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안) 열국지 201∼300 회

제 202 화. 왜 은혜를 갚으려 하지 않는가.

서 휴 2022. 9. 15. 16:15

202 . 왜 은혜를 갚으려 하지 않는가.

 

        위수渭水는 진나라 땅을 적시며

        나라 도성인 옹성雍城을 지나가다가

        흘러 흘러 황하黃河에 합류하게 된다.

 

        황하黃河와 합해져 동쪽으로 내려가다 보면

        황하黃河의 지류인 회수澮水를 만나게 되며

 

        회수澮水를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나라의 도성인 강성絳城에 닿는다.

 

        13백여 리의 이 긴 물결을 온통

        진나라의 양곡 배들로 가득 채웠다.

        나라 백성들의 굶주림을 해결할 배들이다.

 

        나라 배들이 총출동하여

        옹성雍城과 강성絳城 사이에 수많은 배가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그 끝이 보이지 않았다.

 

춘추지春秋誌에도 그당시 배에 실어 운반하는 큰 일을 대역사大役事

라고 하였으며, 범주지역汎舟之役 이라고 기록하였다.

 

이 일로 인하여 진목공秦穆公은 덕이 있는 군주라며, 소문은 소문을

낳으며 중원中原에 널리 퍼져나가면서 칭송을 받게 되었다.

이에 사관이 시를 지어 진목공秦穆公의 선행을 찬사 하였다.

 

       晉君無道致天災 (진군무도치천재)

       진의 군주가 무도하여 하늘의 재앙을 불러들였구나.

 

        雍絳紛紛送粟來 (옹강분분송속래)

        옹성과 강성 간에 양곡 실은 배들이 분주하도다!

 

        誰肯將恩施怨者 (수긍장은시원자)

        누가 원수에게 은혜를 베풀려 하리오마는

 

        穆公德量果奇哉 (목공덕량과기재)

        목공의 큰 도량은 진실로 보기 힘든 일이었네.

 

비로써 기근을 면하게 된 진나라 백성들은 하나같이 진나라의

도움에 감격하며 눈물을 흘리면서 주린 배를 채우게 되었다.

 

        나라의 양곡 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소이다.

        나라는 참으로 고마운 나라요.

        나라에 큰 빚을 지고 있소이다.

 

        우리 진나라가 다 갚아야 할 빚이 아니겠소.

        우리 진나라는 하루빨리 갚아야 할 터인데.

        우리 진나라는 정말 문제가 많아 큰 일이오.

 

나라 백성들은 다 같이 진나라의 도움에 크게 감동感動

하였지만, 진혜공晉惠公과 그 일행들만은 달리 생각하고 있었다.

 

        그냥 줄 리가 있겠는가.

        하서河西의 다섯 성을 받아내기 위한 수작酬酌 이야.

        고운 마음으로 주는 것은 결코 아닐 것이로다.

 

이때 강성絳城의 정보를 수집하기 위하여 황하黃河를 건너간 진秦의

난진欒軫 일행은 한 촌락에서 큰 싸움이 벌어진 광경을 만난다.

 

        도둑놈들을 죽여라. 모두 죽여라.

        한 놈도 빼놓지 말고 죽여라.

 

시퍼런 긴 칼을 든 도둑들을 몽둥이만 든 마을 사람들이 겁 없이

몰아내고 있었으며, 이를 본 난진欒軫 일행도 뛰어들며 합세하여

주니, 도둑 때들은 몹시 당황하면서 겁이나 줄행랑을 치고 말았다

 

        난진欒軫 . 난진欒軫 이가 아니냐.

        아니 매형. 여기서 무얼 하십니까.

 

        이곳에 내 친구가 있어 찾아왔다.

        너는 뭐 하러 여기까지 왔느냐.

 

        그냥 지나가는 길이었습니다.

        어떤 분들이 시온지 정말 고맙습니다.

 

        난진欒軫 . 인사 올려라.

        내 친구 부친이시며, 촌장님이시다.

 

        . 난진欒軫 이라 불러주십시오.

        이 두 사람은 저와 같은 일행이옵니다.

 

        젊은이들 정말 고맙소.

        하온데 촌장村長 , 도둑들은 칼을 들고 설치는데

        . 죽이지 않고 몽둥이로 때리십니까.

 

        허 어. 죽이면 보복이 따라오지 않겠소.

        몇 년 전에도 몽둥이로 쫓아냈으며

        이번에도 죽이지 않고 보내는 것이지요.

