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안) 열국지 101∼200 회

제 198 화. 상대를 먼저 아는 자가 이긴다.

서 휴 2022. 9. 12. 19:55

198 . 상대를 먼저 아는 자가 이긴다.

 

두원관杜原款이 안내한 대로 큰 수레에는 세자 신생申生이 앉아서

말하며, 호돌狐突은 묻는 말에 눈물을 흘리며 대답하고 있었다.

   

       상제上帝께서 내 어진 마음과 효를 가상히 여기시어

       나에게 교산喬山의 주인으로 명하셨소.

 

       이오夷吾가 어머니 같은 가군賈君에게 무례를 범하여

       나는 그 불결함을 싫어하는 바이라

 

       내 시신을 개장하는 일을 물리치려 악취를 풍겼으나,

       여러 중인의 뜻을 거역할 수 없어 중지시킨 바이오.

 

       진나라의 군주는 지혜와 덕을

       두루 갖춘 현인이라 하오.

 

       내가 이 진의 땅을 진의 군주에게 주어

       그에게 나의 제사를 받들도록 하고자 하오.

 

세자 신생申生의 이 말은 곧 진나라가 망한다는 뜻이었으므로,

깜짝 놀란 호돌狐突은 황급히 만류하며 대답하게 된다.

 

       국구國舅의 생각은 어떠시오?

       세자, 세자께서 비록 이오夷吾를 싫어하시나

 

       이 백성들은 무슨 죄가 있겠습니까?

       또한, 의 선조들이 무슨 죄가 있겠나이까?

 

       세자께서는 동성을 버리시고

       이성으로부터 음식을 얻어 드시려 하는 것은

 

       세자님이 생각하시는 어진 마음과 효에 대해

       벗어나는 일이 되는 것이옵니다.

 

       세자께선 진에 계속 머물러 계셔야 하옵니다.

       어느 나라나 이성의 제사는 지내주지 않나이다.

 

       국구國舅의 생각이 그러한 것이오.

       세자, 조상의 나라를 먼저 생각하시옵소서.

 

       국구國舅의 마음을 잘 알겠소.

       그러나, 이미 상제에게 고한 바이라

       다시 상주하여 국구國舅의 말에 따르도록 해보겠소.

 

       국구國舅는 이곳에 7일간만 머무르시오.

       포성袌城의 서쪽에 있는 한 무인巫人이 찾아갈 것이오.

 

       내가 그 무인巫人에게 내 말을 전하겠으니

       그때 그 무인巫人이 찾아가 말해줄 것이오.

 

       국구國舅는 이제 돌아가십시오.

       국구國舅께선 안녕히 가십시오.

 

두원관杜原款이 헤어지자고 말하자, 호돌狐突은 두원관杜原款

수레에서 내리려다가 실족하여 땅에 떨어졌다.

   

그사이에 세자 신생申生과 두원관杜原款의 수레가 홀연히 사라져

버리고, 호돌狐突은 꿈에서 깨어난 듯 외관外館누워있었다.

 

       내가 어찌하여 이곳에 누워있는가?     

       국구國舅께서 제사가 끝나며 축문을 불사른 후에

       마지막 절을 올리시다가 갑자기 쓰러지셨나이다.

 

       흔들어 보아도 깨어나지 않으시어

       우리가 부축하여 이곳 외관外館에 모시고 왔나이다.

       이제 무사히 깨어나시니 참으로 다행이옵니다.

   

호돌狐突은 기이한 꿈을 생각해 내었으나, 아무에게도 이야기를

하지 않고, 몸이 아프다는 핑계를 대고 외관外館에 계속 머물렀다.

 

꿈에서 이야기한 7일째 되는 날, 미시未時 인 늦은 저녁 8시가 되자,

외관外關의 문을 시키는 사람이 와서 보고했다.

   

       포성袌城의 서쪽에 사는 한 무인巫人

       찾아와 꼭 뵙기를 청하고 있사옵니다.

 

       허 어, 어서 빨리 모시어라.

       그리고,  주변의 사람들은 모두 물러가거라.

 

외관外館의 방으로 인도된 무인巫人은 호돌狐突에게 정중한

인사를 올리고 나서는 조심스레 말하기 시작했다.

   

       소인은 귀신과 말을 통하는 사람입니다.

       교산喬山의 산신山神은 지난날 진의 신생申生 입니다.

