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89 화. 어찌 칼날을 피할 수 있으랴.
태부 두원관杜原款은 강성絳城에서 세자 신생을 잡으러 상군이
이미 곡옥曲沃으로 오고 있다는 연락을 받자, 급하게 세자를 찾는다.
세자. 이웃 나라에 망명을 갑시다.
우선 살아야 다음을 도모할 수 있습니다.
세자, 대부 선우鮮于 이옵니다.
억울하게 당할 수만은 없는 일입니다.
우리의 하군下軍을 이끌고 강성絳城에 가서,
잘잘못을 확실하게 따져야 하며,
경위도 소상히 밝혀내야만 합니다.
아닙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여희驪姬의 죄가 드러나도 죽이지 않을 것이오.
아버님은 늙어 그리되길 원치 않을 것이며
나도 또한 그런 결과를 원하지 않소.
세자, 빨리 망명하고 난 후에 생각하셔도 됩니다.
세자, 어서 망명을 준비하십시오.
아니 오, 아버님이 나를 살피지 않으시는데,
내가 죄를 뒤집어쓰고 망명한다면
아버님을 더욱 욕되게 하는 불효자가 되오.
도망간들 누가 나를 받아들이며
받아준들 이런 누명을 쓰고
어찌 편안히 살아갈 수 있겠소.
인자仁者는 군주를 원망하지 않으며
지자知者는 두 번 위태로움에 빠지지 않으며
용자勇者는 도망치다가 죽지 않는다. 하였소.
신생申生이 말을 마치고 편지를 써서 호돌狐突이 보낸 사람에게
다시 주어 전하게 하고는, 북쪽을 향하여 두 번 절을 올리고
난 다음 스스로 목을 매달아 죽었다.
이 신생이 죄가 있어 죽음을 피하지 않나이다.
비록 저는 죽게 되었으나 부왕은 연로하시고
해제奚齊는 어리니 나라의 앞날이 걱정될 뿐입니다.
스승께서는 온 힘을 다하여 부왕을 보좌하시어
국가를 이끌어주시기를 바라오며
이 신생이 비록 죽게 되었지만,
스승께 받은 은혜는 실로 막중하였나이다.
스승님, 부디 안녕히 계시옵소서.
양오梁五와 동관오東關五가 곡옥曲沃에 도착하였을 때는 이미
세자 신생申生이 자결하고 난 뒤였으므로, 그 대신에 태부太傅
두원관杜原款을 묶어 함거轞車에 싣고서는 강성絳城으로 돌아갔다.
주공, 세자가 자기의 죄를 알아 도망치지 않았으며
저희가 당도했을 때는 이미 죽어있었습니다.
태부太傅 두원관杜原款을 빨리 꿇려라.
너는 어찌하여 세자를 망령되게 만들었느냐.
이 두원관杜原款이 세자를 따라 죽지 않은 것은
세자의 억울함을 밝히기 위해서요.
세자가 보낸 고기와 술은 6일이나 되었소.
그간에 누가 독약을 섞었는지 살피지 않고
왜 세자에게 누명을 씌워 자결하게 하였소.
시끄럽다. 아주 건방진 놈이로구나.
입만 살아 있는 저놈을 당장 죽여라.
자기에게 감당할 수 없는 일이 닥쳐왔을 때, 도저히 이겨낼 수
없어, 그 상황에 따라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여, 따라간 것을
운명적인 결정으로 그리하였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나타나 있는 현상대로 따라가야 한다는 인간적인 심리 현상을
운명이라 말하는 것인지 모르겠으나, 이에 세자인 신생申生도
운명으로 받아들이며, 자결하고 만 것이다.
여희驪姬는 무슨 일로 울고 있느냐.
중이重耳와 이오夷吾가 세자와 합세하여
저와 주공을 죽이러 오고 있다고 하옵니다.
그럴 리가 있겠느냐. 울지마라.
아뢰오. 중이重耳와 이오夷吾 공자가 강성絳城 가까이
왔다가, 세자가 자결하였다는 소문을 듣고
황급히 돌아가고 말았나이다.
뭐라고. 괘씸하도다. 무슨 일로 예까지 왔다가
인사도 없이 그냥 돌아갔단 말이냐.
여희驪姬 야. 너의 말이 맞는 것 같구나.
진헌공晉獻公은 이제 여희驪姬의 어떠한 말이라도 무조건 믿게
되었으며, 여희驪姬의 의도대로 움직여지고 있었다.
대부 가화賈華는 군사를 이끌고 굴성屈城에 가서
이오夷吾를 반드시 잡아 오도록 하여라.
