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안) 열국지 101∼200 회

제 187 화. 어리석게 말려들면 어떻게 될까.

서 휴 2022. 9. 1. 13:28

187 . 어리석게 말려들면 어떻게 될까.

 

      아버님, 부르셨사옵니까.

      아들 필주畢犨 . 이리 가까이 오너라.

 

      오늘부터 우리의 성은 위이다.

      아버님, 갑자기 위라니 요.

 

      는 크고 높다는 뜻으로

      우리 영지領地의 이름이다.

 

      오늘부터 우리는 필을 버리고

      위로 성을 삼도록 한다.

 

      아들아, 너의 이름은 주이다.

      아버님, 필주畢犨에서 위주魏犨 라 한다면

      아버님, 위주魏犨 가 훨씬 듣기 좋습니다.

 

      너는 지금 바쁜 일이 있느냐.

      아버님, 아무 일도 없습니다.

 

      그렇다면 잘 되었구나.

      지금 당장 포읍蒲邑으로 떠나거라.

 

      아버님, 포읍蒲邑 이라니요.

      이제부터는 중이重耳 공자가 네 주인이다.

      찾아가 거절당해도 무조건 따르도록 하라.

 

      아버님, 어째서 중이重耳 공자이신지요.

      이오夷吾 공자도 있질 않습니까.

 

      내가 알아본 바에 따라 내 뜻을 정했노라.

      그냥 중이重耳 공자가 네 주인이라고 생각하라.

      절대로 배신하여선 안 된다.

 

      너의 급한 성질머리대로 하지 말고

      마지막에도 중이重耳 공자의 명령에 따르라.

      한 번 마음을 정하면 딴마음을 품어선 안 된다.

 

      내 말 알아듣겠느냐.

      네 에, 아버님, 명심하겠습니다.

 

이때부터 필만畢萬은 위만魏萬 이라 불리게 되며, 필주畢犨

이름도 위주魏犨로 바뀌게 되었다.

 

      위만魏萬은 아들 위주魏犨로 하여금

      공자 중이重耳를 섬기게 함으로써,

 

      자신이 받은 영지를 대대손손 잘 보존할 수

      있도록 하는 주춧돌을 놓게 된다.

 

      그 후에는 마침내 제후의 반열에까지 오르게 되며,

      더욱 세력이 커져 전국시대戰國時代에 이르러서는

      칠웅七雄 중의 하나인 위나라로 발전하게 된다.

 

      이러한 성과는 위만魏萬의 깊은 사려思慮 속에서

      냉철한 판단의 소산인 것으로,

      침착하면서도 과감한 행동에서 비롯된다. 하겠다.

 

      결코, 우연偶然 이라고 할 수 없으며, 이러한

      가풍을 만들어낸 위만魏萬의 공이었을 것이다.

 

      위주魏犨의 성격은 활달하면서 거친 기질이었으나,

      반면에 한 번 마음을 정하면

      딴생각을 품지 않는 곧은 성질이 있었다.

 

위주魏犨는 다음 날 해가 떠오르자 밝은 모습으로 나서며, 아버지

위만魏萬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중이重耳가 머무는 포읍蒲邑으로

떠나갔으며, 조숙趙夙 의 손자인 조쇠趙衰가 강성絳城을 출발한

뒤 사흘 후에 떠난 것이 된다.

 

      각박한 그 무렵의 진나라 귀족들은

      자신들의 후손이 생존하느냐 멸족되느냐가 달린

      치열한 생존 경쟁을 벌이고 있는 판국이었다.

 

이처럼 아들이 많은 집안은 각 공자에게 아들을 분산시키기도

하였으며, 호돌狐突 이나 극표郤表, 조숙趙夙, 위만魏萬 등과 같은

이들은 한 공자만을 선택하여 가문의 운명을 맡기기도 했다.

 

      신생申生, 중이重耳, 이오夷吾, 해제奚齊. 네 공자 중

      누가 진나라의 다음 군위를 차지할 것인가.

 

      진헌공의 후계자를 정확히 선택하면 좋으련만,

      여기에서 잘못 선택하여 거세 되는 사람들은

      엄청난 피의 대가를 치르게 되는 결과가 따른다.

 

이 같은 공실의 불안은 여희驪姬가 세자 신생申生을 폐하고, 자기

아들인 해제奚齊를 새로운 세자로 세우려는 욕심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런 와중에 뜻밖으로 사위士蔿가 스스로 은퇴隱退

      선언하였다. 사위士蔿는 이번 전쟁에 참여하지 않아,

      논공행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사위士蔿는 진헌공晉獻公이 즉위한 그해에, 그는 맨 먼저 앞장서서,

곡옥성曲沃城에 살던 곡옥장백曲沃莊伯의 일족을 몰살시키면서까지,

하나의 진나라로 통일시켰던바, 그 공로를 인정받아,

대사공大司空에 임명되었었다.