 

       세자께서 국구國舅께 말씀을 전해라 하셨나이다.
       세자께서는 무슨 말씀을 하셨던가?

 

       천제께 다시 상주하여 국구國舅의 청원대로

       진나라에는 아무런 해도 없을 것이니

       안심하라고, 그대로 전하라 말씀하셨나이다.

 

       다만, 천륜을 욕되게 한 자는 용서할 수 없다 하시며

       그 죄인의 후세를 참하여 교훈을 주리라 하셨나이다.

 

       벌을 받을 사람은 누구라고 하던가?

       단지 이 말만 전하라고 하셨습니다.

       소인은 누구를 말하는지 모르옵니다.

 

호돌狐突은 세자 신생의 말을 전해 듣고 아무것도 모르는 체하며

물었으나 더는 말 못 하자황금과 패백을 무인巫人에게 주면서,

이 모든 이야기를 타인에게 함부로 발설하지 못하도록 당부했다.

   

       무인巫人이 감사의 말을 올리고 물러가자,

       호돌狐突은 곧바로 외관外館을 떠났으며,

       강성絳城으로 돌아오자마자,

 

       비정보丕鄭父의 집을 찾아가 아직 그가

       진나라에서 돌아오지 않았다는 걸

       비정보丕鄭父의 아들 비표丕豹를 만나 확인하였다.

 

그리고 태사 곽언郭偃을 찾아가 고원高原에서 일어났었던 꿈

이야기를 들려주며.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지를 물어보게 된다.

 

       지금의 주군은 하는 일마다 도리에 벗어나니

       반드시 명대로 살지 못할 것입니다.

       다음 군위는 중이重耳 공자에게 돌아갈 듯싶소이다.

   

이런 일이 있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강성絳城에서는 이상한 노래가

유행했다. 국어國語는 노래의 내용을 다음과 같이 전해주고 있다.

 

       올바르게 예를 갖추어 개장한다 해도
       좋은 보답은 없을 것이네.
       누가 이 사람을 이렇게 냄새나게 하였는가.


       올바르게 하고자 해도 들어주지 않았고
       신실하고자 해도 정성을 보아주지 않는다네.


       나라에 법도가 서지 않으니
       자리를 훔친 자가 요행히도 살아남았구나.


       바르게 고치지 않는다면 나라의 운명은 기울어지리.
       백성은 지금을 두려워하며 신생申生을 그리워 하네.

       각자 뜻을 모아 귀의할 새 군주를 바라고 있다네.
       아아, 지금의 군주는 물러나야 한다네.


       나라를 생각하니 마음이 슬프도다.
       14년의 세월이 흐른 뒤에 후사後嗣가 끊어지리라.


       책에 있는 공자가 돌아오는 날
       우리는 그에게 의지하리라.


백성들 사이에 이런 노래가 자꾸 퍼져나가며 유행하자, 이상하게

생각한 호돌狐突태사 곽언郭偃을 찾아가 물어보게 된다.


       14년의 세월은 무엇이며,

       책의 공자란 누구를 말함이오?

       진나라는 14년 후에 새로운 바람이 불 것입니다.

       지금의 주공이 패망한다는 뜻이지요.

 

       아마도 진나라에 곤욕을 치를 것입니다.

       그 장소는 한이란 땅이 될 것이며

       책땅에 머무는 중이重耳 공자가 돌아올 것이오.


       진과 진이 전쟁을 벌일 것이라는 말이오?
       그렇소. 은 진에 의해 패할 것입니다.


       그 싸울 장소가 한이라는 말입니까?
       허, 정말, 그렇소이다.


       한이라면 구체적으로 어디를 말함이오?
       한의 들판은 곧 한원韓原을 말하는 것이오.


그때 곽언郭偃은 예언을 말하면서 지금의 군주인 진혜공晉惠公

대하여는 일절 말하지 않았으나 모든 사람이 짐작할 것으로 알았다.

 

그 무렵 진목공秦穆公은 신료들과 함께 조례 석상에서, 여러 사안을

검토하며, 격의 없는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양산梁山의 말 목장은 어찌 되어가고 있소.

      주공, 올해 들어와 년 차입니다.

 

      이제 이천 마리가 넘었습니다.

      이삼 년 안에 삼천 마리는 넘으리라 봅니다.

 

      군용으로 얼마나 배급하고 있소

      지난해부터 일 년에 오백 마리씩 나갑니다.