내시內寺 발제勃鞮는 포성蒲城 에 달려가
중이重耳를 반드시 잡아 오도록 하라.
주공. 반항하면 어떻게 하옵니까.
그렇다면. 죽여도 좋도다.
호돌狐突 은 원로대신으로 진헌공晉獻公이 세자를 바꾸려 하자,
폐廢 세자를 하여서는 안 된다며, 충간하였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조정에 나가지 않고 집에 칩거蟄居 하고 있었다.
원로 어른. 큰일 났습니다.
무슨 일인가. 속히 말해보라.
발제勃鞮를 보내어 중이重耳 공자를 죽이려 합니다.
호돌狐突은 심복에게 궁중의 소식을 듣자마자, 믿는 가신을 시켜
호모狐毛 와 호언狐偃이 있는 포성蒲城 으로 달려가게 하였다.
발제勃鞮는 무술이 뛰어난 자다.
발제勃鞮에 붙들리면 틀림없이 죽는다.
빨리 가. 책翟 나라로 피하도록 하라.
세자가 죽었으니 이제 중이重耳가 군주가 될 차례이니,
너희 둘은 끝까지 잘 모셔야 하느니라.
호돌狐突의 심복이 급히 포성蒲城 으로 달려가 편지를 전하자마자,
발제勃鞮가 군사와 함께 성문에 당도하여 고함을 지른다.
중이重耳 공자는 성문을 빨리 여시오
어서 주공의 명령을 받으시오.
성문을 열어주면 안 됩니다.
공자를 죽이러 온 것입니다.
여희驪姬의 간계奸計에 세자가 자결하였는데
공자께서는 부디 몸을 보존하셔야 합니다.
우리도 작은 숫자가 아닙니다.
저들과 맞싸워 물리쳐버립시다.
어찌 아버님의 명령을 거역하겠는가.
어서 성문을 열어주도록 하라.
중이重耳는 가신 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성문을 조용히 열어주어
발제勃鞮와 군사들을 들어오게 하여, 위험을 자초하고 만다.
중이重耳 공자께서는 강성絳城에 가셔야 합니다.
무슨 일로 부르시는가.
가보셔야 알 수 있습니다.
그러한가. 알겠노라. 좀 기다려라.
내일 결정하도록 하자.
한밤중이었을 무렵에 발제勃鞮가 혼자서 침상을 습격하자,
중이重耳는 발제勃鞮의 칼날을 겨우 피해 가며 겨우 후미진
마당의 한쪽에 달려가 담장을 기어오르려고 안가님을 쓰게 된다.
발제勃鞮가 쫓아갔을 때는 호모狐毛 와 호언狐偃 형제가 담장
위에서 중이重耳를 힘들게 끌어올리고 있었다.
공자님, 그냥 가시면 안 됩니다.
공자님, 거기 잠깐 멈추시오.
발제勃鞮는 중이重耳를 베려 칼을 휘둘렀으나, 중이重耳의
옷소매가 잘리어나갔으며, 발제勃鞮가 담장을 넘어갔을 때는,
이미 준비된 병거兵車를 타고 중이重耳가 멀리 달아나고 있었다.
나는 대부 가화賈華 요.
이오夷吾 공자는 어서 성문을 여시오
이오夷吾 공자는 주공의 명을 받드시오
이오夷吾 공자님. 저 많은 군사를 보십시오.
분명히 공자님을 잡으러 온 자들입니다.
굴성屈城의 이오夷吾가 성문을 열어주지 않자, 대부 가화賈華는
자기 마음을 적은 편지를 화살에 매달아 날려 보내었다.
어찌 공자님에게 칼을 쓰겠습니까.
모든 걸 모른 체를 하겠사오니,
어서 이곳을 떠나 먼 곳으로 가셔야 합니다.
이오夷吾는 책족翟族 인 소융小戎으로 가려다가, 이웃인 책翟 에
이미 중이重耳가 갔음을 알고 급하게 양梁 나라로 피신하였다.
양梁 나라는 진晉 과 진秦의 중간에 있는 작은 나라였으므로,
그곳에서 진晉 나라 공실의 변화를 지켜보다가, 필요에 따라서는
진秦 나라를 등에 업으면, 진晉 나라로 복귀하는 힘을 얻을 수
있다고 판단하고 양梁 나라로 가게 된 것이다.
둘 다 놓치고 돌아왔단 말이더냐.
발제勃鞮는 옷소매라도 잘라 왔지만
대부 가화賈華 야, 너는 무얼 하고 왔느냐.
