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안) 열국지 101∼200 회

제 104 화. 힘이 좋은 남자는 미인을 좋아하는가.

서 휴 2022. 4. 29. 12:28

서휴 춘추열국지

 

104 . 힘이 좋은 남자는 미인을 좋아하는가.

 

분하게 생각한 식후息侯는 채애공蔡哀公에게 혼을 내주겠다며

꾀를 내게 되었으며, 이에 은밀하게 초나라에 사자를 보내어

초문왕楚文王에게 조공을 바치면서 충동질을 하는 것이다.

 

       초왕楚王께 아뢰나이다.

       채애공蔡哀公이 주나라 왕실만 믿고

       대왕께는 조공朝貢을 바치지 않는 바인데

       대왕께서는 어찌 보고만 있으시옵니까?

 

       뭐 좀 좋은 방안이 있겠소.

       한가지 계책計策을 올리겠나이다.

 

       만약 대왕께서 우리 식나라를 공격하시면,

       우리 식나라는 채애공蔡哀公에게

       즉시 구원을 요청하겠습니다.

 

       채애공蔡哀公은 원래 경망스럽습니다.

       채애공蔡哀公은 의리를 지킨다면서 반드시

 

       채애공蔡哀公은 우리 식나라를 구원하러

       친히 채군蔡軍을 이끌고 달려올 것입니다.

 

       그때, 채애공蔡哀公을 쉽게 사로잡으시면

       채나라가 어찌 조공을 바치지 않겠나이까.

 

       허 어, 거참 좋은 계책이오.

       좋소, 내 식나라에 쳐들어가리다.

 

식후息侯의 계책을 들은 초문왕楚文王은 무릎을 치면서 기뻐하며,

나라를 조공국朝貢國으로 삼을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였다.

 

       이제 중원中原으로 나갈 기회가 드디어 찾아왔구나.

       자, 이제 우리 초군楚軍은 식나라를 쳐들어가자.

 

식후息侯가 초나라가 쳐들어온다며 구원을 요청하자, 이 내용을

전혀 모르는 채애공蔡哀公은 동서同壻 인 식후息侯를 돕기 위하여

재빨리 채군蔡軍을 이끌고 친히 달려오게 된다.

 

채군蔡軍이 막 식나라 경계 안으로 들어섰을 때였다. 숲속의

양편 골짜기에 숨어 있던 초나라 복병이 일시에 쏟아져 나오자,

채애공은 기겁을 하며, 황급히 식나라 식성息城으로 달려갔다.

 

       우리는 채나라 채군蔡軍 이요.

       나는 채나라 채후蔡侯 이니라.

 

       우리 채군蔡軍이 초군楚軍에게 쫓기고 있도다.

       식군息軍은 어서 성문을 열도록 하라.

 

그런데 어찌 된 일인가, 식후息侯는 성문을 굳게 닫아걸고

채군蔡軍을 영접하기는커녕, 오히려 성벽 위에서 소나기 같은

화살을 마구 퍼부어대며 들어오지 말라고 내쫓는 것이 아닌가.

 

       아니. 이럴 수가 있나. 정말 이상하구나.

       으음. 식후息侯가 나를 속이는 건가.

       안 되겠다. 다른 길로 달아나야겠도다.

 

채애공蔡哀公은 식후息侯의 행위를 이해하지 못하며, 초군楚軍

피해 열심히 달아났으나, 퇴로를 이미 알고 있는 초군楚軍에게

끝내는 신야莘野 들판에 이르자마자 사로잡히고 말았다.

 

       왕이시여, 고생 많으셨습니다.

       여기 초군楚軍이 먹을 음식을 가져왔나이다.

 

이때 식후息侯가 달려와 초군楚軍을 배불리 먹이고, 초문왕이

나라 경계를 떠날 때까지 따라와 전송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형제간에 어찌 저리 배신할 수 있는가?

       더구나 나는 도우러 온 형제가 아닌가?

 

       그동안 섭섭한 감정이 있었으면 말로 할 것이지!

       어떻게 초나라에 날 팔아넘긴단 말인가?

       식후息侯는 천하에 몹쓸 나쁜 놈이로다.

 

초문왕楚文王은 초의 도성인 영성郢城에 잡혀 온 채애공蔡哀公

바라보면서, 흐뭇한 마음으로 중원中原의 제후諸侯 들에게 자신의

위세를 떨치려 하였으며 또한, 소문이 퍼져나가길 바랐다.

 

       네가 채애공蔡哀公 이냐?

       그동안 감히 나와 맞서려 하였느냐?

 

       저자를 펄펄 끓는 가마솥에 넣고 삶아버려라!

