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안) 열국지 201∼300 회

제 212 화. 약속을 저버리면 어떻게 되나.

서 휴 2022. 9. 23. 15:17

212 . 약속을 저버리면 어떻게 되나.

 

        이제는 포숙아鮑叔牙께서 재상 자리를

        맡아 주셔야 하겠소이다.

 

        주공, 신은 재상감이 못되옵니다.

        스승께선 너무 겸양치 말아주시오.

        이제 더는 맡을 사람이 없습니다.

 

        주공, 신은 선과 악을 너무 구분하니

        정사를 맡기에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중보仲父 도 그런 말을 하였었소.

        그러나, 이제 경만 한 사람이 어디 있겠소.

 

        스승께서 굳이 맡지 않으신다면

        누구에게 조정을 맡겨야 한단 말이오.

 

        주공, 부득이 신에게 맡기려 하신다면

        청이 하나 있사온데 들어주신다면

        감히 재상 자리를 맡아 조정의 일을 보겠습니다.

 

        께서는 어서 말씀해보시오.

        관중管仲이 주공께 말씀드린 바가 있사온데,

 

        이제 역아易牙. 시초寺貂. 개방開方을 쫓아내시고,

        다시는 부르지 않는다는 약속을 하여주시옵소서.

 

        주공께서 약속을 끝까지 지켜주신다면,

        신이 감히 정사를 맡을 수 있습니다.

 

        꼭 그렇다면, 그 말을 따르지 않을 수 있겠소.

        중보仲父의 말대로 지금 바로 쫓아내리다.

 

제환공齊桓公은 역아易牙. 시초寺貂. 개방開方을 궁에서 내보내자

포숙아鮑叔牙가 재상을 맡아 나라가 안정되고 편안하여졌다.

 

        사마천司馬遷 은 자기가 쓴 사기史記에서 이렇게 말한다.

        포숙아鮑叔牙는 관중管仲을 천거한 후에

        자신은 아랫자리에 있으면서 관중管仲을 받들었다.

 

        포숙아鮑叔牙의 자손들은 대대로 제나라의

        봉록을 받아가면서, 또한 받은 봉토封土

        10여 대에 걸쳐 유지하면서, 꾸준히

        명재상의 집안으로 가문을 빛냈다고 한다.

 

        그래서 세상 사람들은 관중管仲을 칭찬하기보다는

        사람을 잘 알아본 포숙아鮑叔牙를 더욱 칭송하였다.

 

그럴 지음에 갑자기 오랑캐 회이淮夷가 기 나라에 쳐들어왔으며

쑥대밭으로 만들자, 급히 구원을 요청하는 일이 생긴다.

 

        나라에서 사자가 왔다고 하였느냐.

        사자를 어서 들게 하라.

 

        제후齊侯께 아뢰옵니다.

        오랑캐 회이淮夷가 쳐들어왔습니다.

        제발 우리 기 나라를 살려주십시오.

 

제환공齊桓公은 송 . 7개국 군을

동원하여, 위기에 빠진 기 나라를 구해주었으며, 나라

도읍지를 연릉緣陵 땅으로 옮겨주었으며 축성까지 하여주었다.

 

제후들이 그때까지 제환공齊桓公의 명령에 복종하는 것은 제

나라가 포숙아鮑叔牙을 재상으로 임명하여 관중管仲의 정치를

이어 갔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제환공齊桓公은 기 나라를 잘 정리하여주었고

        보람을 느끼면서 나라에서 돌아오게 되었다.

 

        제환공齊桓公은 이로써 생애 마지막으로

        패공霸公과 맹주盟主의 역할을 하였다고 볼 수 있다.

 

관중管仲이 죽은 후에도 포숙아鮑叔牙가 나라를 잘 이끌어 나가자

나라와 공실 또한 안정이 되면서 천하도 조용해지다 보니,

제환공齊桓公에게는 아무 근심 걱정 없는 날이 계속 이어졌다.

 

제환공齊桓公 얼마 후부터 무료함을 달랠 수 없게 되었으며, 항상

곁에서 비위를 맞춰주었던 역신逆臣 세 사람이 그리워지게 된다.

 

        역아易牙는 요리사로 제환공齊桓公

        사람고기를 먹어보지 못하였다고 하자,

 

        세 살 된 어린 자기 아들을 푹 삶아

        요리하여 맛있게 먹게 만든 엽기적인 간신이며

 

        시초寺貂는 자기 몸을 스스로 고자鼓子로 만들어

        내시가 되었으며, 역아易牙와 함께 둘이서

        제환공齊桓公의 비위를 아주 잘 맞추어 주었다.

