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안) 열국지 069∼100회

제 78 화. 정들면 사리를 분별 못하나.

서 휴 2022. 4. 22. 17:22

서휴 춘추열국지

 

78 . 정들면 사리를 분별 못하나.

 

대부 전손생顓孫生은 왕희王姬 공주를 모시고 노나라를 거쳐

나라에서 혼례를 치러드렸다. 이로써 노환공魯桓公 사건은

정리되고, 제양공齊襄公은 예정대로 왕희王姬 공주를 맞이하였다.

 

      이제는 문강文姜을 모시고 제나라의 임치臨淄 성을

      떠나려고 귀국 준비를 서두르고, 대부 전손생顓孫生

      제양공齊襄公을 찾아가 작별인사를 올린다.

 

제양공齊襄公은 문강文姜이 떠나가는 걸 너무 아쉬워하며 보내지!

않으려 하였으나, 조정의 공론이 두려워 어쩔 수 없이 허락한다.

 

      나는 어찌 지아비인 노환공을 죽게 하였느냐.

      나는 왜 오빠인 제양공과 떨어지길 싫어하느냐.

 

      아아, 나는 노나라에 왜 돌아가야 하나.

      아아, 앞으로 나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

 

      아아, 알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도다.

      아아, 나는 내가 한없이 원망스럽구나.

 

문강文姜은 돌아가기 싫었으나, 부끄럽다고 안 갈 수도 없었으므로.

여러 잡념 속에 수레를 타고, 여러 날을 가다가, 한참 만에 조용한

길가의 행관行館을 물끄러미 바라보게 된.

 

      수레를 멈추어라.

      대부 전손생顓孫生을 부르라.

 

      예. 군부인. 대부 전손생顓孫生 이옵니다.

      이곳이 어디이기에 이리도 조용하고 아름다운가.

 

      이곳은 작땅의 축구祝邱 라는 곳입니다.

      작땅은 어떤 곳인가.

      노나라도 제나라도 아닌 곳이옵니다.

 

      이곳이 그러한 곳인가. 아름답구나.

      조용한 저 행관行館이 마음에 드는구나.

 

      대부 전손생顓孫生은 노후魯侯 에게 전하라.

      한적한 이곳이 너무 좋구나.

      죽은 후에나 노궁魯宮에 돌아가리라.

 

      마마, 아니 되옵니다.

      이곳에서 하룻밤 유숙하시고

      내일 아침 일찍이 떠나셔야 하옵니다.

 

      안가겠다는 나를 끌고 갈 터인가.

      빨리 가. 노장공魯莊公에게 그리 전하라.

 

노장공魯莊公은 대부 전손생顓孫生에게서 잠시 멈추었던 축구祝邱

땅에서 문강文姜이 돌아오지 않으려 한다는 보고를 받는다.

 

      노장공魯莊公에게 있어 문강文姜은 생모이기도 하며,

      의리로 보아서는 자기의 부친을 죽게 만든 원수이었기에,

 

      만약 문강文姜이 노나라로 돌아오게 된다면,

      노장공魯莊公의 입장이 매우 난처할 수도 있었다.

 

이에 노장공魯莊公은 서둘러 문강文姜이 머물겠다는 축구祝邱

땅에 별궁처럼 좋은 집을 지었으며, 계절이 바뀔 때마다 음식을

준비하여 문안 올리기를 게을리하지 않으면서 불편이 없도록

극진히 모시었다.

 

      주공, 문강文姜 마마님의 소식이 들어왔사옵니다.

      허 어. 문강文姜이 축구祝邱에 집을 짓고 산다니

      정말 반가운 소식이로다.

 

이 소식을 들은 제양공齊襄公은 너무나 반가워하며, 문강文姜

수시로 찾아가 천륜을 배반하면서까지 음탕한 짓을 계속하게 된다.

 

      제양공齊襄公과 문강文姜의 불륜으로

      노환공魯桓公이 죽게 되고,

      그에 의연하게 대처한 노장공의 처신에 대해

      세상 사람들은 크게 칭찬하였다.

 

      그러나 여동생과 서슴지 않고 불륜을 저지르며,

      매부 노환공魯桓公까지 죽인 제양공에 대해서는

      무례한 군주라며 비난의 소리가 높았다.

 

모든 사실을 알게 된 제나라 사대부들이 하나같이 웅성거리며

흉을 보게 되자, 제양공도 알게 되었다.