 

      출하되는 오백 마리중에는

      군용으로 이백 마리가 나가며

 

      타고 다니는 승용乘用으로 이백 마리이며,

      짐을 싣고 나르며 수레를 끄는 만용輓用,

      또한, 농사를 짓는 태용 駄用으로 일백 마리가 나갑니다.

 

      소 목장은 어찌 되어가오.

      소 목장이 좀 어렵습니다.

 

      워낙 많이 먹어대며 숫자가 많다 보니

      목초지도 그렇고 사료 공급이 너무나 어렵습니다.

 

      해결 방법이 무엇이라 생각하시오.

      송아지로 태어나 45개월이면 젖을 떼고

      풀이나 사료를 먹기 시작합니다.

 

      태어나 이년이면 번식을 할 수 있사온데

      사료가 많이 드니 미리 배급할까 합니다.

 

      미리 배급하다니요.

      주공, 생후 육칠 개월이 지나면 풀을 먹게 되니

      출하해도 괜찮사오며 사료를 많이 절약할 수 있습니다.

 

      배급받은 소를 마을에서 좀 더 키우면서

      길을 들여 농사를 짓게 하는 것이지요.

 

      소 목장은 소를 배급할 때 사사로이 시장에

      내다 팔지 못하도록 단속을 시켜야 할 것이오.

 

      소나 말이나 일일이 등재登載를 하고 있사오며

      때에 따라 점검하고, 확인하고 있습니다.

 

      농지農地 개척은 좀 어떻소.

      순조롭게 잘 진행되고 있습니다.

 

      주공, 신 건숙蹇叔 이옵니다.

      곡식과 소와 말을 함께 배급하게 되니,

 

      처음에 50개 마을에서 시작한 것이

      이제는 500개 마을 전체가 서로 하겠다, 합니다.

 

      유민들도 속속 들어오고 있어,

      이들을 외롭지 않게 마을 공동체共同體

      골고루 이주시키고 있습니다.

 

      앞으로 오륙 년만 더 진행하면 좋겠사 온데,

      먼저 선처하여주시어야 할 일이 있습니다.

 

      무엇이오. 말해 보시 오.

      사람의 힘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소와 말의 출하 숫자를 늘려주시옵소서.

 

      좌서장 左庶長은 어떻게 생각하시오.

      군용軍用과 관용官用을 줄이더라도 우선으로

      마을 농사일에 더 배정할 수가 있겠소.

 

      주공, 소와 말의 숫자를 좀 더 늘려 출하하도록

      좀 더 살펴, 더 보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주공, 양곡 배급 시기를 앞당겨 주시면서

      배급량을 조금 늘려주셔야겠습니다.

 

      좌서장 左庶長에게 묻겠소.

      유민들에 대한 양식을 조금 늘려줄 수 있겠소.

 

      주공, 신 백리해百里奚 이옵니다.

      유민들이 늘어나 양곡 소비가 많아졌사오니

      나라의 비축량을 조정하여야 합니다.

 

      주공께서 승낙承諾 하여주십시오.

      그 일은 중신重臣 들과 상의相議 하시오.

 

      공자 칩은 대답해보시오.

      요즘 진나라는 어찌 돼가오.

 

공손 칩이 앞으로 나서며 난진欒軫을 시켜, 의 동정을

살핀 내용을 이야기하려고 하는데 파발이 들어온다.

 

      주공. 파발이옵니다.

      나라에서 사신이 도착하고 있습니다.

      그래. 어서 들라 하여라.

 

비정보 邳鄭父는 진혜공晉惠公에게서 받은 국서가 밀봉되어

있었으므로 열어보지도 못하고 진목공秦穆公에게 올린다.

 

      이오夷吾는 삼가 말씀을 올리나이다.

      하서河西의 땅 5개 성을 진후秦侯께 드리기로

      약속한 바가 있소이다.

 

      지금 다행히 사직을 지킬 수 있게 되어

      진후秦侯의 은혜를 생각하여

      약속을 실천하려 하였소이다.

 

      그러한데 조정朝廷의 신료들이 말하는바

      그 땅은 선군께서 마련한 땅이 온 데

 

      망명 중의 공자 신분으로 어찌 약조하였냐며

      신료들이 논쟁하며 동의하지 않는 바라

      기한을 늦추어 주시면 절대 잊지 않겠나이다.

 

199 . 나의 뜻을 어떻게 충족시키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