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안) 열국지 201∼300 회

제 201 화. 어떨 때 하늘이 울고 땅도 우는가

서 휴 2022. 9. 14. 17:43

201 . 어떨 때 하늘이 울고 땅도 우는가.

 

진혜공晉惠公이 달아나듯 몰래 떠나고 있는 걸 보게 된 비표邳豹

진혜공晉惠公을 잡아 죽이자고 진목공秦穆公에게 간청하였다.

 

그러나 진목공秦穆公은 비표邳豹를 간신히 달래어 귀국길에 올랐다.

진군秦軍이 떠나고 나자, 뒤늦게 도착한 제나라의 관중管仲

그간의 경과를 자세히 들어보고 말하게 된다.

 

        중보仲父께선 어서 오십시오.

        소장 공손습봉恭遜襲封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과 진의 군사들이 몰려오니,

        적인狄人 들은 당할 수 없게 되자, 갑자기

        낙양성洛陽城 동문에 불을 지르고 도망쳤습니다.

 

        과 진, 두 나라는 어떠하였소.

        나라가 좋은 진용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나라가 진목공秦穆公을 중심으로

        똘똘 뭉쳐 나라를 잘 이끌고 있으니,

        앞으로 진 나라가 번성하겠구려.

 

        공손습봉恭遜襲封은 어떻게 생각하시오.

        이대로 돌아가면 제나라 체면이 서지 않소이다.

 

        더는 오랑캐들이 왕실에 쳐들어오지 못하게 하시오.

        곧바로 융주戎主를 찾아가 크게 꾸짖고 오시 오.

 

공손습봉恭遜襲封이 제군齊軍을 이끌고, 융주戎主에게 쳐들어가

공격하려 하자, 융주戎主가 항복하며, 불만을 털어놓는다.

 

        그대들은 왜 왕성을 침범하였는가?

        우리가 어찌 왕성을 침범하겠습니까?

 

        낙양성洛陽城 공격은 내가 시킨 게 아니오.

        왕실의 태숙太叔 가 이, , , ,

        , , 땅의 적인狄人 들에게 뇌물을 주어

        쳐들어가게 한 것을, 전혀 모르고 있었단 말이오.

 

공손습봉恭遜襲封이 왕실에 들어와 보고하자, 주양왕周襄王

그제야, 달아난 태숙太叔 가 선동한 것을 알고 분개한다.

 

        그렇다면 융족戎族의 단순한 침공이 아니라

        태숙太叔 의 모반이며, 역모가 아니겠는가.

 

        주상, 사실이 그러하옵니다.

        중보仲父께서 수고가 많으셨소이다.

 

이때 오랑캐 나라 융주戎主는 제군齊軍의 위세에 눌려 왕성에

사람을 보내어 용서를 빌며 우호를 청하였다.

 

        이에 관중管仲은 제나라의 체면을 세우게 된 것이며,

        또한, 주양왕周襄王의 위치를 단단하게 지켜준 셈이 되었다.

 

주양왕周襄王은 관중管仲이 융주戎主에게 다시는 반심을 품지

못하게 한, 그 공로를 인정하여 크게 잔치를 베풀며 감사했다.

 

        중보仲父, 자 여기 경사卿士 자리에 앉으시오.

        주상, 신은 제나라의 미천한 관리에 불과합니다.

 

        신보다 고귀한 분들이 많사온데

        어찌 과도한 대우를 받을 수 있겠나이까.

 

        중보仲父 , 그대의 훈공勳功을 아름답게 여기고,

        그대의 아름다운 덕에 보답하고자 할 뿐이로다.

 

        그대의 훈공을 잊지 않고 깊이 간직하려는 것이오

        나의 마음을 굳이 사양하지 말라.

 

        주상, 두 경사卿士 인 국씨國氏와 고씨高氏가 계시온데,

        만일 그 두 분이 입조入朝 하시면,

 

        천자께서는 어느 자리를 권하려 하시나이까.

        주상, 신에게 과분한 자리를 권하지 마시옵소서.

 

관중管仲은 끝내 왕실의 경사卿士 자리를 사양하고, 하경下卿

자리에 앉아 천자의 융숭한 대접을 받고는 돌아갔으며, 돌아가자

노병老病을 얻어 자리에 몸져눕게 되면서 일어나지 못하게 된다.

 

       악한 자에게는 큰 재앙이 따라오나 보다,

       진나라는 진혜공晉惠公이 즉위한 이후로

       해마다 곡식이 익지 않는 흉년이 들었다.

