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안) 열국지 069∼100회

제 80 화. 시가의 귀신이 되고 말리라.

서 휴 2022. 4. 22. 21:13

서휴 춘추열국지

 

80 . 시가의 귀신이 되고 말리라.

 

나라가 망하자, 기후杞侯의 동생 영계嬴季는 기나라의

묘주廟主라 불리게 되었다.

 

막상 기나라가 망하고 남편인 기후杞侯 마저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자, 너무나 놀라고, 너무나 애통하게 생각하던 기후杞侯

부인 백희白姬는 그만 갑자기 까무러쳐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기후杞侯의 부인인 백희白姬

      후하게 장례를 잘 치러드려라.

 

      백희白姬의 동생인 숙희叔姬

      노나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잘 보살펴라.

 

      나, 숙희叔姬는 사양하노라.

      원래 제후諸侯의 부인이란,

 

      그 나라에 한번 출가出嫁 하면,

      그 지아비를 따르게 되어있노라.

 

      기후杞侯의 부인으로 살아왔으니

      죽어서도 기후杞侯의 귀신이 되겠노라.

      일부종사 만이 부인의 도리가 아니겠는가.

 

제양공齊襄公은 노장공魯莊公의 누나인 숙희叔姬를 노나라로

보내주며 환심을 사려 하였다가, 숙희叔姬의 완강한 말뜻에 고개

숙이며, 문강文姜과 불륜을 저지르는 자신이 부끄러워 하면서

휴성酅城에 그냥 살게 하여 주었다고 한다.

 

문강文姜과 숙희叔姬를 비교하며 어느 시인이 노래를 부르자

이심전심으로 중원의 모든 백성이 따라 불렀다고 한다.

 

      寧守故廟 不歸宗國 (영수고묘 불귀종국)

      오히려 시집의 오래된 종묘를 지키며

      친정에 돌아가지 않으니

 

      卓哉叔姬 柏舟同式 (탁재숙희 백주동식)

      숙희 여, 훌륭하구나.

      백주를 부르던 옛날 위의 공강共姜과 같구나.

 

여기 이 시에 나오는 백주柏舟는 소위 잣나무라 불리는 측백나무로

만든 배를 말하며, 나라의 공강共姜 이란 여인은 아주 옛날에

나라 세자 공백共伯의 아내였다.

 

      공백共伯이 일찍 죽자 공강共姜이 수절하려 하니,

      부모가 공강共姜의 뜻을 꺾어 개가시키려 하였다.

 

      공강共姜은 죽어도 수절하겠다며

      백주柏舟 라는 시를 지어 지조를 지켜냈다.

 

      柏舟백주

 

      汎彼柏舟 在彼中河 (범피백주 재피중하)

      둥둥 저 잣나무 배 저기 황하에 떠가는구나.

 

      髧彼兩髦 實維我儀 (담피양모 실유아의)

      늘어진 저 두 갈래머리 오직 내 짝이려니

 

      之死 矢靡他 母也天只 不諒人只

      (지사 시미타 모야천지 불량인지)

 

      죽을망정 내 마음 변하지 않으려니

      부모님은 어찌 내 마음 몰라주실까.

 

      汎彼柏舟 在彼河側 (범피백주 재피하측 )

      둥둥 저 잣나무 배 황하에 저기 떠 있구나

 

      髧彼兩髦 實維我特 (담피양모 실유아특)

      늘어진 저 두 갈래머리 오직 내 짝인데

 

      之死 矢靡慝 母也天只 不諒人只

      (지사 시미특 모야천지 불량인지)

 

      죽을망정 내 마음 변하지 않으려니

      부모님은 어찌 내 마음 몰라주실까.

 

이야기가 잠시 곁으로 나갔으나 유명한 시라 올려 보았다.

이시는 시경詩經 국풍國風의 용풍鄘風 편에 나온다.

 

나라를 정벌한 것은 150여 년 전의 조상의 원수를 갚은

것이며, 더구나 선군인 제희공齊僖公이 침공하였다가 실패한

일도 있어, 마침내 대업을 이룬 것으로 볼 수가 있다.

 

      아울러 주변의 병, , 등의 세 고을도

      빼앗아 제나라에 합병시켜 영토를 넓혔다.

 

제양공齊襄公이 기나라를 멸하였을 때는 주장왕周莊王

7년으로 제양공齊襄公 8년이며 기원전 690년의 일이었다.

 

      제나라의 백성들도 오랜 염원을 풀었다며

      모처럼 제양공齊襄公을 칭송하였으며,

 

      이에 기분이 좋아진 제양공齊襄公

      자신의 위세도 세울 겸하여 친위대를 이끌고,

      문강文姜이 있는 축구祝邱로 갔다.

