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59 화. 여자의 지략에 어찌 남자가 당하랴.
세자가 위태로워진다면, 강성絳城 안에
때아닌 일이 벌어질 수도 있을 것이오!
세자가 과연 주공 자리를 이어받겠소?
세자가 위험하다면 다음 차례는 누가 되겠소?
세자 신생申生, 중이重耳, 이오夷吾, 해제奚齊, 탁자卓子. 그리고
나머지 공자 중에서, 자기가 선택한 사람이 다행히 주공이 된다면,
자신의 출세와 더불어 가문도 키울 수 있을 것이며, 그렇지 않다면
망할 수도 있고, 죽음이 따를 수도 있는 커다란 문제였다.
현재의 세력인 세자에게 복종할 것인가?
아니면 멀리 보는 안목으로 누구를 택해야 하는가?
이처럼, 한 공자를 선택하여 따라가야 하는 사람들은
선택의 어려움에 많은 고심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진晉 나라의 공실公室은 여희驪姬 라는 한 여인으로 인하여,
심한 분열과 갈등을 가져왔으며, 강성絳城에는 여희驪姬의 아들
해제奚齊와 소희小姬의 아들 탁자卓子 만 남게 되었다.
이리되면 세자가 위험하겠구나.
중이重耳 공자가 이오夷吾 만큼 패기는 없으나
덕이 많은 공자라고 하더라.
자, 우리는 모두 중이重耳 공자를 따라가자.
이러한 소문에 중이重耳 공자에게 젊고 똑똑한 사람들이 많이
모여들어 따라갔으며, 이에 반하여 공자 이오夷吾에게는 극예郤芮,
괵사虢射, 여이생呂飴甥, 단지 세 사람이 굴屈 땅으로 떠나갔다.
이때가 기원전 664년이며 ,
진헌공晉獻公 재위在位 13년인 여름의 일이었다.
또한, 제환공齊桓公이 무종국无終國의 도움을 받으며,
영지국令支國과 고죽국孤竹國을 정벌한 다음 해였으며,
초楚 나라에서는 투곡어토鬪穀於菟가 영윤令尹이 되어,
과감하게 국정을 쇄신하던 때의 일이기도 하였다.
이를 모를 리 없는 여희驪姬는 진헌공晉獻公을 정성껏 받들지만
더욱 조바심을 내게 되며, 그때 마침 시施가 보이자 불러들인다.
시施 야. 세자에게 하군下軍을 맡기면
세자의 세력이 막강해지지 않겠느냐.
군부 인께서는 지켜만 보십시오.
우선 세자의 주변을 완전히 분리해놨으므로
이제 곧 전쟁터에 내보낼 것입니다.
공자들을 모두 내보내니 강성絳城은 조용해졌다. 진헌공晉獻公은
어느 편에도 들지 않는 대사공大司空 사위士蔿를 먼저 세자 신생이
있는 곡옥으로 보내어, 곡옥성曲沃城을 쌓는데 감독을 하게 하였다.
대사공大司空 사위士蔿 어른,
성곽이 튼튼하지 못할까 걱정이 됩니다.
세자께선 신경 쓰지 마시오.
이곳이 몇 년 뒤에 원한怨恨의 땅이 될지 모릅니다.
사위士蔿는 진헌공晉獻公의 본심을 알았는지 혼자 중얼거리듯이
말하며, 매사에 충실하지 않고 말없이 신생申生을 측은히 바라보며
그저 시간만 보내다가, 포蒲 땅을 돌아보고 또, 굴屈 땅에도 가본다.
포蒲 땅의 중이重耳는 가신들과 함께 사냥하러 다니거나
주변 이족夷族 들과 교류를 하며 친하게 지내고 있다.
셋째 이오夷吾 공자는 사위士蔿가 굴屈 땅의 성곽을 너무 부실하게
공사하는 것을 알고는 크게 분노하여 진헌공晉獻公에게 고해바쳤다.
대사공大司空 사위士蔿를 들라 하라.
주공, 대사공大司空 사위士蔿 이옵니다.
굴屈 땅의 성곽 공사가 매우 부실하다는데
매사에 철저한 그대가 어찌 날림공사를 하는가.
그리되어서 어찌 성이라 할 수 있겠는가.
주공, 한 나라에 도성都城이 어찌 넷이 돼 옵니까.
도성都城이 넷이라니 무슨 말인가.
주공께서 세 공자를 세 고을로 내보내셨으니,
이는 강성絳城까지 합하여 나라가 넷이 되옵니다.
성城을 굳건히 잘 쌓았다가, 후일 그들을 다스릴
어려운 일이 생기면, 그때는 어쩌시려 하옵니까.
수년 뒤에는 그러한 일이 벌어질 것으로 보이는즉,
그때를 대비하여 정성스레 쌓지 않는 것입니다.