 

        개방開方은 위나라 세자였으나, 제환공齊桓公

        너무나 공경하여 나라로 돌아가지 않고,

 

        언제나 제환공齊桓公 곁에 있겠다고 맹세하며

        재밌는 이야기를 잘 풀어내는 재담꾼으로

        항상 제환공齊桓公을 즐겁게 하여주었다.

 

장위희長衛姬는 아들 무휴無虧를 세자로 만듫겠다는 욕심을 가지고

역아易牙와 시초寺貂에게 특별히 잘하여주면서, 제환공齊桓公

마음을 어떻게 하던 바꾸어 보려고,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었다.

 

제환공齊桓公이 살아가는 재미가 없다면서 점점 얼굴에서 웃음을

찾아볼 수가 없게 되자, 이를 보다 못한 장위희長衛姬는 가까이

다가가 위로하면서, 역아易牙와 시초寺貂를 불러들이게 만든다.


        군후께선 왜 그리 침울하시옵니까.

        글쎄 말이오. 요새는 영 사는 재미가 없소이다.

 

        진종일 이야기 나눌 사람이 없으니 따분하기만 하오.

        이제 나이가 있다 보니 사냥도 재미가 없소이다.

 

        주공, 아마도 포숙아鮑叔牙를 비롯한 신하들이

        군후의 뜻을 잘 맞추지 못하는 것이 아니겠는지요.

        허허, 뭐 그렇기야 하겠소.

 

        주공, 참으로 답답하십니다.

        군후께서 세 총신寵臣을 내보내셨기 때문입니다.

        이럴 바에는 다시 불러들이는 것이 나을 것입니다.

        나도 그러고 싶으나, 굳게 약속한 바이라

        포숙아鮑叔牙가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오.


        포숙아鮑叔牙 인들 자기 좌우에

        시중드는 사람이 하나도 없겠습니까.

 

        더욱이 군후君侯께서는 이제 노년이십니다.

        입맛이 없다 하시고 역아易牙를 먼저 불러들이시고

 

        그리고 좀 있다가 분위기를 보아

        시초寺貂 와 개방開方 도 불러들이십시오.

 

제환공齊桓公은 장위희長衛姬의 말에 따라, 처음에 역아易牙

불러들여 맛있는 요리상을 차리게 하였으며, 자주 부르다 보니,

끝내는 예전처럼 아예 궁중에 들어와 있게 하였다.

그렇게 하여 시초寺貂개방開方도 궁중에 들어와 있게 하였다.

 

        주공, 지난날 관중管仲의 유언을 잊으셨습니까.

        어찌 세 역신을 다시 불어들이셨습니까.

 

        주공, 어이하여 약속을 지키지 않으십니까.

        주공, 어서 내보내시어 약속을 지키시옵소서.

 

        재상, 역아易牙 , 이 세 사람은

        나에게 즐거움을 주는 사람들이오.

 

        재상, 나랏일에는 해를 끼치게 하지 않을 터이니

        은 너무 간섭하지 말아주시오.


이를 알게 된 포숙아鮑叔牙가 즉각 간하였으나, 제환공齊桓公

다른 때와 달리 크게 화를 내면서 강하게 반박을 하였다.


        아아, 누가 저 소인배들의 전횡을 막을 것인가!

        관중管仲이 있었던들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나도 이제 관중管仲을 만나러 가야 하는 모양이구나.


포숙아鮑叔牙 도 나이가 70이 넘어 자주 병석에 눕는 일이 잦더니

마침내는 우울증마저 들어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포숙아鮑叔牙는 관중管仲을 위해 태어난 인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평생을 관중의 그늘에서

        산 것처럼 지내다가 관중管仲이 죽고 없으니,

        자신의 힘으로는 작은 일도 해결하지 못 하였다.

 

관포지교管鮑之交 라는 말의 뜻은 관중管仲과 포숙아鮑叔牙

우정만을 강조하는 것만이 아니라, 평생 초지일관初志一貫 하여

믿어주고 받들어주던, 포숙아鮑叔牙의 아름다운 마음을 보여준

내용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제나라를 일으키고,

        유지 시켜 온 현신들이 모두 사라지며

 

        이제 관중管仲 도 떠나가고 말자,

        포숙아鮑叔牙 도 세상을 떠나게 되었다.

 

        그 여파는 너무나 컸으며, 그에 따라

        나라의 하늘에 먹구름이 끼게 된다.

 

마지막 보루였던 포숙아鮑叔牙가 죽자, 나라 공실과 조정은

기강이 무너지기 시작하였으며, 이를 반기고 환호한 사람은 

소위 삼총三寵 이라 불리는 시초寺貂, 역아易牙, 개방開方 이었다.

그들은 이제 제환공齊桓公이 너무 늙었고, 몸에 기력도 없다는 것을

훤히 꿰뚫어 보며, 무능해진 제환공齊桓公의 비위만을 열심히 잘

맞추면서, 일일이 속여가며 모든 권력을 행사하게 되었다.


