면서 이곳 출신이기도 하였다.

 

      중이重耳는 어려서부터 겸손하여

      외숙부인 호모狐毛, 호언狐偃 형제를 잘 따랐고

 

      어려서는 조쇠趙衰를 스승으로 섬겼으며

      자라서는 호사고狐射姑를 스승으로 삼으며

 

      비록 망명길이긴 하나, 선비들을 좋아하였으므로

      서로 모여들고 따르는 호걸들이 많았다

 

翟 나라의 왕도 중이重耳를 비롯한 가신들에게 불편함이 없도록

보살펴 주었으며, 구여咎如 족장의 어여쁜 두 딸 중에, 큰딸인

숙외叔隗는 조쇠趙衰에게, 둘째 딸 계외季隗는 중이重耳에게

혼인시켜, 아들딸 낳으며 12년 동안을 편안히 잘 살게 해주었다.

 

      공자임, 이제 떠날 때가 되었습니다.

      공자임, 어서 떠날 채비를 하시옵소서.

 

조쇠趙衰가 중이重耳 공자의 얼굴을 살피며 조심스레 말하였으며,

가신들 또한 책나라 땅에서 혼인하여 가정까지 꾸린 사람이

많았기에, 이들은 누구도 선뜻 결정 못하고 눈치만 보고 있었다.

 

      나의 처자가 이곳 책땅에 있도다.

      어떻게 이리 쉽사리 떠날 수가 있단 말이냐.

 

      공자, 처자식을 거느리러 온 것이 아닙니다.

      공자, 가신들도 모두 떠나고자 하옵니다

      공자, 가신들의 말을 들으십시오.

 

그날 밤 중이重耳는 그동안 정들었던 어여쁜 부인 계외季隗

끌어안았으며, 밤을 새워가며 이별의 정을 나누게 되었다.

 

      나 없는 동안이라도 자식을 잘 키우고 있으시오.

      서방님, 천하에 뜻을 두고 있는 대장부가

      이제 떠나신다고 하니, 어찌 만류하겠나이까.

 

      다만, 가시면 언제쯤 오실 것 같사옵니까.

      넉넉잡아 25년이면 어떻겠소.

      25년이 지나면 나를 생각지 말고 알아서 하시오.

 

      제 나이 25세 인데 그리 오랜 세월이 지나면

      그때는 할머니가 되어있을 것입니다.

 

      공자께서는 대장부의 큰 포부를 키우십시오.

      뒤뜰에 심어논 노송나무를 공자처럼 바라보며

      자식들만 잘 키우며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그 당시에는 귀족들만이 집안의 제당祭室 인 가묘家廟 뒤뜰에

나무를 심어 신분을 확인시키게 해주는 풍습이 있었다.

 

      왕실王室 에서는 소나무 ()를 심고,

      제후諸侯는 노송나무 檜木(회목)를 심었으며,

      대부大夫 집안은 모감주나무 欒木(란목)를 심었고,

      일반집안은 회화나무槐木(괴목)를 심었다.

 

계외季隗는 시집오자, 고집을 피워가며 노송나무를 심게 하고는

제후가 되어야 한다며 공자의 앞날에 두 손모아 빌고 있었다.

 

      가신들도 이 시각에 괴로운 눈물을 흘리며,

      가족과 이별의 슬픔을 나누고 있었다.

 

조쇠趙衰의 아내가 되는 숙외叔隗는 계외季隗의 언니이면서,

조쇠趙衰를 만나 아들 을 낳았는데, 나이가 많아져 아들을

보게 된 조쇠趙衰더욱 을 아끼면서 잘 가르치고 있었다.

 

      어여쁜 숙외叔隗는 잘 있으시오.

      아들 순을 잘 키워주기 바라오.

 

      다시 돌아오지 못할지도 모르오.

      아버지가 조쇠趙衰 라는 걸 자랑스럽게 여기게 해주오.

 

      서방님, 언제라도 돌아오시기만 하세요.

