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안) 열국지 069∼100회

제 85 화. 세상이 혼탁해지면 새 인물이 나오는가.

서 휴 2022. 4. 24. 19:32

서휴 춘추열국지

 

      27. 새로운 인물의 등장.

 

85 . 세상이 혼탁해지면 새 인물이 나오는가.

 

        제양공齊襄公은 재위 13년의 짧은 기간이지만,

        허약했던 제나라를 천하의 강대한 나라로

        키워내며 여러 업적을 쌓았으나, 황음무도한

        행실로 연칭連称의 칼에 비참하게 죽는다.

 

제양공齊襄公은 연합군을 결성하여 위, , 나라를

정벌하였고, 아울러 주변의 작은 나라를 병합하며 영토를 넓혔다.

 

8대에 걸쳐 원수로 지내던 기나라를 멸망시킴으로써

나라 조상의 오랜 숙원을 해결하는 큰 업적도 남겼다.

 

       그러나, 황음무도荒淫無道 하여, 여동생이자

       노환공魯桓公의 부인인 문강文姜과 간통하면서,

 

       이복 동생인 팽생彭生을 시켜 노환공魯桓公

       모시고 가다가 수레 안에서 모살謀殺 시켰으며,

 

       그 죄를 모두 팽생彭生에게 덮어씌워 죽였다.

       그때부터 민심을 크게 잃기 시작한다.

 

       이처럼 짧은 기간에 많은 업적을 쌓았으나

       성실하지 못한 행동으로 민심을 잃음으로써

       결국, 연칭連称의 칼에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 것이다.

 

       이때가 주왕실의 주장왕周莊王 11년 차이며

       기원전 686년에 일어난 일이었다.

 

제양공齊襄公을 시해한 연칭連称과 관지보管至父는 규구葵邱

땅에 같이 파견되었던 군사를 재정비하여, 공손무지公孫無知

군위에 올려세워야 겠다며 도성인 임치臨淄로 진격하였다.

 

       연칭連称 장수. 한 가지 물어보겠소이다.

       관지보管至父 장수. 말해보시오.

 

       제양공齊襄公의 사문구絲文屨 신발 한 짝은

       낮의 사냥터에서 커다란 멧돼지가 분명히

       덥석 물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하였는데

 

       어찌하여 지게문 앞에 떨어져 있게 되었는지

       정말 알 수가 없소이다.

 

       글쎄요. 나도 그 점이 알 수 없소이다.

       한 짝은 분명 침상 곁에 있었소이다.

 

       억울하게 죽은 팽생彭生의 소행이 분명한가 보오.

       죽어서라도 원한을 갚겠다. 라고 크게 소리치며

       끌려가던 팽생彭生의 말이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팽생彭生이 커다란 멧돼지의 모습으로 나타났다니

       이는 결코 우연한 일이 아닐 것이외다.

 

       제양공齊襄公이 저지른 악행이 가득 차 넘치니

       하늘이 팽생彭生을 앞세워 벌을 내린 게 아니겠소.

 

       세상에 어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겠소.

       천벌 天罰은 참으로 무서운가 봅니다.

 

       적원폐명 積怨毙命

       쌓을 적, 원망할 원, 죽을 폐, 목숨 명.

       악행을 쌓은 업보로 비명에 죽는다.

 

공손무지公孫無知는 연칭連称이 벌이는 반란이 실패할 수 있다면서

겁을 내어 숨어 있다가, 반란군이 제양공齊襄公을 죽이고 임치臨淄

오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자마자, 재빨리 임치臨淄 성문 밖으로

쫓아나가 기다리고 있다가 두 장수를 반갑게 성안으로 맞아들였다.

 

        고생들 많았소. 어서들 오시 오.

        공손公孫께서 직접 마중 나오시다니 고맙사옵니다.

 

        제양공齊襄公은 사냥하다가 죽었나이다.

        선군 (제희공齊僖公)의 유명에 따라 공손公孫

        우리 제나라의 주군으로 모시겠나이다.

 

연칭連称과 관지보管至父가 공손무지公孫無知를 제나라 군위에

올려세우게 되자, 연칭連称의 누이인 연빈連嬪은 약속받은 바와

같이 공손무지公孫無知의 정실부인正室夫人이 되었다.

 

이에 따라 연칭連称은 정경正卿이 되면서 국구 國舅라 불리게 되고,

관지보管至父는 아경亞卿 벼슬을 하면서 둘은 국정을 장악하였다.

 

       주공, 신 옹름雍廩 이옵니다.

       신이 재삼 머리를 조아리오며

       옛날에 논쟁하였던 죄를 사죄하나이다.

 

       허 어. 이미 다 지나간 일이오.

       그대 옹름雍廩과 동곽아東廓牙 등 기존의 대부들은

       대부의 직을 그대로 유지하며 충신이 되어주시오.

       주공, 너무나 황감惶感 하나이다.

 

옹름雍廩의 입장에서는 굳이 사과할 일이 아니었으나, 혹여 해를

당할까 염려하여 사죄하며 용서를 빌었던 것이다.

