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안) 열국지 101∼200 회

제 101 화. 자기 농담에 자기가 죽는가.

서 휴 2022. 4. 28. 17:13
서휴 춘추열국지

 

 101 자기 농담에 자기가 죽는가.

 

남궁장만南宮長萬이 창을 가지고 노는 솜씨는 남들이 흉내 낼 수

없는 실력이라, 높이도 던질 뿐만 아니라, 떨어질 때도 한 손으로

서슴없이 척척 받아내니 구경하는 사람들도 박수갈채를 보낸다.

 

      아 하. 열 번째 던집니다.

      , 하하. 열 번 다 받아냈소.

 

      아니 열 번 중에 한 번도 실수를 안 한다니

      정말 배알이 꼬이는구나.

 

남궁장만이 두 손을 번쩍 쳐들고 크게 포효하면서 승리를 외치자,

송민공은 은근히 밸이 틀리며 시기하는 마음이 일었다.

 

      박국博局을 이리 가져오너라.

      , 지금부터 박국博局을 둡시다.

 

      주공, 몇 판을 두는 겁니까.

      척극擲戟 놀이를 열 번 하였으니

      박국博局도 열 판을 둬야 하지 않겠소.

 

      주공, 좋습니다.

      한판이라도 이기면 되는 거지요.

 

       주공, 척극擲戟 놀이를 열 번 이겼으니

       주공, 박국博局은 한판만 이겨도 되겠네요.

 

       허 어, 그렇게 되는구먼.

       그러나 한판마다 지는 사람은 밥그릇만큼 큰

       저 금잔金盞에 가득 채워 벌주를 마시는 거요.

 

박국博局은 송민공宋閔公이 고수高手 였으며, 이에 남궁장만은

평소에 열판을 두면 두세 판은 이겼으므로 자신이 있었다.

     

       주공, 알겠습니다,

       주공, 좋습니다. 주공부터 먼저 돌을 놓으십시오.

 

박국博局 이란, 옛날의 12줄 바둑으로 씨줄과 날줄로 12줄을 쳐놓고

두는 바둑으로, 그 바둑판은 매우 두터운 나무판으로 되어있다.

 

      12줄 위에 돌의 위치를 자기의 판단으로

      이리저리 놓으면서 밀고 당기며 상대방 말을

      잡음으로써 승패를 가리는 놀이라 할 수 있겠다.

 

남궁장만은 이미 척극擲戟 놀이에서 열판을 모두 이겼으므로,

박국博局에서 단 한판만이라도 이기면 승리하는 것으로 아주

쉽게 생각하고 자신만만 하였다.

 

       허 어 어. 다섯 판이나 지다니

       크 흐 흐. 어이 취한다.

 

       허 어, 다섯 잔째가 아니겠소.

       남궁장만南宮長萬 장수. 견딜 만하겠소.

 

남궁장만은 이날 따라 다섯 판을 모두 패하고, 다섯 잔의 벌주를

마시게 되니, 독한 술에 취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허 어, 여섯 번이나 졌소.

       남궁장만南宮長萬 장수. 이제 항복하시오.

 

       뭔 소리요. 아직도 네 판이나 남았소.

       끝까지 두자는 거요.

       나도 열 번의 척극擲戟 놀이를 하였잖소.

 

       한판만 이겨도 내가 승리하는데

       왜 그만두자는 거요.

       죄수 놈이 고집도 세구먼.

 

열 번의 척극擲戟 놀이에서 전부 이겼으므로, 박국博局에서 한판만

이겨도 된다는 생각으로 계속 둘 것을 고집하였으나, 이미 술에

취하여 자세가 흩트리저 있으며 숨이 가빠지니 말도 거칠어졌다.

 

       이번에 지면 아홉 판째요.

       너무 취했는데 이제 항복하시오.

 

       아직 끝나지도 않았잖소.

       어 흠, 나라에 포로가 되었던 자가

       어찌 감히 과인을 이길 수 있겠는가.

 

       죄수가 되더니 고집만 세졌구나.

       옥살이하며 고집만 키운 것이냐.

 

송민공이 의기양양하게 말을 하자, 구경하던 사람들이 낄낄대며

비웃게 되니, 남궁장만은 바짝 약이 올라 대꾸도 못 하면서, 술에

취하여 숨을 거칠게 내뿜으며 박국博局 판만을 노려보고 있는데

그때 밖에서 궁인이 들어와 조심스럽게 아뢰는 것이다.

 

       주공, 잠시 말씀드리겠나이다.

       무슨 일이냐. 어서 해보아라.

 

       주공. 왕실에서 사신이 왔사옵니다.