       내, 저자의 고기를 우리 태묘太廟에 바치리라!

 

       아니. 이게 무슨 짓이오.

       이 무슨 무지막지한 명이란 말이오.

 

       야 아. 무슨 짓을 하려는 거야.

       아 아, 나를 끌고 가지 마라.

 

채애공蔡哀公은 양팔을 잡히어 펄펄 끓는 가마솥으로 끌려가자

기절초풍하면서 공포를 이기지 못하여 오줌을 그만 싸버렸으며

고함도 제대로 지르지 못하면서, 가마솥 가까이 당도하고 만다.

 

채애공蔡哀公은 처제인 식규息嬀의 빼어난 미모에 애욕의 마음으로

희롱을 하였다가, 앙심을 품은 식후息侯에게 어처구니없는 보복을

당하여, 펄펄 끓는 가마솥에 삶기는 죽음 앞에 이르게 되었다.

 

       아. 나는 죽는구나.

       어떻게 이리 허무하게 죽을 수가 있는가?

 

       어찌하면 좋겠는가.

       아, 이제는 죽게 되었구나.

 

채애공이 이제 죽는가 싶어 두 눈을 감았을 그때였다. 나라

신하 중에 성품이 강직하고 바른말 잘하기로 소문난 육권鬻拳

이라는 사람이 분연히 일어나 초문왕楚文王에게 강력하게 간했다.

 

       왕이시여, 신 육권鬻拳 이오!

       아니 됩니다. 잠깐 멈추시오!

       왕께서는 잠시 신의 말을 들어보십시오!

 

       왕께서는 중원에 진출하려는 큰 뜻을 품고 계십니다.

       하온데 채애공蔡哀公을 가마솥에 삶아 죽인다면

 

       이 소문을 들은 중원의 제후들이 한결같이

       공포에 떨며 우리 초나라를 무서워할 것입니다.

 

       왕께서는 공포로써 그들을 제압하려 하십니까?

       공포를 쓰게 되면 제후들이 따라오지 않습니다.

 

       이러한 행위는 오히려 저들의 분노憤怒

       증오憎惡 만을 불러일으킬 뿐입니다.

 

       왕께서 중원을 제압하려면 두려움을 갖게

       하기보다는 먼저 덕을 베푸셔야 하옵니다.

 

       이번이 그 덕을 베풀 좋은 기회가 되옵니다.

       왕이시여. 채애공蔡哀公을 살려서 돌려보내시며

       중원에 큰 덕을 보이시옵소서.

 

육권鬻拳이 큰 소리로 간하여도 초문왕楚文王이 아무 대답을 하지

않자, 이제는 더 큰 소리로 용감하게 다시 아뢰었다.

 

       왕이시여. 백성도 그리는 함부로 하지 못하옵는데,

       더구나 일국의 제후諸侯를 그리할 수 있겠나이까?

 

       내, 한번 명한 일이로다.

       육권鬻拳은 함부로 관여하지 말라.

 

육권鬻拳은 초문왕楚文王이 채애공蔡哀公을 가마솥에 삶아 죽이려

하자 분연히 일어나 간하였으나, 초문왕楚文王은 이미 마음을

정하여 버렸는지 육권鬻拳의 말은 들은 척도 하지 않는다.

 

그러자 육권鬻拳이 무릎 꿇었다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 왼손으로는

초문왕의 팔뚝을 꼭 부여잡고, 오른손으로는 허리에 찬칼을 뽑아

들더니 일순간에 초문왕楚文王의 목에 대고 다시 외치듯이 말한다.

 

       차라리 신이 왕과 함께 죽을지언정

       왕께서 살아가며 중원 여러 나라로부터

       두고두고 멸시蔑視 받는 꼴은

       도저히 보지 못하겠나이다.

       왕이시여, 명령을 거두십시오.

 

초문왕楚文王은 자기의 목에 시퍼런 칼날이 닿자, 기절초풍하듯

놀라며, 두 손을 휘저으면서 연신 육권鬻拳을 향해 부르짖었다.

 

       아니 육권鬻拳이 왜 이러는가.

       내 그대 말을 듣겠노라.

       내, 명령을 거두겠노라.

 

       그대 말대로 할 터이니 어서 칼을 치워라.

      육권鬻拳은 어서. 어서 치워라.

 

이렇게 해서, 채애공은 죽기 직전에 육권鬻拳의 도움으로 겨우

목숨을 구하게 되었으나, 육권鬻拳은 다시 무릎을 꿇으며 말한다.

 

       왕이시여, 왕께서 신의 말을 들으시어

       채애공蔡哀公을 죽이지 않은 것은

       우리 초나라에 복이 되어 돌아올 것입니다.

