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안) 열국지 101∼200 회

제 161 화. 군주가 어리석으면 나라가 망하는가.

서 휴 2022. 8. 14. 20:36

161 . 군주가 어리석으면 나라가 망하는가.

 

       유비무환有備無患 이란, 말이 있다.

       있을 유. 갖출 비. 없을 무. 근심 환.

       준비가 있으면 근심이 없다.

 

       서경書經의 열명說命에서 나오는 이야기로,

       무슨 일이든 미리 잘 대비하면

       걱정할 일이 없다는 말이다.

 

괵공虢公이 어여쁜 여인들과 선물을 받으려 하자, 지켜보고 있던

대부 주지교舟之僑가 크게 손을 내저으며 큰소리로 만류한다.

 

       주공, 진나라는 거짓말을 잘하는 나라입니다.

       주공, 독약 같은 미끼를 어찌 삼키려 하십니까.

 

       화친까지 맺자는데 약속을 어기겠는가.

       화친은 감언이설입니다. 절대 믿어선 안 됩니다.

 

       너무 염려치 마시오.

       화친을 맺으면 싸울 일도 없을 것이니

       이제 평화가 찾아올 것이다.

 

       정성을 다하여 선물을 가져왔는데

       화친을 맺어야 할 것이 아니겠는가.

 

       주공, 절대 아니 됩니다. 받지, 마시옵소서.

       너무 걱정하지 말라, 하지 않았소.

 

       진나라는 우리보다 큰 나라이잖소.

       화친을 맺고서 어찌 돌아서서 약속을 어기겠는가.

 

괵공虢公은 주지교舟之僑의 말을 듣지 않고, 화친을 맺었으며,

선물을 얼른 받아 챙기고는 진나라 여인들과 어울려 가무를

즐기면서 매일 밤마다 여인들을 끼고 살다시피 하였다.

 

보다 못한 주지교 舟之僑가 진심 어린 심정으로 또다시 간하니

괵공虢公이 버럭 화를 내며 고함을 지르고 만다.

 

       주공, 절대 아니 됩니다.

       여인들을 멀리하시고 나라를 살피십시오.

 

       아니. , 잔소린가. 괜히 내 일에 간섭하지 말고,

       어서 하양관下陽館으로 떠나거라.

       국경이나 잘 지키도록 내일 당장 떠나라.

 

괵공虢公은 화가나 주지교舟之僑를 우나라와 접경지역인

하양관下陽館 으로 내쫓았으므로, 이제는 간섭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게 되자, 나라의 기강은 너무나 쉽게 무너지게 된다.

 

       주공, 나라의 충신 주지교舟之僑

       하양관下陽館으로 쫓겨났습니다.

 

       주공, 나라의 기강이 무너지고 있나이다.

       견융犬戎에게 뇌물을 보내어 괵을 먼저 치게 하소서.

 

       견융犬戎이 괵과 싸우는 사이에

       우리는 괵나라 땅을 사소하게 침공하여

       괵虢이 침공 한다고 우공虞公에게 알려야 합니다.

 

       좋도다. 이제 견융犬戎에게 뇌물을 보내라.

       순식荀息은 차질 없이 진행토록 하라.

 

       주공, 견융犬戎이 괵을 침공하였으며

       우리 변방의 한 읍제邑宰가 괵을 침범하였습니다.

 

       주공, 이토록 진행이 잘되고 있사오니

       신 순식荀息은 우공虞公을 만나러 가겠나이다.

       그대 순식荀息은 변함없이 계획대로 잘 추진하라.

 

나라 순식荀息은 굴산屈産에서 자란 유명한 명마名馬

수극垂棘의 벽옥碧玉으로 빚은 진귀한 구슬을 가지고 간다.

 

       주공, 진나라에서 사신이 왔나이다.

       무슨 일러 왔을꼬. 어서 들라 하라.

 

       우공虞公께선 안녕하시온지요.

       진 나라 사신은 무슨 일러 왔는가.

 

       괵나라가 자꾸 침범하여 견딜 수가 없나이다.

       잠시 길을 빌려주십시오.

       진나라가 우리 땅을 거쳐 나라를 치겠다는 것이냐.

 

       그것은 절대 안 되는 일이다.

       우리 우와 괵은 형제의 나라이다.

 

       귀한 선물을 우공虞公께 바치옵니다.

       두 가지 보물寶物을 받으시옵소서.

 

       허 어. 그 유명하다는 굴산屈産의 명마名馬

       저 영롱玲瓏 한 것이 수극垂棘에서 벽옥璧玉으로

       빚은 신비로운 구슬이란 말이더냐.

 

       그러하옵니다. 저희 주공께서도 아끼시는 물건 들입니다.

       벽옥璧玉의 구슬을 이리 가져와 보시 오.

