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안) 열국지 201∼300 회

제 209 화. 어찌 배고픈 설움을 참으랴.

서 휴 2022. 9. 22. 16:57

209 . 어찌 배고픈 설움을 참으랴.

 

중이重耳 일행은 며칠 지나 분수汾水를 건너게 되면, 태행산맥을

만나게 되며, 이 태행산맥太行山脈을 따라 황하黃河의 북쪽을 한없이

길게 따라가다가  황하黃河를 건너게 되면, 위나라가 나온다.

 

또한 위나라를 지나 며칠간을 한참 걸어가야, 제나라가 나오며

드디어 임치臨淄 성에 도착하게 되는 참으로 머나먼 여정이다.

 

며칠이 지나 열흘 가까운 날이 되었을 무렵이었다. 태행산맥太行山脈

따라 계속 남하하는데 앞에서 이상한 낌새가 다가오고 있었다.

 

 

      발제勃鞮가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냐.

      좋다. 네놈의 명줄을 끊어놓고 말리라.

      , 위주魏犨 는 조용히 해봐라.

      발제勃鞮 그놈은 아닌 것 같아.

 

어느 순간에 발제勃鞮와 자객의 칼날이 번뜩일지 모르기에,

위주魏犨선진先進은 척후병 노릇을 하면서 앞장서 걷고 있는데

어떤 기척이 느껴져 숲속을 두리번거리는데, 그때 또 퍽! 하며,

위주魏犨의 얼굴 옆에 또 하나의 화살이 날아와 나무에 꽂힌다.

 

      발제勃鞮가 아니다.

      발제勃鞮가 아니라면 누구란 말이냐. 

      저놈들이다. 오랑캐!, 적적赤狄 놈들이다.

 

같은 젊은이라도 선진先進은 지적이고 냉철한 편이나, 그 반면에

위주魏犨는 가문의 피를 이어받은 듯이 혈기가 왕성하며,

저돌적으로 우악스러우면서 성질도 급한 편이었다.

 

      숫자가 우리보다 너무 많구나.

      안 돼. 어서 엎드려라.

 

선진先進이 소리치며 외칠 그 순간에 소낙비처럼 화살이 쏟아져

날아왔으며, 가신 중에서 쓰러져 죽는 사람이 생겨난다.

 

위주魏犨와 선진先進은 중이重耳와 가신들의 경호를 맡은 책임을

지고 있었으므로, 서로 눈짓을 하며 화살이 날아오는 쪽으로

포복하듯이 기어가 적적赤狄 인들과 마주치게 되었다.

 

      죽여라. 죽여, 어 큰일이다,

      공자의 수레에 다가가지 못하게 하여라.

 

이삼십여 명의 적적赤狄 인들이 막 중이重耳의 수레를 습격하자,

가신들과 일대 접전이 벌어졌으며, 이때 위주魏犨가 달려들며

용맹하게 싸우자, 적적赤狄 인들이 베어져 넘어져 자빠지며, 또한

선전先進까지 가세하자, 적적赤狄 인들은 매우 놀라 달아났다.

 

위주魏犨는 진나라 최고 명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몸집도

크고 용맹하였기에 적은 숫자임에도 적적赤狄 인들을 쫓아낸 것이다.

 

      아니, 이건 또 웬 불화살이냐.

      어어, 공자의 수레가 화염에 휩싸인다.

 

이때 갑자기 적적赤狄 인들의 불화살이 쉴새 없이 날아들자,

중이重耳가 탄 수레는 순식간에 화염에 휩싸이게 되었으며, 이때

호언狐偃과 조쇠趙衰와 가신들 모두가 힘을 합치면서 불을 끄자,

중이重耳는 겨우 몸을 피하여 살아날 수 있었다.

 

      위주魏犨와 선진先進의 활약으로 적적赤狄 인들을

      물리치기는 했으나, 피해도 여간 심하지 않았다.