으흠, 공자들 때문에 도성이 위험할 수 있다는 말이군.
알겠도다, 허 나, 정성은 많이 드려야 할 것이 아닌가.
그렇게 한해가 지나가고 이듬해가 되자, 드디어 세자 신생申生에게
강성絳城에서 갑자기 출정하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우리는 농토가 부복하다. 농토를 넓혀야 하느니라.
과인이 상군上軍과 함께 가는바
세자는 잘 준비하여 토벌에 참여토록 하라.
진헌공晉獻公은 친히 상군上軍을 이끌고 국경을 돌파하여,
농토가 많은 경耿 나라를 침공하려고 진군하기 시작하였다.
경耿 나라는 지금의 산서성 하진현 남부 일대의 땅이다.
아바마마, 소자가 앞장서겠나이다.
아바마마께서는 지켜만 보시옵소서.
진晉 나라의 진군晉軍이 경耿, 곽藿, 위魏, 세 나라를 차례로 치는데,
세자가 한사코 용감하게 선두 지휘하며, 주변의 작은 나라들마저
점령하였으므로, 진헌공晉獻公에게 인정을 크게 받게 된다.
진헌공은 안에서 여희에게 더욱 쪼달리고,
밖으로는 이오二五에게 미혹 당하였으나
태자 신생은 더욱 행동거지를 조심하고 순종하였을
뿐만 아니라, 또한 여러 번에 걸쳐 군사들을 이끌고
오랑캐를 정벌하여 공을 세웠기 때문에, 이때까지만
해도 두 사람 사이에는 결정적인 틈이 생기지 않았다.
세자 신생申生의 과감한 전투력으로 대승을 거두면서, 이 소식은
곧바로 도성都城 인 강성絳城 으로 전해지게 되었다.
시施 야. 이오二五 는 뭘 하고 있느냐.
양오梁五와 동관오東關五를 빨리 부르겠습니다.
군부인 마마, 부르셨습니까.
어떻게 세자 신생申生이 모두 승리하였단 말이오.
군부인君夫人, 주공께서 지휘하니 그리된 것입니다.
전쟁에서 패하거나, 죽어 줘야!
우리 해제奚齊를 세자로 만들 수 있는데
계속 승리하며, 공功 만을 세우다니 안타깝구나.
여희驪姬는 진헌공晉獻公이 세자를 보호해준 것으로 생각하였다.
어떻게 하던 세자 혼자 전쟁에 나아가 전투를 하다가 죽기를
바라는 방법을 또 세우며 진헌공晉獻公을 설득하기 시작한다.
군후君侯께서는 이제 너무 연로하셨나이다.
언제까지 전쟁을 직접 지휘하시렵니까.
신생申生 세자께서 매번 잘하고 있사오니
이제부터는 세자에게 맡기시옵소서.
2년 사이에 세자 신생申生이 앞장서서
주변의 대여섯 개 소국들을 모조리 병합시켰습니다.
그때마다 세자 신생申生의 이름은 더욱 높아졌으며
주공께선 그 위세마저 따를 수 없게 되었나이다.
허 어, 뭔, 그런 소리를 다 하는가.
그러시다면 한 번 더 전장에 내 보내시옵소서.
어떤 전장戰場을 말하는 것인가.
이제 나라의 영토가 많이 넓어졌으나, 그러나
동산東山에 있는 고락씨 皐落氏가 자주 침범하여,
백성들의 재물을 번번이 약탈해간답니다.
고락씨皐落氏를 세자 스스로 정벌하게 하시옵소서.
거, 좋은 생각이다, 그렇게 하마.
동산고락씨東山皐落氏는 원래 산서성 화순현和順縣에 상주하던
적족赤族으로, 이들은 점차 남쪽으로 이동하여, 당시 진晉 나라
도성인 강성絳城과 가까운 곳인 동산東山의 원성垣城에 자리 잡고
있으면서 진晉 나라 변경을 자주 침입하였었다.
다음 날 진헌공晉獻公은 조례를 소집하여 신료들이 모인 자리에서
동산東山에 있는 고락씨皐落氏를 토벌하겠다고 발표하였다.
동산東山에 있는 고락씨皐落氏가 자주 침범하여
백성을 괴롭히는바, 진작부터 정리하려 하였느니라.
더구나 동산東山의 고락씨皐落氏는
괵虢과 우虞를 가는데 중간에 있어 눈엣가시와 같도다.
동산東山은 곡옥曲沃과 가까운 곳이다.
동산東山의 직稷과 상桑으로 세자를 보내라.
직稷 땅은 현 산서성 남쪽의 문희현聞喜縣 근처인 직왕산稷王山
일대 이며, 상桑 땅은 현 산서성 남쪽의 하남성 및 섬서성과
접경지역인 임의현臨猗縣 부근이다.
주공, 아니 되옵니다.
