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안) 열국지 069∼100회

제 79 화. 모든 일에는 대가가 따르는가.

서 휴 2022. 4. 22. 19:50

서휴 춘추열국지

 

    25. 아름다운 모습들

 

79 . 모든 일에는 대가가 따르는가.

 

      고거미高渠彌는 보았는가.

      너의 군주는 이미 죽었도다.

      너는 아직도 살기를 바라느냐.

 

      내가 저지른 죄가 중한 것을 알고 있소.

      인제 와서 목숨을 구걸하겠소이까.

 

      자, 다들 보아라.

      신하 된 자로 마음대로 자기 주군을 죽인 자를

      어찌 단칼에 목을 벨 수 있겠는가.

 

      한칼에 죽인다면 너에게는 과분한 벌이 되리라.

      저자. 공자 미는 이미 죽었으니

 

      고거미高渠彌는 임치臨淄 으로 압송하여

      남문의 저잣거리에서 거열형車裂刑에 처하도록 하라.

 

거열형車裂刑 이란, 죄인의 머리와 사지四肢를 다섯 개 수레의

끌채에 묶어, 소에게 각기 한 방향으로 수레를 끌고 가도록 하면,

사람의 목과 팔과 다리가 다섯 조각이 되고 마는 형벌이다. 속칭

오우분시五牛分尸 (다섯 마리 소가 다섯으로 쪼갠다.)라고 말한다.

 

      고거미高渠彌는 제나라로 끌려가 임치臨淄 남문에

      목이 걸리는 참혹한 죽임을 당하였으며,

 

      제양공齊襄公은 정나라에 사자를 보내어

      그간의 경위를 소상히 밝혀주었다.

 

제양공齊襄公은 정나라의 공자 미와 고거미高渠彌를 죽인

것은, 자기가 정의로운 일을 하였다는 것을 세상에 크게 알리며

선전하고자 함이었다.

 

그리고 중원中原의 여러 제후에게 겁이 나도록 하여, 감히 자기에

덤비지 못하도록, 일부러 이러한 극형에 처한 것이며 또한,

이 복 남매인 문강文姜 과의 사련邪戀을 덮으려 한 짓이었다.

 

      나, 제양공齊襄公은 말하노라.

      고거미高渠彌의 머리를 남문에 효시梟示 하노니

      이것은 정나라를 위해 대의大義를 밝힌 것이며

 

      적신역자賊臣逆子는 누구든지 간에

      그 죄를 모두 반드시 묻도록 하겠노라.

 

      이제 정나라는 신군新君을 다시 세워

      정과 제가 옛날에 유지하였던

      우호 관계에 변함없도록 특별로 유념하라.

 

나라 사자가 정나라에 찾아가, 주장왕周莊王이 명령하듯

거만하게 말함으로써, 나라 고거미의 사태를 정리하였다.

 

      공자 미와 고거미高渠彌는 정나라 조정의

      대부들에게 그다지 인심을 얻지 못하였다.

 

이에 공자 미와 고거미高渠彌에 대한 사건에 반발이나 저항을

보이지 않으면서, 오히려 잘 정리되었다는 듯이 앞으로의 일을

의논하기 위하여 대부들이 모여들었다.

 

      상경의 혜안에 이 원번原繁이 감탄합니다.

      제족祭足의 지혜는 감히 따라갈 사람이 없소이다.

 

      원번原繁, 알아주어 고맙소.

      이제 여러분 누구를 새로운 군주로 세우면 좋겠소.

      상경께, 이 숙첨叔詹이 한 말씀 올리겠소이다.

 

      옛날 쫓겨난 우리의 군주가 력성櫟城에 있습니다.

      어찌 모셔 오지 않습니까.

 

      망해서 도망친 군주를 모셔 와서

      또다시 종묘宗廟를 욕보이게 할 수는 없소이다.

 

      그렇다면 어느 공자를 모시려 하오.

      아무래도 공자 의를 세워야만 좋겠습니다.

      나 원번原繁 도 상경의 말에 찬성합니다.

 

나라의 대신들은 진나라에서 공자 의를 모셔 와 군주의

자리를 잇게 하니, 공자 의는 보위에 으르자 명령을 하달한다.

 

      상경上卿 제족祭足은 정사를 맡아 백성을 돌보며

      외적의 침입에 대비하도록 하시오.

 

      주공. 나라와 진나라에 우호 사절을

      보내는 한편, 나라에 매년 조공을 바쳐

      초나라의 보호를 받으면 안전하겠나이다.