        주공의 뜻이 이러하오.
        주공의 명으로 그대를 파직罷職 하오.


        세 사람은 주공이라는 말을 입에 담고 살았으며,

        이제 이들에게 복종하는 자는 부자가 되거나,

        높은 벼슬을 얻었으며,

 

        거역하는 자는 재산을 몰수당하거나,

        심지어는 삭탈관직削奪官職이 되었으며

        또는 시정에 끌려나가 참수당하기도 하였다.

 

나라의 노촌盧村 이라는 곳에 한 객사客舍(여관旅館)가 있었다.

나라 사람인 한 젊은이가 객사客舍의 종업원으로 있었으며,

성은 진이고 이름은 완이며, 자는 월인越人 이라 하여,

사람들은 진월인秦越人 이라 불렀다.

 

        그때 허름한 옷을 걸친 손님이

        그 객사客舍에 간혹 찾아와 머무르며

        잔소리도 하고 괴팍하게 굴었다.

 

객사客舍의 주인은 괴팍한 그를 푸대접하였으나, 진월인秦越人

그에게서 어딘지 비범한 기운을 느끼고, 예사 인물이 아니는 걸 

짐작하면서 더욱 정성껏 대접하였었다.

 

        어서 오십시오.

        이쪽 깨끗한 방으로 드시지요.

        젊은이, 올 때마다 잘해줘 고맙네.

 

        사람들은 나를 장상군長桑君 이라 부르네.

        내가 좀 괴팍한데 부담되지 않는가.

        아닙니다. 솔직한 성품이 좋습니다.

 

        그래, 만두를 곁들여 잘 익은 개고기와

        술병을 들고 오게나.

 

        젊은이, 그대는 어찌하여 그리 성실한가.

        어머님께서 성실해야 뜻을 이룬다 하셨습니다.

 

        호오, 훌륭한 어머님이 계시는구나!

        그래, 장차 뭐가 되고 싶으냐.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사람을 위하는 일이라면 좋겠습니다.

 

        좋은 생각을 하고 있도다.

        그대 심성이 퍽 갸륵하구나.

 

        의술醫術에 비전秘傳의 있다는 걸 아는가.

        저는 아무것도 아는 바가 없습니다.

 

        너의 뜻이 그렇다니 나의 비전秘傳을 전해주마.

        이것은 절대로 누구에게 말해서는 안 되네.

 

        , 시키시는 데로 약속을 지키겠습니다.

        알겠네, 지금부터 내 말을 잘 듣게나.

 

        이것은 신약神藥 세 봉지네.

        사흘마다 새벽인 묘시卯時가 되자마자

 

        땅에 떨어지지 않은 이슬이나,

        하늘에서 떨어지는 빗물을 바로 받아

        약에 타서 세 번을 마셔야 하네.

 

        마신 후 한 달이 지나면 그대의 눈이

        모든 사물을 꿰뚫어 볼 수 있을 것이네.

 

장상군長桑君은 가슴속에 있던 약을 꺼내 주면서 떠나고, 몇 달이

지나자 돌아와서는, 진월인秦越人의 몸 상태를 확인하고, 가지고

있던 비전秘傳의 의서醫書를 꺼내어 건네주고는 또 홀연히 떠났다.


        진월인秦越人은 장상군長桑君의 신약神藥을 먹으니

        눈이 무척 밝아졌으며, 이에 의서의 내용을

        읽자마자, 모두 통달하게 되었다,

 

        또한, 눈은 거울처럼 환해져 담장 밖에서도 남의 집

        장롱欌籠 속에 들어있는 물건을 알아맞힐 수 있는

        정도의 신통력이 생겨났을 뿐만 아니라,

 

        멀리 있는 사람의 오장육부五臟六腑

        훤히 들여다볼 수 있게 되었다.


그 후 진월인秦越人은 길을 지나가면서도, 생각되는 가까운 사람의

몸 상태를 느낄 수 있었고, 진맥하게 되면 오장육부五臟六腑

샅샅이 모두 볼 수 있어 오진하는 경우가 한 번도 없었다.

 

진월인秦越人은 처음에 노촌盧村에 산다 하여 노의盧醫로 불리다가

병을 고치는 수단이 매우 이채롭다는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자,

노의盧醫를 처음으로 편작扁鵲에 견주다가 아예 편작이라 불렀다.


        옛날 삼황오제三皇五帝 때의 황제黃帝 시절에

        편작扁鵲 이란 이름의 명의名醫가 있었다.

 

        죽은 사람도 살릴 정도로 뛰어난 의술을

        지녔다는 전설의 인물이다.


213 . 내 운명을 미리 알 수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