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안) 열국지 201∼300 회

제 204 화. 악과 선의 대결인가.

서 휴 2022. 9. 16. 15:56

204 . 악과 선의 대결인가.

 

        주공, 소사小駟는 명마이긴 합니다만

        싸움터의 병거兵車를 끄는 말은 아니옵니다.

 

        소사小駟는 정나라에서 예물로 보낸 말이며

        겁이 많아 전쟁에 나갈 수가 없습니다.

 

        주공, 훈련이 안 된 말은 앞으로 나갈 때

        나가지 못하고, 뒤로 물러설 때 물러나지 못합니다.

 

        경정慶鄭. 저놈은 사사건건 반대만 하는구먼.

        시끄럽다.내 융로戎輅는 나의 애마로 끌게 하리라.

        경정慶鄭은 저리 빨리 비켜나거라.

 

나라 군영은 이처럼 서로의 지혜를 합하지 못하고 있을 그때,

백리해百里奚는 용문산龍門山에 올라가 한원韓原 들판을 한참

살펴보고 나자, 진목공秦穆公에게 작전계획을 말하게 된다.

 

        주공, 한원韓原의 넓은 벌판에서 싸우는 것은

        병거兵車 들의 싸움이 되고 맙니다.

 

        우리 병거兵車 400승과 저들 1000승의 싸움이라

        우리가 아주 불리하오며, 더구나 우리는

        군사軍士의 수가 진군晉軍 보다 많이 적습니다.

 

        하오나 우리 말들에게 산악 훈련을 시켜놓은바

        산에 기대어 골짜기를 이용하여 싸우면

        많은 진군晉軍을 대적할 수 있사옵니다.

 

        우리 포진布陣을 저 용문산龍門山으로 옮겨

        진군晉軍에 맞춰 3三軍으로 나누어 배치하고

 

        골짜기에서 흘러나오는 물로 달려오는 병거兵車

        흙탕에 빠지도록 흙구덩이를 만들어 놓아야겠습니다.

 

        또한, 서리보胥利父와 투리도鬪利道 에게는

        각기 300명씩을 이끌고 양편 숲에 숨어있다가

 

        진군晉軍이 혼란한 순간을 보게 되면

        진군晉軍의 허리를 자르도록 명령하겠습니다.

 

용문산龍門山 분수汾水와 황하黃河가 만나는 지점으로, 지금의

산서성山西省 하진河津의 북쪽에 있는 산이다.

 

모든 준비가 끝나자, 백리해百里奚는 진목공秦穆公과 진루陣樓

함께 올라, 진군晉軍의 포진布陣을 살펴보며, 또 이야기를 나눈다.

 

        나라는 우리보다 군사軍士의 숫자가 많으나

        주공, 전쟁은 숫자로 하는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주공께서는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우리는 예비 말이 한 마리당 세 마리나 되오나,

        저들 진군晉軍은 두 마리도 아니 됩니다.

        장기전을 펴도 우리가 이길 수 있습니다.

 

        주공, 우리는 저들을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 진군秦軍은 사기士氣 더 높으므로

        이제 진혜공晉惠公은 우리 손에 죽습니다.

 

        주공. 주공께서는 절대로 영채領寨에서

        나오지 마시고 멀리서 구경만 하시어야 합니다.

 

        공손 칩과 건병蹇丙과 요세繇勢 만이 지켜주오며

        앞서 연락을 취하는 건 난진欒軫이 뿐이옵니다.

 

        지켜줄 장수와 군사가 너무나 적사옵니다.

        주공. 영채領寨에서 나오시면 아니 됩니다.

 

        허 어, 조심할 것이오.

        좌 서장은 너무 염려치 마시오.

        하늘에 이치가 있다면 우리가 반드시 이길 것이오.

 

        좌서장左庶長, 열심히 싸워야 하오.

        반드시 이겨야 할 것이오.

 

진목공秦穆公은 침착하게 대답하였고, 이에 전투 준비를 끝마쳤는데,

진혜공晉惠公은 병거兵車 수와 군사의 수가 월등히 많음을 믿고서,

진목공秦穆公에게 아주 과감한 도전장을 보내는 것이다.

