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안) 열국지 069∼100회

제 83 화. 다가오는 죽음의 순간을 아는가.

서 휴 2022. 4. 23. 23:09

서휴 춘추열국지

 

83 . 다가오는 죽음의 순간을 아는가.

 

고영考盈은 규구葵邱의 많은 참외를 싣고 가서 임치臨淄에 바치는데,

때마침 제양공을 만나게 되어, 교대하여 달라며 간곡히 요청하였다.

 

      주공. 참외가 익었사옵니다.

      주공, 일 년이 벌써 지난 것입니다.

      군사들이 모두 교대하여 줄 것을 바라나이다.

 

      허 어, 그깟 일 년을 못 참는단 말이냐.

      어찌하여 그리도 보챈단 말이더냐.

 

      주공, 군사들이 몹시 가족들을 보고싶어 합니다.

      주공께서 직접 약속한 바를 지켜주셔야 하옵니다.

 

      교대해 주고 안 해 주고는 내가 정하는 일이다.

      허 어, 일 년만 더 있으라고 하여라.

 

      참외가 다시 익으면 그때 교대시켜 주도록 하마.

      부장 고영考盈은 빨리 돌아가 그리 전하도록 하라.

 

제양공齊襄公은 문강文姜과 실컷 놀고 돌아와 쉬려던 차에, 찾아온

부장 고영考盈이 강력히 주장하자, 마침내 짜증을 내고 마는 것이다.

 

      연칭連称 장수님, 제양공은 문강과 실컷 놀다가

      도성에 돌아와서는 아무런 대책도 세워 주지 않으며

      우리보고 일 년을 더 있으라 하옵니다.

 

      뭣이라고 군령을 어기더란 말이냐.

      한번 약속도 지키지 못하는 사람을 어찌 믿겠는가.

 

      이런 군주는 나라와 백성에 도움이 안 되는 것이오.

      이제 더는 참을 수가 없소이다.

 

      여보, 관지보管至父 장수.

      이 패악무도悖惡舞蹈 한 자를 처단해 버립시다.

      그렇소. 제양공齊襄公을 몰아냅시다.

 

임치臨淄에 갔던 부장 영고盈考가 규구葵邱 진지에 돌아와 받은

명령을 그대로 보고하자, 연칭連称 뿐만 아니라, 군사들도 크게

맥이 풀렸으며 모두가 불만을 터트리고 마는 것이다.

 

      관지보管至父 장수. 확 뒤엎어 버립시다.

      좋은 계책이 있으면 말해보시오.

 

      대사를 이루려면 어떤 계책을 세워야 하겠소.

      연칭連称 장수.

 

      모든 거사는 우선으로 새로 모실 군주를 정한 후에,

      비밀리에 도성 안의 세력을 규합해야!

      거사를 성공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옳은 말이오. 누가 적당하겠소.

      공손무지公孫無知가 어떻겠습니까.

 

      공손무지公孫無知는 선군의 동생인

      이중년夷仲年의 하나뿐인 아들입니다.

 

      선군인 제희공齊僖公 께옵서는 한 어머니의

      동모제同母弟인 이중년夷仲年을 매우 사랑하였으나,

      애석하게도 이중년夷仲年께서 일찍 죽고 말았지요.

 

      선군인 제희공齊僖公께서는 이를 안타깝게 여겨

      동생의 아들인 공손무지公孫無知를 친아들처럼

      사랑하여 어려서부터 궁중에 데려다가 키워주었지요.

 

      이에 의복이나 예절까지 모두 세자와 똑같이

      대우하며 깊은 사랑으로 돌보며 가르쳐 주었습니다.

 

      지금의 제양공齊襄公을 몰아낸다면, 다음 군주는

      당연히 공손무지公孫無知 가 제일 적합할 겁니다.

 

연칭連称과 관지보管至父는 제양공齊襄公을 몰아내고,

새 군주로 공손무지公孫無知를 세우기로 합의하여 결정하였다.

 

      제양공齊襄公은 왜 공손무지公孫無知

      가까이하지 않으면서 멸시만을 하는 거요.

 

      제양공齊襄公이 즉위한 후에도 궁중에 살다가

      어느 날 둘이서 씨름을 하게 되었답니다.

 

      무지無知가 발을 걸어 양공襄公

      세차게 메다꽂아 엎어지게 한 일이 있었지요.

