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안) 열국지 069∼100회

제 81 화. 의로운 자만이 죽음을 무릅쓰는가.

서 휴 2022. 4. 23. 13:59

서휴 춘추열국지

 

81 . 의로운 자만이 죽음을 무릅쓰는가.

 

제양공齊襄公과 문강文姜이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불륜을 저지르자

이들의 잘 못 된 행각으로 제나라의 민심이 크게 흉흉해졌다.

 

       이를 보다 못한 제나라 백성들은 재구載驅 라는

       노래를 지어 너나 할 것 없이 따라 불렀다.

 

재구載驅 는 여기저기 수레를 몰고 다니며 노는 제양공齊襄公

비난하는 노래이다. 이는 시경詩經 제풍齊風에서 나온다.

 

       載驅薄薄 簟茀朱鞹 魯道有蕩 齊子發夕

       (재구박박 담불주곽 노도유탕 제자발석)

 

       말은 급하게 달리는구나, 붉은 가리개 아름답게 흔들리네.

       노나라는 조용하거늘 제나라 아이들 밤늦게 놀러 나오네.

 

       四驪濟濟 垂轡濔濔 魯道有蕩 齊子豈弟

       (사리제제 수비녜녜 노도유탕 제자개제)

 

       네 마리 검은 말 아름다운 말굴레 곱기 도하네.

       노나라는 조용하거늘, 제나라 아이들은 즐거워한다네.

 

       汶水湯湯 行人彭彭 魯道有蕩 齊子翶翔

       (문수상상 행인방방 노도유탕 제자고상)

 

       문수의 물결은 넘실거리고, 오가는 사람 많기도 하네.

       노나라는 조용하거늘, 제나라 아이들 넋 잃고 달려가네.

 

      汶水滔滔, 行人儦儦 魯道有蕩 齊子遊敖

      (문수도도 행인표표 노도유탕 제자유오)

 

       문수는 도도히 흐르고 오가는 사람 많기도 하네.

      노나라는 조용한데, 제나라 아이들 마음껏 놀아나네.

 

이제는 연이어 폐구敝笱 란 노래가 유행하기 시작한다.

폐구敝笱 란 구멍 뚫린 통발을 말하는 것으로 문강文姜에게 몹시

모욕을 주는 노래가 된다.

 

       敝笱在梁 其魚魴鰥 齊子歸止 其從如雲

       (폐구재량 기어방환 제자귀지 기종여운)

 

      구멍 뚫린 통발 다리에 걸려 큰 고기 잡을 수 없네.

      제나라 아이들 돌아가지 않으니 따르는 사람 구름 같구나.

 

       敝笱在梁 其魚魴鱮 齊子歸止 其從如雨

       (폐구재량 기어방서 제자귀지 기종여우)

 

      구멍 뚫린 통발 다리에 걸려 큰 고기는 잡을 수가 없다네.

      제나라 아이들 돌아가지 않으니 따르는 사람들 비와 같구나.

 

       敝笱在梁 其魚唯唯 齊子歸止 其從如水

       (폐구재량 기어유유 제자귀지 기종여수)

 

       구멍 뚫린 통발 다리에 걸리니 고기들은 들락날락하네.

       제나라 아이들 돌아가지 않으니

       따르는 사람들 汶水의 물처럼 많기도 하네.

 

제양공齊襄公은 문강文姜 과의 불륜 행각으로 민심이 가라앉질

않고 계속 흉흉해지자, 어떡하던지 민심을 돌려야겠다며 엉뚱한

묘안을 찾아 궁리하기 시작하였다.

 

      그동안 정나라의 못된 버릇을 고쳐주었고

      이제 원수인 기나라까지 멸망시켰으니

      천하의 제후들이 내 눈치를 보는 것 같구나.

 

      이 천하에 나를 대적할 제후가 과연 있겠느냐.

      정장공鄭莊公 은 패공을 꿈꾸었으나 천하 패업을

      끝내 달성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그때 정장공鄭莊公이 이루지 못한 천하 대업을

      내가 한번 이루어 본다면 어떻게 되겠느냐.

      그럼 못 이룰 것도 없잖은 가.

 

제양공齊襄公은 어떤 전쟁이든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며

또한, 스스로 패공覇公의 능력과 자격이 충분하다고 생각하였다.

 

      이때 선강宣姜의 막내아들 위혜공衛惠公

      어떻게 하던 군위를 차지하기 위하여

      아버지 위선공衛宣公에게 못된 술수를 부려가며

 

      두 형인 세자 급자急子와 공자 수에게 자객을 붙여

      죽이고 위나라 군위를 차지한 바 있었다.