 

중이重耳와 가신 일행은 병장기가 없는 사람이 많았으므로,

10여 명의 사상자가 생겼으며, 무엇보다 한 대밖에 없는 수레가

불에 타버렸으므로, 중이重耳도 이제는 걷게 생긴 것이다.

 

      그래, 이 태행산맥太行山脈 남단 쪽으로는

      적적赤狄 인들이 모두 차지하고 있소.

      이제부터는 더욱 적적赤狄 인들을 조심해야 하오.

 

      죽은 우리 일행들을 잘 묻어주어라.

      다음 날에 반드시 복수하여 주리라.

 

불에 거슬린 중이重耳는 죽은 가신들을 처연하게 내려봤으며

호언狐偃과 조쇠趙衰는 부서진 수레 앞에 서서 한숨만 내쉬었다.

 

      공자님, 이제 걸어가게 생겼습니다.

      괜찮소. 우리 일행 모두가 다 해어진 옷에

      다 터진 신발을 신고 있지 않소.

 

      높은 곳에 오르려면 낮은 곳에서 시작해야 하고

      먼 길을 가려면 가까운 곳부터 출발해야 하오.

 

가신들은 오히려 중이重耳의 위로를 받고 나자, 힘이 생겨나

온종일 걷게 되자, 이제는 몹시 허기를 느끼게 되었다.

 

그나마 조금씩 가지고 있던 개인별 비상식량도 다 떨어져, 허기를

억지로 참으면서 계속 걷는데, 작은 마을조차 구경하지 못하면서

조금의 음식도 구하지 못하여, 산에서 흘러내리는 계곡溪谷 물로

주린 배를 채우면서 걸을 수밖에 없었다.

 

      , 저기 마을이 보인다.

      뭐라도 먹을 걸 구해보자.

 

가신들은 마을로 들어서자마자, 서로 흩어지면서 마을에 들어가

먹을 것을 구걸하러 다니며, 음식을 얻은 사람은 그것을 혼자 먹지

않고, 일단 들고 돌아와 다른 사람들과 나누어 먹는 것이다.

 

      서로 약속한 것도 아닌데 서로 나눠 먹으며

      서로의 굶주림을 조금이나마 해결하는 것이다.

 

어느 마을에서는 중이重耳 일행의 허름한 몰골을 보고, 아예 발도

들여놓지 못하게 하면, 그런 날은 굶어가며 바위 밑에서 잠을 자고

일어나면 풀을 뜯어 먹기도 하는 거지와 다른 바 없는 신세였다.

 

      조금만 참도록 하라.

      이대로 가다가 황하黃河 만 건너간다면

      나라 초구楚丘 성이 나올 것이다.

 

      나라는 우리 진과 같은 희성姬姓 이다.

      나라는 조금이나마 대우해줄 것이다.

 

중이重耳는 아무리 배가 고파도, 배고프다는 소리를 하지 않았으며,

처량한 마음이 들어도 그 기색을 보이지 않으며 의연하였다.

 

중이重耳가 가신들에게 희망을 불어넣자, 이 말을 믿으면서 열심히

걸어갔으며, 또한 구걸하면서도 힘든 줄을 몰랐다.

 

      저기 황하黃河가 보인다.

      저 황하黃河 만 건너면 고생이 끝난다.

      , 어서 배를 구하라.

 

겨우 배를 얻어타고 황하黃河를 건너오자, 모두가 생기가 돌며

나라 초구성楚丘城에 들어가 기름지고 맛있는 음식을 먹을

거라며, 잔뜩 기대를 걸게 되니, 입에서 먼저 군침이 고이었다.

 

도도하게 흐르는 누런 물결의 황하黃河를 건너 또 한동안 걸어오자

먼 저편으로부터 초구성楚丘城의 모습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이틀째 아무것도 먹지 못했도다.

      이제 안심하고 다가가 보자.