 

      초나라가 그리도 강해졌소.

      그러하옵니다. 또한, 마땅히

      우리와 우호를 맺을 나라가 없사옵니다.

 

제족祭足이 방비를 튼튼히 하니, 정려공鄭厲公은 빈틈을 노릴

수가 없자, 이때부터 정나라는 당분간 안정을 찾게 되었다.

 

      기록에는 공자 미를 정자鄭子 라고 하였다.

      정자鄭子 , 시호를 받지 못하고 죽은 군주이다.


제족祭足에 의하여 갑자기 보위에 오른 공자 의는 나랏일을

모두 제족에게 맡겼다. 이로써 제족祭足은 여전히 예전처럼

변함없이 정나라를 안정시키려 노력하게 된다.

 

      한 시절 천하를 움직였던 정장공鄭莊公의 유언처럼,

      그의 아들들이 하나같이 군위를 탐내며 벌인 반란 들로

      정나라 자체를 오랫동안 혼돈으로 몰아넣었으며,

      국력은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쇠약하게 만들고 말았다.

 

제양공齊襄公과 혼인을 한 왕희王姬 공주는 주장왕周莊王

딸이며, 지조가 굳고 심지心志 마저 깊으면서 여유로운 마음을

가지고 있어. 말과 행동의 폭이 넓어 인자한 성품이었다.

 

그러나 제나라에 시집온 지 얼마 안 되어 제양공齊襄公

음탕 무도함을 알게 되었으며 또한, 내궁에 있을망정 제양공과

여동생인 문강文姜 과의 관계도 자세히 알게 되었다.

 

      제후齊侯가 누이와 한낱 음락淫樂에 미쳐

      근친상간近親相姦 만을 하고 있으면서

      부부의 예도 갖추지 않고 있으니

      나의 신세가 어찌 이리 한심하게 되었단 말인가.

 

      윤리와 도덕을 망치는 제후齊侯!

      제양공齊襄公, 이자는 금수禽獸 만도 못 한 자로다.

 

      나는 어찌하여 이런 자에게 시집을 왔을까.

      아 아, 너무나 안타깝고 부끄러운 일이도다.

 

      이런 황음무도荒淫無道 한 사람에게 시집을 왔으니

      이는 나의 불행인가. 나의 운명인가.

 

      여자는 한 남자만을 바라보며

      한 남자의 사랑만을 바라며 산다, 하였는데

 

      이 남자는 나를 거들떠보지도 않으니

      나는 어찌 사랑을 나눌 수가 있겠는가.

 

      어마마마, 미안해요.

      시집가 서방임을 잘 공경하며

      잘살아야 한다는 엄마의 고마운 말씀!

 

      어마마마, 지킬 수가 없게 되었네요

      어마마마, 미안해요.

 

왕희王姬 공주는 제양공齊襄公에 대한 깊은 한을 품게 되었으며,

그리하여 잠을 이루지 못하며 고민만 하다가, 병들어 심하게

앓다가 안타깝게도 일 년을 넘기지 못하고 그만 죽고 만다.

 

      제양공齊襄公은 정실부인正室夫人 이었던

      왕희王姫 공주가 죽자,

      미안한 생각은 전혀 갖지 않았으며,

      이제는 거리낄 것이 없다는 듯이 행동한다.

 

사냥을 핑계 삼아 작땅의 축구祝邱에서 문강文姜을 만나며,

서로 함께 끌어 앉고 누워서 음락淫樂을 계속 즐기는 것이다.

 

      오라버니. 아무래도 찜찜해요.

      왜. 무슨 일이 있느냐.

 

      내 아들이라 하지만 노장공魯莊公이 마음에 걸려요.

      나도 그래. 아버지를 죽인 원수로 생각하고

      나에게 보복할지도 모르겠어.

 

      오라버니. 앞으로 우리를 무시하지 못하도록

      아주. 두렵게 만들면 어떻겠어요.

 

제양공齊襄公은 노장공魯莊公이 어떤 보복을 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있었으므로, 여러 생각을 하다가 자기의 힘도 과시하며,

 

      역사적으로 조상 때부터 원수 나라인

      기나라를 정복하고자, 친히 많은

      제군齊軍을 이끌고 쳐들어가는 것이다.

 

제양공齊襄公은 기나라의 도성인 휴성酅城 앞에 진을 치고

기후杞侯에게 사자를 보내어 협박하는 것이다.

 

      기후杞侯는 나의 말을 잘 듣도록 하라.

