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안) 열국지 069∼100회

제 86 화. 때를 기다릴 줄 아는가.

서 휴 2022. 4. 24. 20:22

서휴 춘추열국지

 

86 . 때를 기다릴 줄 아는가.

 

옛날 제희공齊僖公 시절에 포숙아鮑叔牙가 먼저 벼슬길에 올랐으며

그때 관중管仲을 제희공齊僖公에게 천거하여 벼슬을 받게 하였다.

 

       관중管仲이 마구간지기에 임명되어

       며칠 만에 제 맘대로 그만두다니

       관중管仲은 자기 주제를 모르는 자이다.

 

       추천자의 체면을 봐서라도

       마구간지기의 일을 열심히 해야지 않는가.

 

       아니네. 관중管仲이 마구간지기를

       그만둔 것은 당연한 일이네.

 

       관중管仲의 진가를 알아주는 주인을 만나지

       못한 탓에 벼슬에서 물러났을 뿐이네.

 

       그의 재능은 결코 마구간지기에 합당하지 않네.

       그의 재능을 알아주는 군주를 만나게 되면

       관중管仲은 천하를 다스릴 능력을 발휘할 걸세.

 

포숙아鮑叔牙는 관중管仲을 끝까지 변명해 주었으나, 사람들은

한결같이 비웃으며 인정하지 않았다고 한다,

 

또 한 번은 관중管仲이 포숙아鮑叔牙를 위하여 어떤 일을 

해결하여 주겠다며 큰 소리치며 나섰으나 실패한 적이 있어,

이에 포숙아더욱 곤경스럽게 만든 일도 있었다.

 

       관중管仲은 무능한 자이다.

       관중管仲은 분수를 모르는 짓을 하는 것이 아닌가.

 

이처럼 포숙아鮑叔牙는 여러 번 관중管仲 과 같이 일을 하였는데,

관중管仲이 일을 잘 처리하지 못하여 어려워질 때마다 사람들에게

변명해주며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살다 보면 좋을 때를 만나는 시절이 있고

       어떤 때는 아무리 노력해도 풀리지 않을 때가 있다.

       이 모두가 세상의 일이 아니겠는가.

 

       관중管仲이 좋을 때를 만난다면

       백 가지 일 중에 하나도 잃지 않을 것이네.

 

관중管仲은 포숙아鮑叔牙의 말을 여러번 전해 듣고는, 마음속에

고맙게 담아두었으며, 항상 다음과 같은 말을 하였다고 한다.

 

       生我者父母 知我者鮑子也.

       생아자부모 지아자포자야.

 

       나를 낳아준 사람은 부모님이지만

       나를 알고 믿어준 사람은 포숙아 로다.

 

포숙아鮑叔牙는 관중管仲이 언젠가 큰일을 해낼 것이라고, 항상

굳게 믿었으며, 관중管仲 또한 포숙아鮑叔牙의 진실 된 마음을

알면서 믿었기에, 이들의 우의友誼는 점점 쌓여만 갔다고 한다.

이에 둘 사이를 관포지교管鮑之交 라는 말로 알려지게 된 것이다.

 

       제양공齊襄公에게는 두 아들이 있었다.

       첫째 아들 규는 노나라 노녀魯女의 소생이며,

       둘째 아들 소백小白은 거나라 거녀莒女의 소생이었다.

 

그 당시 제양공齊襄公은 전쟁터에 많이 나갔으므로, 이 두 아들은

공족公族 사이에서 자기들 나름대로 지지하는 세력을 가지고 있었다.

 

       세자에게는 태부太傅와 소부小傅를 두었으며

       나머지 공자들에게는 한사람의 소부小傅 만을 두었다.

 

       그때까지 세자를 책봉하지 않았으므로, 이에

       공자 규에게 관중管仲를 소부小傅로 삼았으며

       소백小白 공자에게는 포숙아鮑叔牙를 소부小傅로 삼았다.

 

태부太傅 , 큰 스승이란 뜻으로 세자에게 나라경영에 해당하는 

학문과 경륜을 가르치며, 나머지 공자들에게는 소부小傅 만을

두게 하여 공자에 해당하는 학문에 대한 가르침을 받게 하였다.

 

관중管仲과 포숙아鮑叔牙를 소부小傅로 삼은 것은 그저 일반 공자의

선생이 되는 것이므로, 높은 관직이 아니라 너무 한직이 되는 것이다.

 

       제희공齊僖公의 이러한 조치에 포숙아鮑叔牙

       좌천이나 다름없었으므로 크게 실망하였으나,

       관중管仲은 오히려 받아들였다.