 

한편 문강文姜은 제양공齊襄公이 원수 나라인 기나라를 멸망

시키고 돌아온다고 하자, 도중까지 마중 나가며 몹시 반기었다.

 

      오라버니. 고생하셨어요.

      조상 때부터 원수로 지내던 기나라를

      점령하시느라 얼마나 수고가 많으셨어요.

 

      그렇지. 원수를 갚으려 그렇게 애먹었는데

      이제 기나라를 멸망시켰으니

      우리 조상님께 제를 올릴 만도 하도다.

 

      오라버니, 많은 음식을 준비하였사오니

      제군사에게 배불리 먹도록 베풀겠습니다.

      문강文姜 . 고맙다. 그리하여라.

 

      오라버니. 조촐한 주연酒宴을 마련하였사오니

      축구祝邱의 낮 밤을 맘껏 즐겨보세요.

 

      여기에 오기만 하면 왜 이리. 시간이 빨리 가지.

      호 호. 글쎄요.

 

      오래. 자리를 비워놨으니 제나라에 함께 가보자.

      오라버니. 임치臨淄까지 따라가도 괜찮겠어요.

 

      아무렴. 뭐가 어때서.

      가자. 네가 자라난 곳이 아니더냐.

 

제양공齊襄公이 처음에는 사냥 간다는 핑계로 조정과 백성의 눈을

가리려 하였으나, 왕희王姬 공주가 죽고 나자, 이제는 부부가

된 양 제나라의 임치臨淄 성에 들어와서도 즐기는 것이다.

 

      제양공齊襄公은 서출庶出 이면서도 똑똑한

      맏아인 공자 규와 둘째 공자인 소백小白

      후계자로 생각하고 있었다.

 

공자 규의 스승은 관중管仲 이며, 동생인 공자 소백小白의 스승은

포숙아鮑叔牙 였다. 두 스승은 성실한바 항상 잘 가르치고 있었다.

 

      아바마마. 소백小白 이옵니다.

      으응, 어서 오너라.

 

      아바마마. 노후魯候가 남녀 관계의 일로 죽었다 하오며

      고모이신 문강文姜에 대한 해괴한 소문이

      널리 퍼지고 있사오니 심히 걱정되옵니다.

 

      아바마마. 종묘와 사직을 생각하셔야 하옵니다.

      아바마마. 제발 좀 삼가시옵소서.

 

      네 이놈. 무슨 소리를 그리 심하게 하느냐.

      이놈이, 아주 못 된 놈이로구나.

 

제양공齊襄公이 화가나 소백小白을 발로 걷어찼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스승 포숙아鮑叔牙가 소백小白에게 조용히 대책을 마련한다.

 

      아무래도 끝이 좋을 것 같지 않습니다.

      기회가 올 때까지 피해 있으시옵소서.

 

포숙아鮑叔牙는 소백小白과 같이 소백小白의 어머니 나라이며,

제齊 나라에서 가까운 나라로 피신하고 말았다.

 

이때 문강文姜은 자기의 그릇된 행동이 마음에 걸려 무언가 아들인

노장공魯莊公에 대한 마음이 놓이지 않아 또 다른 꾀를 내는 것이다.

 

      오라버니. 내 아들 노장공魯莊公

      꼼짝 못 하도록 붙들어 매야 할 것 같아요.

 

      어떻게 하려고 하느냐.

      오라버니에게는 세 살 된 딸이 있지요.

      그래. 오랜만에 태어난 연빈連嬪의 딸이란다.

 

      그 딸과 노장공과 혼인을 맺으면 어떻겠어요.

      어린것하고 혼인을 맺다니 잘 되겠는가.

      오라버니. 내가 알아서 할게요.

 

문강文姜이 편지를 보내어 작땅의 축구祝邱로 오라고 하자,

노장공魯莊公은 무슨 일인가 하여 급히 도착하여 문안을 드린다.

 

      비록 배다른 누나이긴 하나 기후紀侯의 백희白姬

      후하게 장사 지내준 은혜를 베푸시었노라.

      노장공魯莊公은 외숙부의 은혜에 감사를 드리도록 하라.

 

노장공魯莊公은 제양공齊襄公이 정나라 공자 미亹 뿐만아니라

고거미高渠彌를 죽이고 정나라를 평정 시켰으며, 나라 마저

멸망시킨 그 위세에 두려움을 품고 있었다.

 

      공연히 제양공의 비위를 건드리고 싶지 않아,

      모친의 명을 거역하지 못하고, 시키는 대로

      아랫자리에서 제양공에게 절을 올렸다.