      제군齊軍은 휴성酅城의 동쪽에 와있노라.

 

      우리 제나라는 너희 기나라와

      조상 대대로 내려온 원수지간이 아니냐.

      이제 그 원수를 갚고자 왔노라.

 

      너희는 힘도 없는 작은 나라가 아니냐.

      기후杞侯는 이제 항복하라.

      항복하지 않으면 휴성酅城의 백성들을 몰살시키리라.

 

      3일 이내에 답변을 주지 않으면 공격하리라.

      만약에 무릎 꿇고 항복한다면

      조상에게 지내는 제사만은 허용하겠노라.

 

      뭐라고, 제사만은 허용하여 준다고.

      허 어, 나 기후杞侯는 원수 앞에 무릎을 꿇고

      절대 내 목숨을 구차하게 구걸하지 않겠노라.

 

기후杞侯의 부인 백희白姬는 친정의 이복동생인 노장공魯莊公에게

긴급히 편지를 보내며, 꼭 구해줘야 한다며 구원병을 요청하였다.

 

      나, 제양공齊襄公이 선포하노라.

      기나라를 구하러 군사를 보내는 나라는

      맨 먼저 그 나라부터 토벌하겠노라.

 

제양공齊襄公의 협박에도 노장공魯莊公은 지난번처럼 서로 힘을

합쳐 기나라를 구해주자며, 나라에 사자를 보냈다.

 

      정나라 공자 의는 역성櫟城에 있는

      정려공鄭厲公이 빈틈만을 노리고 있어,

      참여할 수 없다는 어려운 사정을

      노장공魯莊公에게 알려 주었다.

 

노장공魯莊公은 활땅에까지 와서, 3일 동안 진을 쳤으나,

끝내 나라가 오지 않자, 나라의 위세에 눌려 돌아갔다.

이를 지켜본 기후杞侯는 모든 가망성을 포기하고 만다.

 

      정나라는 오지 않고,

      노나라가 되돌아가 버렸다니

      이제 우리 기나라를 지킬 수가 없게 되었구나.

 

      동생. 영계嬴季 .

      네가 모두 맡아 뒷일을 감당하여라.

 

      아닙니다. 형님.

      마지막까지 한번 싸우며 버텨봅시다.

 

      아니다. 이젠 틀렸다.

      나는 동생에게 부탁하고 떠나가련다.

 

기후杞侯는 종묘에 큰절을 올리면서 대성통곡을 하고는 늦은

밤이 되자, 어디론가 떠나갔으며 세상을 떠돌다가 애처롭게

역사 속에서 사라지고 만다.

 

      우리 기나라의 신료들에게 묻겠노라.

      종묘宗廟 와 사직社稷이 끊어지더라도

      끝까지 버티며 싸우다가 죽는 게 나은가.

 

      항복하여 종사宗社 라도 보존하는 것이 더 중한가.

      누구나 기탄없이 말해보시오.

 

      영계嬴季 , 힘으로는 당할 수가 없습니다.

      영계嬴季 께옵서는 종묘宗廟 만은 꼭 보존하셔야 하며

      어떻게든 살아계시어 다음을 기약하는 것이 더 중합니다.

 

      모든 신료의 뜻이 그러한 것이오.

      영계嬴季 , 신료들의 생각이 모두 같사옵니다.

 

      좋소. 나라의 종묘宗廟를 지키려 하는데

      어찌 원수에게 무릎 꿇는 일을 마다하겠소.

 

영계嬴季는 항서를 사자에게 주어 제양공齊襄公 앞으로 보내면서,

나라의 마지막 부탁을 전하려고 하였다.

 

      기나라는 제나라의 외신外臣이 되겠사오니

      휴성酅城에 살면서 종묘宗廟에 제사나 지낼 수

      있도록 보살펴만 주시옵소서.

 

      좋도다. 나라 영계嬴季 ,

      내 그대의 뜻을 받아들이겠노라.

      영계嬴季는 필요한 조치를 하고 떠나라.

 

영계嬴季는 기나라의 토지 서류와 호적문서를 갖추어 제군齊軍

찾아가 제양공齊襄公에게 바치면서 모든 걸 허락받게 되었다.

 

      얼마나 필요한가.

      종묘를 지키는데 30가구 지역은 꼭 필요하옵니다.

 

      좋소. 그쪽만 가져가면 되겠는가.

      그쪽의 30가구를 가지고 제사를 지내도록 하시오.

 

80 . 시가의 귀신이 되고 말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