 

포숙아鮑叔牙는 화가 치밀어 병을 핑계 삼아 사직서를 내고 집안에

틀어박혀 두문불출杜門不出 하였다.

 

두문불출杜門不出

막을 두, 문 문, 아니 불, 날 출.

집 밖으로 외출을 전혀 하지 않고 집안에만 틀어박혀 있다.

 

       대부 소홀召忽은 잠시 시간이 있으시오.

       왜 무슨 일이 있습니까.

 

       같이 포숙아鮑叔牙를 만나봅시다.

       그럽시다. 포숙아鮑叔牙는 집에 있겠지요.

 

       포숙아鮑叔牙는 집에 있소.

       허 어, 어서들 오시 오.

 

       자네는 왜 소부小傅 직을 그만두려 하는가.

       네 참, 나에게 소부小傅 자리를 주다니 너무 섭섭하네.

 

       주공께서 나를 그런 한직에 보내다니

       내가 그렇게 무능하단 말인가.

 

       주공께서 나를 잘 아실 터인데

       나 같은 신하는 없어도 괜찮다는 말이 아닌가.

 

       나, 소홀召忽도 그리 생각하고 있소.

       그대 가문이나 능력으로 보아 소백 공자의

       소부小傅 자리를 주다니 너무 한 것이지요.

 

       허 어, 시위하는 셈이군. 좋은 방법일세.

       주공께서 물으시면 자네 병이 심하다고 말하겠네.

       그래야 다른 자리로 옮겨 줄 게 아닌가.

 

       소홀召忽, 자네가 도와준다니 고맙네.

       주공께 잘 말씀드려 좀 좋은 자리로 옮겨 주게나.

 

       무슨 말들을 하고 있는가.

       우리가 나라의 녹을 먹고 있는 이상,

       한직이라도 임무를 다해야 하는 법일세.

 

       관중管仲은 왜 그런 말을 하는가.

       두 사람은 내 말을 잘 들어보게나.

 

       세자 제아諸兒는 성품이 포악하여

       군위를 이어받을지조차 장담할 수 없네.

       설사, 보위에 오른다 해도, 오래 가지 못할 것이네.

 

       그리되면 규공자나 소백小白 공자 중에

       한 사람이 군주의 자리에 오를 것이 아니겠는가.

 

       자네는 어찌 그때를 대비하지 않는가.

       나, 소홀召忽 도 듣고 보니 그러네.

 

       지금 세자 제아諸兒는 너무 포악하여 군주 노릇을

       제대로 하지 못할 게 분명하게 보이네.

 

       그렇다면 규공자가 군주감이 아니겠는가.

       그리되면 우리 셋이서 국정을 운영해 보면 어떻겠나.

 

       관중管仲, 기왕 이렇게 된 바에 소홀召忽의 말대로

       규공자를 섬기어 후일을 도모하는 게 낫지 않겠는가.

 

포숙아鮑叔牙를 위로하려던 자리는 뜻밖에 나라의 앞날에 대한 말이

오가게 되자, 포숙아鮑叔牙와 소홀召忽의 마음을 꿰뚫어 보고 있던

관중管仲은 고개를 저으며 아니라면서 입을 열게 된다.

 

       아닐세. 소백小白 공자를 보좌하는 것이 나을 걸세.

       아니 어찌 세 번째인 소백小白 공자란 말인가.

 

       내가 비록 규공자를 섬기게 되지만

       규공자는 너무 권력을 탐하고 있네.

 

       더구나 규공자의 어머니는 노나라 공녀이므로

       많은 사람으로부터 미움을 받고 있네.

 

       소백小白 공자가 비록 약삭빠르지는 못하나?

       인품이 온후하면서 마음 씀씀이가 넓은 사람이네.

 

       앞으로 우리 제 나라가 위기에 빠진다면

       이를 타개해나갈 사람은 소백小白 공자뿐이라네.

 

       이런 점에서 포숙아鮑叔牙는 소백小白 공자의

       소부小傅 자리를 맡아야 하네.

 

       만약 내가 예측한대로 소백小白 공자가 군위에 오르면

       나와 소홀召忽을 천거해줘야 하네.

 

       관중管仲은 무슨 말을 그리하는가.

       어떻게 소백小白 공자의 소부小傅를 권한단 말인가?

 

       세 공자 중에 규공자가 제일 났네.

       순서상으로도 규공자를 섬겨야 하네.

 

       만에 하나 소백小白 공자가 군위에 오른다 해도

       나는 규공자를 배반할 수가 없네.

 

       어찌 순서상 주군 될 사람을 배반하고

       다른 공자를 주군으로 섬긴단 말인가?