 

       하오나 왕에게 겁박을 준 일은 중죄가 돼 오니

       바라건대, 왕께서는 신을 죽여주시옵소서.

 

       그대는 지금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가.

       그대가 보여준 행동은 하늘에 떠 있는

       저 해도 무색할 정도의 대단한 충성심이리라.

 

       과인이 어찌 그런 충신을 벌할 수 있겠는가.

       그만 되었소. 어서 일어나시오.

       어서 일어나라 하지 않았소.

 

육권鬻拳의 행동에 초문왕과 모여 있던 신하들이 한결같이 어리둥절

하는데 그의 얼굴에는 이미 비장秘藏 한 각오가 서려 있었다.

 

       왕이시여, 감사하나이다.

       왕께서는 비록 신을 용서하실 수 있사오나?

       왕이시여, 은 신을 용서할 수 없나이다.

 

이렇게 말하고는, 돌연 들고 있던 칼로 자기 오른발을 끊어버리며,

끊어져 나간 다리에서 선혈이 뿜어져 나오는데도, 그는 아랑곳하지

않으면서 궁정 안의 모든 신하를 향하여 외쳐댔다.

 

       여러분 똑똑히 보도록 하시오!

       신하 된 자로 왕에게 무례한 짓을 한 자는

       나처럼 되고 말 것이오!

 

초문왕楚文王은 대경실색하며 애초에 그의 간언을 듣지 않은 것을

몹시 뉘우치면서 얼른 의원을 불러 다리를 치료하게 하였다.

 

육권鬻拳의 다리 상처는 아물었으나 걷지는 못하였다. 반면에

그의 명성은 초나라 전역에 퍼지며 충신의 대열에 올랐다.

 

       육권鬻拳의 드높은 충성심을 기리 보존하리라.

       육권鬻拳의 다리를 부고에 소중히 보관하고

       앞으로 육권鬻拳을 태백太伯 이라 불러라.

 

태백太伯 이란 큰아버지라는 뜻으로 최고의 존칭어이다.

초문왕楚文王은 육권鬻拳을 성을 지키는 대혼大閽으로 삼았으며

나라 도성인 영성郢城의 모든 성문을 관리하게 하면서

행정권마저 맡기면서 영성郢城 전체를 관리하게 하였다.

 

초문왕楚文王은 충신 육권賁勸의 만류로 채애공을 살려주었으며,

조공을 바치겠다는 약속을 받게 되자, 채애공蔡哀公을 채나라로

돌려보내기로 하고 위로한다면서 큰 연회를 베풀어주었다.

 

       채애공蔡哀公. 나라로 돌아가시더라도

       우리 앞으로 잘 지내봅시다.

       왕이시여, 여부가 있겠습니까?

 

       자. 풍악을 울려라.

       무얼 하느냐.

       모두 앞에 술을 가득 부어라.

 

       채애공蔡哀公. 술맛이 어떻소.

       왕이시여, 향이 너무 좋습니다.

 

       우리나라는 가시나무()가 많지요.

       봄이 되면 새순을 따서 찧고

       그늘에서 말리며 또 찧고

       술을 만들어 부으며 3년을 숙성시키지요.

 

       어쩐지 형주荊酒가 소문난 술이라 하더니

       과연 담백하고 은은한 향이 정말 좋습니다.

 

       내, 떠날 때 실어드리도록 하겠소.

       왕이시여, 정말, 정말 고맙습니다.

 

풍악이 울리며 많은 여자가 춤을 추며 흥을 돋우면서, 분위기가

무르익자, 초문왕은 쟁을 탄주彈奏 하는 어여쁜 소녀를 말끄러미

쳐다보다가 눈빛이 마주치자, 손짓하여 오라고 부른다.

 

       채후蔡侯. 이 소녀가 얼마나 아름답소?

       인물도 아름답고 쟁도 잘 치면서,

       아마 재색才色을 겸비한 것 같소.

 

       그렇습니다, 너무나 어여쁩니다.

       소녀야, 무얼 하느냐?

 

       채후蔡侯께 술을 가득 올리도록 하고

       곁에서 떠나지 말고 시중을 잘 들어드리도록 하라.

 

       소녀, 술잔을 올리나이다.

       채후蔡侯 께옵 선 만수무강萬壽無疆 하시옵소서.

       어허 어. 고맙소.

 

       남아가 여자의 아름다움을 모른다면

       진정 남아라 할 수 있겠소.

 

        또한, 아름다운 여인은 그녀의 아름다움을

        진정으로 알아주는 남아가 없다면

        얼마나 섭섭하겠소.

 

105 . 내 손으로 내 아내를 바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