 

적적赤狄 인들에게 행패를 당하였던 곳은 태행산맥太行山脈

서쪽에 있었으며, 그 산맥을 지나가면 위나라가 있었다.

나라의 초구성楚丘城은 불과 16년 전에 세워진 곳이다.

 

      위문공衛文公 앞의 위의공衛懿公이 학을 사랑하는

      취미 생활만을 하면서 백성을 전혀 돌보지 않다가,

 

      북적北狄의 부족장인 수만瞍瞞이 갑자기 쳐들어오자,

      위의공衛懿公은 맞서 싸우다가 전사하였으며,

 

      북적北狄에 쫓기던 위나라는 공실마저 버린 채

      도성都城을 떠나 겨우 도망쳐 왔으며,

 

      황하黃河를 건너지 못하면 몰살당할 처지에

      제환공齊桓公과 송환공宋桓公이 위나라를 구하러

      보낸 배들을 만나 겨우 살아날 수가 있었으며,

 

      황하黃河 동쪽 강변을 따라 가다가 조땅에 이르러서야,

      비로써 힘든 행렬을 멈추게 되었다.

 

이 어려운 시기에 대를 이어받은 위문공衛文公은 제환공齊桓公

보내준 비단옷도 입지 않으며 검소한 생활을 하면서, 성심껏

백성을 위하자, 이에 감복한 제환공齊桓公이 다른 제후諸侯 들과

힘을 합하여, 넓은 초구楚丘 땅에 초구성楚丘城을 쌓아준 것이다.

 

이런 내용을 잘 아는 호언狐偃과 조쇠趙衰는 이처럼 고생했던

위문공衛文公 이므로 냉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크게 기대하였다.

 

      공자님, 이른 아침 녘인데 이제야

      저기 위나라 관문關門이 보입니다

 

      며칠을 굶으셨으니 얼마나 배고프시겠습니까.

      나라에 말하여 도움을 받아보겠습니다.

 

      우리는 진나라 공자 중이重耳를 모시고 있소.

      지금 제나라로 가는 길이 오,

      귀국의 길을 빌리고자 이곳에 잠시 들렀소.

 

      알겠소. 내가 수문장이라 하지만

      내 맘대로 못하니 잠시만 기다려 주시 오.

 

초구성楚丘城 성문 앞에 서 있는 중이重耳와 가신들은 너무너무

허기져 안간힘을 다하며 겨우 버티고 서있는 모습들이다.

 

      주공, 나라 공자 중이重耳 라며 찾아왔습니다.

      중이重耳 공자가 웬일로 찾아왔다던가.

 

      모두 30여 명이며 모두 허름한 복장으로

      몹시 허기져 쓰러질 듯 서 있사옵니다.

 

      상경上卿 영속寧速이 나가서 데려오시오.

      요기라도 시켜 보내야 하지 않겠소.

 

상경 영속寧速이 성문에 나가 중이重耳 일행과 서로 인사하며

성안으로 들어가려 하는데, 갑자기 내시가 쫓아오더니, 영속寧速

성안으로 데리고 들어가고 나서는 성문을 굳게 닫아버리는 것이다.

 

      나라의 중이重耳 공자라고 하였는가.

      중이重耳는 적족狄族의 피가 섞여 있도다.

      우리와 철천지원수인 적족狄族의 후예가 아닌가.

 

      우리가 초구楚丘에 새롭게 나라를 세웠으나

      은 눈곱만큼도 우릴 도운 적이 없도다.

 

     나라는 우리 위나라에 아무 도움이 안 된다.

     더구나 떠도는 망명객을 무엇에 쓰겠느냐.

 

     성에 들어오면 체면상 대접도 하여야 하고

     보낼 때는 노자路資 라도 넉넉히 주어야 한다.

 

     노자를 적게 주면, 천하에 소문만 나빠진다

     내시는 쫓아가 상경께 그냥 돌아가라고 전하라.

     의 공자를 입성시키지 말라 하여라.