 

       소홀召忽과 포숙아鮑叔牙는 내 말을 잘 들어보게.

       불사이군不事二君 이란 말은 어리석은 자들의 생각이네.

 

       나라의 진정한 신하는 주군을 섬기는 것이 아니라

       나라의 백성을 섬기는 것일세.

 

       소홀召忽은 어찌하여 규공자 한 사람을 위해

       목숨을 바치려 하는가.

 

       그런 생각일랑 버리는 게 났네.

       나는 그렇게 할 수가 없네.

 

       나는 제나라를 위하고 천하를 위해서

       목숨을 바칠 것이네.

 

       내가 만약 죽고 없다면, 우리 제나라도,

       우리의 천하도 안정되지 않을 거란 말일세.

 

       호 오, 관중管仲, 천하에 대한 생각을 말하는 것인가.

       이제 무슨 뜻으로 하는 말인지 알겠네.

       자네들의 말을 듣고서야 내 마음이 정해졌네.

 

이렇게 열띤 논쟁을 벌인 끝에 둘째 규공자의 소부小傅 자리를

관중管仲이 맡게 되었으며, 포숙아鮑叔牙는 셋째 소백小白

소부小傅 자리를 맡아, 서로 열심히 가르치는 스승이 되기로 하였다.

 

       자네와 내가 각기 한 공자를 맡는 스승이 되었네.

       만약 어느 한 공자가 군위를 물려받게 된다면,

       우리는 서로, 새로 된 군주에게 천거하기로 하세나.

 

       그러네, 그게 맞는 말이네

       한 군주만 섬긴다는 건 어리석은 자들의 생각이네.

 

       한 나라의 진정한 신하가 된다는 것은

       주군과 더불어 백성을 섬기는 것일세.

 

        신하의 목숨은 주군을 위하여 버릴 수도 있으나

        나라의 백성을 위하여 주군을 버릴 수도 있다는 것이네.

 

        아무렴 그래야지. 그렇게 맹세하겠네.

        우리는 마음을 변치 말며 살아가세.

 

        그렇다네. 그러나 마음을 변치 않고

        이 세상을 살아내기가 쉬운 일이 아닐 걸세.

 

관중管仲과 포숙아鮑叔牙는 마지막까지 의논하면서 함께 어울려

살아갈 것을 맹약하며, 죽을 때까지 지키기로 굳게 맹세하였다.

     

       그러던 중에 세자 제아諸兒는 제양공齊襄公이 되었으며,

       노환공이 죽은 얼마 후에는 이복 여동생인 문강文姜

       자꾸 만나, 땅의 축구祝邱에서 음락淫樂을 즐기게 되었다.

 

온 백성들이 쑤군대며 별별 이야기가 떠돌면서, 여론이 아주 나빠진다.

이를 보다 못한 포숙아鮑叔牙가 공자 소백小白에게 말을 하게 된다.

 

       소백小白 공자 임.

       주공께서 문강文姜 과의 음행淫行의 일로

       소문이 분분하여 사대부들도 비웃고 있습니다.

 

       아들이며 공자 된 도리로서 이제라도

       문강文姜을 만나지 못하도록 간해야 합니다.

 

       지금이라도 말씀드리지 않는다면

       앞으론 더욱 어렵게 됩니다.

 

소백小白은 스승인 포숙아鮑叔牙의 말에 따라 망설이지 않으면서,

곧바로 제양공齊襄公을 찾아가 간곡하게 말씀을 올리는 것이다.

 

       아바마마, 소백小白 이옵니다.

       어서 오너라. 무슨 일러 왔느냐.

 

       아바마마께 과한 말씀을 올릴까 하나이다.

       과한 말이라니 무어냐. 어서 말해보아라.

 

       노후魯候가 남녀 관계의 일로 죽었다 하오며

       고모님, 문강文姜에 대한 해괴한 소문이 널리 퍼지고 있습니다.

 

       아바마마께선 인제 그만하시옵소서.

       종묘宗廟 와 사직社稷을 생각하셔야 하옵니다.

 

       아바마마께선 제발 삼가시어야 하옵니다.

       네 이놈. 어린놈이 무얼 안다고.

       무슨 소리를 그리 심하게 하느냐.

 

       네 이놈. 썩 물러가지 못할까.

       네 이놈, 볼기를 쳐야 알겠느냐.

 

제양공齊襄公이 화가나 소백小白을 걷어찼으며, 이 말을 전해들은

포숙아鮑叔牙가 장래를 내다보며 신중하게 대책을 말하게 된다.

 

87 . 민심을 잃은 정권은 무너지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