 

        우리 병거兵車 1000승이 진후秦侯를 기다리고 있소.

        군사를 몰고 되돌아간다면 뒤를 쫓지 않을 것이오.

 

        돌아가지 않는다면, 안위安危를 보장할 수가 없소.

        좋을 때, 어서 돌아가도록 하시오.

 

진목공秦穆公은 진혜공晉惠公의 도전장을 받자, 염치없는 놈이라고

크게 분하게 생각하였으며, 몹시 꾸짖는 담장을 보내게 되었다.

 

        염치없는 자가 어찌 이리 당당한가.

        이제, 너 진후晉侯는 우리 손에 죽으리라.

 

        큰소리만 치지 말고 어서 쳐들어와 봐라.

        내 그대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로다.

 

그때 진혜공晉惠公이 태복太卜 곽언郭偃에게 군 지휘권을 맡기려

하니, 잘 결정하셨다며 대부 경정慶鄭이 기쁘게 찬동하자,

 

진혜공晉惠公은 경정慶鄭을 싫어하는 바이므로, 이내 곧바로

바꾸어 가복도家僕徒에게 군사 지휘권을 맡기고 마는 것이다.

 

        전략가인 태사 곽언郭偃에게 맡겨야 합니다.

        좌우 장수들도 모두 곽언郭偃을 믿고 따릅니다.

 

        한번 결정한 일이다. 아무도 재론치 마라.

        주공의 거우車右는 대부 경정慶鄭에 맡겨야 합니다.

 

        아니다. 경정慶鄭 보다는 극보양郤步揚이 잘한다.

        아닙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허 어, 너도 반대만 하는 것이냐.

 

        괵사虢射는 중군中軍을 전진시켜라.

        도안이屠岸夷는 선봉장이 되어 쳐들어가라.

        . 이제 모두 진격하도록 하라.

 

군주가 타는 병거兵車를 어거御車, 융로戎輅, 초거軺車 라 불렀으며,

병거兵車에 함께 타고 병거兵車를 모는 사람은 앞의 가운데 서며,

존귀한 사람을 보호하는 사람을 거우車右 라 하며 오른쪽에 탄다.

옛날부터 차를 거로 불렀으므로, 라 표시하는 것이다.

 

        누렇게 물든 늦가을 한원韓原 벌판에는 수많은 깃발이

        펄럭거리게 되었으며, 진군秦軍 병거兵車 400승과

        진군晉軍의 병거兵車 1000승이 마주 보게 되면서,

        진군晉軍의 도전으로 전쟁은 시작되었다.

 

진혜공晉惠公이 큰 소리로 명령하여 진군晉軍이 나아가자, 이를

지켜보던 진나라의 공손지公孫枝가 앞으로 나아가 고함지른다.

 

        . 이 어리석은 진나라 놈들아.

        너희들은 은혜도 모르고 어찌 뻔뻔스럽기만 하냐.

 

이 말을 듣자 도안이屠岸夷 120근이 넘는 혼철창渾鐵槍을 꼬나

들고, 힘차게 중앙으로 뚫고 들어가 진군秦軍을 뒤흔들고 다닌다.

 

        건병蹇丙 도 양어깨에 큰사슴 두 마리를 

        하나씩 메고 달리는 힘센 장사壯士 이다

 

건병蹇丙과 도안이屠岸夷가 어울려 살기등등殺氣騰騰 하게 50 합을

싸우고 있어도, 서로 간에 진땀만 흘릴 뿐이며 끝이 나지 않는다.

 

        좋다. 오랜만에 싸울만한 장수를 만났도다.

        우리 빈손으로 한번 싸워보자.

 

        좋다. 병거兵車에서 내려와 맨손으로 싸워보자.

        그래, 좋도다. 이제 둘 중의 하나가

        천하의 진정한 영웅이 되는 거다.

 

        , 주변 사람은 저리비켜라. 아무도 말리지 마라.