      머리가 하얘지더라도 기다리고 기다리겠나이다.

 

이별이 끝난 이른 아침에 맨 먼저 중이重耳가 나타나, 타고 갈

수레를 호숙壺叔에게 준비하게 하고, 두수頭須를 불러 황금과

비단을 챙기게 하면서 떠날 차비差備를 마치고 있었다.

  

      전갈이 또 왔습니다.

      내시 발제勃鞮가 곧 도착할 거랍니다 

 

      공자, 어서 빨리 떠나야 합니다.

      그놈이 그리도 빨리 온다니

      이것저것 차비差備 차릴 겨를이 없구나.

 

내시 발제勃鞮가 자객들과 함께 중이重耳를 죽이러 책땅으로

쳐들어 오고 있다고 하자, 할 수 없이 가신 모두가 떠나게 되었다.

 

땅에 머문 지 12년이나 되다 보니, 그 사이에 70여 명의 가신

중에서 떠나겠다고 모인 사람은 40여 명에 불과하였다.

 

      그래, 간다면 어느 나라로 가야 한단 말인가.

      공자, 나라가 좋지 않겠습니까.

 

      나라를 이제는 야만족이라고 비웃지 않습니다.

      나라를 점령하여 중원中原에 길을 튼 지 오래되었고

 

      우리 진나라 와도 가까우므로,

      필요할 때는 초나라의 도움을 받기가 좋습니다.

 

조쇠趙衰가 초나라를 말한 것은 지리적 여건與件과 아울러

나라의 능력을 인정한 것이었으므로, 호언狐偃도 동의하는

눈빛을 공자에게 보내고 있었다.

 

      갈만한 나라는 초와 진과 제나라가 있사온데

      나라는 이오夷吾 공자와 관계가 깊어져 있으므로

 

      나라가 아니라면, 아무래도

      아주 먼 제나라로 가야 하겠습니다.

 

      그래, 아무래도 제나라 좋겠구먼.

      는 관중管仲과 공손습봉恭遜襲封연달아 죽었고

      제환공齊桓公도 나이가 이미 80이 넘었으니

      도울 신하가 많이 필요하지 않겠는가.

 

      공자, 제환공齊桓公은 폐공이면서 아량도 크다 하니

      우리 진晉 나라에 변이 생기면 도움을 청할 수 있어

      나라에 가는 것이 좋겠습니다.

 

      관중管仲을 이어받아 제나라의 재상직은 어떻겠소.

      우리가 제나라를 잘 이끌지 못할 이유라도 있겠소.

 

      공자, 공자님의 재능과 그만한 덕이라면

      어찌 관중管仲 만 못하오리까.

 

      공자, 제환공齊桓公은 타국의 망명객을 후대한다니

      가서 손해볼 일은 없을 것입니다.

 

      공자님의 뜻이 그러하다면 그리 정하십시오.

      가신들에게 모두 이야기하겠습니다.

 

중이重耳가 제나라를 찾아가 제환공齊桓公을 모신다는 것은,

그렇게 열망하며 애타게 기다리던, 나라의 군위 계승을

포기한다는 것이었으므로, 모두가 가슴이 찢어지는 아픔을 견뎌야

하였으므로 가신들 간에 설전이 벌어질 수 밖에 없었다.

 

       나라에 가면 공자께서 눌러앉으려 하실 거요

      호언狐偃은 어찌하여 제로 가는 걸 찬성하였소.

 

      진목공秦穆公이 포로까지 삼았던 진혜공晉惠公

      어떻든 간에 인정하여 돌려보냈으며,

      나라의 군위를 지키게 하여 주었소.

 

      여러분, 지금 우리가 돌아갈 곳은 어디에도 없소.

      그러므로 제나라밖에 없는 것이오.

    

      공자가 제나라 관직만 받지 않는다면,

      공자인들 제나라에 눌러앉을 까닭이 없지 않겠소.

 

      나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공자를

      제환공齊桓公의 신하가 되지 않게 할 것이오.

