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안) 열국지 201∼300 회

제 213 화. 내 운명을 미리 알 수 있는가.

서 휴 2022. 9. 24. 20:35

213 . 내 운명을 미리 알 수 있는가.

 
      춘추시대春秋時代 처럼 지금도 마찬가지로

      의술이 뛰어난 명의를 보면 사람들은,
      편작扁鵲이 다시 살아왔다고 말하곤 한다.

 

      진월인 秦越人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진월인 秦越人을 편작扁鵲 이라 불렀다.


사마천司馬遷의 사기史記 105 편작창공열전扁鵲倉公列傳

보면, 편작扁鵲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여기에서 편작扁鵲

이라, 불리는 사람은 물론 진월인 秦越人을 말하는 것이다.

 

어느 날 편작扁鵲이 괵나라를 지나가게 되었는데, 괵성虢城

밑에 당도하여 방중술房中術을 연구하는 중서자中庶子를 만난다.

 

      중서자中庶子께서는 안녕하십니까.
      편작扁鵲께서 오랜만에 우리 괵나라에 오셨군요,

 

      세자께서는 열심히 공부하십니까.

      세자께서는 오늘 새벽에 죽었소.

 

      대관절 무슨 병으로 죽었다는 것이오.

      글쎄요. 급살 병 같은데 큰일이오.

 

      온 나라가 잡귀를 물리쳐 세자의 병을 고치려고

      제사를 올리겠다며 크게 소란스럽소이다.

 

      중서자中庶子는 내 말을 잘 들어보시오.

      뭐 좋은 말입니까.

 

      세자의 병은 피가 잘 안 돌다 보니

      호흡이 일정치 않아 몸의 기가 서로 엉키어

      밖으로 내보내지 못해 생긴 병이오.

 

      맑은 공기로 제어하지 못한 사기邪氣

      몸에 계속 쌓여 밖으로 발산하지 못하고 있소.

 

      그래서 양은 느리고 음은 급하게 된바

      갑자기 쓰러져 죽게 된 것이오.

 

      세자가 죽은 지 얼마나 되었소이까?  

      오늘 새벽 첫닭이 울던 때라 하오.

 

      시신에 염을 하였소이까

      허허, 아직 안 했겠지요.

      죽은 지 아직 반나절도 안 되었소이다

 

      세자께서 불행히도 돌아가셨다. 하나

      내가 능히 살릴 수도 있을 것 같소이다.

      지금 곧 만나 뵙게 해줄 수 있겠소?

 

      선생은 허망 된 말을 하지 마시오.

      이미 죽은 사람을 어찌 살린단 말이오?

 

편작扁鵲의 이야기를 다 듣고 난 중서자中庶子가 오히려 예를

들어가며 설명하면서 면박을 주려고 하였다.

 

       옛날 황제黃帝 때 유부踰跗 라는 의원이 있었소.

       그는 한약을 달여서 짠 탕액湯液 이나,

       묽은 술인 예쇄醴灑 이거나,

 

      돌로 만든 침인 참석鑱石 이나,

      도술道術로 안마하는 교인撟引 이거나

 

      몸을 주물러 피로를 다스리는 안올案扤 이나

      병독이 있는 곳에 약물을 붙이는 고약인 독위毒熨

 

       이러한 아무것도 없이 옷을 풀어헤쳐 병세를 살폈으며,

       오장의 수혈에 따라 피부를 잘라 살을 열어,

       막힌 맥을 소통시키고 끊어진 힘줄을 이을 수 있었고,

 

       뇌수를 안마하여 가슴인 흉격胸膈을 씻어 통하게 하는

       황막荒幕을 시행하여 정신을 다스려 몸을 조정했다 하오.

 

       선생의 의술이 그와 같은 경지에 도달해 있다면

       혹시 죽은 세자를 살릴 수도 있겠으나,

 

       이런 방법을 할 수 없다면 세자를 살려낸다는

       말은 아무에게나 하지도 마시오.

       어린아이도 믿지 않을 것이오.

 

편작扁鵲이 중서자中庶子의 말을 듣고 한참 동안 대답하지 않고

있다가, 이윽고 하늘을 쳐다보면서 한탄하는 말을 했다.  

 

       若以管窺天 以郤視文 (약이관규천 이극시문)

       이란 말을 알고 있지 않소.

 

       그대의 말은 좁은 구멍을 통하여

       하늘을 쳐다보려는 격이며

       깨진 틈으로 아름다운 글을 읽으려는 것이오.

 

       나의 의술은 맥을 짚어보거나,

       얼굴빛을 살펴본다거나,

       소리 같은 것을 듣지 않고도

       그 병이 어디 있는가를 말할 수 있소이다.