 

재위 5년이 되는 해에는 큰 흉년이 들어 나라의 창고가 텅텅 비게

되면서, 많은 백성이 먹을 것이 없어 굶어 죽는 형편에 이르렀다.

 

        이거 정말 큰 일이야.

        도성都城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더 많아지겠어.

 

        들은 어찌들 생각하고 있는 거요.

        무슨 대책을 세워야 하지 않겠소.

 

진혜공晉惠公은 흉흉해지는 민심에 목이 타들어 갔으며, 극예郤芮

여이생呂飴甥 도 민란民亂이 일어날까 안절부절 못하게 되었다.

 

        나라는 온 백성이 합심하여

        삼 년째 풍년을 맞이한다는데

        어떤 정책을 쓰기에 매년 발전만 하는 것이오.

 

        주공, 나라는 유민들을 끌어들여

        먹을 양식과 소와 말도 나눠주면서,

        열심히 농지를 개간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 비싼 소와 말까지 나눠준단 말이오.

        우리는 왜 그렇게 못하는 것이오.

        , 극예郤芮가 말씀 올리겠습니다.

 

        주공, 우리도 안정되면 얼마든지 할 수 있사오니

        조금만 기다리시면 좋을 때가 올 것입니다.

 

        하오나. 나라는 농사일에만 전념하다 보니

        군사력이 많이 약해져 있사옵니다.

 

        , 여이생呂飴甥 이옵니다.

        나라는 올해에도 대풍이라 하던데

        사자를 보내시면 어떠시겠는지요.

 

        보내고 싶으나, 하서河西 땅을 주지 않아

        마음에 걸려 어찌할 바를 모르겠소.

        이를 빌미로 삼으면 곤란하지 않겠는가?

 

        주공, 주지 않은 것이 아니라, 연기한 것이지요.

        주공, 주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하긴, 우리가 내주지 않겠다고 말한 적은 없도다.

 

        주공, 우리가 식량 원조를 요청하였는데

        만약 진나라가 거절한다면

        이는 우리와 수교를 끊는 것이 됩니다.

 

        그리되면 우리도 약속을 지키지 않아도 됩니다.

        하서河西의 땅을 주지 않아도 되는 명분이 생깁니다.

 

        일단은 구원을 요청해보시면 어떻겠습니까.

        이 어려운 판에 누가 사신으로 가려고 하겠소.

 

이웃 나라 중에 단지 진 나라만이 진나라와 제일 가깝고 또한

혼인으로 맺어진 인척의 나라였기 때문에 도움을 청하기에 가장

적합하고 좋은 나라였다.

 

하지만 그때까지 옛날 하서河西의 땅 5개 성을 할양하기로 한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었으며, 더구나 비정보丕鄭父를 비롯한

칠여대부를 죽인 사실을 이미 진나라가 알고 있는 바이므로,

이러한 일로 체면이 서지 않아 차마 도움을 요청하지 못하였다.

 

        주공, 신 경정慶鄭 입니다.

        신이 진나라를 다녀오겠습니다.

 

강직하고 올바른 대부 경정慶鄭은 진혜공晉惠公의 실정을 바로

잡고 싶었으며, 과 진의 원만한 합의 책을 건의하려 하였다.

 

        그러나 번번이 극예郤芮와 여이생呂飴甥에게 막혀

        뜻을 이루지 못하고 있었으며,

 

         3년이나 흉년이 들어 기근이 몹시 심해져

        백성이 굶어 죽어 나가고 있음에도

 

        극예郤芮와 여이생呂飴甥 등은 말만을 앞세우며

        진 나라의 구원을 요청하지 못하는 걸 보고는

 

        나라는 진 나라에 구원을 요청할 체면이

        아니란 걸 알면서도, 백성이 굶어 죽어 나가니

        참지 못하고 자청하여 진 나라에 가겠다고 한 것이다.

 

이런 딱한 사정을 모를 리 없는 진혜공晉惠公도 체면 불고하고, 즉시

대부 경정慶鄭을 사신으로 삼았으며, 귀한 보물과 벽옥을 주어,

어떻게 하던 진나라에서 양식을 구해오길 바라며 보내었다

 

        진후秦侯께 문안드리옵니다.

        의 사자는 무슨 일로 찾아온 것이오.

 

        우리 진 나라가 오 년간이나

        흉년이 들어 기근이 몹시 심하옵니다.

 

        우리 진 나라에 양곡을 빌려주시면

        그 은혜를 잊지 않고 곧 갚겠나이다.

 

대부 경정慶鄭은 진나라에 도착하자, 체면體面 불고不顧 하고

진목공秦穆公 앞에 엎드려 공손하게 말했다.


