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안) 열국지 201∼300 회

제 207 화. 발제, 왜 죽이려고만 하는가.

서 휴 2022. 9. 19. 12:28

207 . 발제, 왜 죽이려고만 하는가.

 

       양유미梁繇糜가 경정慶鄭을 기어이 죽이려

       주장한 것은 진목공秦穆公을 포위하여

       틀림없이 사로잡을 수 있었을 그때

 

       경정慶鄭이 달려와 진혜공晉惠公이 위기에

       처했다고 말하는 바람에 놓쳤다고 생각했다.

 

       진목공秦穆公 만 잡았더라면 진혜공晉惠公

       바꿀 수도 있었으며, 또한  이렇게 패하는 수모도

       겪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속 좁은 진혜공晉惠公은 살려달라 애원도 하지 않으면서, 오히려

당당하게 할 말을 다 하는 경정慶鄭의 모습에 질려버리고 말았다.

 

      네놈은 죽어야 할 이유를 잘 알고 있었구나.

      오냐, 내 네놈의 소원을 들어주마.

 

      주공. 신 아석衙晳 이옵니다.

      주공, 경정慶鄭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용기 있는 사람이오니 용서하시어

      훗날 한원대전韓原大戰의 원한을 갚도록

      살려두시옵기를 간곡하게 청하나이다.

 

      주공, 신 가복도家僕徒가 급히 간청하겠나이다.  

      주공, 경정慶鄭의 답변에 옳은 점이 많습니다.

 

      경정慶鄭은 배포 있는 아까운 장수이옵니다.

      주공, 살려주시는 주공의 큰 덕을 벳푸시옵소서.

 

      허허, 무슨 말들이 그리 많은가.

      사마설駟馬說은 뭘 하고 있느냐.

      어서 저놈을 당장 쳐 죽여라.

 

경정慶鄭이 무릎을 꿇고 목을 내밀자, 마침내 사마설駟馬說

시퍼런 칼날이 번쩍였으며, 경정慶鄭의 목은 붉은 피를 뿜으며

떨어져 나갔다.

 

      , 똑똑히 보았느냐,

      군주를 능멸凌蔑 하는 자는 이리되노라.

 

진혜공晉惠公의 소리를 들으며 아석衙晳이 흐느끼자, 많은 사람이

따라서 울었으며, 하늘에는 갑자기 먹구름이 잔뜩 끼며 비를 내렸다.

아석衙晳은 경정慶鄭의 시신을 거둘 수 있도록 청해 허락을 받았다.

 

      경정慶鄭. 자네는 전쟁터에서

      큰 상처로 죽어가는 나를 구해주었는데

      , 아석衙晳은 그대를 구하지 못하는구려.

 

아석衙晳은 경정慶鄭의 가족과 함께 목과 몸을 수습하였으며,

곧바로 양지바른 산기슭에 잘 묻어 주면서 목놓아 슬피 울고 울었다.

 

      주공, 신 극예郤芮 이옵니다.

      주공, 무슨 일부터 하시겠사옵니까.

 

      도안이屠岸夷 이가 끌려가 참수당하였다니

      빨리 시신을 찾아내도록 하라.

 

      상대부의 예로써 장례를 잘 치러주도록 하고,

      그의 아들에게 중대부의 벼슬을 이어가게 하라.

 

진혜공晉惠公의 성질은 포악하였으며, 사람의 체면 따위는 언제나

서슴없이 버리기도 하지만, 겁도 공포심도 많았으며, 엉뚱하게도

나라의 군 부인인 목희穆姬에 대한 고마움은 전혀 생각지

않으면서, 며칠후 한간韓簡에게 원망의 말을 늘어놓는 것이다.

 

      한간韓簡은 들어보시오, 나는 말이요,

      옛날에 선군이 목희穆姬를 진나라에 시집보낼 때

      태사太卸 가 한 말을 생각해봤소.

 

      효사爻辭에 책망한다는 뜻이 나온다며

      장차 진은 우리와 사이가 좋지 못할 것이라 한

      태사太卸 의 점괘가 옳다고 보오.

 

      선군에게 혼사를 승낙하지 말라 하였소

      지금도 생각해보면 그 점괘가 딱 들어맞는 것 같소.

 

      그때 목희穆姬를 진목공秦穆公에게 시집보내지

      않았더라면, 우리가 이렇게 죽을 고비를

      당하지 않았을 것이 아니겠소.

 

      주공, 신 한간韓簡이 외람된 말씀을 올리겠나이다.

