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안) 열국지 069∼100회

제 84 화. 원혼은 실제 나타나는가.

서 휴 2022. 4. 24. 07:28

서휴 춘추열국지

 

84 . 원혼은 실제 나타나는가.

 

때마침 초겨울 바람은 미친 듯이 불어왔고, 불길이 맹렬히 타오르게

되자, 군사들은 신바람이 나서 함성을 질러대며 짐승들을 쫓았다.

 

      산 짐승들은 동쪽으로 달아나다가 서쪽으로 달아나며,

      갈피를 잡지 못하고 이리저리 뛰어다니자

      사냥 분위기를 한 껏 돋우는 것이다.

 

패구산貝邱山 사냥 분위기가 더한층 무르익어가는데, 그때였다.  

별안간 커다란 짐승 한 마리가 숲속에서 불쑥 튀어나왔다.

 

      주공. 괴상한 짐승이 나타났사옵니다.

      무슨 짐승이란 말이냐.

      저기 보시옵소서.

 

      소같이 생겼으나 뿔이 없사오며, 호랑이 같으나

      무늬가 없는 것이 꼭 멧돼지 같사옵니다.

 

불길 속에서 대단히 큰 멧돼지 같은 짐승이 튀어나와 언덕 위로

재빨리 올라오더니, 제양공이 탄 수레 앞에서 웅크리는 것이다.

 

      출렵우귀出獵遇鬼

      날 출, 사냥 렵, 만날 우, 귀신 귀.

      사냥터에서 우연히 귀신이 나타나다.

 

주변의 시종들은 사냥감을 잡기 위해, 모두 멀리 떠나? 있어, 오로지

도인비徒人費 만이 제양공 옆에 남아 어쩔 줄 몰라하는 것이다.

 

      빨리 쏘지 않고 무얼 하느냐.

      도인비徒人費는 저 멧돼지를 활로 쏘아라.

 

      아니. 아니. 주공. 주공.

      저것은 멧돼지가 아니라, 공자 팽생彭生 이옵니다.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이냐.

      죽은 팽생彭生이 어찌 나타난단 말이냐.

      이놈아, 엉뚱한 소리 말고 활을 이리 내놔라.

 

도인비徒人費가 들고 있던 활을 빼앗은 양공襄公이 직접 연달아

세 발을 쏘았으나 가까이 있는데도 한발도 맞추지 못하였다.

 

그때 별안간 그 큰 멧돼지가 앞발을 번쩍 들더니, 사람처럼 크게

울부짖으며 통곡하는 것이다.

 

      주공, 팽생彭生의 목소리와 같사옵니다.

      이놈아, 죽은 팽생彭生이 어떻게 우느냐.

 

제양공齊襄公은 노환공을 죽였다는 죄를 덮어씌워 참수시켜버린

이복동생 팽생彭生 이라고 하자, 버럭 화를 냈으나, 그 울음소리가

어찌나 처량하고 애달팠던지, 듣는 사람 모두의 넋을 빼앗았다.

 

      커다란 멧돼지는 갑자기 앞발을 높이 들어

      마치 사람처럼 소리 높여 울부짖으며 달려들었다.

 

      너무나 놀란 제양공은 모골이 송연해지며

      수레 위에서 굴러떨어져 왼쪽 발을 다치면서

 

      비단緋緞에 아름답게 수놓은 신발인

      사문구絲文屨 한 짝이 벗겨져 떨어져 나갔다.

 

      그 큰 멧돼지가 달려와 입으로 신발을 덥석 물고는

      어디론가 사라져 행방을 알 수가 없었다.

 

사냥터에서 만난 그 귀신은 팽생彭生으로 변하였다고, 그 훗날에

염옹冉雍 노인이 시를 지어 노래하였다.

 

      魯桓昔日死車中 (노환석일사거중)

      今日車中遇鬼雄 (금일거중우귀웅)

 

      옛날에 노환공이 수레 안에서 죽었는데

      오늘 제양공은 수레에서 귀신을 만나는구나.

 

      枉殺彭生應化厲 (왕살팽생응화려)

      諸兒空自引雕弓 (제아공자인조궁)

 

      억울하게 죽은 팽생이 악귀가 되어 나타나니

      제아(제양공)는 잘 만든 활로 쐈지만 맞히지 못하누나.

 

도인비徒人費는 제양공을 부축하여 수레에 편안히 눕히고, 이제

사냥은 파한다고 전하며, 이궁離宮으로 돌아와 편히 쉬게 하였다

 

      아, 이경二更의 종소리가 들리는구나.

      하 아, 으으, 너무 많이 잤구나

      일어나 시원한 바람이나 한번 쐬어보자.

 

      맹양孟陽 . 왼쪽 발에 통증이 심하구나.

