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안) 열국지 101∼200 회

제 103 화. 처제를 희롱하다 죽는가.

서 휴 2022. 4. 28. 17:55
서휴 춘추열국지

 

       33. 초문왕의 등장.

 

103 . 처제를 희롱하다 죽는가.

 

       제환공齊桓公이 제나라 군위에 오른

       다음 해부터 국내외적으로 많은 사건이 일어났다.


       제나라가 노나라와의 두 차례 전쟁에서

       모두 패하는 수모를 당한 것도 바로 이때였다.

 

       하지만 이 패배는 관중管仲의 진가를 깨닫게 해주어

       모든 국정을 일임하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이렇게 제환공이 장차 패공霸功이 되겠다며

       시행착오를 거듭하고 있을 무렵이었다.

 

이때 남방南方에 자리 잡고 있던 초나라가 힘을 키우더니

중원中原에 진출하고자 본격적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초나라는 황하黃河 서쪽 끝의 진나라에서

       황하黃河를 따라 동쪽으로 쭉 내려오다가

       중원中原에 이르기 전에

 

       황하黃河 남쪽 편의 긴 산을 넘어

       한수漢水를 따라 남쪽으로 내려가다가,

 

       한수漢水는 회수淮水를 만나게 되며,

       그리고 티베트에서 동쪽으로 흘러오는

       길고 긴 장강長江과 합해진다.

 

       지금의 우한(Wuhan 武漢) 지역인 그 일대를

       모두 초나라가 차지하고 있었다.

 

       중원中原의 여러 제후국 사람들은

       초나라가 비록 물이 많으며 비옥하면서

       넓은 평야가 있어 광활하다고는 하나,

 

       초나라는 중원中原에서 멀리 떨어져 있으면서

       가시나무 ()가 많은 형땅에 있다고 하며,

 

        문명이 한참 뒤떨어져 있는 곳이라 하면서

        형만荊蠻, 즉 오랑캐라고 낮춰 부르고 있었다.

 

나라는 한동안 세월이 흐르면서 제17대 초무왕楚武王 대에

이르러서야! 중원中原의 문물을 받아들이게 되면서,

 

중원에 버금가는 문화를 갖추게 되며, 주변 나라를 점령하면서

나라의 규모를 점점 키워나가고 있었다.

 

       초나라는 수를 굴복시키고

       권을 이기고, 을 깨트리고,

       교와는 동맹을 맺고

 

       한수漢水 동쪽의 작은 나라들로부터 조공朝貢

       받게 되면서 마침내 국력이 더욱 세졌다.

 

초무왕楚武王 웅통熊通이 한창 세력을 넓힐 때는 기원전 690

때의 일이며, 그해에 수나라 수후隨侯가 갑자기 마음이 변하여

나라 영성郢城에 입조 하지 않자, 몹시 괘씸하게 생각하였다.

 

이에 참지 못하고 군사를 일으켜 수나라에 쳐들어가게 된다.

이 원정 중에 초무왕楚武王이 갑자기 병들어 죽는 일이 생겼다.

그때는 제양공齊襄公이 기나라를 멸망시킨 해와 겹친다.

 

       모두가 알겠는가. 나의 죽음은

       수나라를 접수하고 난 후에 알리도록 하라.

 

       왕이시여. 명심하겠나이다.

       기필코 수나라를 점령하고야 말겠나이다.

 

나라의 영윤令尹 (재상宰相) 투기鬪祁와 왕족 출신인

집안의 굴중屈重은 막오莫敖(장수將帥) 벼슬을 하고 있었으므로,

초무왕楚武王의 유언을 받들어 상을 발하지 않고 숨겼다.

 

       초군楚軍은 샛길을 이용하여 몰래 쳐들어가

       수나라의 도성을 기습하여 점령하라.

 

초군楚軍이 수나라의 도성을 갑자기 덮치자, 수후隨侯는 몹시

두려워하며, 다시 강화講和를 애걸하자, 막오莫敖 굴중屈重

나라 군막으로 수후隨侯를 오게 하여 다시 맹약을 체결했다.

 

       초군楚軍은 한수漢水를 모두 건너오자마자,

       그때야 초무왕楚武王이 죽었다는 사실을 알렸으며,

 

       그의 아들 웅자熊貲를 즉위시키니

       이제는 초문왕楚文王의 시대가 열리게 되었다.