 

      그러나 이런 사실을 모두 알게 된 좌공자 예

      우공자 직이 복수를 위하여 항상 대비하고 있다가

 

      위혜공衛惠公이 정나라 침공에 연합군으로 참여하자,

      두 공자는 이 빈틈을 기회로 삼아, 왕실에 있던

      공자 검모黔牟를 새로운 위후衛侯로 세웠다,

 

이에 돌아갈 수 없게 된 위혜공衛惠公은 제나라에 망명하여

그때까지도 머물고 있으면서 어떻게 하던 위나라로 돌아가

다시 군위를 차지할 생각만을 하고 있다가, 마침 제양공齊襄公

마음을 꿰뚫어 보게 되는 좋은 기회를 포착하게 되었다.

 

       제후齊侯께서는 방백方伯 이나

       패공霸公을 어찌 생각하시나이까.

 

       두 말은 왕실을 대신하여 천하를 다스린다는

       말이 아니겠는가.

       제후齊侯 , 그러하옵니다.

 

      제후齊侯 임께서는 이제 기나라도 멸하였으며

      이제 여러 제후諸侯 들을 이끌고 계시는바

 

       좀 더 덕을 쌓으신다면

       천하의 패공霸公이 되실 수 있사옵니다.

 

위혜공이 덕을 쌓아야 한다고 말하자, 제양공齊襄公은 그의

행실을 잘 알고 있었으므로 가소롭다고 웃었으나, 자기 또한 민심을

수습해야 할 다급한 처지에 있는 바이므로 두 눈을 빛내며 물었다.

 

       위혜공衛惠公 .

       내가 패공霸公이 될 수 있다는 말이냐.

       어떻게 덕을 쌓아야 패공霸公이 될 수 있겠는가.

 

       외숙이신 제후齊侯 임께서 패공霸公이 되시려면

       정의롭지 못한 질서를 바로잡아 주시며

       다른 나라의 어려움을 해결해주면 되옵니다.

 

       제후齊侯께서 불의를 보고도 방관하고 계시온데,

       어찌 천하 제후가 순종하길 바라나이까.

 

       그 방법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어느 제후국부터 손을 보면 되겠는가.

 

       제 고국인 위나라는 나를 쫓아내고

       검모黔牟가 군주 노릇을 하고 있사옵니다.

 

       검모黔牟는 왕실의 사위가 아닌가.

       허 어, 왕실에서 가만히 보고만 있겠는가.

 

       제후齊侯 , 이미 왕희王姫 공주가 죽었으므로

       왕실과는 아무런 인연이 없게 되었나이다.

 

       그러하옵고, 아니 제후齊侯께서 그리 살피시며

       이렇게까지 왕실의 눈치를 보아서야!

       어찌. 천하의 패공霸公이 될 수 있겠나이까.

 

       옳은 말이로다.

       조카는 이 제나라에서 벌써 7년이나

       망명 생활을 하였다고 하였는가.

 

       제후齊侯 , 실로 그러하옵니다.

       민심을 수습하는 데는 전쟁만 한 게 없습니다.

       나라에 쳐들어감으로써 민심도 수습됩니다.

 

       내 그대를 위하여 위나라를 치면서

       방백方伯 이나 패공霸公이 되라는 말인가.

       제후齊侯 , 그러하옵니다.

 

       알겠도다. 다만 전쟁이란 그리 쉬운 게 아니다.

       거사의 명분을 찾아 다른 제후들과

       연합하여야 하니 잠시만 기다리도록 하라.

 

제양공齊襄公이 단숨에 기나라를 멸망시켜버리자, 주변 나라의

제후들이 겁을 내어 눈치만을 살피는 걸 알게 되었으므로

기고만장하게 주변 나라의 군사를 동원하고자 격문을 보냈다.

 

       나라의 역신 공자 설

       공자 직은 제멋대로 위후魏侯를 폐하여

 

       나라 군주 위혜공衛惠公

       나라에 망명 온 지가

       오늘로써 벌써 7년이나 되었도다.

 

       항상 부당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으나

       아직껏 벌을 주지 못하고 있었노라.

 

       다행히 여러 제후와 위혜공衛惠公과 더불어

       온 힘을 기울여 토벌하고자 하는 것이오.

       이제 정의가 살아 있음을 보여줍시다.

 

제양공齊襄公은 송군사를 강압적으로 동원하여

5개국 연합군을 만들었으며, 벌써 나라에 쳐들어가고 있었다.

 

       나라는 이 격문을 읽어보라.

       이제 그대들은 어서 항복하도록 하라.

       항복하면 백성을 죽이지는 않을 것이다.

 

이때가 제양공齊襄公 9년이며 기나라를 멸망시킨, 다음 해

겨울이었다. 제양공齊襄公은 병거 5백 승을 동원하여,

위혜공과 함께 위나라의 위구성衛邱城 에 당도하였다.

