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안) 열국지 201∼300 회

제 216 화. 영혼은 떠돌다 어디에 닿을까.

서 휴 2022. 9. 18. 15:50

206 . 영혼은 떠돌다 어디에 닿을까

 

진목공秦穆公과 진군秦軍은 하늘에 제사를 올리고 옹주雍洲에서

막 떠나려던 참이었다. 그때 옹성雍城에서 새하얀 상복을 입은

내시들이 급히 달려와 무릎을 꿇으며 간곡히 읍소泣訴 한다.

 

      주공. 주공. 군부인 마마를 살려 주시옵소서.  

      아니, 누가 죽었느냐.

      옹성雍城에 무슨 변고가 생겼느냐.

 

      주공. 그게 아니옵니다.

      군 부인의 말씀을 전하고자 하옵니다.

 

이때 진목공秦穆公은 갑자기 마음속으로 이상한 생각이 들어 황급히

내시들에게 그 연유를 묻자, 한 내시가 부인의 말을 전하였다.

 

       주공, 하늘이 나에게 재앙을 내리 사,

       시가와 친정이 반목하여 진후晉侯가 잡혀 온다니

       이는 이 몸의 수치羞恥라 하겠나이다.

 

       첩은 진후晉侯가 아침에 끌려오면,

       아침에 죽을 것이요,

       저녁에 끌려오면 저녁에 죽겠나이다.

 

       주공은 어찌하여 이 첩이 뜬 눈으로

       형제의 죽임을 바라보라 하시나이까.

 

       죄송스럽게 내시들에 상복을 입혀

       주군과 진군을 영접하게 되었사오며,

 

       진후晉侯를 너그러이 용서하심은

       곧 이 몸을 용서하심이라.

 

       첩의 서글픈 마음은 한이 없사오니

       첩의 마음을 깊이 헤아려주시옵소서.

 

평소에는 부드럽다가 옳은 일에는 고집 피우며 강직한 목희穆姬

혹시 자결이라도 한다면 큰일이라며 진목공秦穆公은 매우 놀랐다.

 

      군 부인은 어찌하고 있는가.

      세자와 함께 하얀 상복을 입으시고

 

      높은 숭대崇臺 위에 장작더미를 쌓아놓았으며

      그 위에 초막草幕을 지어, 그 안에 계시면서

 

      진후晉侯가 끌려오면, 그 즉시로 불을 놓아

      활활 타죽겠다고 하시옵니다.

 

      못난 형제를 살리려 자기 목숨을 걸다니,

      목희穆姬는 참으로 어진 여인인가.

      아니면 참으로 엉뚱한 여인인가.

 

진목공秦穆公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망설이는데, 옆에

있던 백리해百里奚가 조용히 다가가 간청하는 말을 올리게 된다.

 

      주공. 백성들이 보고 듣고 있사옵니다.

      군 부인의 청을 받들어주시옵소서.

 

진목공秦穆公은 잠시 잠에서 깨어난 듯 망설이던 생각을 떨 춰내며

내시들에게 큰 소리로 말하며 안심을 시키는 것이다.

 

      진후晉侯를 죽이지 않고

      머지않은 날에 돌려보내려 하는 바이다.

 

      너희들은 빨리 돌아가

      추호秋毫 도 상심하지 말라고 전하여라.

 

      좌서장 이여. 너무나 고맙소이다.

      진혜공晉惠公을 죽여 교사郊祀를 지냈더라면

      내 사랑하는 목희穆姬도 죽일뻔하였구려.

 

      과인은 공손지公孫枝의 말을 잘 들어

      다행히 목희穆姬의 목숨을 구하게 되었소.

 

이 말을 들은 내시들은 겨우 얼굴이 환해지면서 궁실로 달려가

급히 아뢰니, 목희穆姬는 비로써 백소아百素蛾의 부축을 받으며,

세자와 함께 높은 숭대崇臺에서 내려와 궁의 내실로 들어갔다.

 

      군부인 마마, 형제를 욕보이고

      서모를 강간하였으며

 

      배은망덕한 진후晉侯를 이렇게까지 하시며,

      굳이 살리시는 이유가 무엇인지요.

 

다음날 시녀인 백소아百素蛾가 몹시 나쁜 진혜공晉惠公을 살려주려

하는 이유를 조용히 묻자, 목희穆姬는 다음과 같이 대답하여 주었다.

 

     어진 사람은 비록 원한이 있더라도

     부모 형제를 욕되게 하지 않으며

 

     아무리 화가 나더라도

     부모 형제에 대하여 예의에

     벗어나는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이다.

 

     진후晉侯가 이곳에 잡혀 와 죽는다면

     어찌 나에게 죄가 없다고 하겠느냐?