 

초무왕楚武王이 재위 51년 동안 초나라의 국력을 신장시키고

죽게 되자, 그 아들 초문왕楚文王 대에 이르러 더욱 세력이 커진다.

 

       초문왕楚文王은 초나라 처음으로

       중원에 도전하는 최초의 왕이었다.

 

초문왕楚文王 시절에는 투기鬪祈, 굴중屈重, 투백비鬪伯比, 위장薳章,

투염鬪廉, 육권鬻拳 등의 뛰어난 참모들이 많았으므로 이들과 함께,

나라 등이 있는 한양漢陽 땅을 침탈侵奪 하여 중원中原 가까이

다가가고자, 계획을 세웠으며 끊임없이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우리 초나라를 누가 감히 맞설 수가 있겠는가?

       주나라나 우리 초나라가 무엇이 다르겠는가?

       이제 중원中原으로 나아가 천하를 점령하고

       천하의 초나라를 세우고 말리라!

 

       왕이시여. 중원中原으로 나아가려면

       신나라와 채나라가 막고 있나이다.

 

옛날 신나라 신후申侯는 주나라 서주西周 시대의 마지막 왕인

주유왕周幽王의 장인으로써 국구國舅가 되어 국정에 많이 관여 하였다.

 

       주유왕周幽王이 못된 포사褒姒 만을 총애하여

       나라에 심한 혼란을 가져오자,

 

       신후申侯는 융족을 끌어드려 포사褒姒를 몰아내고

       썩은 주나라 왕실을 개혁하려 들었으나

       아쉽게도 실패하며 몹시 피폐해지게 되었다.

 

        그로 인하여 주나라 왕실이 낙양洛陽으로

        옮겨가며, 동주東周 시대가 열리게 된 것이다.

 

        동주東周 시대가 열리면서 얼마 지나지 않아

        생각 밖으로 제후들의 힘이 막강해지며

 

        막강해진 힘으로 서로 각축전을 벌이면서

        춘추시대春秋時代가  열리게 되었으며

        그 후에 전국시대戰國時代까지 이어진다.

 

        전국시대 후에는 진시황秦始皇이 나타나

        진나라 시대가 되었다가

        한나라가 천하를 통일하게 되며

        그 후에 삼국三國 시대가 온다.

           

나라는 지금의 하남성 남양시이며, 채蔡 나라는 한양 땅으로서

이 두 나라는 중원으로 나가는 교통 요충지의 길목에 있는 나라였다.

 

       그래, 지금의 신나라는 어떻게 하고 있는가?

       신나라는 작은 나라라 쉽게 점령할 수 있나이다.

 

       중원中原의 여러 제후의 저항이 거세지 않겠는가?

       신나라는 그만한 영향력이 없을 뿐만 아니오라

 

       중원의 나라들은 오랫동안 서로 전쟁하고 있는바

       제 앞가림에 급급하여 돕지 못할 것이옵니다.

 

초문왕楚文王이 신나라를 토벌하러 갈 때 등나라를 지나가게

되었다. 나라 기후祈侯는 세 조카인 추생鵻甥, 담생聃甥,

양생養甥 과 함께 초문왕을 맞이하고 연회를 베풀어 접대했다.

 

       주공, 초문왕楚文王을 죽여야 합니다.

       저자가 신나라를 토벌하고 나면

       우리 등나라를 멸망시킬 것입니다.

 

       그럴 리야, 있겠느냐.

       잘 대접해 보내면 고마워할 것이다.

 

       만약 일찍 도모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주공께서는 크게 후회하실 것입니다.

 

       허 어, 내가 찾아온 손님을 죽인다면

       사람들은 내가 먹다 남긴 음식도 먹지 않을 것이다.

 

       만약 저희 말을 따르지 않으신다면

       나라가 망하여 사직이 제사를 받지 못할 것인데,

       주공께서 무슨 남길 음식이 있겠습니까?

 

하지만 등나라 기후祈侯는 듣지 않았다. 초문왕은 신나라를

토벌하고 돌아오면서 등나라를 쳤고, 그 후에 다시 쳐 멸망시켰다.

 

       이는 좌전左傳 장공莊公 6년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이때의 이야기를 서제막급噬臍莫及 이라 표현하였다.

 

       서제막급噬臍莫及

       씹을 서, 배꼽 제, 없을 막, 미칠 급.

