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안) 열국지 069∼100회

제 77 화. 음탕이 놀다가 지아비를 죽이는가.

서 휴 2022. 4. 22. 12:32

서휴 춘추열국지

 

77 . 음탕이 놀다가 지아비를 죽이는가.

 

제양공은 팽생彭生에게 귓속말을 해두고, 우산牛山의 연회장에서

환송 잔치를 연다며, 노환공魯桓公을 정중히 초청하였으나, 허락을

받아내지 못하자 사람을 또 보내 계속해서 초청하는 것이다.

 

      환송 잔치에 정말 가고 싶지가 않구먼.

      그래도 할 수 없이 가보긴 가봐야겠지.

 

환송 잔치는 성대하게 열려 노래와 춤이 흥겹게 이어갔으나,

마지못해 연회장에 들어온 노환공魯桓公은 입을 다문 채 말도

건네지 않았으며, 우울한 김에 권하는 데로 술을 받아 마시니,

몹시 취해 몸을 가누지 못하여 비틀거리게 되는 것이다.

 

      팽생彭生은 무얼 하는가.

      어서, 노후魯侯를 잘 모셔드려라.

 

팽생彭生은 몸을 가누지 못하는 노환공을 안다시피 수레에 태우고

영빈관 쪽으로 가다가, 곯아떨어진 노환공의 갈비뼈를 무지막지 한

주먹으로 내려치니, 노환공은 외마디 커다란 비명을 질렀다.

 

      이놈들아. 내 말이 들리지 않느냐.

      빨리 수레를 돌려라.

      노후魯侯께서 너무 취하여 피를 토하신다.

 

이때 제양공齊襄公은 노환공魯桓公이 갑자기 죽었다는 소식에

접하자, 누구의 소행인 줄 알면서도, 전혀 몰랐다는 표정을 지으며

몹시 애석하다는 듯이 억지 눈물을 흘리며 슬퍼하는 것이다.

 

      노환공魯桓公께서 갑자기 돌아가시다니 너무나 슬프구나.

      극진히 염한 상여를 노나라에 잘 보내드려라.

 

노환공魯桓公의 수행원들은 수레 속에서 일어난 사건을 짐작하고

있었으나, 겁이 나서 말을 못 하다가, 나라에 돌아가자마자,

상세하게 고해바치게 되는 것이다.

이 내용에 대하여 공자의 춘추春秋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나온다.

 

      男女嫌微最要明 (남녀험미최요명)

      남녀 사이는 항상 분명해야 하거늘

 

      夫妻越境太胡行 (부처월경태호행)

      부부가 함께 어찌 국경을 넘어갔는고

 

      當時若淸申綬諫 (당시약청신수간)

      그 당시 신수가 간하는 말을 들었던들

 

      何至車中六尺橫 (하지거중육척횡 )

      수레 안에서 목숨을 잃진 않았으리라.

 

노환공魯桓公의 피살 소식을 접한 나라 대부들은 한결같이

분개하면서 큰 비상이 걸렸으며, 세자 동을 상주로 내세워

장례 준비를 하면서 보복을 논의하게 된다.

 

      나, 공자 경보慶父 .

      제후齊侯가 우리 군주를 살해한 것이오.

 

      이는 제양공齊襄公이  천륜을 저버린 것이오.

      나에게 군사를 내어주시오.

 

      당장. 에 쳐들어가 원수를 갚을 것이며

      제양공의 죄상을 만천하에 알리겠소.

 

      신 대부 시백施伯이 옵니다.

      뚜렷한 증거도 없거니와 우리 노나라는

      제보다 군사력이 약하여, 만약에

      쳐들어가 지게 된다면 수치만 더할 뿐이오.

 

      범인은 공자 팽생彭生 이옵니다.

      제양공齊襄公이 공자 팽생彭生을 직접 죽여

      스스로 변명하도록 만들어야 하며

      이에 모든 백성이 다 알게 하여야 합니다.

 

나라의 모든 대부가 서명한 국서를 제나라에 보내게 된다.

제양공齊襄公은 받아 읽으며 어찌하면 좋을지 고심하게 된다.

 

      노나라 대부들은 절하며 올리나이다.

      우리 주공께서 왕실의 명을 받아 귀국의 혼사를

      성사하려 귀국에 가신 후 돌아오지 않고 있사온데,

      백성들은 수레에서 생긴 변이라고 말하고 있사옵니다.

 

      이 사실을 모든 나라 제후에게 알릴 수도 없사오니

      청컨대 공자 팽생彭生의 죄를 다스려 주시옵소서.