 

이에 공손무지公孫無知는 너그럽게 용서하였고, 옹름雍廩 뿐만아니라

조정의 신료들에게 아량을 베풀며 국정을 돕도록 적극독려하였으나

신료들은 마음속으로 존중하지 않았으며, 어쩔 수 없어 조례朝禮

나왔다는 듯이 굳게 입을 다물고 있으면서 정견政見을 말하지 않았다.

 

        더욱이 원로대신으로 존경받는 고호高虎

        국의중國懿仲은 병을 핑계 삼으면서

        조당朝堂에 입조入朝 하는 것조차 거부하고 있었다.

 

그간 국정을 운영하던 신료들은 공손무지公孫無知와 연칭連称

관지보管至父가 그렇게 반란을 일으켜 가면서까지 무리하게

제양공齊襄公을 죽였다는 사실에 반감을 품고 있는 것이다.

 

       연칭連称과 관지보管至父는 중신들과

       아무런 상의 없이 반란을 일으켰다는 것이며

 

       제양공齊襄公이 잘 한 점도 있는 바이므로

       무리하게 반란까지 일으켜 죽일 것까지 없었다는 것이다.

 

       또한, 원로대신의 추천을 받지도 않았으면서

       자기들 마음대로 정경正卿과 아경亞卿 벼슬을

       한다는 것은 위계질서를 무시한 것이라 생각하였다.

 

공손무지公孫無知 또한 성품이 단순하여, 평소 신료들과 두터운

신뢰 관계를 맺지 못하고 있어 이런상황을 수습할 능력이 없었다.

 

       어찌하면 좋겠는가.

       원로대신 고호高虎와 국의중國懿仲

       병이 났다고 조정에 나오지 않는단 말인가.

 

       주공, 그러하옵니다.

       노신들이야, 안 나와도 어쩌지 못하나?

       허 어, 나라 경영을 어찌하면 좋겠는가.

 

       주공, 신 연칭連称 이옵니다.

       방을 붙여 널리 현자를 초빙하게 되면

       백성들의 신망을 얻을 수 있사옵니다.

 

       좋은 방법이오.

       어서, 나라 안 곳곳에 방을 붙이도록 하시오.

 

       주공, 신 관지보管至父 이옵니다.

       저의 관씨管氏 집안의 관이오管夷吾

       재주가 뛰어나오니 부르시옵길 바라나이다.

 

       그는 어떤 사람이오.

       그는 지략이 뛰어나, 널리 소문이 나 있습니다.

 

       그만한 인재가 있었소, 그렇다면

       어서 관이오管夷吾를 부르도록 하시오.

 

관이오管夷吾의 자는 중이므로 보통 사람들은 관중管仲 이라

불렀으며, 그는 관씨管氏 집안의 사람으로 큰 체구와 훤칠한

용모를 가지고 있었으며, 이미 그의 지략은 널리 소문나 있었다.

 

        주나라 역사상 명석한 두뇌와 전략적 사고를 하는

        뛰어난 지략가智略家를 꼽으라 한다면,

        먼저 강태공姜太公과 관중管仲을 말할 것이다.

       

관중管仲이 지은 관자管子의 목민牧民 편에서 그의 사상을 요약해

보면, , , , 를 사유四維 라면서 주장하는 것이다.

 

사유四維는 예절과 의로움과 올바름과 부끄러움을 느끼는 수치심을

말하는 것으로, 이는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면서 생활의 여유가

생겨야, 더 잘 지켜진다고 보는 사상이다. 소위 부유한 선진국일수록

이 사유四維 사상이 잘 지켜질 수 있다는 생각이다.

 

       생활이 즐거워지면 자연히 예의를 분별하게 되며

       생활에 여유가 생기게 되면 도덕의식은 저절로

       높아진다는 사상을 역설力說 하는 것이다.

 

       백성이 먹고사는 게 풍족해져야!

       천하의 사람을 이끌어 나갈 수 있다는 뜻이 된다.

 

이는 기초적인 유물론적 개념을 사상으로 하며, 사람에게는 필요한

물질이 뒷받침되어야, 비로소 사람의 정신과 의식이 존재할 수

있다는 실용주의적인 의미를 내포하는 것이기도 하다.

 

       관중管仲은 기원전 725년에 영수潁水 유역의

       영상潁上 마을에서 태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수潁水는 지금의 안휘성安徽省의 서북부와

       하남성河南省 서부에 걸쳐 흐르는 강을 말하며

       결국, 회수淮水와 합류하여 서해로 흘러 들어간다.

 

       춘추시대 초기의  영상潁上 마을은 정鄭, 송宋, 진陳,

       채蔡 나라의 접경지대이기도 하였다.

 

       이런 환경으로 보아, 영상潁上 마을은

       수운水運을 통한 상업이 발달한 곳으로 보여진다.

 

관중管仲에게는 무슨 일이든 허물없이 받아주며, 이해해주는

죽마고우竹馬故友 인 포숙아鮑叔牙와 두터운 우정을 쌓고

있었으므로, 둘 사이를 관포지교管鮑之交 라고 부른다.