 

       서제막급은 사슴이 스스로 제 배꼽을 물어뜯으려 해도

       입이 미치지 않는다는 말인데,

 

       사향노루가 붙잡히는 것은 그 배꼽 향내 때문이라 생각해

       배꼽을 물어뜯으려 한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초문왕楚文王이 신나라를 침공하여 토벌하고 나라까지

멸망시켰으나, 중원中原의 제후들에게 아무런 저항도 받지 않았다.

 

       신나라나 등 나라가 그만큼 영향력이 없기도

       하였지만, 당시 중원의 나라들도 제 앞가림을 하기에

       급급한 실정에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초문왕楚文王은 너무나 싱겁게 두 나라를 점령하였으며,

중원中原관문인 남양南楊 땅의 일부를 차지하게 되었다.

이때가 초문왕 2년의 일이며 제양공 10년에 해당하는 해였다.

 

       다음 목표는 채나라가 아니겠는가?

       채나라는 우리와 가장 가까이 있으나

       아직도 우리에게 굴복하지 않고 있도다.

 

       왕이시여, 제 말을 들어보시옵소서.

       채나라는 만만치 않은 제후국諸侯國 이옵니다.

 

       후작侯爵의 작위를 받은 나라로 국력도 탄탄하며

       제나라와도 혼인 관계를 맺고 있사오며

       주왕실과 주변 제후국 간의 교류도 활발하나이다.

 

       한마디로 쉽게 멸할 수 있는 나라가 아니란 말인가?

       왕이시여. 그러한 나라이옵니다.

 

       그렇다면 좋다. 잠시 두고 보자.

       뭔가 좋은 기회가 오지 않겠는가?

 

       왕이시여, 그렇사옵니다.

       기다리시면 좋은 기회가 반드시 올 것입니다.

 

초문왕楚文王은 잠시 공격의 야망을 멈추고, 나라의 동태를

살피고 있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우연히 좋은 기회가 찾아온다.

 

        채애공蔡哀公은 일찍이 진나라의 큰딸

        규씨嬀氏를 부인으로 맞아들였고

 

        그 이웃 나라인 식나라 식후息侯 역시

        진의 둘째 딸인 식규息嬀에게 장가를 들어

        둘 사이는 동서지간同壻之間이 되어있었다.

 

그런데 식후息侯의 부인 식규息嬀는 보기 드문 천하절색이라고,

그 이름이 널리 알려졌는데, 한 번은 식규息嬀가 친정인 진나라로

근친覲親 하러 갈 때, 나라를 거쳐 가야 하는 일이 생겼다.

 

       처제가 우리 채나라를 지나간다고 하였는가?

       내 어찌 어여쁜 처제를 그냥 지나치게 할 수 있겠는가?

       오랜만에 어여쁜 처제의 얼굴을 꼭 한번 봐야겠도다.

 

채애공蔡哀公은 처제인 식규息嬀를 반갑게 궁중으로 맞아들였으나

음탕한 희학戱謔 질을 하며 조금도 손님으로 대하지 않는 것이다.

 

       형부. 왜 이러세요!

       손을 더듬기도 하고 눈빛이 왜 이래요?

 

       술도 안 마셨는데,

       왜 색마色魔 짓을 하는 거예요!

 

       에이 처제야, 조금만 참아봐라.

       내 참, 형부, 실망이 너무 커요!

 

식규息嬀는 분하기도 하고 화가 치밀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으며

그 길로 채나라를 떠나 곧바로 친정인 진나라로 향하였다.

그리고 돌아올 때는 채나라를 들르지 않고 식나라로 갔다.

 

       주공 나리. 분해서 못 살겠어요.

       부인, 왜 무슨 일이 있었소?

       울지 말고 속 시원히 이야기해보시오.

 

식규息嬀는 친정에 들렀다가 식나라로 돌아와서는 남편인

식후息侯에게 채애공蔡哀公의 음흉한 언행을 모조리 일러바쳤다.

 

       세상에 어찌 이럴 수가 있느냐?

       아 안타깝구나.

       내 나라가 조금만 컸더라면 당장 쳐들어가

       저 채애공蔡哀公을 혼을 내줄 터인데!

 

마음 같아서는 당장에 채나라로 쳐들어가고 싶었으나,

나라는 채나라보다 훨씬 작은 소국이며 국력도 약하였다.

 

       식후息侯는 채나라와 전쟁을 벌였다가는 오히려

       패할 것이 뻔하였기에, 한 가지 계책計策을 마련하였다.

 

104 . 힘이 좋은 남자는 미인을 좋아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