 

      그때부터 불쾌하게 생각하고 있던 제양공齊襄公

      어느 날 대부 옹름雍廩 과 사람의 도리에 관하여

      이야기를 나누는데,

 

      공손무지公孫無知가 끼어들어 자기주장을 하게 되자,

      불손하다며 몹시 화를 내었습니다

 

      이에 곧바로 공손무지公孫無知를 궁 밖으로 쫓아냈으며,

      벼슬과 품계 品階를 모두 크게 깎아 버렸습니다.

 

      무지無知는 그때부터 가슴에 한을 품었을 것이며

      난을 일으킬 생각도 품고 있었을 것으로,

 

      지금쯤은 도와주는 사람이 주변에 없어

      혼자서 한탄만 하고 있을 것입니다.

 

      우리가 무지無知와 몰래 내통하여 힘을 합하면

      반드시 거사를 성공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언제 거사를 일으켜야 하겠소.

      제양공齊襄公은 용병술이 좋으며 사냥도 즐기지요.

 

      호랑이를 굴에서 나오게 한다면 잡기가 쉽듯이

      제양공齊襄公이 사냥 나갈 때를 노려야 합니다.

 

      나의 누이 연빈連嬪이 궁에 있지요.

      제양공齊襄公의 총애를 잃어 원망을 품고 있소이다.

 

      그렇다면 연빈連嬪 도 협력하겠소이까.

      물론이 오. 내 말을 잘 들을 것이오.

 

      그렇다면 좋습니다.

      오늘부터 제양공齊襄公이 도성都城에서 나갈 때를

      안팎으로 잘 살피면서 반드시 좋은 기회를 잡읍시다.

 

      고영考盈 부장은 우리와 같은 한 몸이 되었으니

      비밀이 새나가지 않도록 군사들을 단속하고

 

      임치臨淄에 들어가 공손무지公孫無知에게

      이 편지를 전하면서, 그의 동태動態를 살피고 오라.

 

      기밀이 새나가지 않도록 특별히 조심하여야 한다.

      장수將帥 , 알겠습니다. 잘 다녀오겠습니다.

 

공손公孫께서는 읽어보시옵소서.

현명하신 공손께서는 선군으로부터 마치 적자처럼 총애를

받으시다가, 하루아침에 직위와 품계를 삭탈 당하니,

사람들 모두가 옳지 못한 처사라고 말하고 있사옵니다.

 

      저희는 1천 리나 떨어진 규구葵邱 땅에서

      외침을 방지防止 하고 있사오나,

 

      제양공齊襄公은 황음무도荒淫無道 하여져,

      정령精靈이 수시隨時로 바뀌고

      날이 갈수록 정신이 혼미해졌습니다.

 

      참외가 익으면 교대시켜 준다는, 스스로 말한

      과숙지약瓜熟之約을 어기고 있는 바이라,

 

      멀리 외롭게 떨어져 나가 있는 우리 군사들의

      원망이 란을 일으키려는 지경에 이르렀사옵니다.

 

      공손公孫께서 저희와 대사를 도모하신다면,

      이 연칭連称과 관지보管至父와 규구葵邱 군사들은

      공손公孫 임을 저희의 군주로 받들고자 하옵니다.

 

      이 연칭連称의 누이인 연빈連嬪

      궁실宮室에 오래 있었으나,

 

      못된 문강文姜으로 인하여

      총애를 받지 못하고 있은 지 오래입니다.

 

이에 연빈連嬪이 원한을 품고 있으므로, 공손公孫께서는 연빈

내응이 가능하오니, 이는 하늘이 주신 기회라 할 것입니다.

 

      고영考盈 이라고 하였는가.

      그러하옵니다. 부장 고영考盈 이옵니다.

      이 답장을 연칭連称에게 갖다 주도록 하라.

 

연칭連称 장수, 읽어보시오.

장수와 군사들에게 그 뜻을 펼 수 있게 한지라,

 

이는 하늘에서 황음무도荒淫無道 한 자를

벌주려 하고 있음이오.

 

      그대의 뜻을 가슴에 새기느니, 머지않아

      나를 추대推戴 하는 보답을 받게 되리라.

 

공손무지公孫無知는 연칭連称으로부터 서신을 받고 기뻐하였으며

이에 곧바로 답장을 보내고는 이제는 연빈連嬪을 찾아간다.

 

      연빈連嬪은 안녕하시오.

      오빠에게서 온 연칭連称의 밀계를 읽어보시오.

 

      오빠의 말이라면 모두 믿사옵니다.

      공자께서는 어찌하려 하나이까.

 

      나는 이번 일은 잘 성사될 것으로 보오.

      나는 연빈連嬪을 나의 정실부인으로 세울 것이오.

 

      공손公孫 , 믿어도 되나이까.

      물론勿論 이오. 믿어주시오.