 

      부끄러운 모습을 모면하여 보려고

      매일 왕희王姬 공주의 방에 드나들며

      사이좋은 모습을 소문으로 퍼트리려 하였다.

 

그러나 민심은 가라앉지를 않으며, 이러한 소문은 중원까지도

자꾸 퍼져나가니 여간 곤란한 일이 아니었다.

 

      신료들과 백성들을 복종시키는 방법이 무엇일까.

      어떻게 하면 민심을 딴 곳으로 돌려놓을 수 있을까.

 

      그렇다. 올바르지 않은 놈을 혼을 내주는 것이다.

      그렇다. 자기들의 주군을 마음대로 죽이고,

 

      마음대로 새 주군을 세운 나라를 혼내주어,

      기강을 바로잡아 주는 본때를 보여주는 것이다.

 

      정, , , 이 세 나라에 쳐들어가

      천하의 도리를 바로 세워주면 되지 않겠는가.

 

      위나라는 군주를 죽이고 또한 새로운 군주를

      쫓아내고 말았도다.

 

      하지만, 새롭게 군주가 된 공자 검모黔牟

      주 왕실의 사위가 되는 부마駙馬 인지라

      이제 나와 동서지간이 되었는데

      맞서 싸울 수가 없게 되었도다.

 

      철천지원수인 기나라를 쳐부수면 어떨까.

      그러나, 쓸데없는 전쟁은 피하는 것이 좋겠도다.

 

      그렇지, 나라는 다음에 토벌하기로 하고

      정나라 공자 미에게 사자를 보내어

      수지首止 땅에서 동맹을 맺자고 하는 것이 좋겠다.

 

      너는 이 국서를 가지고 정나라에 가도록 하라.

      수지首止 땅에서 회맹會盟을 맺자고 청하여라.

 

새로 즉위한 공자 미와 일등공신 고거미高渠彌는 제양공齊襄公

국서를 받게 되자, 제양공의 음모를 모르면서 기대에 부풀게 되며

 

나라와 동맹을 맺으면, 정장공鄭莊公 때처럼 국방을 튼튼히

할 수 있다고 크게 기뻐하였으며, 곧바로 서둘러 조례를 열면서

동맹을 맺고 돌아오겠다고 공표하는 것이다.

 

      수지首止 땅에서 제나라와 동맹을 맺고자 하니

      상경 제족祭足과 아경亞卿 고거미高渠彌

      나와 같이 가도록 준비하시오.

 

제족祭足은 제양공齊襄公의 간사한 마음을 잘 알고 있었으며,

또한, 지난번에 정소공鄭昭公의 원수를 갚아 주겠다고 말한 바가

있었으므로, 만류할 수도 없어 급한 병에 걸렸다며 드러눕고 만다.

 

      제족祭足 어른, 안에 계십니까.

      누구 요.

      원번原繁 이옵니다.

      어서 오시 오. 반갑소이다.

 

      제족祭足 어른, 몸은 괜찮으신지요.

      누워있으니 좀 났소이다.

 

      신군新君이 제후齊侯와 우호를 맺어

      나라의 안전을 도모하려 하는바

 

      제족祭足 어른께선 마땅히 도와주어야 하는데

      어찌하여 동행同行 하지 않으셨습니까.

 

      내가 지난번에 제후齊侯를 만나본바

      그는 음침하고 잔인한 사람이었소.

 

      또한, 큰 나라를 물려받은바, 패업霸業을 이루려는

      호기豪氣를 마음속에 품은 사람이기도 하지요.

 

      선군이신 정소공鄭昭公이 세자 시절에

      제나라를 도와 큰 공을 세운 적이 있었잖소.

 

      제나라는 항상 정소공鄭昭公을 그리워하고 있소.

      제양공齊襄公 또한 마찬가지이지요.

 

      더구나 제양공齊襄公의 속셈은 헤아리기 어렵소이다.

      큰 나라가 작은 나라에 청하여 회맹 하려 함은

      그 속에 필시 음흉한 계책이 숨어 있을 것이오.

 

      이를 알지 못하고, 신군新君과 고거미高渠彌

      이번에 제나라에 도착하게 되면

      모두 죽음을 면하지 못할 것 같소이다.

 

      허 어, 그리 큰일이 벌어집니까?

      그리된다면, 앞으로 정나라의 군주는

      누가 적당할 것 같소이까.

 

      반드시 공자 의가 되어야 합니다.