       오 호. 참으로 영롱玲瓏 한 빛이로다.

 

       이것은 지극한 보물로 천하에 드문 것이오.

       무슨 일로 이 귀한 보물을 주겠다는 것이오.

 

       우리 주공께서 군후의 어진 성품을 사모하고

       군후의 강력한 힘을 두려워하여

       아주 돈독한 화친을 맺고자 하옵니다.

 

       그뿐인가. 할 말이 더 있지 않겠는가.

       부탁드릴게. 하나 더 있사옵니다.

 

       우리 주공께서는 뜻을 굽혀 괵과 화친까지

       맺었사오나 화친의 피도 식기 전에

 

       무도한 괵나라가 또 남쪽 변방을

       수시로 침범하여 약탈해 갈 뿐만 아니라

       이제는 보루堡壘를 쌓으며 땅까지 차지하려 합니다.

 

       할 수 없이 괵나라에 죄를 물을까 하오니

       청컨대 잠시 길을 빌려주시기를 바라나이다.

 

       그리하오면 괵나라를 문책하고 돌아오는 길에

       괵나라의 공물마저 모두 우공虞公께 바치겠나이다.

 

우공虞公은 아무나 가질 수 없는 진귀한 보물에 매우 흡족해하며,

무지갯빛이 영롱玲瓏 한 벽옥碧玉의 구슬을 매만지며,

 

나라의 제안을 받아들이려 하자, 이를 곁에서 지켜보고 있던

재상 궁지기宮之奇가 강력히 만류하며 큰소리로 외치게 된다.

 

       주공, 절대로 선물을 받아선 아니 됩니다.

       진나라는 동성同姓의 나라를 병탄倂呑 한 것이

       한둘이 아니므로, 괵나라가 망하면 우리도 망합니다.

 

       진나라가 우리와 괵을 공격하지 못하는 것은

       우리 우虞 나라와 괵나라가

       입술과 이빨처럼 서로 돕기 때문입니다.

 

순망치한脣亡齒寒 이란, 말이 여기에서 생겨난 것이다.

입술이 없으면이빨이 춥다(시리다).

서로 떨어져 살 수가 없다는 뜻이 된다.

 

       궁지기宮之奇는 너무 걱정하지 마시오.

       괵보다 진나라가 열 배나 더 강한 나라요.

 

       나를 얼마나 믿기에, 이렇게 진귀한 보물까지

       보내며 친교를 맺으려 하겠소.

 

       귀한 보물까지 보내며 화친을 맺자는데

       큰 나라가 신의를 지키지 않을 리가 있겠소.

 

       주공, 나라는 괵을 멸한 후, 돌아오는 길에

       반드시 우리 우나라마저 멸할 것입니다.

 

       주공께서는 어찌 이 점을 생각지 않으십니까.

       재상은 자꾸 의심만 할 것이 아니요.

 

       그대처럼 계속 의심만 한다면

       우리는 어느 나라와 우호를 맺어야 하겠소.

 

       그리고, 그렇게 이유 없이 반대만 한다면

       과인이 하는 일에 더는 참견하지 말라.

 

우공虞公은 궁지기宮之奇의 충심 어린 간언을 듣지 않고 진

나라와 친교를 맺겠다며, 두 가지 보물을 받으려 하였다.

 

궁지기宮之奇가 격한 감정을 참지 못하며, 또 간하려 하자,

이때 백리해百里奚가 살며시 옷소매를 잡아당기며 제지를 하자,

궁지기宮之奇는 어쩔 수 없이 매우 섭섭한 마음으로 물러나게 된다.

 

       어째서, 옆에서 돕지도 못하면서

       왜 옷소매를 잡아당긴 거요.

       그 바람에 우공虞公에게 더 간하지 못하였잖소.

 

       궁지기宮之奇께서는 너무 책망하지 마십시오.

       믿지 않고 알아듣지 못하는 사람에게 또 말하는 것은

       귀한 물건을 길바닥에 버리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소.

 

       하나라의 걸왕桀王이 관용방關龍逄을 죽이고

       주왕紂王이 비간比干을 죽인 건

       모두 너무 강한 간언에서 연유가 된 것이오.

 

관룡봉關龍逢은 하나라 걸왕桀王의 어진 신하로서 걸왕桀王

황음무도한 짓을 보다 못해 자주 간하다가, 끝내 걸왕桀王의 분노를

사게 되었으며, 감옥에 갇혔다가 결국은 살해당했다.

 

       이처럼 과거 역사에서 나오듯이 어리석은 사람에게

       화를 돋우면, 오히려 자칫 화만 돌아오게 됩니다.

 

       궁재상께 위험이 따를까 걱정이 되었소이다.

       백리해百里奚 대부, 이러나저러나 이제 큰일 났소.