      주공께서 이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은 것이

      어찌 진나라와 통혼한 때문이겠습니까.

 

      주공, 어찌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그것은 주공께서 여러 번 덕을 잃어서이지

      어찌 진과의 혼인 때문이겠습니까?

 

      더욱이 진과 혼인을 맺지 않았다면,

      어떻게 진의 군주가 될 수 있었겠습니까?

 

      진의 군주가 주군을 우리나라에 들여보내

      진의 군위에 앉히고 다시 쳐들어온 이유는,

 

      주군께서 여러 번 은혜를 저버리고

      보답도 없이 원수로 대한 것이옵니다.

 

      이는 진나라의 입장에서 보면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주군께서는 스스로 돌이켜 보십시오.

      만일 목희穆姬, 군 부인이 아니었더라면

      어찌 다시 군위에 오를 수 있었겠습니까.

 

      또한, 이번에 포로가 되었을 때도

      목희穆姬이신 군부인이 아니었더라면

      어찌 살아날 수 있었겠습니까.

 

한간韓簡은 진혜공晉惠公이 군위에 오르도록 도와준 사람들을

배신하지 않고, 충신들의 말을 잘 들었다면, 이 지경까지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을 하려다가, 이런 좋은 말귀를

못 알아들을 것이라며, 치밀어오르는 분노를 꾹 참고 말았다.

 

       진혜공晉惠公이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하자,

       한간韓簡은 경멸하는 눈으로 바라보았다.

 

진혜공晉惠公은 그때부터 이상하게 불안감에 시달리게 되면서,

밤에는 진나라의 진목공秦穆公이 중이重耳 공자를 앞세워

공격해 오며, 자신을 군위에서 쫓아내는 꿈을 자주 꾸게 되었다.

 

      중이重耳는 어떻게 지내고 있다던가.

      구여咎如 족장의 딸을 아내로 삼아

      자식까지 낳았다고 들었습니다만

      주공, 어찌하여 물으시는지요.

 

      그게 얼마나 되었는가.

      주공, 아마 10여 년은 되었을 겁니다.

 

      중이重耳가 망명한 지 벌써 그리되었는가.

      , , 그렇습니다.

      아마도 그곳에 정착할 모양인 것 같습니다.

 

      진목공秦穆公이 나 대신에 중이重耳

      새 군주로 삼으려 한다는 소문은 없는가.

 

진혜공晉惠公의 말을 듣고 난 극예郤芮, 그제야 진혜공晉惠公

말뜻을 짐작하며, 무슨 대답을 할까를 생각하며 잠시 망설였다.

 

      진목공秦穆公과 중이重耳가 자꾸 꿈에 나타나네.

      극예郤芮는 어찌 생각하는가.

 

      석 달간 영대산靈臺山 이궁離宮에 갇혀 있으면서

      이런 기회에 중이重耳가 귀국할까 봐

      얼마나 맘졸이며 걱정하였는지 알고 있는가.

 

      주공, 그렇사옵니다.

      진목공秦穆公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었지요.

 

      주공, 중이重耳 공자가 죽지 않고 살아 있는 한

      마음을 놓을 수 없사오니, 하루빨리 죽여

      후환을 없애야 하지 않겠나이까.

 

      옳은 말이다. 누가 중이重耳를 죽일 수 있겠는가.

      죽이는 자에게 많은 상금을 주리라

 

      주공. 내시 발제勃鞮가 있사옵니다.

      내시 발제勃鞮는 중이重耳를 죽이려

      포성蒲城에 쳐들어갔다가 실패한 후부터는

      항상 불안하게 지내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한가. 좋도다.

      어서 내시內侍 발제勃鞮를 불러라.

 

      주공, 신 발제勃鞮 이옵니다.

      네가 중이重耳 공자를 죽일 수 있겠는가.

 

      주공, 나라를 멸망시키면 어떻겠습니까.

      허 어, 그건 어려울 것이야.

      만약 진나라가 쳐들어오면 어찌하겠는가.

 

      주공, 맞는 말씀이옵니다.

      중이重耳 공자는 책땅에 연고가 깊어

      군사를 일으키면, 큰 전쟁이 벌어지게 됩니다.

 

      차라리 칼을 잘 쓰는 역사力士 몇 명을 구하여

      암살을 시키고 돌아오면 어떻겠습니까.

 

      , 좋은 방법이로다.

      , 황금 100을 받도록 하라.

      이는 거사 자금으로 잘 사용하여야 한다.

 

      주공, 감사하옵니다.