       무슨 일러 왔다더냐.

 

       주장왕周莊王이 세상을 떠나고

       새 왕이 즉위하셨다고 하옵니다.

 

       새 왕이 즉위하셨다면 마땅히

       사신을 보내어 축하하여야 하겠구나.

 

중원의 여러 상황 속에서 주 왕실의 주장왕周莊王이 병으로 세상을

떠나고 태자 호제胡齊가 즉위하여 주희왕周僖王이 되었다.

 

      이때가 기원전 682년으로 제환공齊桓公 재위 4년에

      해당하는 해이며, 세상을 떠난 주장왕周莊王의 소식은

      송나라에도 전하여졌다.

 

궁인이 보고 올리는 말을 듣게 된 남궁장만은 취한 중에도 고개를

들어 송민공宋閔公을 바라보며 간청하듯 말하는 것이었다.

 

       주공.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 남궁장만南宮長萬은 아직 낙양洛陽의 번화한

       거리를 한 번도 보지 못하였나이다.

       주공, 제가 한 번 다녀오면 어떻겠습니까.

 

취중에서도 남궁장만이 꼭 가고 싶어 간절히 바라며 아뢰었으나,

이때 송민공宋閔公은 크게 웃으며 또 놀려대는 것이다.

 

       우리나라에 아무리 사람이 없기로서니

       어찌 포로가 되었던 죄수를

       사신으로 보낼 수 있단 말이더냐.

 

이 말에 모여 있던 궁인들이 깔깔 웃어대니, 남궁장만의 부끄러움은

분노로 변하여 얼굴이 터질 듯 붉어졌다. 마침내 그는 참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큰 소리로 욕설을 퍼붓는 것이다.

 

       . 이놈 아.

       죄수가 어떻게 사람을 죽이는지 아느냐.

 

       이 죄수 놈이 술에 취하더니

       눈에 보이는 것이 없는 모양이로구나.

 

송민공宋閔公은 곁에 놓여있던 창을 움켜쥐고 힘껏 찔렀으나, 술에

취했다고는 하나? 남궁장만南宮長萬은 척극擲戟의 명인답게 창끝을

날렵하게 피하면서, 앞에 놓여있던 무거운 박국博局 판을 번쩍 집어

들더니 송민공宋閔公의 머리통을 후려치는 것이다.

 

      . 하는 소리가 울려 퍼지며

      송민공은 장작처럼 쓰러졌으나

 

      남궁장만은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쓰러진

      송민공의 배 위에 올라타자마자

      쇳덩이 같은 주먹으로 얼굴을 마구 후려쳤다.

 

궁인들과 구경하던 사람들이 뇌수가 터진 송민공宋閔公의 머리를

보게 되자, 너무 끔찍스러워 대경실색하게 되었으며, 모두 비명을

내지르면서 사방으로 흩어져 버리는 것이다.

 

       아니 어떻게 된 거야.

       아니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야.

 

남궁장만은 주먹질을 멈추고 몸을 일으켰을 때 송민공의 머리에서

하얀 뇌수가 피와 범벅되어 흘러내리고 있는 걸 보게 된다.

 

남궁장만은 너무 엄청난 일을 저질러 버린 걸 알게 되나? 이미

두 눈에서는 퍼런 인광이 뿜어져 나오며 제정신이 아니었다.

 

      너무 엄청난 일이 한순간에 벌어지다 보니

      모두 놀라 달아나고 버리고

 

      주변에는 아무도 말리려 드는 사람도 없었으며

      이미 늦어버린 때라 말릴 수도 없는 형편이었다.

 

창을 꼬나 쥐고 이궁離宮 문을 나서는 남궁장만은 어떠한 판단도

하지 못하면서, 자기도 모르게 병거兵車를 몰아 도성인 상구商丘

돌아오게 되며, 조당으로 들어가는 조문朝門 앞에 서 있게 된다.

 

       남궁장만南宮長萬 장수.

       왜 조문朝門 앞에 서 있는 거요.

 

       주공은 지금 어디에 계시오.

       무도한 놈이 예법을 모르기에 죽여 버렸소.

 

       허 어. 장수가 많이 취하셨구려.

       이 구목仇牧에게 장난하지 마시오.

 

       장난이 아니오. 난 취하지 않았소.

       내 손을 보면 알 것이 아니오.

 

       아니 온 손에 피투성이가 아니오.

       아니 정말이구나. 이거 큰일 났구나.

 

       이놈아. 네 놈이 주공을 죽였단 말이야.

       주군을 죽이고 어찌 살기를 바라느냐.

 

구목仇牧은 피투성이가 된 손을 보며 그의 말이 농담弄談이 아닌

것을 알고는 기겁을 하며 들고 있던 지팡이로 후려갈겼다.