저놈. 가화賈華를 끌어내어 빨리 참斬 하여라.
주공. 신 비정보 丕鄭父가 아뢰오.
주공, 포성蒲城과 굴성屈城은 튼튼히 지은 바라
성을 공략하기가 쉽지 않았을 겁니다.
두 공자의 혐의가 뚜렷하지도 안 사온데
주공께서는 자식과의 천륜을
어찌하여 꼭 끊으려고만 하십니까.
주공, 아니 되옵니다.
대부 가화賈華를 용서하시옵소서.
책翟 나라의 왕인 책반翟班은 간밤에 퍼런 창용蒼龍이 성벽 담을
기어가는 꿈을 꾸고 나자, 무언가 좋은 일이 일어날 것으로
짐작하고 기분 좋게 앉아있었다.
그날 이른 아침이 되자마자, 급하게 달려온 중이重耳와 호모狐毛
호언狐偃 형제를 반갑게 맞이하여 연회를 베풀어주며 보호하였다.
도망해 온 사람을 이렇게
반겨주신 것만도 감사하온데
성대히 연회宴會까지 베풀어주시다니요.
너무나 황감惶感 하옵니다.
우리가 남남이 아니지 않소.
내. 간밤에 푸른 창용蒼龍을 보았소이다.
중이重耳 공자는 반드시 군주가 될 것이오.
지금부터는 아무 걱정하지 말고
이곳에서 때가 올 때까지 기다려 보시 오.
하루가 지난 다음 날이 되자, 책성翟城 밖에 병장기를 든 무리가
쫓아와 성문을 열라며 고함을 지르고 난리를 친다.
저들은 중이重耳 공자를 잡으러 온 사람들일 것이오.
화살을 쏘아 모두 쫓아 내버립시다.
뭘 보느냐. 모두 화살을 쏘아라.
아니, 화살을 쏘지 마시오,
멈추시오. 화살을 멈추시오.
우리는 중이重耳 공자를 따르는 사람들이오.
쏘지 마라. 화살을 멈추게 하여라.
저들은 중이重耳 공자를 따르는 사람들이 맞습니다.
중이重耳는 어려서부터 외삼촌인 호언狐偃을 부친처럼 따랐으며
조쇠趙衰를 스승으로 섬겼으며, 자라서는 호사고狐射姑를 섬겼으며
사람들과 교제를 좋아하여, 대부 조위趙威의 동생인 조쇠趙衰와
위주魏犨. 호사고狐射姑. 호국거狐鞫居. 개자추介子推, 선진先軫
전힐顚頡, 호모狐毛, 호숙壺叔 등 무려 70여 명이 찾아오게 되었다.
그대들은 나라에서 벼슬을 살고 있을 터인데
어이 하여 나를 찾아온 것이오.
주공이 덕德을 잃고 요염妖艶 한 계집에 빠진바
중이重耳 공자를 받들어 모시고자 합니다.
이제 이렇게 일치단결하여 찾아왔사오니
장차 진晉 나라를 바로잡으셔야 합니다.
책翟 나라의 왕인 책반翟班의 성은 호씨狐氏 이며, 중이重耳의
외숙外叔 인 호모狐毛와 호언狐偃 형제와는 같은 부족 출신이다.
책반翟班은 중이重耳와 70여 명의 가신을 모두 불러들여, 책翟
나라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보살펴주었으며, 연회를 베풀어주자
중이重耳가 일어나 모두가 들으라며 큰 소리로 말을 하였다.
이렇게 많이들 찾아와 주어 고맙소.
내 그대들의 뜻을 받들어, 진晉 나라가 예전처럼
꼭 평화가 찾아오길 바랄 것이오.
잠깐 요. 저. 위주魏犨 이옵니다.
공자께서 많은 덕을 베푸신바
포성蒲城의 백성들이 많이 따르고 있습니다.
책翟 나라에서 군사를 지원받으시고
포성蒲城의 백성들과 함께 쳐들어간다면
강성絳城 에서도 도우려는 민심이 일어날 겁니다.
구차하게 타국에 떠돌아다니느니
차라리 쳐들어가 나라를 바로 잡아 버립시다.
위주魏犨, 그대는 옳은 말을 하고 있소.
그러나 쳐들어가 아버님을 놀라게 하는 것은
자식 된 자로서 옳은 도리가 아닐 것이오.
공자께서는 여희驪姬의 무리에게
왜 겁을 먹고 피할 생각만 하시는 거요.
그렇게 연약한 마음을 가지고
어찌 우리 진晉 나라를 평정할 수 있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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