      칼잡이를 구한 후 책땅으로 가겠습니다.

 

      좋도다. 사흘 내에 떠나도록 하라.

      네가 성공하고 돌아오면 높은 벼슬을 내리리라.

      주공, 주공의 명을 받들겠나이다.

 

호돌狐突은 원로대신답게 한 발 뒤로 물러서 있으면서, 선군인

진헌공晉獻公이 죽고 나자, 이극里克이 해제奚齊와 탁자卓子

참살시킨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또한, 이오夷吾 공자가 진혜공晉惠公이 되면서,

       이극里克은 물론이며, 비정보丕鄭父

       칠여대부七閭大夫를 처참하게 몰살시키는

       참혹한 일도 모두 알고 있었다

 

더구나 한원대전韓原大戰 에서 패배하고 진나라의 포로가

되었다가 돌아오면서, 충신 경정慶鄭을 무참히 죽이는 것도 보았다.

 

      암군暗君에게는 화만 따를 뿐이로다.

      어찌 진혜공晉惠公의 악정에 관여하겠는가.

 

      세월은 흘러가기 마련이로다.

      좋을 때가 올 때까지 조용히 있어야 한다.

 

호돌狐突이 이렇게 판단하게 되는 데는, 예전에 태사 곽언郭偃

점괘에서 예견하였던 일을 믿고 있는 것이기도 하였다.

 

      나리, 시중에서 이상한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무슨 소문이라 하더냐?

 

      내관 발제勃醍가 암암리에 다니면서

      자객을 여러 명 구하고 있답니다.

 

      무슨 일을 시키려 한다더냐.

      소인은 잘 모르겠습니다.

 

      나리 안녕하셨사옵니까.

      호오, 때마침 잘 왔도다.

 

      중이重耳 공자를 죽이려 한단 말이더냐.

      허 어, 이거 촌각을 다투는 큰일이로다.

 

노재상老宰相 호돌狐突은 심복 내시에게서 귀띔을 받게 되자마자,

그 즉시로 심복 가신인 가재家宰를 책땅으로 보내게 된다.

 

      아하, 네 화살이 못 맞췄구나.

      그쪽으로 가고 있다.

      좋다. 내가 쫓아가 쏘아보리라.

 

중이重耳와 가신들은 책땅에서, 망명 생활의 외로움과 언뜻언뜻

치솟는 울분과 절망감을 터트릴 수도 없어, 눈이 녹고 있는

고원高原의 숲속을 해치며 힘차게 내달리는 것이다.

 

      이오夷吾가 한원대전韓原大戰에 패하여

      나라에 잡혀가더니, 아들을 볼모로 잡히고

      풀려나 다시 군위를 지키고 있답니다.

 

      하서河西5개 성도 줘버리고 말았다지.

      조상이 어렵게 차지한 그 넓은 땅을 주다니

      조국을 얼마나 망치려는지 정말 안타깝구나.

 

      절호의 기회를 놓친 것이 너무 아쉽습니다.

      지나간 일을 자꾸 얘기하면 뭘 하겠나.

 

      그래도 그렇지요.

      한원대전韓原大戰에 패하고 이오夷吾

      진나라에 포로로 잡혀있을 때

 

      그때 곧바로 강성絳城 에 쫓아가

      단숨에 점령하였어야 하였는데,

      너무나 아쉽게 되었다는 말씀입니다.

 

      공자께선 비겁한 짓이라며 허용 안 하셨을 거야.

      더구나 동족 간에 큰 싸움도 될 수가 있지.

 

      중이重耳 공자인들 그 생각을 못 하였겠는가.

      세상일은 억지로 할 수 없으니

      답답하겠지만 좀 더 기다려야 할 거야.

 

이들은 사냥으로 소일하면서도, 여러 경로를 통해 들어오는 고국

나라의 소식만큼은 귀를 세우면서 듣고 있었다.

 

      이제 완연한 봄이 찾아오는구나.

      봄이란 새로운 일을 벌이는 때라 하지 않는가.

 

      언제까지 이러고 지낼 수는 없지 않겠는가.

      좋은 소식이 들어오면 정말 좋겠구나.

 

      이제는 좋은 소식이 들어와야 하지요.

      망명 생활이 벌써 12년이나 되었습니다.

 

      저 밑에 급히 오는 자가 누구인가.

      하얀 옷을 입은 것은 개자추介子推 같은데

      옆의 사람은 잘 모르겠네요.

 

208 . 중이, 어디로 가려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