        조금이라도 도움을 받는다면 사내자식이 아니리라.

 

전쟁터에 때아닌 진풍경이 벌어졌다. 진목공秦穆公은 건병蹇丙

걱정되어 자기도 모르게 영채領寨 밖으로 나간다.

 

        두 사람은 주먹과 팔다리로 싸우다가 서로 엉겨 붙는다.

        분간하기 어려울 만큼 한동안 뒤엉키다가

        건병蹇丙이 도안이屠岸夷의 머리통을 잡고 끌고 간다.

 

        도안이屠岸夷가 끌려가는구나.

        어서, 도안이屠岸夷를 구하라.

 

진혜공晉惠公은 도안이屠岸夷를 구하고자, 고함지르며 한간韓簡

양유미梁繇糜를 좌측으로 공격하게 하며 우측은 친히 쳐들어간다.

 

        진군晉軍이 세 줄기로 쳐들어오는 걸 보고,

        백리해百里奚는 군사를 둘로 나누며,

        또한 때에 따라 다섯으로 나누기도 하며

        적극적으로 진군晉軍에게 대응하는 것이다.

 

중군의 진혜공晉惠公은 융로戎輅를 몰고 앞으로 달려가다가,

공손지公孫枝를 만나니, 맞서 싸우라며 가복도家僕徒에게 명한다.

 

        힘센 공손지公孫枝에게 가복도家僕徒가 어찌 당하랴.

        진혜공晉惠公은 괵사虢射에게 융로戎輅를 몰게 하며

        가복도家僕徒를 구하려 너무 깊숙이 달려간다.

 

공손지公孫枝는 몸집이 유별나게 크며, 얼굴이 붉은 사과처럼

새빨갛고, 콧수염은 교룡蛟龍 처럼 굵게 틀어 올렸으며,

 

보통 사람보다 서너 배나 크고 무거운 창을 들고, 진혜공晉惠公

발견하고는 창으로 힘차게 땅을 치며 벼락같이 고함을 질렀다.

 

        이 배은망덕한 진혜공晉惠公 .

        어서 서지 못하겠느냐.

        싸울 줄 아는 놈은 한꺼번에 다 덤벼라.

 

너무나 큰 소리에 놀라, 진혜공晉惠公과 괵사虢射는 납작 엎드리고

소사小駟의 애마愛馬 들은 몹시 놀라, 허공으로 앞발을 치켜들었다.

 

        소사小駟의 애마들이 놀라면서, 융로戎輅

        휘청거리다가 진흙탕 속으로 빨려들고 말았다.

 

괵사虢射가 잘 못하자, 진혜공晉惠公이 직접 채찍질해도, 훈련받지

않은 소사小駟의 애마들은 점점 흙탕에 더 깊이 들어가고 있었다.

 

진혜공晉惠公은 채찍을 휘두르며, 말들을 진흙탕에서 나오게 하려

하였으나, 애마들은 쓰러져 흙탕 속에 주저앉고 마는 것이었다.

 

        마침 경정慶鄭이 지나가는구나.

        경정慶鄭은 빨리 이리로 오라.

        경정慶鄭은 빨리 나를 구하러 오라.

 

        괵사虢射는 어디에 두고 신을 부르십니까.

        주공, 극보양郤步揚과 괵사虢射를 찾으십시오.

 

        주공, 신은 나의 부대로 빨리 돌아가야 합니다.

        주공, 금방 다른 장수를 보내드리겠습니다.

        주공, 조금 기다리면 지원군이 올 것입니다.

 

지나가던 경정慶鄭은 제 갈 길로 가버리고, 괵사虢射는 지쳐 있고,

극보양郤步揚 가까운 병거兵車 들을 불러 빨리 구하려 하였으나,

 

공손지公孫枝가 커다랗게 고함지르며, 진혜공晉惠公에 다가가자,

진군秦軍의 군사들이 새까맣게 에워싸기 시작하였다.

 

        이때 양 숲에 숨어있던 서리보胥利父

        투리도鬪利道의 복병들이 큰 함성을 지르며

        용감하게 진군晉軍의 허리를 자르며 달려드니

        진혜공晉惠公을 호위하는 진군晉軍 둘로 나뉘어 졌다.