 

      그 후, 땅에 강성絳城을 건설하여

      의 도읍지를 곡옥曲沃에서 강성絳城으로

      옮겨가는 큰 공을 세움으로써

      재상의 대우를 받는 원로가 되어있었다.

 

사위士蔿는 이번의 논공행상을 자세히 분석하며, 진헌공晉獻公

뜻이 신생申生에게서 멀어지고 있음을 간파하고는 크게 실망하면서,

 

스스로 은퇴를 선언하고 고향으로 떠나가면서 노래를 지어 부르니,

백성들도 이 노래를 따라 부르며 퍼져나갔다.

 

      여우 가죽의 옷이 갈래갈래 찢어져
      장차 한 나라에 세 명의 주인이 있겠구나.


      내 누구를 섬겨야 할 것인가.
      내 누구를 따라야 할 것인가.

 

이 노래는 세자 신생申生, 중이重耳, 이오夷吾, 해제奚齊에 대한

내용으로 강성絳城의 백성들은 네 명의 공자 중에 누구를 가리키는

건지, 너무나 궁금하였으므로 노래는 더욱 널리 퍼져나갔다.

 

      네 명의 공자 중 누가 군위를 승계받을 것이냐.

      어느 공자를 따라가야 출세도 하며 살아남을 것이냐.

 

      대부들은 세자 신생申生, 중이重耳, 이오夷吾, 해제奚齊.

      중에 이제는 손가락까지 꼽아가며 누구를 찍을 것인가?

      계산하는 것이 유행처럼 되어버렸다.

 

      사위士蔿는 네 주인이라 하지 않고,

      왜 세 명의 주인이란 말을 했을까.

 

      넷 중 하나는 이미 가능성이 없다고 단정한 것일까.

      그렇다면 넷 중 하나는 누구일까.

 

이런 의문이 점점 깊어져 가고 있는데, 여희驪姬의 그림자라 불리는

가 본격적으로 활동하게 되면서, 그 해답이 점차 명확하게

드러나기 시작하게 된다.

 

      진헌공晉獻公은 춤도 잘 추며, 귀엽게 노래도

      잘 부르는 배우俳優 인 시를 아꼈으며,

 

      진헌공晉獻公의 선물이나 예물을 전하는 등으로

      중신이나 일부 대부에게 친근하게 접근하였다.

 

      그뿐만 아니라, 여희驪姬의 수족 역할을 하고 있음은

      이미 알 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는 사실이 된다.

 

여희驪姬는 논공행상論功行賞이 순조롭게 끝나자, 그 결과를

알아보기 위하여 시를 불러 물어보게 된다.

 

      . 이번 논공행상을 어떻게 보느냐.
      이로써 해제奚齊의 앞날은 탄탄해졌나이다.

 

      어째서 그렇게 보느냐.

      군부인 마마, 하나씩 설명하여 드리겠나이다.

 

      순식筍息을 일등 공신으로 인정하여,

      대부大夫에서 경의 지위로 올려줌으로써

      해제奚齊의 정치적 배경을 구축하여 주신 것입니다.

 

      또한, 이극里克에게도 아낌없는 상을 내려

      세자 신생申生 에게서 떼어놓으려는 것으로,

 

      이극里克이 앞으로는 감히

      진헌공의 뜻에 맞서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조숙趙夙과 필만畢萬은 중립적 위치에 있었기에

      세자 신생申生 편에 들지 못하게 하며,

      해제奚齊 편으로 끌어들인 높은 술수를 쓰신 겁니다.

 

      사람은 지위가 높아질수록 그 지위를

      보존하려는 본능이 있지 않겠습니까.

 

과 우나라를 병탄시키고 돌아와 논공행상까지 실행한

진헌공晉獻公에 대하여, 여희驪姬 만큼은 그녀의 아들을 오르지

세자로 세우려는 일념으로 더욱 초조해지며 점점 조급해진다.

 

      . 이로써 해제奚齊의 앞날이 탄탄해졌다고 하나
      이번 전쟁은 주공께서 직접 나가시어

      큰 공을 세우셨으나, 좋은 기회를 놓친 것과 같도다.

