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안) 열국지 069∼100회

제 87 화. 민심을 잃은 정권은 무너지는가.

서 휴 2022. 4. 24. 21:02

서휴 춘추열국지

 

87 . 민심을 잃은 정권은 무너지는가.

 

      소백小白 공자님. 아버님 제양공齊襄公은

      누구의 말도 듣지 않습니다.

 

      저리 불륜을 저지르며 세상을 어지럽히는바.

      이는 반드시 이상한 재앙이 따르고 말 것입니다.

 

      이대로 임치臨淄 성城에 머물러 있다가는

      아무래도 어떤 해를 크게 당하기 쉽겠습니다.

 

      이번 기회에 다른 나라로 망명하였다가

      마땅한 기회가 올 때까지 피해 있으면서,

      후일을 도모하셔야 하겠습니다.

 

      스승님, 어느 나라가 좋겠습니까.

      공자의 어머니 나라인 거나라로 가야 합니다.

 

      스승님, 나라는 너무 작은 나라입니다.

      위나라로 가면 어떻겠습니까.

 

      그곳은 너무 멀어 속히 돌아올 수 없으며

      나라가 크면 변덕이 심합니다.

 

      거나라는 비록 소국이나 공자의 외가가 되어

      언제든지 지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나라와 가까우므로 만약 무슨 일이

      생긴 걸 알게 되면, 아침 일찍 출발하여

      저녁 늦게라도 귀국할 수 있습니다.

 

포숙아鮑叔牙는 소백小白과 함께, 그날 밤에 몰래 거나라로 

피신하였으나, 제양공齊襄公은 알면서도 뒤를 쫓게 하지 않았다.

 

      규공자님, 가을 서리가 내리면

      숲의 나무이파리들은 시들기 마련이지요.

 

      후계자를 세워야 할 때가 점점 다가오고 있습니다.

      규공자께서는 주공의 비위를 건드리지 마시고

      부디 참으시며, 조용히 침묵만 하고 계시어야 합니다.

 

      규공자님, 일이 어렵고 쉬운 것은

      일이 작고 큰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일이 일어나는 때와 그 내용에서 알 수 있습니다.

 

      현자도 때를 만나지 못하면

      깊은 곳에 숨어 은거하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기회가 올 때까지 움츠리고 기다렸다가

      때가 온 후에 날개를 활짝 펴도 늦지 않습니다.

 

관중管仲과 포숙아鮑叔牙는 서로 성격이 다르므로, 서로 정반대의

이야기를 나누었으며, 공자와 관중管仲은 궁실宮室에 남아

침묵하고 조용히 있었는데, 갑자기 제양공齊襄公이 시해당하고,

공손무지公孫無知가 제후齊侯의 자리에 앉게 되는 일이 발생한다.

 

      아무래도 분위기가 심상치 않소이다.

      대부 소홀召忽은 어찌 생각하시오.

 

      허 참,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

      아무래도 심한 풍파가 따를 것 같소이다.

 

      관중管仲은 어쪄실 생각입니까.

      아무래도 당분간 지켜봐야겠소이다.

 

공손무지公孫無知는 조정 신료들이 외면하여 국정 운영에 협조

받지 못하게 되자, 이를 해결하고자 널리 인재를 찾는다는

나라 곳곳에 붙이었다. 그러나 조정의 분위기는 심상치 않게

계속 흘러가는 것이다.

 

      소부小傅 관중管仲 께선 집에 계시는 지요.

      아니, 내시가 웬 일이시오.

 

      아경 관지보管至父께서 천거를 하시었소.

      그대를 대부에 임명하고자 한다, 하오니

      내일 일찍 조당으로 들어오시라 합니다.

 

관중管仲과 소홀召忽이 한창 대책을 세우고 있는데, 갑자기 찾아온

내시의 통지를 받고는, 이를 논의하며 다급한 마음이 생기게 되었다.

 

      허 어, 공손무지公孫無知가 나를 찾다니?

      자기의 목이 경각에 달린 것도 모르는구나?

 

      왜 다른 사람의 목까지 필요하단 말이냐?

      규공자님. 여기에 머물고 있다간

      모진 풍파를 겪을 것 같소이다.

 

      이제 빨리 몸을 피해야만 될 것 같습니다.

      그럼 어느 곳으로 가야 하지요?

 

      외가인 노나라가 안전하겠습니다.

      노나라는 먼 곳인데 괜찮겠습니까.

      멀어도 외가이니 급한 지원을 받을 수 있지요.

 

관중管仲과 대부 소홀召忽은 규공자를 모시고, 나라로

피신하게 되자, 노장공魯莊公은 반겨 주었으며, 생두生竇 땅에다

거처를 마련해 주고 넉넉히 보살펴주는 것이다.