 

포숙鮑叔의 이름은 숙아叔牙이므로, 포숙아鮑叔牙가 본 이름이며

포숙아鮑叔牙는 어릴 적부터 관중의 유능함을 이미 깨닫고 있었다.

 

        경천위지 經天緯地

        날줄 경, 하늘 천, 씨줄 위, 땅 지.

        하늘을 날 줄로 삼고, 땅을 씨줄로 삼는다.

 

        세상을 다스릴 만한 능력이 있는 사람이야말로

        온 천하를 짜임새 있게 잘 계획한다는 뜻이다.

 

관중管仲은 활도 잘 쏘며, 마음이 당당하고 호쾌하였으며, 옛날

경전經典에도 통달하여, 고금의 일을 꿰뚫어 볼 만큼 학식이

풍부하였으므로, 나라를 잘 꾸려나갈 경천위지經天緯地의 재주와

시대를 바로잡을 수 있는 지략을 가슴 속에 품고 있었다는 것이다.

 

        여보게 관중管仲, 자꾸 놀기만 할 수도 없고,

        뭘 해서라도 밥벌이는 해야 하지 않겠는가.

 

        포숙아鮑叔牙 , 홀어머니와 입에 풀칠하기도

        바쁜데 내게 무슨 돈이 있겠는가.

 

        여보게 관중管仲, 장사 밑천은 내가 마련하겠네.

        무슨 장사가 좋겠는가.

 

        아무래도 먹는장사가 낫겠지.

        식당을 하자는 말인가.

        아니네. 곡식을 파는 가게를 해보세나.

 

        이곳 영상 潁上은 큰 포구 마을이므로

        사람들이 많이 드나드는 곳이네,

 

        각종 곡식을 파는 양곡상糧穀商이 어떻겠나.

        그거 좋은 생각이네.

        싸게라도 많이 팔면 얼마나 좋겠는가.

 

        박리다매薄利多賣를 해보자는 것이구먼.

        그거, 참 좋은 생각이네.

        우리 열심히 하여 돈을 벌어보세나.

 

나라 영상潁上 마을의 포숙아鮑叔牙는 잘 살았으며, 이에

비하여 관중管仲은 홀어머니를 모시고 어렵게 사는 형편이다.

 

관중管仲과 포숙아鮑叔牙는 이른 아침부터 열심히 일하여 돈을

벌게 되자, 포숙아鮑叔牙는 이익금의 절반 이 상을 관중에게 주었다.

 

        나에게 이렇게 많이 주다니.

        자네는 투자까지 했는데, 이는 안 되네.

 

        자네는 홀어머니를 모시고 있으며

        식구가 많으니 당연히 더 필요할 걸세.

 

        아무 염려 말고 어서 받게나.

        포숙아鮑叔牙 친구야, 너무나 고맙다.

 

포숙아鮑叔牙가 자본을 투자하면서 같이 일을 하였다면, 투자한

포숙아鮑叔牙가 그 이익금을 더 가져가야! 하나, 관중管仲에게

더 많이 주는 것을 본 사람들은 비난하였다.

 

        어찌 투자한 자보다 이익을 더 가져갈 수 있겠나.

        관중管仲은 탐욕스러운 자로다.

 

        관중管仲은 돈을 탐해서 많이 가져가는 것이 아니오.

        가난하고 식구가 많으며, 홀어머니를 모시고 있어,

 

        관중管仲은 나보다 어렵게 사오.

        내가 더 많이 가져가라고 권한 것이오.

 

포숙아鮑叔牙는 비난이 들어올 때마다 잘 감싸주었고, 이때 전쟁이

일어나자, 포숙아鮑叔牙는 관중管仲과 함께 전쟁터에 나가게 되었다.

 

       포숙아鮑叔牙 . 얼마나 아프겠냐.

       다. 나 때문에 이렇게 다쳤구나.

       정말. 너무나 미안하구먼.

 

       관중管仲 아, 괜찮네. 곧 나을 거야.

       큰 상처도 아닌데 너무 걱정하지 말게 나.

 

전쟁戰爭 터에서 관중管仲이 위험할 때는 포숙아鮑叔牙가 주저 없이

매번 앞장서 보호해주는 것을 본 사람들이 관중을 비난하게 된다.

 

        관중管仲은 싸움터에 서면 언제나 뒤꽁무니에 숨고,

        돌아올 때면 항상 맨 앞줄에 서서 걷는 자다.

 

        관중管仲은 용기라 곤 찾아볼 수 없는 겁쟁이다.

        사내대장부가 어찌 저럴 수 있더란 말이냐.

 

        그것은 당신들이 관중管仲을 몰라서 하는 소리요.

        나갈 때 뒤에 서고 물러날 때 앞장서는 것은

 

        그에게 봉양할 노모가 계시기에 어떻게든

        목숨을 보존하여 노모와 가족을 돌봐야 하기 때문이오.

 

        관중管仲, 그는 결코, 비겁하거나

        용기가 없어서 그러는 것이 아니오.

 

관중管仲의 됨됨이를 비난하는 소리가 일었으나, 포숙아鮑叔牙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항상 관중管仲을 두둔해 주고 감싸주었다.

 

86 . 때를 기다릴 줄 아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