      천천히 걸어 볼 테니 부축을 하여 보아라.

 

      주공. 왼쪽 신발이 보이지 않나이다.

      도인비徒人費 . 신발을 찾아보아라.

 

      주공, 멧돼지가 물고 어디론가 가버렸나이다.

      이놈아. 너는 신발 하나도 챙기지 못하느냐.

      멧돼지가 물고 가도록 어찌 가만뒀더란 말이냐.

 

짜증이 몹시 나 있던 차에 크게 화까지 나게 된 제양공손수

가죽 채찍을 잡자마자, 도인비徒人費의 등짝을 후려쳐대니,

몹시 맞아 흘러내린 피가 바닥을 흥건히 적실 정도였다고 한다.

 

       흠씬 얻어맞은 도인비徒人費너무나 아프고

       쓰렸기에 눈물을 흘리며 잠시 밖으로 나갔다,

 

      칠흑漆黑 같이 어두운 밤에 혼자서 울면서

      이궁離宮의 성문을 나서며 방황하게 된다.

 

이때 마침 매복하고 있던 연칭連称의 군사에게 발각되었으며,

그는 밧줄로 꽁꽁 묶이어 연칭連称 앞에 끌려가 꿇리게 되었다.

 

      어 흠, 도인비徒人費가 잡혀 왔구나.

      무도혼군 無道昏君은 지금 어디에 있느냐.

 

      에에, 침실에 있습니다.

      그래 잠자리에 들었는가.

      아닙니다. 들었다가 깨어났습니다.

 

      도인비徒人費  이놈아.

      내 말을 듣지 않으면 죽을 줄 알라.

 

      혼군昏君이 군사를 대동하지 않은 것을 알고 있도다.

      이궁을 지키는 병사는 얼마나 되느냐?
      4, 50여 명뿐입니다.

 

      연칭連称 장수님, 저를 살려 주시기만 하면

      이궁離宮 안으로 인도해 드리겠습니다.

 

      이놈아. 어찌 너를 믿으란 말이냐.

      저도 그놈에게 이렇게 채찍을 맞았습니다.

 

      자, 제 등을 보십시오.

      저도 그놈을 죽이려던 참입니다.

 

      으흠. 끔찍하구나. 너의 결박을 풀어줄 터이니

      너는 이궁離宮에 들어가 우리와 내통하여라.

      연칭連称 장수님, 그리하겠습니다.

 

연칭連称은 혈흔으로 뒤엉킨 도인비의 등을 보고 나자, 안심하고는

관지보管至父를 불렀으며, 도인비徒人費의 뒤를 따라, 고영考盈

함께 많은 군사가 이궁離宮 안으로 들어가게 하였다.

 

도인비徒人費는 많은 반란군이 이궁離宮 안으로 들어오는 틈을  

군사들 속에서 얼른 빠져나와 곧바로 장수 석지분여石之紛如에게

달려갔으며, 반란이 일어났다고 큰소리로 알리는 것이다.

 

      주공, 신 도인비徒人費 이옵니다.

      주공, 연칭連称이 반란을 일으켰사옵니다.

 

      일이 매우 매우 급하게 되었사옵니다.

      데려온 군사들도 없고 어찌하면 좋겠는가.

 

제양공齊襄公은 기절할 듯 놀랐으며 어찌할 줄을 몰라 쩔쩔매자.

이때 도인비徒人費가 얼른 한가지 계책計策을 말하는 것이다.

 

      주공, 이제 곧바로 침실로 달려올 것이오니

      다른 사람을 주공으로 분장시켜

      침상에 누워있게 해야 합니다.

 

      주공께서는 바깥벽의 지게문 속에 숨어 계시다가

      다행히 발각되지 않으시면 기회를 봐서

      탈출할 수가 있을 것이옵니다.

 

      주공, 신 맹양孟陽 이옵니다.

      신은 분수에 넘치는 주공의 은혜를 받았사옵니다.

 

      주공, 어찌 죽음을 두려워하겠나이까.

      바라건대, 소신이 주공을 대신하겠나이다.

      맹양孟陽 아, 고맙고 고맙도다.

 

맹양孟陽은 침상에 눕자, 자기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도록 얼굴을

안쪽으로 돌렸으며, 제양공은 친히 자기가 입던 비단 용포龍袍

가져와 맹양孟陽의 온몸을 덮어 주고는, 맨발인 체 얼른 지게문

뒤에 숨으면서 도인비徒人費가 염려되어 묻는 것이다.

 

      도인비徒人費 , 너는 어찌하려 하느냐.

      신은 석지분여石之紛如 와 같이 반란군을 막겠나이다.

 

      채찍으로 맞은 상처가 많이 아프지 않으냐.