 

이를 본 제양공齊襄公은 크게 흡족해하며, 한껏 기분이 좋아져

노장공魯莊公을 융숭隆崇 하게 환대歡待 하여 주었다.

 

      아들, 노장공魯莊公은 들어라.

      정실부인正室夫人 자리가 비어 있지 않으냐

 

      제양공齊襄公에 어여쁜 여식이 있느니라.

      어린이긴 하나 미리 약혼하여 두도록 하라.

 

      어마마마. 세 살 된 어린 딸이란 말을 들었사온데

      어찌 나의 배필이 될 수 있겠나이까.

 

      너는 네 어미의 집안을 멀리하고자 함이냐.

      허 어, 문강文姜, 어찌 억압적으로 장가를 보내려 하오

 

      두 사람의 나이 차이가 너무 현격하오.

      노장공魯莊公의 말에 무리가 없는 것이오.

 

      10여 년만 기다렸다 혼사를 치르면 되지 않느냐.

      할 수 없지요. 어마마마의 뜻에 따르겠나이다.

 

제양공齊襄公이 문강의 뜻을 꺾지 못하였고, 노장공魯莊公

모친 문강文姜의 명을 거역할 수 없어 약혼을 허락하고 만다.

 

      제양공과 노장공은 외삼촌과 조카 사이인데도 불구하고,

      또 사위와 장인까지 되었으니, 그 들은 친족의 정으로

      뭉쳐진 듯이 더욱 친밀하게 보였다.

 

모든 일이 자기의 뜻대로 되는 것을 본 제양공齊襄公은 이제

노장공魯莊公이 자기에 대해 복수를 하지 않으리라고 생각이 되자,

한결 마음을 놓게 되며, 노장공魯莊公에게 제안을 하게 된다.

 

      노장공魯莊公. 오늘은 뜻깊은 날이 되었소.

      이왕이면 사냥이나 하러 갑시다.

 

      외숙外叔께선 쏘는 데로 다 맞추시는군요.

      천하의 명궁名弓 이시옵니다.

 

      허 어. 노장공魯莊公 도 빗나감이 없소이다.

      언제 그리 잘 익히셨소.

 

제양공齊襄公과 노장공魯莊公은 서로 마음에 들어하며 친해졌다.

두 나라의 군주가 수레를 나란히 하여 작땅에서 사냥하는데

사냥터를 지나가던 한 야인野人이 이를 보고 몰래 노장공魯莊公

손가락질하며, 희롱戱弄 하는 소리를 시종을 통하여 듣게 되었다.

 

      저 군주는 부친이 맞아 죽은 줄도 모르는가.

      어찌 그 아비의 원수도 갚지 못하고,

      그 원수 된 자와 노닥거리고 있다니

      진짜 아들이라 할 수 있겠는가.

 

      아 아, 슬프구나.

      모친은 있지만, 부친이 없구나.

 

노장공은 크게 화를 내며, 그 야인野人을 쫓아가 죽이도록 하였으며,

그 일에 대하여 훗날 한 사관史官이 아버지를 잊고 원수를 모신다고

풍자하여 시를 지어 노장공의 행동을 몹시 비난하였다고 전한다.

 

      호호. 오라버니

      노장공魯莊公이 이제 말을 잘 들으니 좋지요.

      그럼 좋고말고. 내 마음이 아주 편안해졌구나.

 

문강文姜은 노와 제두 군주가 사냥을 즐긴 후로는, 당연하다는

듯 더욱 가까이 제양공齊襄公과 수시로 잠자리를 같이하곤 하였으며

 

제양공齊襄公과 사냥하면서 방과 곡땅을 오갔으며, 어떤 때는

의 임치臨淄까지 달려가 마치 군부인君夫人 처럼 행세하였다.

 

      나를 백성들이 비난非難 한다고 하였느냐.

      여쭙기는 뭐 하오나. 호화스러운 수레를 타고

      수시로 제궁齊宮에 드나드는 문강文姜,

      공주님의 행차에 대한 비난이옵니다.

 

      더구나 남매가 잠자리를 같이한다며

      유언비어와 노래까지 나돈다 하옵니다.

 

      뭐라고, 괘씸한 놈들

      주동자를 모두 어서 빨리 잡아들이도록 하라.

 

      주공, 백성들이 이심전심으로 따라 부르고 있사옵니다.

      어찌 백성을 다 잡아들일 수 있겠나이까.

      주공, 민심을 수습할 방안을 찾아야 하옵니다.

 

제양공齊襄公과 문강文姜이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불륜을 저지르자

이들의 잘 못 된 행각行脚으로 나라의 민심이 크게 흉흉해졌다.

 

 81 . 의로운 자만이 죽음을 무릅쓰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