 

      이놈아, 어찌 주공을 죽일 수 있단 말이냐.

      남궁장만은 들고 있던 창을 내던지면서

 

      주먹으로 구목仇牧의 머리통을 후려갈기니

      구목仇牧은 나무토막처럼 쓰러져 즉사하였다.

 

      범같이 빠르며 너무 힘이 센 장수 남궁장만이

      두 사람이나 죽이며 피를 보고 나니,

      눈에서는 붉은 불꽃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남궁장만南宮長萬은 송민공宋閔公과 대부 구목仇牧을 죽이면서,

피를 본 맹수猛獸가 되어 창을 꼬나잡고 씩씩거리며, 궁궐 안으로

걸어 들어가는 것이었다.

 

       태재太宰 나리, 큰일 났습니다.

       , 무슨 일이더냐.

 

       남궁장만南宮長萬 장수가 주공을 죽이고

       대부 구목仇牧 까지, 죽였사옵니다.

 

이때 태재太宰 화독華督이 궁에서 변이 생겼다는 기별을 받고, 즉시

수레를 몰아 궁으로 달려오며, 막 동궁東宮 서쪽 담벼락을 지나는데,

마침 동궁을 향해 걸어오는 남궁장만과 마주쳤다.

 

       네 이놈. 남궁장만南宮長萬 ,

       네 이놈아, 꼼짝 마라.

 

       네 어찌 주공을 죽이고 살기를 바라느냐.

       제기랄 너나 잘 살아라.

 

화독華督의 호령 소리가 채 끝나기도 전에 간단히 창을 내밀어

달려오는 송나라 재상宰相인 태재太宰 화독華督의 가슴을 찔러

버리니, 화독華督은 비명을 지르며 수레에서 굴러떨어져 죽었다.

 

남궁장만南宮長萬은 순간적으로 재상인 태재太宰 화독華督

마저 찔러 죽이고, 자기가 타고 온 병거兵車 쪽으로 걸어가고 있는데

지나가던 한 병거兵車 가 천천히 가까이 다가오는 것이다.

 

       대장 장수님. 여기서 무얼 하십니까?

       어어. 무슨 일이냐?

       순찰하는 중이옵니다. 어서 타십시오.

 

       장수님. 웬 피를 이렇게 많이 묻혔습니까?

       으음. 조용히 해라. 그냥 가자.

 

       어디로 모실까요?

       어디긴 어디냐? 군막軍幕으로 가자!

 

남궁장만南宮長萬은 항상 머무는 군막軍幕에 들어서자 비로써

안심되는 듯이 가슴을 쓸어내리며 길게 한숨을 몰아쉬는 것이었다.

 

       빨리 마실 걸 가져오너라.

       이건 맹물이 아니냐.

       어서 차가운 술을 가져오너라.

 

       맹획孟獲을 불러라! 어서 빨리 불러라!

       맹획孟獲 입니다. 무슨 일이 있으십니까?

 

       송민공宋閔公은 좁쌀 같아 내가 죽여 버렸소!

       말이 많은 구목仇牧과 태재 화독華督도 죽였소!

 

       지금부터는 우리가 나라를 이끌고 나가야 하오!

       맹획孟獲!. 새로운 군주로 누굴 모시면 좋겠는가?

 

       공자 유가 부드럽고 인자하며

       송민공宋閔公 과도 가까운 사이가 아닙니다.

 

       좋다. 공자 유를 군위에 올리도록 하자.

       그리고 역대 군주의 족속들은 모조리 추방하라.

 

       그리고, 지체하지 말고

       송민공宋閔公의 친족들은 발견 즉시

       모두 목을 베어버려라.

 

한순간에 송나라 상구성商丘城 전체가 발칵 뒤집혔으며, 이제는

남궁장만이 송나라 조정朝廷을 진두지휘하며, 도전할 가능성이

있는 집안은 추방하거나 도륙을 내면서 온통 아수라장이 되었다.

 

이에 송민공宋閔公의 친동생인 어설御說은 박땅으로 달아났고

다른 공자들 역시 목숨을 구해 뿔뿔이 소읍小邑으로 피신하였다.

 

       장수, 다른 공자들은 별걱정이 안 되나?

       공자 어설御說은 재능과 덕망이 있어.

       반드시 반란을 일으킬 사람이옵니다.

 

       아들 남궁우南宮牛 .

       너는 맹획孟獲 장수와 함께 박땅에 쳐들어가

       공자 어설御說을 꼭 죽이고 돌아오라.

 

102 . 앙갚음의 부리를 뽑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