      신이 죽음도 마다하지 않고 있사온데

      어찌 아픈 상처가 문제가 되겠나이까.

      호 오, 너는 진정한 충신이로구나. 고맙도다.

 

도인비徒人費는 석지분여石之紛如로 하여금 여러 시종과 함께

반란군을 막게 하고, 자신은 예리한 단도短刀를 가슴에 숨겼다가

연칭連称을 맞이하는 것처럼 하다가 찔러 죽이려고 생각하였다.

 

      자, 시간을 끌 필요가 없도다.

      자, 모두 이궁離宮 안으로 들어가자.

 

연칭連称은 장검을 치켜들고 앞장섰으며, 다 함께 이궁離宮 안으로

들어오자, 얼마 안 되는 이궁離宮  수비군은 반란군의 내용을 알게

되고는 오히려 반란군에 가담하였다.

 

      무도혼군 無道昏君은 어디에 있느냐.

      빨리 무도혼군無道昏君을 찾아라.

 

      이놈, 연칭連称 , 게 서라.

      이 도인비徒人費의 칼을 받아라.

 

      야, 이 미친놈아. 어떻게 금방 배신하느냐.

      이 미친놈이 환장換腸 했구나.

 

갑자기 달려드는 도인비徒人費의 예리한 칼날이 연칭連称의 두꺼운

갑옷에 막히어 더 들어가지 않자, 도인비徒人費의 목이 잘리고 된다.

 

      저놈이 석지분여石之紛如 .

      이놈아, 이 관지보管至父의 칼맛을 보아라.

      석지분여石之紛如 , 여기 연칭連称 도 간다.

 

석지분여石之紛如의 목이 잘려나가자, 제양공의 시종들이 모두

흩어져 달아나니, 제양공齊襄公을 지키는 시종은 아무도 없게 되었다.

 

      자, 이궁離宮의 침실로 가자.

      둥그렇게 꽃무늬로 수놓은 장막을 걷어내라.

 

      아직도 비단 용포龍袍를 덮어쓰고 자고 있다니.

      혼군昏君의 모가지를 들어 올려 보아라.

 

      어어. 이 놈은 혼군昏君이 아니다

      내시란 놈. 맹양孟陽 이로구나.

      어서 끌어내라.

 

       샅샅이 뒤져 혼군昏君을 찾아내라.

       샅샅이 뒤져도 종적을 찾을 수가 없습니다.

 

       연칭連称 장수님. 아무리 찾아도 없습니다.

       자, 횃불을 이리 가져와라.

       큰일이다, 빨리 찾아야 한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제양공齊襄公은 침상에서 분명히

맨발로 걸어 나와 지게문 속에 숨었는데, 사문구絲文屨 신발

한 짝이 지게문 쪽으로 놓여있는 것이다..

 

       연칭連称 장수님. 지게문 난간 아래에

      사문구絲文屨 신발 한 짝이 있습니다.

 

      이쪽의 지게문으로 도망간 것 같습니다.

      저쪽의 지게문을 힘차게 젖혀봐라.

 

      장수님, 혼군昏君이 여기 있습니다.

      허 어, 혼군昏君이 혼자 쭈그리고 앉아있구나.

 

연칭連称은 지게문 안에서 제양공齊襄公의 뒷덜미를 잡고, 밖으로

끌어내자마자 땅에다 메다꽂고는 큰소리로 꾸짖는 것이다.

 

      야, 이 무도한 혼군昏君 .

      너는 해마다 쉴 새 없이 군사를 일으켜 백성들에게

      재앙을 안겨주었으니 이는 불인不仁을 저지른 죄이다.

 

      부친의 유명을 듣지 않고 공손무지公孫無知

      멀리하였으니, 이는 불효不孝 라 할 것이다.

 

      오라비와 누이가 서로 간음하면서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았으니

      이것은 무례無禮 라 할 것이다.

 

      먼 황량한 땅에 나가, 오랫동안 외적을 막는

      군사들의 노고勞苦를 생각지 아니하고,

 

      더구나 참외가 익으면 교대해 준다는

      과숙지약瓜熟之約을 어겼으니

      이것은 무신無信 이라 할 것이다.

 

      인, , , , 네 가지의 덕을

      모두 잃었으니 어찌 사람이라 하겠느냐.

 

       네가 저지른 것처럼 오늘은 내가

       노환공魯桓公의 원수를 갚아 주리라.

 

연칭連称이 말을 마치자, 군사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벌 떼처럼

달려들어 제양공齊襄公의 사지四肢가 떨어져 나가도록 몸에 마구

칼질하였으며, 이에 숨통이 끊어져 죽고 말자, 제양공齊襄公

맹양孟陽과 함께, 가마니에 둘둘 말아서 지게문 밑에 묻어버렸다.

 

 85 . 관포지교를 아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