소부小傅 이극里克이 말씀드리겠나이다.
세자는 주공의 다음 분입니다.
세자는 항상 도성都城에 남아 다음을 계승코자
주공께 많은 것을 배워야 하옵는데
어찌하여 곡옥曲沃에 내보셨으며, 또 위험한
싸움터에 또다시 내보는 것은 너무 부당합니다.
허 허. 이극里克은 너무 걱정하지 마라.
나에게 아들이 모두 아홉 명이나 되노라.
누구에게 군위君位를 물려줄지
아직 정하지 아니하고 있노라.
진헌공晉獻公이 세자 신생申生이 있음에도, 아직 후계자를 정하지
않았다고 한 말은, 공실과 신료들에게 커다란 파문을 일으켰으며,
자꾸 소문으로 퍼져나가게 되었다.
이제 동산東山에 있는 고락씨皐落氏를 토벌하라는 출전명령서와
함께, 원로대신 호돌狐突과 대부 선우鮮于를 곡옥曲沃에 있는
세자 신생申生을 도와주라며 보내 주는 것이다.
전투복과 허리띠를 하사下賜 하노니
동산東山의 직稷과 상桑 땅으로 쳐들어가
반드시 적적赤狄 인 고락씨皐落氏를 정벌하라.
원로대신 호돌狐突과 대부 선우鮮于와 태사 두원관杜原款은
진헌공晉獻公의 하사품인 전투복과 허리띠의 패옥佩玉을
살펴보고는, 세자의 격식에 맞지 않는다며 몹시 분개 하게 된다.
잡색雜色의 옷은 떳떳지 못한 마음이며
옥玉이 아닌 금金 패옥佩玉은 이별을 뜻합니다.
세자께서는 이번 전투에 나가지 마십시오.
다른 나라로 망명하셔야겠습니다.
이 호돌狐突의 생각도 안 된다고 봅니다.
태부 두원관杜原款과 함께 망명을 떠나십시오.
아니요. 나는 싸울 것이오.
아바마마께서 나를 떠보려는지 모를 일이오.
명령을 어기면 내 죄가 커지기만 하오.
오르지, 불효와 불충을 저지르지는 않을 것입니다.
설사. 열심히 싸우다 죽더라도
아름다운 이름이나마 남길 것이오.
세자 신생申生이 눈물을 뿌리며, 앞장서서 적진을 향해 달려가자,
이러한 모습을 본 군사들은 사기가 하늘을 찌를 듯이 높아졌다.
세자를 지켜야 한다.
세자를 위하여 싸우자.
빨리 이길 방법은 기습奇襲 작전이다.
자, 소리 없이 직상稷桑 땅으로 쳐들어가라.
고락씨皐落氏가 패퇴하고 있습니다.
빨리 항복을 받아내고, 양민良民을 죽여선 안 된다.
호돌과 선우와 두원관은 세자를 앞세우며 직稷과 상桑 땅에서
큰 싸움을 벌여, 고락씨皐落氏를 패퇴시키는 대승을 거두고,
그들의 땅을 병합시켜 버리니, 또 세자는 그의 위세를 떨치게 된다.
이에 여희驪姬는 더욱 안달이 나게 되었다.
주공, 신첩臣妾이 듣기로는 신생申生의 사람됨이
밖으로 인자仁慈 하고 안으로는 참으며
백성들을 잘 감싼다고 합니다.
곡옥曲沃에서도 백성에게 은혜를 두텁게 베풀어
세자를 위해 기꺼이 죽을 정도라고 합니다.
이는 아무래도 앞으로 백성을 동원하여
필요할 때 유용하게 쓰고자 함이 아니겠나이까.
주공, 세자께서는 주공이 신첩臣妾에 미혹되어
나라를 어지럽게 만들고 있다고 말한답니다.
주공, 세자 신생申生이 나라를 안정시킨다는
명분으로 변란을 일으킨다면
그 참화가 주공께 미쳐서는 안 될 것입니다.
더구나 하군下軍을 거느리고 있사오며
신생申生의 하군이 상군보다 더 강하다고 하옵니다.
여희驪姬 야, 설마 그럴 리가 있겠느냐.
주공, 온 조정이 이 소문을 다 듣고 있는데
주공께서만 모르고 계시옵니까.
허 어. 정말 사실이 그러한가.
주공. 신첩臣妾을 어서 빨리 죽이시옵소서.
그러고 나서 세자 신생申生에게 사과하시고,
세자 신생申生의 계략을 잘 막으시어
주공의 옥체玉體 나마, 잘 보존하소서.
허 어, 부인의 말이 그렇다면 어찌하면 좋겠는가.
주공, 늙음을 핑계로 나라를 세자에게 물려주십시오.
세자가 나라를 얻어 욕심을 만족하게 된다면
주공을 놓아줄지 모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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