 

한편. 진목공秦穆公은 건병蹇丙과 도안이屠岸夷의 싸움을 보려다가

영채領寨에서 너무 많이 나와 있는 걸 모르고 있었다.

 

        좌군의 한간韓簡은 열심히 싸우다가

        진목공秦穆公이 외롭게 서 있는 걸 보고는

        진군秦軍의 중앙으로 쳐들어갔으며,

 

        곧바로 진목공秦穆公과 마주치게 되자,

        큰 칼을 비켜 들고 달려들고 있었다.

 

        마침 서걸술西乞術이 이를 보고 뛰어들었으며

        한바탕 큰 싸움이 치열하게 벌어지게 되었다.

 

한간韓簡과 서걸술西乞術30 합을 싸우고 있는데, 진군晉軍

아석衙晳이 나타나 합세하며 달려들자, 당황한 서걸술西乞術

한간韓簡의 창을 비키려다가 병거兵車에서 떨어지고 말았다.

 

        저 떨어진 패장敗將은 아무 쓸모 없다.

        떨어진 놈보다, 진목공秦穆公을 잡아야 한다.

        모두 진목공秦穆公을 사로잡아라.

 

한간韓簡이 병거 밑으로 떨어진 서걸술西乞術을 내버려 두고

군사를 휘몰아 진목공秦穆公을 향하여 돌격해 들어간다.

 

이제는 공손 칩과 요세繇勢가 열심히 보호하나, 진목공秦穆公

지켜줄 장수도, 군사의 수도, 너무 없어 큰일 나게 생기고 말았다.

 

        . 양유미梁繇糜가 쫓아가오.

        아석衙晳과 한간韓簡은 나와 함께

        반드시 진목공秦穆公을 사로잡아야 하오.

 

양유미梁繇糜, 한간韓簡, 아석衙晳이 진목공秦穆公을 에워싸며,

사로잡으려 사이를 좁혀드니, 진목공秦穆公은 위기 절명이 되었다.

 

        백리해百里奚가 이를 보고 구하려 깃발을 자꾸 흔드나,

        진목공에게는 영채를 지키는 적은 군사만 있었으며

        다른 군사들도 제가끔 싸우느라 소수만이 모여든다.

 

공손 칩과 요세繇勢와 호위 군사들은 사력을 다하고 있었으나

진목공秦穆公은 죽거나, 사로잡히는 상황에 부닥치게 되었다.

 

수많은 진군晉軍의 병사들에게 포위당하기 시작하며 사로잡히게

될 순간에 처한 진목공秦穆公은 하늘을 우러러 보며 한탄하였다.

 

        원한도 풀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하다니

        아 아. 너무나 억울하도다.

        하늘이시여. 정녕 나를 버리시나이까.

 

진목공秦穆公이 한탄하는 사이에도 양유미梁繇糜, 한간韓簡,

그리고 아석衙晳과 더 수많은 진군晉軍이 모여들어 서로 협공하며,

진목공秦穆公을 사로잡으려, 더욱 에워싸면서 좁혀만 들어간다.

 

        우리 은주恩主에 손대지 마라

        우리 은주恩主에 손대지 마라

 

이때 서쪽 언덕에서 난데없는 300여 용사들이 고함지르면서,

뛰어 내려와 진목공秦穆公 앞을 가로막으려고, 큰 칼을

휘두르면서 진군晉軍과 용감하게 싸워주는 일이 발생한다.

 

        난데없는 300여 명의 용사는 다듬지 못한

        긴 머리칼을 휘날리며,

        소매도 없는 저고리에 짚신을 신고

        큰 칼을 휘두르면서 정예병 이상으로 잘도 싸워준다.

 

난진欒軫 이도 나타나 300여 용사들과 함께 진목공에게 다가오지

못하도록 죽기 살기로 싸우나, 너무 허약한 모습으로 위기를 맞는다.

 

205 . 인간의 도리는 어떤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