진목공秦穆公은 그때까지 진혜공에 대한 감정이 풀리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천하 패권을 꿈꾸는 군주답게 도량이 좁지는 않았다.

일단 경정慶鄭을 관사에 물러가 있게 한 후 중신들을 불러 모았다.

 

        , 모두 들어보시오.

        나라는 하서河西의 땅을 주기로 한

        약속도 지키지 않으면서 양식을 빌리러 왔소이다.

 

        신의 없는 진 나라에 식량을 빌려주어야 하겠소.

        아니면 보내지 말아야 하오?

 

        주공, 신 공손지公孫枝 이옵니다.

        빌려주는 것이 옳다고 보나이다.

 

        허허. 빌려주다니 말이 되겠소?

        나라를 도와준 게 적지 않은 바이나

        하나도 돌려받은 게 없지 않소.

 

        그래도 빌려주어야 한단 말이오.

        주공, 빌러 가고도 갚지 않으면 그들의 잘못입니다.

 

        주공, 이번에도 도우면 받을 것이 더 많아집니다.

        은혜를 갚지 않는 군주라면 백성들이 신의 없는

        군주로 보게 되어, 민심이 더욱 벌어지게 됩니다.

 

        그리하면 진나라 백성들은 자신들의 주공인

        진혜공을 미워하게 될 것이며,

 

        진나라 민심이 진혜공晉惠公과 멀어질 때

        우리가 그들을 치면 어찌 승리하지 않겠습니까?

        으흠, 일단 진혜공晉惠公과 백성들의 사이를

        아주 멀어지게 하자는 말인가?
        주공, 그렇사옵니다.

 

        주공, 신 비표邳豹 이옵니다.

        하늘이 내린 진 나라의 재앙입니다.

 

        얼마나 못됐으면 이리 큰 재앙을 내렸겠습니까.

        배은망덕 背恩忘德한 벌을 받는 것이지요.

        이는 이미 민심은 진혜공을 떠났다는 것입니다.

 

        이극里克에게 영지를 내리겠다고

        약속해놓고는 오히려 죽음을 주었고,

        충신들인 칠여대부를 모조리 죽였습니다.

 

        또한,진후晉侯로 세워 준 주공께도 주기로 언약한

        하서의 다섯 성을 내주지 않았습니다.

 

        주공께서는 이 기회를 놓치지 마시고

        진군秦軍으로 진나라를 무찔러버리십시오.

        지금 쳐들어가면 진 나라를 무너트릴 수 있습니다.

 

        주공, 신 요여繇余가 말씀드리겠나이다.

        올바른 사람은 남의 위기에,

        남의 이익을 취하지 않는 것이며,

        요행수 僥倖數로 성공하려 들지 않습니다.

 

        정도로써 양곡을 빌려주시어

        주공의 덕을 쌓으셔야 할 때이옵니다.

 

비표邳豹는 죽은 아버지 비정보丕鄭父의 원수를 갚고 싶어서 하는

감정이 여실히 드러나는 발언이었다.

이번에는 백발 성성한 노재상 백리해百里奚가 의견을 내놓았다.

 

        주공, 신 백리해百里奚 이옵니다.

        어느 나라나 천재지변은 일어날 수 있습니다.

        이 옷 나라를 돕는 것은 올바른 처사입니다.

 

        모두 옳은 말을 하는 것으로 보이오.

        우리를 배반한 자는 진나라 군주이고

        지금 굶주리는 사람들은 모두 진나라 백성 뿐이오.

 

        진혜공晉惠公은 근본이 악해서 경우를 모르지만,

        백성들이 무슨 죄가 있어 굶어 죽어야 하겠소.

 

        나에게 빚이 있는 자는 진의 군주이고

        기아에 허덕이는 자는 그의 백성이리라!

 

        나는 그 군주로 인해 그 화가 백성에게

        미치는 모습은 차마 보지 못하겠노라!

 

        들의 말대로 양곡을 빌려주도록 합시다.

        주공, 신들은 진실로 감축드리옵니다.

 

        주공의 넓으신 마음과 베푸시는 아량은

        우리 진나라의 복이 되어 돌아올 것입니다.

 

은 진나라에 많은 양곡을 보내주기로 하였다. 이에 수만

의 곡식을 배에 실어 보내주게 되는 일이 발생하게 된다.

 

그 당시는 곡식 열 말을 담은 1가마니를 1 이라 하였다.

이 일은 주양왕周襄王 5년인 기원전 647년에 일어난 일이었다.

 

202 . 왜 은혜를 갚으려 하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