      공자 의의 얼굴에는 군주의 상이 있다고

      돌아가신 선군께서 이미 말씀하신 바 있소이다.

 

      상경께서는 지혜가 많다고 사람들이 말합니다.

      제가 상경을 믿고서 잠시 기다려 보겠소이다.

      이 원번原繁은 이제 물러가겠소이다.

 

회맹 날짜가 되자, 제양공은 왕자 성보成父와 관지보管至父에게

날쌘 군사 백여 명씩을 좌우에 시립侍立 하게 하고,

장사 석지분여石之紛如를 뒤에 바싹 붙어 호위하게 하였다.

 

      고거미高渠彌가 공자 미를 인도하여,

      회맹을 거행하는 제단에 같이 오른 다음에,

      제후齊侯에게 정중히 예를 올렸다.

 

      대부 맹양孟陽은 희생의 피를 담은 그릇을 받쳐 들고

      정후鄭侯에게 권하도록 하라.

 

      미공자께선 앞으로 나오시어

      이 삽혈歃血의 그릇을 받으시오.

 

제양공齊襄公의 총신인 맹양孟陽이 희생의 피를 담은 그릇을

손으로 받쳐 들고, 공자 미앞에 무릎을 꿇고 마시기를 청했다.

 

      잠깐, 공자 미에게 물어보겠소이다.

      귀국의 정소공鄭昭公은 어떻게 죽었소이까.

 

      신 고거미高渠彌가 신의 주공을 대신하여

      소상히 대답하겠나이다.

 

      선군께서는 병이 들어 돌아가셨는데

      제후齊侯께선 어찌하여 물어보십니까.

 

      나는 소공昭公이 증제蒸祭를 올리려 성 밖으로

      나가던 중에 도적을 만나 살해당했다고 들었지!

      병으로 죽었다는 소리는 전혀 듣지 못하였다.

 

      선군께서는 원래 한질寒疾을 앓고 있었는데,

      거기다가 도적들을 만나자 매우 놀라

      갑자기 돌아가시게 되었습니다.

 

      어느 행사에 군주가 성 밖으로 나가는데

      도적이 달려들 만큼 아무런 경비가 없었단 말인가.

      그래 그 도적들은 어디서 왔는가.

 

      우리 정나라는 적서嫡庶가 다투기를

      하루 이틀이 아닐 뿐만 아니라,

 

      서로 사당私黨을 만들어, 항상 서로 그 틈만을

      노리고 있는데, 어느 누가 막을 수 있었겠나이까.

 

      그 도적들은 이미 잡았는가.

      계속 잡으려 사방으로 수소문하고 있사오나?

      아직 종적을 찾지 못하고 있사옵니다.

 

      그대는 무슨 소릴 하는가.

      선군을 죽인 도적이 바로 내 눈앞에 있는데

      어떻게 하여 번거롭게 찾아서 잡겠다고 하는 것이냐.

 

      너는 정나라 공실로부터 직위를 받은 사대부인데,

      어찌하여 네 맘대로 너의 군주을 죽이고

      이제 내 눈앞에서 발뺌하려 드는 것인가.

 

      너희들의 선군인 정소공鄭昭公의 원수를

      오늘 내가 갚아 주고 말리라.

 

      자, 뭣들을 하고 있느냐.

      이놈들을 빨리 포박하여라.

 

더 변명치 못하는 고거미高渠彌를 석지분여石之紛如가 먼저

포박하자, 공자 미는 제후를 향해 머리를 조아리며 엎드려

애걸하는 것이다.

 

      이 일은 나와는 아무 관계가 없는 일입니다.

      이는 모두 고거미高渠彌가 저지른 일입니다.

      부디 불쌍히 여기시어 살려만 주시옵소서.

 

      고거미高渠彌가 한 짓을 이미 알고 있었다면

      어찌하여 벌을 주지 않았는가.

 

      비굴한 놈, 공자 미는 더 할 말이 있는가.

      그대는 오늘부터 지하에 가서 변명하라.

 

제양공이 손을 들어 올리자, 왕자 성보成父 와 관지보管至父

미리 대기시켰던 갑사甲士 들이 일제히 공자 미의 몸에

난도질하고는 끌어내고 마는 것이다.

 

      공자 미를 따라온 정의 수행원들은

      제군齊軍의 세력에 겁에 질려 대항치 못하고,

      삽시간에 도망가 흩어져 버렸다.

 

79 . 모든 일에는 대가가 따르는가.