 

제양공齊襄公은 노나라의 사신 앞에서 공자 팽생彭生을 부르자,

공자 팽생彭生은 큰 공을 세운 양 보고할 겸하여 의기양양하게

들어오자마자, 대기시킨 무사들이 꽁꽁 묶어버리는 것이다. 

 

      네 이놈. 나는 너에게

      노공魯公께서 취하시어 잘 모시라 하였는데

      어찌하여 세상을 떠나게 했느냐?

 

      저놈을 당장 끌어내 백성들이 보는 시정市井

      끌고 나가 참수시켜 버려라.

 

      야 이놈아.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은 소리냐.

      네 놈이 여동생과 밀실에서 간통하고

      노환공 魯桓公을 죽인 놈은 네놈이 아니더냐?

 

      그래놓고 나에게 네 죄를 뒤집어씌우다니

      형제간에 이럴 수가 있느냐.

 

      내가 죽기는 한다. 만은 내가 죽어서라도

      너에게 이 원한을 꼭 갚고 말리라.

 

공자 팽생彭生이 끌려가며 크게 내지르는 원한 맺힌 소리에

제양공齊襄公이 당황하여 자기의 두 귀를 틀어막자, 좌우에 있던

신료들이 모두 그 모습을 쳐다보며 마음속으로 비웃었으나,

제양공齊襄公은 아랑곳하지 않고 또다시 큰소리로 명령을 한다.

 

      저놈을 빨리 끌고 나가라

      그리고 두 사람의 대부를 뽑도록 하여

      주왕실과 노나라에 각각 사자使者를 보내라

 

      혼인을 허락한 주장왕周莊王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하며, 혼사 날짜를 받아오도록 하라.

 

      노후魯侯의 상여에 많은 사람을 딸려 보내어,

      노후魯侯에 대한 예의를 다하라.

 

나라 신료들은 변경까지 나와서 노환공魯桓公의 영구靈柩

맞이하였으며, 예로써 상례喪禮를 치르게 되었다.

 

그때 노나라 세자 동이 즉위하여 노장공魯莊公이 된다.

이때가 주장왕周莊王 3년으로 기원전 694년의 일이었다.

 

      주공. 신들인 신수申繻, 전손생顓孫生, 공자익公子溺,

      공자언公子偃, 조말曹沫, 등 모든 문무백관文武百官

 

      조정의 기강을 일신할 것이며

      주공을 성심껏 받들 것을 하늘에 맹세 하나이다.

 

      고맙소. 서형庶兄 인 공자 경보慶父

      서제庶弟 인 공자 아와 그리고

 

      선군先君의 동생이신 공자 계우季友 등을

      모두 대부에 봉하노니,

 

      모두 국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사심 없이 나라를 발전시켜 주시 오.

 

      또한, 대부 신수申繻가 시백施伯

      재주를 높이 사서 천거하는바

      시백施伯을 상사上士의 직에 임명하노라.

 

노장공魯莊公은 아버지 노환공魯桓公의 장례를 치르고 나자,

나라의 국정을 안정시켰으며, 연이어 조례를 열게 되면서

제양공齊襄公의 혼사 문제를 거론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 국내 사정이 어느 정도 안정된 바이니

      제양공齊襄公의 혼사 문제를 이야기해봅시다.

 

      우리 선군의 주선으로 제후齊侯

      왕실의 왕희王姬 공주와 혼례를 열게 되었는바

 

      이제는 혼사를 돌봐줄 수도 없고

      모르는 체할 수도 없으니 어찌하면 좋겠소.

 

      주공, 신 대부 시백施伯이 이옵니다.

      주공께서는 알고 계시는지요.

 

      무엇을 말하는 것이오.

      주공, 우리에게 세 가지 수치가 있사옵니다.

 

      첫째는 선군께서 형님인 은공隱公을 죽이고

      군위에 올랐으므로 백성들이 좋지 않게 생각하옵니다.

 

      둘째는 선군의 부인이 제나라에서

      돌아오지 않고 있는 것이 또 수치가 됩니다.

 

      셋째는 주공께서 상주의 몸으로 원수인 제후齊侯

      혼사를 돌봐줘야 하게 되었사옵니다.

 

      대부 시백施伯, 그대의 말이 모두 맞소.

      어떻게 하면 이 세 가지 수치를 면할 수 있겠소.

      그대는 좋은 방안을 말해보시오.