 

      정말 고맙사옵니다.

      이 연빈連嬪은 공손公孫의 뜻에 따르오리다.

 

연칭連称과 관지보管至父 등은 공손무지公孫無知를 주군으로 삼아

받들기로 하였으며, 규구葵邱의 모든 군사도, 을 일으키자는

한곳으로 의견을 모으게 되었다.

 

      도인비徒人費 ,

      고분姑棼 들판의 패구산貝邱山날짐승과 들짐승들이

      많은 곳이라 사냥하기 좋은 명소라고 하더구나.

 

      주공, 그렇사옵니다.

      다음 달 10월 초순에 사냥을 떠나도록

      거마車馬를 단단히 준비하도록 하라.

 

연빈連嬪은 제양공齊襄公의 사냥 소식을 무지無知에게 보내게 되며

무지無知는 이 소식을 규구葵邱에 보내, 10월에 거사하기로 하였다.

 

      관지보管至父 장수.

      혼군昏君이 사냥을 떠나면 임치臨淄가 빌 것이오.

 

      그사이에 임치臨淄에 쳐들어가

      공손公孫을 옹립하면 어떻겠소.

 

      연칭連称 장수님, 그건 어려운 일입니다.

      혼군昏君은 이웃 군주들과 사이가 좋아, 만약

      군사를 빌려 쳐들어온다면 어찌하시겠소이까.

 

      그보다는 패구산貝邱山 사냥터에 매복埋伏 하였다가

      혼군昏君을 먼저 죽이고, 공손公孫을 추대해야 합니다.

      으음, 그 방법이 좋을 것 같구려.

 

      장수님 부르셨습니까.

      부장 고영考盈은 어서 오라.

 

      군사들의 동태는 어떠한가.

      군사들이 오랫동안 규구葵邱에 있었던바

      모두 집 생각이 간절하여 명령에 잘 따르옵니다.

 

      군사들이 조금이라도 동요해선 안 된다.

      지금부터 우리 부대는 규구葵邱에서 철수한다.

 

      패구貝丘山은 골짜기가 깊은 산이다.

      좋다. 패구貝丘로 가서 이궁離宮 근처에

      매복하였다가 반드시 거사를 일으키도록 하자.

 

      세작細作으로 하여금, 앞으로 열흘쯤에

      양공襄公이 어디에 있을지 파악하여 보고하라.

 

연칭連称이 군사들에게 비상식량을 나눠주면서, 패구산貝邱山으로

비밀리에 간다고 하자, 고영考盈을 비롯한 군사들은 모두 기뻐했다.

 

      벌써 10월 하순下旬이 되고 말았구나.

      자주 사냥을 가는 바이니

      복잡하게 많은 사람이 갈 필요가 있겠느냐.

 

      이번 사냥엔 조정의 신료들은 모두 빼놓고

      우리끼리만 간편하게 가도록 하자.

 

      이번 사냥은 석지분여石之紛如

      맹양孟陽과 그리고 도인비徒人費 만으로

      세 사람이 나를 보호하여도 되겠노라.

 

      주공, 그래도 친위대親衛隊는 데려가야 하옵니다.

      허 어, 뭔 걱정을 그리 하느냐.

      이궁離宮에도 군사가 있지 않으냐.

 

맹양孟陽은 길들인 매와 사냥개들을 앞세우고, 도인비徒人費

거마車馬를 몰며, 장수 석지분여石之紛如는 제양공齊襄公

신변을 보호하면서 간편하게 출발하였다.

 

      패구산貝邱山 지역의 고분姑棼에 도착하면,

      그곳 이궁離宮에 머물면서,

      다음날 이른 아침부터 일찍 사냥하자.

      주공, 그리 준비하겠나이다.

 

제양공齊襄公 일행이 고분姑棼에 도착하여, 이궁離宮에 들어가자,

고분姑棼의 백성이 맛있는 고기와 향기로운 술을 진상하였다.

 

      주공. 고분姑棼 백성들이 바친 술과 고기이옵니다.

      허 어. 고맙구먼. 맛있게 보이는구나.

 

즐겁게 하룻밤을 보낸 제양공齊襄公은 패구산貝邱山으로 들어가자,

빽빽이 들어선 나무와 울창한 숲이 정말 좋은 사냥터로 보였다.

 

      저 높은 언덕에 수레를 멈추어라.

      숲에 불을 놓고 모두 산을 에워싸도록 하라.

 

      맹양孟陽은 매와 사냥개를 풀어놓아라.

      그리고 모두 활 솜씨를 보여주도록 하라

 

84 . 원혼은 실제 나타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