 

        이번에는 내 아들 친구 서리보胥利父가 있어

        단단히 혼을 내줬으니 또 못 올 것이오.

 

        . 다 같이 들어가 식사라도 합시다.

        난진欒軫 , 내 친구이다. 인사드려라.

 

        . 난진欒軫 이라 불러주십시오.

        나는 범 골에 사는 투리도鬪利道 .

 

        지금부터 형님이라 불러도 되겠습니까.

        매형과 친구분이시니 괜찮겠지요.

        허 어, 그래라 형이라 불러도 좋다.

 

        매형. 친구분도 무예가 대단하시더군요.

        그렇다. 나하고 자웅을 겨루는 실력이다.

 

        매형. 왜 저를 찾아오지 않습니까.

        너의 신세를 지기 싫어서다.

 

        그러지 마시고 작은 누님과 큰 누님이

        한 번이라도 만나게 하시면 안 되겠습니까.

 

        매형. 작은 누님의 소원을 들어주세요.

        그리고요, 작은 누님과 함께 옹성雍城으로

        이사 오시면 얼마나 좋겠어요.

 

        할아버지께서 곧 중요한 일이 생길 거라며

        훌륭한 인재들을 많이 모으고 있으니

 

        투리도鬪利道 형님, 아시지요.

        매형과 같이 낙우당樂于堂에 오시 어

        할아버지를 꼭 만나보셔야 합니다.

 

몇 개월이 지나자, 난진欒軫의 매형 서리보胥利父와 그의 친구인

투리도鬪利道가 낙우당樂于堂을 찾아오게 된다.

 

백리해百里奚는 난진欒軫의 설명을 듣자, 두 사람의 인물 됨됨이를

훑어보고 난 후에, 병부의 요세繇勢에게 보낸다.

 

        요세繇勢는 두 사람과 각각 대련對鍊을 해보고 나자,

        두 사람의 무예가 뛰어남에 크게 만족하며,

 

        백리시百里視에게 추천하여 장수將帥

        다음 자리인 부장副將이 되게 하였다.

 

하늘은 나라들의 풍년豐年을 이리저리 옮겨가며 베푸는 모양이다.

2년이 지나자, 이제는 진나라에 심한 가뭄이 들었다.

 

엄청난 흉작으로 백성들이 고생하게 되고, 나라는 생각지!

않은 풍년이 들어 오랜만에 여유가 생겨났다.

 

        어느 나라나 천재지변天災地變은 일어난다고 하셨지요?

        이제야 좌서장左庶長의 말뜻을 알겠소이다.

 

        그때 진에 양곡을 지원하지 않았다면

        어찌 진에 양곡을 요청할 수 있겠소.

 

        주공. 신 비표邳豹 이옵니다.

        진혜공晉惠公은 신의가 없는 자입니다.

        하여도 양곡을 보내지 않을 것입니다.

 

        설마. 그럴 리가 있겠소.

        대부 영지鈴至는 진의 도움을 받도록 해보시오.

        어서 다녀오도록 하시오.

 

나라의 대부 영지鈴至가 진나라에 찾아가, 흉년이 들었다며

도움을 요청하자, 진혜공晉惠公이 조례朝禮에서 이를 말하게 된다.

 

        에서 양곡을 지원하여 달라는데

        어찌하면 좋겠소. 어서들 말해보시오.

 

        주공, 신 대부 경정慶鄭 이옵니다.

        우리도 진에서 양곡을 빌려왔으니

        우리도 보내주는 것이 당연한 도리이옵니다.

 

        들의 생각을 말해보시오.

        과 가까운 하서河西에서 보내주면 어떻겠소.

 

나라에서 양곡을 꿔왔던, 대부 경정慶鄭이 당연하다고 말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극예郤芮가 앞으로 나서면서 반대하는 말을 한다.

 

        주공. 에 꼭 양곡을 보내야 하겠습니까.

        , 도움을 받았으니 줘야 하지 않겠소.

 

        하서河西의 땅은 어쪄시려 하나 이 까.

        양곡은 보내고 하서河西의 땅을 내주지 않으면

        아무 소용없는 일이 되고 맙니다.

 

        나라는 이제 적국으로 생각하셔야 합니다.

        양곡을 보내어 적을 강하게 만들 순 없습니다.

 

극예郤芮가 반대하자, 언제나 곧은 성격으로 정도를 지키고 있는

대부 경정慶鄭이 몹시 화가나 앞으로 나서며 큰 소리로 부르짖는다.