 

그 뒤를 이어 노장공魯莊公, 진선공陳宣公, 채애공蔡哀公, 그리고

이때 송나라는 송장공宋莊公이 죽었으나, 아들 송민공宋愍公

군위에 오르자마자, 곧바로 참전하게 된 것이다.

 

       주공, 검모黔牟 .

       주공께서는 왕실의 사위이십니다.

       왕실에 왕사군王師軍 파병을 부탁하소서,

 

       아무리 연합군이라 하더라도

       왕사군王師軍에는 감히 대항하지 못할 것입니다.

 

위후衛侯 검모黔牟는 제양공齊襄公이 이끄는 5개국 연합군이 곧

쳐들어온다고 하자, 공자 설과 공자 직에게 대책을 준비시키며,

대부 영궤寧跪를 왕실에 보내어 왕사군 동원을 요청하였다.

 

       누가 능히 왕실을 위해 위나라를 구하겠는가.

       주상, 신 주공周公 기보忌父, 아뢰나이다.

 

       제후齊侯가 왕희王姫 공주와의 관계를 고려하지 않고

       엉뚱하게 쫓겨난 군주를 복위시킨다는 명분을 가지고

       연합군을 만들어 위나라를 정벌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명분은 옳사오며,

       더구나 연합군은 군사도 많고 강하여

       왕실 군으로는 대적할 수가 없사옵니다.

 

       오래전 정나라를 정벌하였다가

       왕실의 위엄이 꺾인 이후로는

       왕명이 행해지지 않고 있사옵니다.

 

       주상, 신 하사下士 자돌子突 이옵니다.

       주공周公 기보忌父의 말씀은 옳지 않습니다.

 

       다섯 나라의 군사는 단지 강할 뿐이지

       어찌 명분이 있다고 말할 수 있겠나이까.

 

       허 어, 부당하게 쫓겨난 제후를

       다시 복위시키겠다는 일이

       어찌 명분이 서지 않는다고 말하는가.

 

       주상, 검모黔牟가 위후衛侯의 자리에 오른 일은

       이미 주상께 품하여 윤허允許 받은 일이옵니다.

 

       왕명을 내려 검모黔牟를 위후衛侯로 승낙한 것이므로

       그 일로 삭은 폐하여 졌다는 뜻이 되옵니다.

 

       왕명을 받아 행한 일은 명분이 없다, 하시고

       왕명으로 폐위시킨 제후를 다시 복위시키려 하는 일은

       명분이 있다, 하시니, 신은 이해할 수가 없나이다.

 

       주상, 서괵공西虢公 백개伯皆 이옵니다.

       군사에 관한 일은 국가의 존망이 달려 있사옵니다.

 

       선왕께서 친히 군사를 이끌고 정나라를 정벌하시다.

       나라 축담祝聃이 쏜 화살에 맞으신 이래로

       왕실의 사기士氣가 떨어졌사오며,

       이제 벌써 이미 두 대나 지나갔사옵니다.

 

       그러나 아직껏 그 죄조차 묻지 못하고 있사오며

       더욱이 지금의 연합군은 그때보다 열 배나 강합니다.

 

       외롭고 약한 왕실군으로 위를 구하겠다는 것은

       마치 달걀로 바위를 치는 격과 같아,

 

       이는 헛되이 위엄을 손상할 뿐이 오며

       또 무슨 이익이 있겠나이까.

 

       주상, 신 하사下士 자돌子突 이옵니다.

       천하의 일은 힘보다는 도리가 원칙이 되는 것이며

       힘으로만 해결하려는 것은 옳은 도리가 아니옵니다.

 

       주상, 왕명이 있는 곳에 도리道理가 있을 뿐입니다.

       하옵고, 만고의 승부는 일시적인 힘에 따르지 않습니다.

 

       도리를 업신여기면서 자기의 이익을 얻으려 하는 자를

       보고도, 한 사람도 그 잘못을 묻지 않는다면,

 

       만고萬古에 걸쳐 세월이 지나가도

       왕명을 천하에 세울 수가 없게 되옵니다.

 

       이렇다면 서괵공西虢公 백개伯皆 공께서는

       무슨 면목으로 왕이 계시는 조정에서

       경사卿士 라 불리게 될 수 있겠나이까.

 

       이 한마디 하겠노라.

       왕실이 위나라를 구할 군사를 일으킨다면

       하사下士 자돌子突은 능히 그 일을 감당할 수 있겠는가.

 

       주상, 하사下士 자돌子突이 말씀을 올리겠나이다.

       구벌지법九伐之法은 제후들을

       아홉 가지의 죄목으로 토벌할 수 있는 것으로

       이는 사마司馬가 주관하는 일이 되옵니다.

 

82 . 방심한 일이 운명을 좌우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