이때가 주장왕周莊王 12년으로 기원전 682년의 일이었다.

 

      다음 해 새해 정월의 설날이 되자,

      제후齊侯가 된 공손무지公孫無知에게

      신료들 모두가 하례賀禮를 올리기 위하여

      오시午時인 오전 11시부터 조정에 몰려들었다.

 

공손무지公孫無知는 조정의 높은 용좌龍座에 편안히 앉아, 흡족한

표정으로 신년 하례를 받았으며, 이때 신료臣僚 들이 공손무지에게

존중하는 모습을 보이게 된다.

 

이를 본 연칭連称과 관지보管至父가장 상석에 앉아 기쁘게 환히

웃고 있었지만, 그러나 절을 올리는 신료臣僚 들의 얼굴은 그다지

밝지 않으며 굳어져 있는 것으로 보였다.

 

      공손무지公孫無知와 연칭連称과 관지보管至父

      조정의 신료들과 아무런 상의도 없이 세 사람만이

      반란을 모의하여 제양공齊襄公을 시해하였다.

 

      더구나, 신료들은 제양공齊襄公이 잘한 일도

      많은바 서둘러 죽일 것까지 없었다는 것이다.

 

      또한, 제양공齊襄公에게 두 동생이 있음에도,

      원로나 조정 중신들과 아무런 상의도 없이,

 

      공손무지公孫無知를 제후齊侯 자리에 올려세운 것은

      군주의 승계 순위를 위반한 것이라고 하였다.

 

이로 인하여 세 사람은 신료臣僚 로부터 호응을 얻지 못하게

되었으며, 또한 연칭連称과 관지보管至父가 큰 공을 세운 양,

 

자기들 맘대로 정경正卿 과 아경亞卿의 자리를 차지함으로써,

원로대신과 중신을 비롯한 신료들에게 건방지다는 반감을 사게

되는 원인을 주기도 하였다.

 

      옹름雍廩은 원로대신인 고혜高傒 와 더불어

      이미 제희공齊僖公 시절부터 대부 벼슬에 오른

      기득권 세력이며 수구 세력 중의 한 사람이었다.

 

      제양공齊襄公 과는 세자 시절부터 막역히 친하게

      지내는 사이였으므로 연민의 정도 가지고 있었다.

 

      또한, 지난날 제양공齊襄公과 올바른 사람의

      도리를 주제로 토론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공손무지公孫無知가 끼어들어 일방적인

      자기주장을 하자, 제양공齊襄公이 몹시 화를 냈다.

 

      그 일로 인하여  제양공齊襄公은 공손무지公孫無知에게

      궁실宮室에서 베풀던 모든 혜택을

      모두 몰수하여 버린 사건이 일어났다.

 

옹름雍廩은 위와 같이 제양공齊襄公이 조치한 일에 연루가 되어

있었으므로, 혹시 보복당하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앞섰던 것이다.

 

이에 공손무지公孫無知가 보위에 오르자마자, 제일 먼저 찾아가

허리를 굽혀가며 아주 공손히 사죄하였다. 그러나 옹름雍廩

이 모든 일을 수치스럽게 생각하는 것이다.

 

      나 옹름雍廩 이외다.

      여러분, 이런 소식을 들었습니까.

      옹름雍廩은 무슨 소식을 말하는 것이오.

 

      노나라 사람이 말하는데, 공자 규가 곧

      노나라 군사를 빌려 쳐들어올 거라 합니다.

 

      여러분들도 물론 이런 소식은 들으셨겠지요.

      아니요. 그런 소식은 전혀 듣지 못했습니다.

 

옹름雍廩은 대부들이 품고 있는 생각을 알아보기 위하여, 거짓말을

한번 해본 것이었으므로, 그 후로는 더 말하지 않으면서 그저

대부들의 동태만을 살펴보고 있었다.

 

      옹름雍廩 께선 집안에 계시는지요.

      어서들 오십시오.

      웬일로 이렇게들 찾아오셨습니까.

 

      공자 규가 노나라의 군사를 이끌고

      우리 제나라를 정벌하겠다는 것이 사실입니까.

 

      여러분들은 이 소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오.

      나. 동곽아東郭牙 가 먼저 말하겠소이다.

 

      선군이 비록 황음무도하였으나 좋은 일도 하였잖소.

      선군의 자식은 무슨 죄가 있겠소이까.

 

      나는 선군의 아들이 어서 돌아와

      군위를 잇게 되기를 바랄 뿐이외다.

 

      또, 그렇소, 우리 대부들이 생각하는 바

      연칭連称이 뭘 안다고 재상이 될 수 있소이까?