 

        지난번, 신이 양곡을 요청하였을 때

        나라는 두말없이 보내주어

        우리 모두가 큰 어려움을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순수하게 베풀어준 은혜를 저버리고 이 옷의 불행을

        방관하는 것은 올바른 군주의 도리가 아니옵니다.

 

        이제 우리가 양곡을 보내지 않으면

        나라 백성들에게 우리 진나라에 대한

        원망을 점점 커지게 만드는 것입니다.

 

        원망이 커지고, 싸이다 보면

        우리 진나라에 큰 재앙이 될 수 있습니다.

 

        주공, 신 여이생呂飴甥 이옵니다.

        하서河西의 땅을 받으려 양곡을 보내준 것입니다.

 

        양곡을 주어도 하서河西의 땅을 내주지 않는다면

        그들은 우리를 계속 원망할 것입니다.

 

        과인은 단지 곡식만을 보낼 생각이오.

        범주지역汎舟之役에 대한 보답은 해야지 않겠소.

 

        주공, 이래저래 원망을 들을 바에는

        뭐 하러 양곡을 보내준단 말입니까.

 

        주공, 신 경정慶鄭 이옵니다.

        남의 불행을 다행으로 여기선 아니 됩니다.

 

        남의 은혜를 배반하는 것은 불의가 됩니다.

        서슴지 말고 빨리 보내줘야 합니다.

 

모든 이야기를 조용히 듣고 있던 한간韓簡이 참지 못하고, 급히

앞으로 나서며 경정慶鄭의 주장이 옳다고 거드는 말을 하게 된다.

 

        주공. 경정慶鄭의 말이 옳습니다.

        지난번에 진이 양곡을 보내주지 않았다면

        주공의 입장이 어떠하였겠습니까.

 

이때 괵사虢射가 벌떡 일어나더니, 더 과격한 말을 하게 되면서,

극예郤芮 와 여이생呂飴甥의 편을 들고 마는 것이다.

 

        하늘이 우리에게 심한 흉년을 들게 하였을 때

        그때 만약 진나라가 쳐들어왔다면

        우리 진 나라를 빼앗을 수 있었으나

        그들은 하늘의 뜻을 몰라 턱없이 양곡을 보낸 것입니다.

 

        이제 진나라에 흉년이 들었으니

        하늘의 뜻에 따라, 나라에 쳐들어가

        우리의 땅으로 만들어 우리 한을 풀어야 합니다.

 

        허허, 그대들의 말이 옳소. 참으로 현신들이오.

        과인은 이제 경들의 뜻에 따르겠소.

 

진혜공晉惠公은 만족한 듯이 크게 웃음 띠며 괵사虢射 편을 들고는

조례朝禮 석상에 진나라 사신 영지鈴至를 부르라고 하였다.

 

        우리나라가 여러 해 흉년이 들어

        흩어졌던 백성들이 이제 겨우 모여들고 있소.

 

        겨우 먹을 만큼만 있으니 안타까운 일이오.

        어찌할 수 없어 미안하오.

 

        저희 주공께서는 이웃의 환난患難은 도와줘야 한다며

        군후의 위기를 여러 번 도와주시었고,

 

        이웃의 굶주림을 보고만 있을 수 없다며

        지난번에 양곡을 보내드린 것입니다.

 

        이제 신을 빈손으로 돌아가게 하신다면,

        참으로 보고 할 면목이 서지 않게 되옵니다.

 

        사정이 이러하니 어쩔 수가 없구려.

        우리나라 사정을 잘 이해하여 주시 오.

 

진혜공晉惠公이 미안한 듯 변명하고 있는데, 불쑥 극예郤芮

여이생呂飴甥이 영지鈴至를 쳐다보며 크게 꾸짖는 말을 한다.

 

        영지鈴至 . 네 이놈아.

        너는 비정보邳鄭父와 공모하여

        우리를 죽이려 하지 않았느냐?

 

        영지鈴至 . 너의 진후秦侯에게 말하여라.

        우리 진나라 곡식을 먹고 싶다면

        군사를 몰고 와 빼앗아 가라고 하여라.

 

        이제 곧 양나라와 합세하여

        너의 진나라를 패망시키고 말겠도다.

 

대부 영지鈴至는 몹시 당황하여 서둘러 돌아가게 되고, 이런 정황을

지켜보고 나오는 경정慶鄭과 한간韓簡은 치밀어오르는 분노에

가슴을 끓이면서 태복太卜인 곽언郭偃을 만나러 간다.

 

203 . 유비무환이 얼마나 중요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