 

       병이 양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그 음을 미루어 알 수 있고,

 

       병이 음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그, 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소이다.

 

       병의 징후는 그 표면에 드러남으로

       보기만 하면 무슨 병이라고 말할 수 있는데,

       편협된 이론理論으로 말릴 필요는 없소이다.

 

       나의 말을 진실하지 않다고 생각하시거든.

       시험 삼아 진맥이나 보게 하여 보시오.

 

       마땅히 세자의 귀에는 소리가 울리고,

       코는 벌렁 해져 있을 것이오.

 

       그의 두 다리를 어루만지면서 음부에 이르게 되면

       아직도 따뜻한 온기가 남아 있을 것이오

 

중서자中庶子는 편작扁鵲의 말을 듣더니 그의 혜안에 깜짝 놀라며

궁궐 안으로 들어가 편작扁鵲의 말을 괵공虢公에게 고했다.

괵공虢公은 매우 놀라 궁궐 문 앞으로 달려 나와 편작에게 말했다.  

 

       평소에 선생의 명성을 들은 지 오래이나,

       지금까지 존안을 뵐 기회를 얻지 못했습니다.

 

       우리 괵과 같은 작은 나라를 방문해주시어

       세자의 병에 대해 말씀해 주시니

 

       우리 괵나라의 군주와 신하들에게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괵공虢公은 말을 미처 마치지도 못하고 한탄을 하는데, 자꾸만

흐르는 눈물을 멈추지 못하고, 비통한 얼굴로 쳐다보고 있었다.

 

       군후께서는 제 말씀을 들어보시지요

       세자의 병은 소위 시궐尸厥 이라 합니다.

       병에 걸려 죽은 것으로 보인다는 말이지요.

 

       양기陽氣가 음기陰氣 속에 들어가 위를 움직이고,

       몸속에 혈압이 높아서 뛰는 경맥硬脈인 중경中經

       피부와 근육 사이에 있는 맥락脈絡

       유락維絡이 서로 얽혀 막히게 하고 있나이다.

 

       삼초三焦가 오줌통인 방광膀胱 가까이 내려앉았습니다.

       위의 윗부분은 상초上焦 이며

       중간 부분을 중초中焦 , 하고

       방광膀胱 있는 아랫부분을 하초下焦라 하며

       이를 모두 삼초三焦 라 부릅니다.

 

       이 삼초三焦가 방광膀胱 부분까지 내려앉았습니다.

       이 때문에 양맥陽脈은 아래로 떨어지고

       음맥陰脈은 위에서 다투며, 회기會氣

       삼초三焦가 닫혀 통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음맥陰脈은 위로 올라가고,

       양맥陽脈은 몸속을 순행하여 아래로 내려와

       심장은 뛰지만 일어나지 못하고,

 

       음기陰氣는 바깥으로 올라가 끊어져서

       음기陰氣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람의 몸 윗부분에는 양기陰氣와 단절된 락맥絡脈이 있고

       아래에는 음기陰氣가 끊어진 적맥赤脈이 있습니다.

 

       음기陰氣가 부서지고, 양기陰氣와 끊어진 맥이

       어지러워졌기 때문에 몸은 움직이지 않고

       죽은 것처럼 되었지만, 아직 완전히 죽은 것은 아닙니다.

 

       대체로 양이 음의 지란장支蘭藏

       들어가면 사람은 죽습니다.

 

       이러한 여러 가지 일들은 다 오장이 몸속에서

       역상逆上 할 때 갑자기 일어납니다.

 

       훌륭한 의원은 그 증세를 잡아내지만

       평범한 의원은 의심하고 위태롭게 생각합니다

 

지란장支蘭藏은 모든 혈맥을 통틀어 말하는 것이며. 는 순절順節,

은 횡절橫節을 말하며, 이는 경맥經脈과 지맥支脈을 뜻한다.

 

       자양子陽 , 을 숫돌에 갈아서 가져오라.

       침으로 몸의 외부에 있는 삼양三陽과 오회五會를 찔러라.

       자양子陽 , 이제는 세자의 입에 약을 떠 넣어라.

 

       자표子豹 , 오분五分의 고약을 바르고

       팔감八減의 방법으로 약제를 처방하여

       번갈아 가며 두 겨드랑이 밑에 바르도록 하라.

 

편작扁鵲의 두 제자가 처치하고 나서, 한 식경食頃이 지나자마자,

죽은 세자가 돌아누우며 앓는 소리를 내는 것이다.

 

       오, 세자가 깨어나는구나.

       자표子豹 , 세자를 일으키고 등을 두들겨라.