 

       주공이 저리 어리석어 분별조차 못 한다니

       이제 우리 우나라는 망하게 되었소이다.

 

       우리 우나라가 망하면 우리 백성들은

       개. 돼지처럼 포로나 다름없이 살아가야 할 터인데

       아 아, 어찌하면 좋겠소.

 

       백리해百里奚, 그대는 어찌 생각하시오.

       우리 함께 다른 나라로 떠나버립시다.

       떠나시려면 그냥, 대부 혼자 떠나시오.

 

       우공虞公 곁에서 나마저 떠나면, 나에게 잘해준

       궁지기宮之奇께서 더 많은 욕을 먹게 됩니다.

 

       나는 어렵더라도 마지막까지 우공虞公 곁에 남아

       우공虞公을 지켜드릴까 하오.

 

항상 옳은 말만 하던 궁지기宮之奇가 가족들을 거느리고 떠나자,

궁지기宮之奇는 역사의 기록에서 더는 나오지 않게 된다.

 

백리해百里奚는 혼자서 우공虞公 곁에 남게 되며. 우공虞公과 같이

나랏일을 보면서, 그의 어리석은 마음을 깨우쳐 주려 애를 써본다.

 

       주공. 나라를 너무 믿지 마소서.

       기왕 이렇게 되었으니 어찌하겠소.

       진나라를 끝까지 믿어봅시다.

 

우공虞公은 어리석음에서 벗어나지 못하여, 남의 말에 쉽게 넘어가며

백리해百里奚와 의논치 않고 혼자 생각으로 결정하는 경우가 많았다.

 

       주공, 신 대부 순식荀息 이옵니다.

       고생하였소. 어찌 되었소.

 

       우공虞公이 굴산屈産의 명마名馬와 수극垂棘

       벽옥碧玉 으로 만든 진귀한 구슬을 받고, 기뻐하며

       괵으로 가는 길을 빌려준다고 하였나이다.

 

       우공虞公이 우리말을 잘 듣게 되었다니

       이제 괵과 우나라를 칠 때가 된 것이 아니겠는가.

 

       주공, 그러하옵니다.

       주공. 신 이극里克 이옵니다.

 

       이쯤 되면 괵나라를 치기는 쉽사오니

       주공께서 번거롭게 나서지 않아도

       신, 이극里克이 앞장서서 정리하겠나이다.

 

       이극里克은 어찌하려 하는 것인가.

       괵나라는 상양관上陽館이 도읍지이며

       하양관下陽館은 괵나라의 관문이 되옵니다.

 

       우를 거쳐 쳐들어가면, 쉽게 하양관下陽館

       돌파할 수 있으므로 괵은 쉽게 무너지게 됩니다.

 

       주공, 신이 비록 재주는 없사오나, 만일

       성공하지 못한다면 그 죄를 달게 받겠나이다.

 

진헌공晉獻公은 회의가 끝나고 나자, 별도로 순식荀息을 불러드려

이번 전쟁에 대하여 의논을 하다가 물어보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세자로 인하여 골치 아픈데, 어찌하여

       이번 전쟁에 이극里克을 대장으로 삼자 하였는가.

 

       이극里克은 세자 신생申生의 스승인바

       이극里克이 큰 공을 세우게 되면

       또 세자의 위세가 더 높아지지 않겠는가.

 

       주공, 이극里克은 오랫동안

       더 높은 직위를 바라고 있었나이다.

 

       주공, 이극里克이 대장이 된다면

       중신의 반열에 오르게 되는 것이옵니다.

 

그의 성품으로 보아 해제奚齊 공자를 위하지는 않더라도,

앞으로 신생申生의 일에 대해서도 방관하게 될 것입니다.

 

       어 허, 거기까지 간파하고 있었는가?

       순식筍息, 그대의 뜻을 알겠노라.

 

비로써 진헌공晉獻公은 이극里克을 대장으로, 순식荀息을 부장으로

임명하였으며, . 하 군의 병거兵車 400승을 모두를 동원하여

을 치고자 강성絳城을 출발시켰다.

 

여희驪姬는 이번 우와 괵, 두 나라와 전쟁하는 것은 복잡하고

위험하니, 진헌공晉獻公이 위험에 처할 수 있다며, 대신하여

세자 신생申生을 내보자고 또다시 조르는 것이다.

 

       걱정하지 말라. 나는 위험하지 않도다.

       신생申生이 또 이긴다면

       세자의 위세가 더 높아지게 되므로,

       앞으로 세자를 다루기가 더 어려워진다.

 

       내 손수 쳐들어갈 것이니 너무 염려치 마라.

       중원中原으로 나갈 길을 확보할 절호의 기회이니라.

       신생申生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로다.

 

162 . 왜 자기 것도 지키지 못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