 

      또한, 우유부단優柔不斷 한 공손무지公孫無知 보다는

      규공자나 소백召白 공자가 훨씬 낫지 않겠소.

 

우유부단優柔不斷

부드러울 우, 부드러울 유, 아니 불, 끊을 단.

어물거리며 망설이기만 하고 결단력이 없다.

 

이때부터 조정의 대부들이 옹름雍廩의 집에 모여들었으며, 올바른

정국을 세우고자 밤늦도록 의논하면서 대책을 세우기에 바빠진다.

 

      이 옹름雍廩은 이제 대부들의 마음을 알겠소이다.

      이 옹름雍廩은 어쩔 수 없이 사죄의 무릎을 꿇었지만

      제가 몸을 굽힌 것은 후사를 도모하기 위해서였소.

 

      어찌 여러분들의 마음을 모르겠습니까.

      여러분들이 저와 함께 서로를 돕는다면

      선군을 시해한 반역도들을 제거하겠소이다.

 

      그래야만 선군의 아들을 세울 수 있을 것이오.

      다시, 이 동곽아東郭牙 가 말하겠소이다.

 

      의로운 거사라고 생각되오만

      구체적인 계획을 알려줄 수 있겠소.

      우리는 옹름雍廩 대부의 말씀에 따르기로 하였소이다.

 

      알겠습니다. 제 말을 들어보시오.

      고경중高敬仲 과 고혜高傒는 누대屢代에 걸쳐

      대신을 배출한 집안의 원로일 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백성들이 많이 믿고 따르고 있지요.

 

      연칭連称과 관지보管至父. 두 도적은

      만약 고혜高傒께서 자기들을 지지해 준다는

      한마디의 말씀이라도 하여주신다면

 

      천 냥의 황금보다 더 중히 여기고 있겠으나

      이들은 아직도 아무런 언질을 받지 못하여

      마음이 초조해져 안달하는 중일 것입니다.

 

      모이신 분들은 내 말을 잘 들어 보시 오.

      좋습니다. 어서 말씀해 보시 오.

 

      만약 고혜高傒께서 술자리를 마련하여

      두 도적을 초청한다면, 그들은 틀림없이

      즐거운 마음으로 응할 것입니다.

 

      그사이에 우리는 공자 규가 노나라 군사를 빌려

      쳐들어온다는 말을 공손무지公孫無知 에게 한다면

 

       어리석고 용기도 없는 공손무지公孫無知

       어찌할 바를 몰라 허둥댈 것입니다.

 

      이렇게 당황하고 있을 때 가까이 다가가

      공손무지公孫無知를 칼로 찔러 죽여도

      멀리 있는 두 도적놈은 아무것도 모를 것입니다.

 

      그런 연후에 횃불을 올려 신호를 보내면

      고혜高傒께서는 두 도적을 대문 안에 가두고

      매복해 있던 장사들이 주살하는 것입니다.

 

      고혜高傒께서는 진작부터 두 도적놈을

      원수처럼 생각하고 있을 것이며,

 

      나라를 위하여 무슨 일을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라

      아마, 스스로 탄식하며 자책하는 중일 것입니다.

 

      그러나 이 일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므로,

      고혜高傒께서 흔쾌히 승낙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나는 그런 점이 염려되는 것이오.

      나라를 위하는 일인데 어찌 거절하겠습니까?

 

      이 동곽아東郭牙가 고혜高傒 임께 말하겠소이다.

      정말이오. 그렇게 할 수 있겠소이까.

 

      제가 가서 온 힘을 다하여

      고혜高傒께서 꼭 승낙하시도록 설득하겠소이다.

 

동곽아東郭牙가 곧바로 고혜高傒를 찾아가 옹름雍廩의 계획을

알리며 간청하자, 고혜高傒는 그 자리에서 허락하는 것이다.

 

      연칭連称과 관지보管至父 두 장수는

      내일 저녁에 바쁘신지요.

 

      동곽아東郭牙에게 무슨 일이 있소이까.

      아니요. 내가 아니오.

 

      고혜高傒 임께서 연칭連称과 관지보管至父

      두 장수를 자기 집에 초청하고자 한답니다.

 

      그러잖아도 찾아가려던 참이었는데 뜻밖이오.

      무슨 일러 부른답디까.

 

      고혜高傒께서 그동안 조정朝廷에 나가지

      못하였다고 미안함을 말하려는 것 같소이다.

 

      그렇다면 얼른 가봐야지요.

      대부 동곽아東郭牙, 알려줘 고맙소이다.

 

      언제 가시렵니까.

      내일 저녁에 간다고 전해주시오.

 

88 . 누가 먼저 가느냐 운명이 걸린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