 

      이번 싸움에 세자 신생申生이 나가 죽어줘야 했는데

      이번에는 내보내지도 않았으며,

 

      또 나갔다 하면 승리만 하니

      저 신생申生을 어찌하면 좋겠냐.

 

      이제 앞으로는 신생申生 뿐만 아니라,

      중이重耳와 이오夷吾도 제거해야지 않겠느냐.

 

      군부인 마님, 너무 염려치, 마시옵소서.

      때가 한발씩 다가오고 있습니다.

 

      먼저 주공의 의견에 반대하며

      세자 신생申生을 감싸는 중신들을 포섭해야 합니다.

 

      그렇구나. 순식荀息은 우리 편이 되었으나,

      세자 신생의 둘째 스승인 이극里克이 문제로다.

 

      어떻게 포섭해야겠느냐.

      군부인 마님이극里克은 보기보다 마음이 여리오며

      술을 좋아하니 저에게 생각이 있습니다.

 

여희驪姬는 우와 괵을 점령하느라 고생하셨다며, 음식과 술을

준비하자, 를 시켜 비복婢僕과 함께, 이극里克의 집으로 가지고

가서 인사를 올리게 한다.

 

      상경上卿이 되심에 감축드리옵니다.

      앞으로 만수무강하시옵소서.

 

      상경上卿께선 이번에 얼마나 노고가 많으셨습니까.

      두 분께서는 맛있게 드셔보시지요.

 

      주공의 뜻으로 군부인이 보낸 것인가.

      아무려면 어떻겠습니까.

      고맙게 먹겠다고 전하도록 하여라.

 

      이 시가 한잔 술을 올리겠사옵니다.

      맛있게 도시옵소서.

 

      상경 나리. 부인께옵서

      이 시에게 술과 안주를 내려주시오면,

      새로 지은 노래를 불러드리겠나이다.

 

부인은 이미 시의 재주에 흥겨워하며 흥에 빠져있었기에,

무소의 뿔 술잔에 얼른 가득 부어주며, 염소 내장 요리를 권했다.

 

      새로 지은 노래의 제목이 무언가.

      가예暇豫 라고 하오며 편안하게 지냄을 뜻합니다.

 

는 맹부인이 건네준 술잔을 비운 후 천천히 걸어 나가며,

몸을 추스르더니 나비가 나는 듯이 접무蝶舞를 추다가, 부채를

활짝 펴 흔들면서 청아한 음성으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暇豫之吾吾兮 不如鳥烏 (가예지오오혜 불여조오)  

       여유 있다고 남과 친하여지려 하지 않으니  

       날아다니는 짐승보다 생각이 못 미치는구나.

 

       衆皆集于菀兮 爾獨于枯 (중개집우완혜 이독우고)  

       사람들은 잎이 무성한 나무 밑에 모였는데  

       그대만 유독 고목 나무 밑에 앉아있는구나!

 

       菀何榮且茂兮 枯招斧柯 (완하영차무혜 고초부가)  

       무성한 나무는 영화와 번영을 불러오고  

       말라비틀어진 고목 나무는 도끼로 찍혀 나가리라.  

 

       斧柯行及兮 奈爾枯何(부가행급혜 나이고하)  

       어찌 그대가 성할 수 있겠는가?  

       도끼를 불러올 따름인 것을!

    

모두 완목菀木에 모여 있는데. 홀로 꽃도 피지 않는 고목枯木 밑에

남아, 무엇을 어찌하며 살아가려는가 하는 심각한 노래였다.

 

이극里克은 흥겹지도 않은 노래가 끝나자, 얼큰히 취한 눈빛으로

를 쳐다보며 별생각 없이 손뼉을 치고 난 후에 물어본다.

 

      수풀에 우거진 동산東山은 무엇이며

      또한, 완목菀木은 무어며,

      마른 나무 고목枯木은 무엇을 말하는가.

 

      완목菀木은 무성한 나무를 말하오며

      사람에 비유하면 수풀은 정실부인이며

      완목菀木은 세자를 뜻하옵니다.

 

      뿌리가 깊고 잎과 가지가 무성하면

      이른바 수풀이 우거진 동산이 되옵니다.

 

      참화慘禍가 닥칠 때는 나무는 흔들리고

      잎은 다 떨어져 마른 나무가 되옵니다.

 

      이처럼 메마른 고목枯木이 된다면

      당연히 새들도 깃들지 않을 것입니다.

 

이극里克은 시가 서둘러 떠나자, 마음이 불편해지며,

노래에 무언가를 암시한다는 것을 짐작하게 되었다.

 

188 . 모진 여자를 이길 수 있으리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