 

      여러분, 군위 계승은 포기시킬 수 없소이다.

      자 여러분, 일단 제나라로 가봅시다.

 

중이重耳 일행은 수레를 정비한 호숙壺叔이 수레를 끌고 나오자,

모두 급해져 책나라 왕에게 인사도 못 하며 급하게 떠나게 된다.

 

      두수 頭須가 왜 보이지 않느냐.

      두수 頭須가 모든 걸 챙겨 도망쳤습니다.

 

      아니, 정말 달아났단 말이냐.

      공자님, 그렇사옵니다.

 

      제가 쫓아가 잡으려 하였지만

      때늦어 그만 놓치고 말았사옵니다.

 

      그렇게 착실하게 살림을 잘 살던 두수頭須

      이런 황망 중에 황금과 비단을 모두 챙겨

      달아나다니, 이거 정말 큰일 났구나.

 

      두수 頭須가 말을 타고 갔느냐.

      아니옵니다. 당나귀로 끌고 간 것 같습니다.

 

      위주魏犨와 선진先進 은 어디 있느냐.

      빨리 말을 타고 두수頭須를 찾아보아라.

 

호숙壺叔이 눈물을 글썽이며 보고하자, 모두 당황하여 어찌할 줄을

몰랐으며, 아무런 대비도 하지 못한 중이重耳와 가신들은 노잣돈

한 푼 없는 신세가 되었으며, 타고 갈 말도 준비하지 못하여,

하염없이 걸어가야 하는 처량한 신세가 되었다

 

      호숙壺叔이 끌고 온 수레가 하나뿐이므로,

      수레는 중이重耳 공자 혼자서 타고 가며,

      모든 가신은 모두 걸어가게 되었다.

      떠나는 길에 첫 번째 큰 시련이 닥친 것이다.

 

뒤늦게 알게 된 책 나라 왕은 급히 노잣돈이라도 주려고 하여

사방에 군사들을 풀어 멀리까지 찾게 하였으나 만나지 못하였다.

 

      금방 뭐라고 하였느냐.

      중이重耳 일행이 책성翟城을 떠난 지

      반나절이나 되었다고 하였느냐.

 

      아 빨리 올걸, 이거 어떡하면 좋으냐.

      노자라도 줘서 떠나보내야 하였는데

      정말 큰일이 아니겠느냐.

 

      그래도 빨리, 또 찾아보아라.

      책반翟班 ,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습니다.

 

발제勃鞮도 급하게 달려와 수소문하였으나, 중이重耳와 가신 일행이

벌써 떠났다는 걸 알게 되자, 나라로 돌아가 버리게 되었다.

 

      발제勃鞮 가 뒤쫓아 올지 모른다.

      지름길을 찾아 빨리 빨리 가야 한다.

 

땅은 진나라의 북쪽에 있었으므로, 나라를 가자면

나라 국경을 피하며 남쪽으로 가야 한다.

 

      처음에는 황하黃河의 지류인 분수汾水를 건너야 하며,

      곧이어 길게 우뚝 솟아 있는 태행산맥太行山脈 줄기를

      한없이 따라가다가,

 

      끝나는 지점에 위나라가 있으며,

      衛 나라에서 동쪽으로 꺾이면서 지나가게 되면,

      나라의 임치성臨淄城 에 닿게 된다.

 

중이重耳 일행은 분수汾水를 건너게 되며, 태행산맥太行山脈

따라 계속 남하南下 하며, 열흘 가까운 날이 지났을 무렵이 되자,

앞에서 이상한 낌새가 다가오더니, 갑자기 하나의 화살이 날아와

퍽하고 위주魏犨의 바로 옆에 서 있는 나무에 꽂히는 것이다.

 

      발제勃鞮가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냐.

      좋다. 네놈의 명줄을 아에 끊어놓고 말리라.

 

      , 위주魏犨 는 조용히 해봐라.

      발제勃鞮 그놈은 아닌 것 같아.

 

209 . 어찌 배고픈 설움을 참으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