 

석안유심釋眼儒心 이란 말이 있다. 부처의 눈과 공자의 마음이라는

뜻으로 자비慈悲 로움과 어진 마음을 이르는 말이다.

 

목희穆姬의 돌발 행동은 부처님의 자비慈悲와 공자님의 어진

을 보여주는 것이리라.

 

      목희穆姬의 이 같은 처사가 처음에는 무리하게

      보였으나, 먼 훗날에 진나라의 세 장수인

      서걸술西乞術, 백리시百里視, 건병蹇丙

      진나라의 포로가 되었다가,

      살아서 돌아오는 보답을 받게 된다.

 

진목공秦穆公과 진군秦軍은 옹성雍城의 백성들에게 열렬한 환영을

받으면서 입성하였으며, 진목공秦穆公이 목희穆姬를 만나 여러

이야기를 나누고 난 후에, 공손지公孫枝에게 말하게 된다.

 

     영대산靈臺山의 이궁離宮에 가서

     진혜공晉惠公을 풀어주도록 하시오.

 

공손지公孫枝는 영대산靈臺山의 이궁離宮에 갇혀 있던 진혜공과

감옥에 있던 중신들을 모두 관사에 머물게 하며 감시를 하였다.

 

       우리 진의 신료 중에 진후晉侯께 아무도 호의를

       갖고 있지 않아 모두 진후晉侯의 귀국을 반대했습니다.

 

       다만 군부인 혼자서만 형제를 아끼시어

       후원의 높은 숭대에 세자와 함께 올라

       목숨을 걸고 진후晉侯의 죄를 빌었습니다.

 

       혼인으로 맺어진 우호관계를 깰 수 없다, 하시어

       이렇듯 진후晉侯를 귀국하게 하신 것입니다.

 

공손지公孫枝는 살려주도록 높은 숭대崇臺에 올라 목숨을 걸고

간청懇請이야기를 자세히 진혜공晉惠公에게 전하여 주었다.

 

       이 말을 다 들은 진혜공晉惠公

       목희穆姬의 자비로운 마음에 감복하였을까.

 

진혜공晉惠公은 공손지公孫枝의 말을 다 듣고서야 목희穆姬

죽음을 무릎쓰고 진목공秦穆公에게 용서를 빌어 본국으로

돌아가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진혜공晉惠公은 부끄러운 생각으로 몸 둘 곳을 몰라 했다.

 

      진후晉侯께서는 지난날 약속하신 데로

      하서河西5개 성을 내어주시고

 

      세자 어를 볼모로 진나라에 머물게 하시면

      진후晉侯께선 풀려날 수 있습니다.

 

  9월의 한원전투에서 패하고 진의 포로가 된 후

두 달만인 11월에서야 풀려난 것이다.

 

의 사자가 진나라에 연락하자마자, 여이생呂飴甥 등이 급히

달려왔으며, 하서河西 지역의 지도地圖와 호구戶口 명부를 정중히

넘기면서, 세자 어를 진나라에 남기기로 하였다.

 

      백리해百里奚는 하서河西의 다섯 성에 대한

      각종 서류를 꼼꼼히 살피고 인수하였으며,

      공손지公孫枝와 진군秦軍를 주둔시킴으로써

 

      나라는 황하黃河 서쪽을 모두 장악하여.

      큰 나라가 되었으며, 중원中原에 곧바로

      나갈 수 있는 큰 숙원宿願을 이룬 것이다.

 

하서河西의 백성들도 진목공秦穆公이 평소에 펼치는 덕치德治

감명을 받고 있었으므로, 오히려 진군秦軍을 환영하였다.

 

      여이생呂飴甥은 어찌하여 세자 어를 데려오지 않았는가.

      국내가 불안정하여 데려오지 못하였습니다

 

      국내가 불안하다니 무슨 뜻인가

      군자들은 진나라의 은덕에 감사하고 있사오나!

 

      소인배들은 우리 진후晉侯께서 돌아오지 못할 거라며

      세자 어를 옹립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우리 진후晉侯께서 돌아오시는 날

      세자 어도 진나라에 오게 될 것입니다.

 

이리하여 진목공秦穆公은 국빈의 예로써 진혜공晉惠公을 잘 가도록

환송하였으며, 공손지公孫枝는 군사를 거느리고 국경까지 안내하고

배웅하면서, 볼모가 되는 세자 어를 데리고 조용히 돌아왔다.

 

아석衙晳은 진혜공晉惠公이 진나라에서 풀려나 곧 돌아온다는

소식을 듣게 되자, 크게 걱정이 되어 경정慶鄭에게 말한다.