 

편작扁鵲이 음양陰陽을 조절調節 하여 20여 일 탕약湯藥을 먹이니

세자가 회생하여, 괵공을 비롯한 모두를 놀라게 만들어 버렸다.

 

이 일로 인하여 세상 사람들이 편작扁鵲은 능히 죽은 사람도

살려낼 수 있다고 말하면서 소문으로 퍼져 나갔다.

 

       편작扁鵲 선생께선 죽은 사람도 살려내시는군요.

       아니요. 죽은 사람은 살려내지 못합니다.

 

       나, 진월인秦越人 이라고 해서

       어찌 죽은 사람을 살릴 낼 수 있겠소?

 

       그것은 당연히 살 수 있는 사람을

       나, 진월인秦越人은 일어나게 했을 뿐이오

 

       선생이 오시 어, 죽은 세자가 살아났습니다.

       만약 선생이 오시지 않았더라면

       계곡에 버려져 영원히 살아나지 못했을 것입니다


편작扁鵲은 괵공虢公의 눈물어린 칭송을 받으며, 그렇게 천하를

두루 유람하면서, 많은 사람의 병을 고쳐주었다.

그러던 어느 때 제나라 임치臨淄에 머물게 되었다.

 

      주공, 편작扁鵲이 임치臨淄에 왔다 합니다.
      , 거 참, 우리 도성에 머문다니 반가운 소식이로다.

      시초寺貂 야. 어서 모셔오도록 하라.

 

      편작扁鵲 선생, 반갑소이다.

      나의 몸이 좀 어떻습니까.

 

      군후의 병이 살 속에 있습니다.

      속히 치료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나는 아무 데도 아픈 곳이 없소.

      , 보시 오. 나는 이렇게 건강하지 않소.
 

편작扁鵲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물러갔다. 이에 제환공齊桓公

주변 사람들에게 이렇게 이야기하였다.

 

       편작扁鵲이 이를 탐하여, 아무 병도 없는

       사람을 가지고 공을 세우려 하는구나.

 

그 일이 있고 난 닷샛날이 되자, 편작扁鵲은 또다시 제궁齊宮 으로

들어와 제환공齊桓公을 뵙자고 하였다.


       군후君侯의 병이 이미 혈맥血脈에 이르렀습니다.

       이제는 반드시 치료해야 합니다.

 

제환공齊桓公이 역시 듣지 않자, 편작扁鵲은 불쾌한 표정을 짓고는

물러갔으며, 그로부터 다시 닷새가 지나자 다시 들어와 말하였다.

 

       군후의 병이 어느새 위와 장에 이르렀습니다.

       속히 치료하지 않으면 이젠 위험하나이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거요.

       소화도 잘 되고 아무 일이 없소이다.


또 닷새가 되자 궁에 들어와 제환공齊桓公을 배알拜謁 하더니,

이번에는 바라보기만 하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나가버린다.


      시초寺貂 . 빨리 뒤따라가

      왜 그냥 가는지 쫓아가 물어보아라.

 

      편작扁鵲 선생님, 잠시만 서 주십시오.

      허허, 쫓아올 것 없소.

 

      어찌 말씀도 없이 그냥 가시옵니까.

      굳이 물으니 알려드리겠소.


      병이 피부에 있을 때는

      탕약湯藥과 고약膏藥 으로 고칠 수 있소.

 

      혈맥에 있는 동안에는 침으로 고칠 수 있소.

      더 나아가 위와 장에 있을 때는

      약주藥酒 로 고칠 수 있소이다.

 

      그러나 병이 골수骨髓에 박혀버리면

      사명신司命神 이라도 어쩔 수 없는 것이오.

 

      지금은 골수骨髓에 들어가 있소이다.

      그래서 아무 말 없이 물러 나온 것입니다.

      나는 살고자 하는 사람만 치료할 뿐이오.

 

본 열국지의 원본은 그 당시 유행하던 도교 사상으로 쓰여졌다.

도교道敎는 천체天體를 신앙하는 것이 많으며, 옥황상제玉皇上帝

하늘의 하느님을 가리키며, 민간신앙에 있는 도교道敎의 신

성황城隍, 칠성七星, 조왕竈王, 세가지 신神 으로 구분 된다.

 

       사자死者의 혼령은 세가지 신들앞에서 자신의

       선행과 악행을 보고해 그의 판결에 따라야 한다.

 

칠성七星은 북두대성의 칠원성군七元星君으로 7을 말하며

사람의 운명과 죽음을 관장하는 사명신司命神 이라고 한다.

 

214 . 천하의 영웅호걸도 죽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