 

위문공衛文公은 제환공齊桓公이 베풀어준 은혜는 너무 고맙게

받들었으나, 적족狄族 이라면 치를 떨 정도로 싫어하였으며, 또한

어려울 때 조금도 도와주지 않은 진에 대해 좋은 마음이 없었다.

 

중이重耳 일행은 잔뜩 기대를 걸었다가, 마음이 변해버린

위문공衛文公 때문에, 더욱 허기진 배를 움켜줘야 했다.

 

      나라 위문공衛文公 !

      결코, 오늘을 잊지 않으리라!

      위문공衛文公은 절대 용서할 수 없도다!

 

모두 성벽을 따라 걷다가, 분한 맘을 도저히 참지 못하겠다는 듯이

위주魏犨가 멈추며 중이重耳도 들으라며 큰소리로 외친 것이다.

 

      들어오라 나가라, 배고픈 우리를 놀려대다니

      이 나쁜 놈들을 쳐들어가 부숴버립시다.

 

      나 위주魏犨 혼자라도 위나라를 박살을 내겠소.

      아예 위나라를 빼앗아버립시다.

 

위주魏犨와 선진先軫은 중이重耳의 가신단 중에서 가장 싸움에

능한 27세의 젊은이로 서슴없이 화를 낼만도 하였다.

 

      공자, 이 때를 만나지 못하면, 한갓

      지렁이로 보이오니 너무 괘념치 마십시오

 

      그러나 배고 품을 어찌하오.

      공자님, 조금만 참아보십시오.

      좋은 방법이 나올 겁니다.

 

위주魏犨가 불만이 가득하여, 불같이 화를 내며 쫓아갈 듯이 하자,

중이重耳는 허기져 있음에도 빙그레 웃으면서 점잖게 말한다.

 

      공자님, 나라는 손님에 대한 예를

      지키지도 않고, 무례하기 짝이 없습니다.

      촌가를 약탈해서라도 먹을 것을 구하겠습니다.

 

      남의 물건을 강제로 빼앗는 자는 도적이오.

      우리가 배고픔을 참지 못하고 도적질하면

 

      후일 무슨 낯으로 천하 영웅들을 대할 것인가.

      위주魏犨는 조금 참도록 하라.

 

위문공衛文公은 적족狄族 이라면 치를 떨 정도로 싫어하였으므로

중이重耳 일행을 차갑게 대하였으나, 그러나 그는 예의를 경솔하게

함으로써, 다음에 큰 보복을 당하게 된다.

 

      초구성楚丘城에서 더욱 배가 고파진 중이重耳 일행은

       5일간이나 겨우 걸어갔으며,  지금의 허난성河南省

      칭펑현淸風縣 서북쪽인 오록五鹿 땅에 당도하였을 때였다.

 

아침에 물 한 모금 마신 중이重耳 일행은 해가 어느덧 중천에 떠서

정오가 되었는데, 때마침 농부들이 논둑에 둘러앉아 한참 점심을

맛있게 먹고 있는 광경을 만나게 된다.

 

      밥을 좀 얻어 보구려.

      공자님, 알겠습니다.

 

      무슨 일러 우리에게 왔소.

      우리는 진나라 사람들이오.

      지금 제나라로 가는 길이외다.

 

      외람되오나 길은 멀고 양식이 없어

      며칠째 굶으며 걸어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안 먹어도 좋습니다만, 우리 공자께서

      몹시 시장하시니 적으나마 밥을 청합니다.

 

      아니, 대장부들이 자기가 일해 먹을 생각을 해야지

      보기에도 멀쩡한 사람들이 어찌 거지꼴로

      얻어먹을 생각부터 하는 것이오.

 

      우리는 일하는 농부들이외다.

      배불리 먹어야 일을 하니 내줄 밥이 없구려. 

      허 참, 안 됐소. , 이 흙으로 농사지어 잡숴 보구려.

 

210 . 고굉지신은 어떤 사람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