 

      선군께서는 형님인 은공隱公을 죽였기에 아직

      주왕실의 인준을 받지 못하고 있사오며

 

      선군의 부인이며 주공의 어머니이신 문강文姜

      제나라에서 효도의 예로써 모셔 와야 합니다.

 

      주공께선 그리하시고 난 후에, 교외에 관사를

      지으시어, 왕희王姬 공주를 잠시 머물게 하면서

 

      주공은 상주의 몸이 되었사오니

      직접 주관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에 대신할 상대부上大夫가 왕희 공주를

      모시고, 나라로 가면 되리라 생각되옵니다.

 

      그럼으로써, 왕실의 명을 어기지 않게 되며

      제나라의 청을 거절하지 않게 되므로,

 

      혼사를 치르게 되는 이번 기회에

      세 가지 수치를 모두 정리하셔야만 하옵니다.

 

      신수申繻가 말하기를 시백施伯 그대는

      지혜가 앞선다고 하였는데 과연 옳은 말이오.

      대부 시백施伯. 정말 고맙소.

 

노장공魯莊公은 시백施伯의 말에 따라, 대부 전손생顓孫生

왕실에 보내어 주장왕周莊王을 알현하게 하였다.

 

      왕이시여. 적사오나 예물을 받으시옵소서.

      왕희 공주님을 모셔가게 되어 영광이옵니다.

 

      바라옵건대. 우리의 선군이신 노후魯侯에게

      불면黻冕과 규벽圭璧을 하사하여 주시오면,

      구천九泉에 계신 선군에게 영광이 되겠나이다.

 

      좋도다. 나라가 원하는 바를 내리겠노라.

      또한, 환공桓公으로 시호諡號를 내리노니

      이제부터는 노환공魯桓公으로 부르라.

 

불면黻冕은 제후가 제사나 행사를 치를 때 입는 예복이다.

은 가죽에 검은 실로 꽃 모양의 수를 놓아 무릎을 감싸는

보호대이고, 은 제후 이상이 머리에 쓰는 모자로써

예모禮帽 인 면류관冕旒冠을 말하는 것이다.

 

규벽圭璧은 중요한 의식이 행해질 때 예의를 표하는 뜻으로

손에 드는 상아象牙 나 대나무로, 길쭉하게 만든 아주 작은

널빤지 모양이면서, 회의 시 중요한 내용을 기록하기도 한다.

 

왕실의 왕은 불면黻冕 과 규벽圭璧을 내려줌으로써

그 나라의 제후를 정식으로 승인하여 주는 하나의 형식이었다.

 

      노후魯侯의 청을 허락하노라.

      왕희 공주가 노나라에 갈 때

      대신을 함께 보내어 칙명을 전하겠노라.

 

      주상. 신 주공周公 흑견黑肩 이옵니다.

      신이 노나라에 칙명을 전하겠나이다.

 

      아니요. 주공周公은 다음 차례에 가도록 하고

      이번에는 대부 영숙榮叔이 가도록 하시오.

 

주장왕周莊王은 아버지 주환왕周桓王이 동생인 극을 더 사랑하여,

주공周公 흑견黑肩에게 동생 극을 다음 보위에 올리라는 유언을

하였기에, 항상 주공周公 흑견黑肩을 감시하고 있었다.

 

주공周公 흑견黑肩은 주장왕周莊王이 자기를 의심하고 있다는

걸 알고는 벼루고 벼르던 차에 왕희王姬 공주가 시집가는

어수선한 틈에 반란을 일으켜 극을 옹립하려 하였다.

 

      주상. 대부 신백辛伯 이옵니다.

      무슨 일이 있기에 야밤에 급히 오는가.

 

      주상. 반역이옵니다.

      어젯밤에 흑견黑肩이 왕자 극을 찾아가

      왕희 공주가 제나라로 시집가는 날에

 

      반란을 일으켜 주상을 죽이고

      왕자 극을 세우기로 음모를 꾸몄사옵니다.

 

      빨리 왕실 군을 이끌고 그 두 놈을 잡아 오너라.

      주상, 곧바로 거행하겠나이다.

      빨리, 서둘러 잡아 와라.

 

      주상. 흑견黑肩은 잡아 왔사옵니다.

      극은 어찌 되었느냐.

      왕자 극은 연나라로 도망쳤다 하옵니다.

 

      그놈이 도망치다니 여하튼 고생하였다.

      흑견黑肩을 끌고 나가 참수시키도록 하라.

 

 78 . 정들면 사리를 분별 못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