 

      진혜공晉惠公의 성질로 보아 죽일 것이 분명하오.

      차라리 타국으로 피신하는 게 어떻겠소.

 

      그대 아석衙晳은 군신의 예 를 잘 알고 있지 않소.

      신하가 옳은 소리를 주저한다면

      어찌 충신이라 할 수 있겠소이까.

 

      나 경정慶鄭은 내 곧은 성격대로

      군신의 예를 다하며 죽기를 각오하겠소.

 

      경정慶鄭, 죽다니 너무 억울하지도 않소.

      경정慶鄭, 죽게 되면 후회도 못하게 되오.

      경정慶鄭, 어서 빨리 도망가시오.

 

원로대신 호돌狐突은 아석衙晳을 비롯한 강성絳城에 있던 대부들과

내시 발제勃鞮를 대동하였으며, 법가法駕를 이끌고 국경까지 나아가

진혜공晉惠公을 맞이하였다

 

      진혜공晉惠公과 포로가 되었던 극예郤芮,

      괵사虢射, 한간韓簡, 양유미梁繇糜, 가복도家僕徒,

      극보양郤步揚, 극걸郤乞 등이 모두 살아서 귀국한다.

 

      다만 괵석虢晳 만은 감옥에서 병을 얻어

      죽는 바람에 돌아 올 수 없었다.

 

진혜공晉惠公이 탄 법가法駕가 강성絳城에 이르러, 성문 앞에

이르러 늘어선 대부들의 영접을 받으며 지나가게 되었다.

 

이때 진혜공晉惠公은 늘어서 있는 속에서 경정慶鄭을 발견發見

하자마자, 고함을 지르며 눈빛에 살기가 돋아 흘렀다.

 

      아니. 경정慶鄭, 저놈이 아직도 살아 있었구나.

      어서 수레를 멈추게 하라.

      가복도家僕徒는 저놈을 이리 데리고 오라.

 

      네놈이 무슨 면목으로 영접하러 나왔느냐.

      주공, 신 경정慶鄭이 말하겠나이다

 

      나쁜 놈, 뭔 말을 하겠다는 거냐.

      주공, 신은 주공께 세 번이나 간한 바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흉년이 들었을 때

      신이 진나라에서 양곡을 꿔왔던바

 

      나라의 흉년에 양곡을 보내어

      보답하자고 말씀드렸습니다.

 

      나라가 쳐들어왔을 때 화평을 청하여

      전쟁을 막자고 말씀드렸습니다.

 

      주공은 우리의 잘 훈련된 말을 두고도

      훈련 못 받은 소사小駟의 애마를 썼습니다.

 

      주공은 옳은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그리하여 패한 것입니다.

 

      네놈은 과인이 흙구덩이에 빠졌을 때

      구해주지 않고 달아나 포로가 되었도다.

 

      주공, 신 양유미梁繇糜 이옵니다.

      바로 그때 경정慶鄭이 아니었다면

      진목공秦穆公을 사로잡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되었다면 주공께서는

      이렇게 고생하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저자는 겁을 내어 잘 싸우지도 않고 달아났으며

      대사를 그르치게 하였으므로 마땅히 죽여야 합니다.

 

경정慶鄭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진 아석衙晳이 앞으로 나오며

변명해주자, 양유미梁繇糜가 집요하게 처형을 주장했다.

 

      대사를 그르치게 하였다니,

      양유미梁繇糜는 무슨 말을 그리 하는가.

      나는 죽더라도 군신의 예를 다하는 사람이다.

 

      오늘 같은 날이 올 수 있음에도 타국에

      도망가지 않고 이 자리에 이렇게 있는 것이오.

      이제 다들 알아듣겠소이까.

 

      저놈의 주둥아리는 여전히 잘 지껄이는구나.

      주공, 죽을지언정 옳은 말을 하는 것이

      올바른 충신의 도리입니다.

 

      주공, 신은 주공께 죽음을 청하옵니다.

      신에게는 죽어야 할 세 가지 이유가 있나이다.

 

      신의 충성스런 말을 주공께서 들어주지 않았으니

      듣도록 하지 못한 것이 첫 번째 죄이며,

 

      점괘에 신이 차우車右를 맡아야 한다고 나왔으나

      신이 차우車右를 맡지 못한 것이 두 번째 죄이며,

 

      주공을 구출하려 다른 장수를 부르러 간 사이

      주공께서 진군秦軍에게 사로잡혔으니

      주공을 구출하지 못한 것이 세 번째 죄입니다.

 

      신은 주공을 돕지 못한 죄가 크옵니다.

      주공께서는 신에게 죽음에 명하십시오.

 

207 . 발제, 왜 죽이려고만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